[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재 ‘알피니즘’ㅣ<1> 알피니즘의 정의] ‘알피니즘, 산을 오르는 예술적 행위’
글 서현우 기자 사진 셔터스톡 입력 2020.05.19 17:49
산을 오르는 행위와 자기 한계 극복 정신 결합된 개념
프랑스 샤모니에서 바라본 몽블랑
지난해 12월 11일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열린 유네스코 총회에서 인류무형문화재 목록에 ‘알피니즘’이 새로 등재됐다. 이번 무형문화유산 지정은 국제산악연맹에서 지난 2009년부터 10년에 걸쳐 노력을 기울인 끝에 얻은 결실이다.
‘알피니즘’이란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지금으로부터 260년 전의 일이다. 1760년 7월 24일 과학자 베네딕트 소쉬르는 프랑스 샤모니에서 바라본 장엄한 알프스 최고봉 몽블랑(4,810m)에 감동한 나머지 누구든지 몽블랑을 등정한 사람에게 상금을 주겠다며 현상금을 걸었다. 당시 알프스 주민들은 산꼭대기에 악마가 살고 있다고 믿었기에 아무도 정상을 오르려 하지 않았다. 26년 뒤인 1786년 8월 8일 미셸 파카르와 자크 발마가 정상에 오르며 근대 등반의 본격적인 시작을 알리게 된다.
몽블랑 등정은 사람들의 정복심리를 자극해 이후 알프스의 고봉들이 차례로 등정된다. 1854년 베터호른(3,701m)을 시작으로 1865년 최후의 난봉 마터호른(4,477m)을 에드워드 윔퍼가 등정할 때까지 10년 동안 4,000m급 149개의 봉우리가 초등된다. 알프스Alps에 어원을 둔 ‘알피니즘Alpinism’이란 단어가 탄생한 것도 이 시기다.
샤모니 중앙광장에 있는 소쉬르(오른쪽)와 자크 발마의 동상.
현대엔 고도보다 태도 중시
이처럼 초기 알피니즘은 단순히 ‘눈과 얼음으로 덮인 알프스와 같은 고산에서 행하는 등반’이라는 행위로만 정의됐다. 하지만 점차 알피니즘의 무대가 알프스를 넘어 전 세계 고산, 특히 히말라야로 확장되면서 더욱 넓은 의미를 갖게 됐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등로주의’다. 정상을 정복하는 것보다 정상에 오르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는 개념으로 영국 등산가 앨버트 머메리(1855~1895)가 처음 제창했다. 보조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 ‘정당한 수단By fair means’에 의한 등반, 고도Altitude보다는 산의 곤란성과 불확실성에 맞서는 태도attitude를 더 중시하는 등반 또한 이에 해당한다.
유네스코는 ‘알피니즘은 모든 계절에 걸쳐 높은 산의 바위나 얼음 같은 지형을 통해 벽을 오르거나 정상에 오르는 예술적 행위’라고 정의했다.
산악 원로 김영도 선생은 <산에서 들려오는 소리>에서 ‘알피니즘은 원래 누구와의 싸움이나 누구를 위한 싸움이 아니다. 그것은 언제나 자기와의 싸움이다. 기록을 내세우고 자랑할 일이 아니며, 등반은 그 자체가 목적이고 거기에 의미가 있을 따름이다’라고 썼다.
즉 알피니즘은 구체적 행위와 정신이 결합된 개념이다. 유네스코는 알피니즘의 정의와 인류무형문화재 선정 이유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알피니즘은 모든 계절에 걸쳐 높은 산의 바위나 얼음 같은 지형을 통해 벽을 오르거나 정상에 오르는 예술적 행위이다. 그것은 피켈이니 크램폰 같은 매우 특별한 장비를 사용해 적절한 기술을 구사하는 물리적, 기술적, 지적 능력을 포함한다.
알피니즘은 고산환경에 대한 지식, 그것을 실천해 온 역사와 관련된 가치관, 그리고 구체적인 기술들로 이루어진 공유문화를 특징으로 하는 전통적인 물리적 활동이다. 자연환경, 변화하는 기상조건, 자연재해 등에 대한 지식도 필수적이다.
알피니즘은 또한 미적 측면에 기반하고 있다. 알피니스트들은 우아한 등반자세, 풍경에 대한 숙고와 사색, 자연환경과의 조화를 위해 노력한다. 이러한 행위는 각 개인의 헌신에 기초한 윤리적 원칙을 따른다. 예를 들어 흔적 남기지 않기LNT나 산악 인간의 협조와 구조 의무 같은 것이다.
또한 알피니즘에는 팀 정신이 있다. 알피니즘을 행하는 구성원 대부분은 알파인 클럽에 속해 있으며 이러한 클럽들은 전 세계에 퍼져 있다. 클럽들은 단체의 활동을 조직하고, 실용적 정보를 보급하며, 다양한 출판물을 펴내어 산악문화의 원동력을 만들어 낸다.’
마터호른 초등자 에드워드 윔퍼의 기념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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