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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의 시는 '우리말의 보고'. 시인의 시작

by 한국의산천 2020. 2. 6.

평안·함경 방언 망라한 3366개 詩語… 백석의 시는 '우리말의 보고'

백수진 기자 입력 2020.02.06 03:00

 

[조선일보 100년 기획 - 말모이 100년, 다시 쓰는 우리말 사전]
[20] '백석 사전' 편찬한 고형진 교수

 

"째듯·죈두기송편·무르끓다… 사전에 없는 새로운 단어 많아
백석의 시가 사랑 받는 이유?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어로 우리말의 매력 보여주기 때문"

  
우리말에는 '밝다'와 '어둡다' 사이에도 숨은 단어가 많다. 특히 백석의 시(詩)에서 명암을 나타내는 다양한 낱말을 찾아볼 수 있다. 등(燈)에서 뿜는 선명한 빛은 '째듯'하고, 저무는 저녁 해의 쇠약한 빛은 '쇠리쇠리'하다. 조금씩 번지는 어둠은 '어드근'하고 먼 곳까지 아득한 어둠은 '어득하다'고 말한다.

고형진 고려대 국어교육과 교수는 이러한 백석의 시어들을 모아 사전 '백석 시의 물명고(物名攷)'를 만들었다. 백석은 1935년부터 1948년까지 총 98편의 시에 3366개의 시어를 썼다. 다른 시인과 비교했을 때도 시어의 총량이 엄청나다. 고 교수는 "다들 백석 하면 평안도 방언만 쓴 줄 알지만 교사 시절 거주했던 함경도의 방언, 조선일보 기자로 일하며 썼던 표준어까지 활용해 우리말을 아주 다채롭게 구사한 시인"이라며 "이 많은 시어는 우리말의 언어 자원이 얼마나 풍부한지 보여준다"고 했다.

무려 3000개가 넘는 시어는 사람과 관련된 어휘뿐 아니라 의식주부터 세간, 사물과 동식물 등 각 분야를 망라한다. 음식 관련 낱말만 해도 203개. 시가 98편이니 거의 모든 작품에 새로운 음식이 등장하는 셈이다.

 

 

/그래픽=박상훈·양진경·김하경
 
시 '고야'에는 명절을 앞둔 밤, 송편 빚는 풍경이 이렇게 그려진다. '방안에서는 일가집 할머니가 와서 마을의 소문을 펴며 조개송편에 달송편에 죈두기송편에 떡을 빚는 곁에서 나는 밤소 팥소 설탕 든 콩가루소를 먹으며 설탕 든 콩가루소가 가장 맛있다고 생각한다.' 고 교수는 사전에 없는 '죈두기송편'의 뜻을 '깍두기'와 유사성에서 찾았다. "깍두기의 '둑이'가 모양을 나타내는 말이니 죈두기는 주먹을 쥔 모양이라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사전에 없는 단어들은 형태를 분석하고 그와 비슷한 단어들을 찾아 뜻풀이를 완성했죠."

 

음식이 많이 나오는 만큼 조리 동사도 풍성하다. 그는 '무르끓다'라는 단어를 예로 들었다. "명절날 부엌에서 '구수한 내음새 곰국이 무르끓고'라고 써요. 음식이 허물어질 정도로 끓는다는 뜻의 '무르끓다' 때문에 구수한 냄새가 생생하게 전달되죠. 영어로는 'boil' 하나뿐이지만 우리말엔 끓이다, 우리다, 졸이다, 무르끓다… 아주 다양해요."

 

고 교수는 "백석은 말소리에서 단어의 이미지가 떠오르는 우리말의 특성을 굉장히 잘 활용했다"면서 "그의 시를 읽으면 우리말이 사물의 특징을 얼마나 정확하게 나타내는지 알 수 있다"고 했다. "훈민정음 해례의 정인지 서문에 보면 바람 소리, 학 울음소리, 닭 홰치는 소리도 모두 이 글자로 적을 수 있다고 말하죠. 한글이 소리를 정확히 나타내기 위한 발음기호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우리말은 음상(音像)이 단어의 의미와 무관하지 않아요."

  

 

고형진 교수는 “새로운 시어를 최초로 쓴 시인과 작품을 추적하는 연구를 하고 있다”며, “10년 걸린 백석 사전처럼 시간과 싸우는 작업”이라고 했다. /이진한 기자
 

그래서 백석의 시는 단어만을 나열하는데도 장면이 생생하게 그려진다. '편지'라는 수필에서 백석은 정월대보름 밤 복을 맞기 위해 집 안 곳곳에 불을 밝힌 풍경을 이렇게 묘사한다. '육보름으로 넘어서는 밤은 집집이 안간으로 사랑으로 웃간에도 맏웃간에도 루방(다락방)에도 허텅(헛간)에도 고방(광)에도 부엌에도 대문간에도 외양간에도 모두 째듯하니 불을 켜놓  고 복을 맞이하는 밤입니다.'

 

고 교수는 백석의 시가 오래도록 사랑받는 이유를 "단어가 가진 매력, 우리말의 매력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백석의 언어는 시적인 수사가 적고 가공되지 않은 순수한 자연어만을 썼는데도 호소력이 짙어요. 우리말의 특성을 정확히 파악하고 그것을 잘 살려 썼기 때문에 그의 시를 읽다 보면 우리말이 이렇게 매력적이구나 감탄하게 되죠."

 

Copyright ⓒ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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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월·백석·동주의 첫 詩는? 한국시 100년 풋풋한 등단작만 모았다

백수진 기자 입력 2020.01.16 03:00 | 수정 2020.01.16 17:31

 

조지훈 '승무', 신경림 '갈대' 등 등단작 모은 '시인의 시작' 출간

 

 

한국시 100년의 등단작만 모은 ‘시인의 시작’(오른쪽 아래). 윤동주·김소월·백석(왼쪽 아래부터 시계 방향) 등 시인 100여명의 등단작이 실렸다.
 

시인의 첫 출발을 볼 수 있는 시집 '시인의 시작'이 출간됐다.

1920년부터 100년간 시인 100명의 등단작만을 모았다.

일제강점기에 등단한 김소월·백석·윤동주부터 김혜순·최승자·기형도를 거쳐 젊은 시인 유희경·박준·황인찬까지. 시인이 되기 전, 떨리는 문학 청년의 마음으로 쓴 첫 시를 만나볼 수 있다.

 

시 추천 애플리케이션 '시요일'의 기획위원(박신규·박준·신미나)이 엄선한 시들이 실렸다.

등단한 연도의 역순으로 시를 실어, 2019년 등단한 성다영 시인의 '너무 작은 숫자'로 시작해 1920년 김소월 등단작인 '낭인의 봄'으로 끝난다.

 

한국 현대시 100년을 거슬러 오르는 셈. 신미나 시인은 "오래도록 사랑받는 시인의 등단작을 '등단계의 참고서'처럼 모아봤다"면서 "독자들에겐 시인의 세계로 들어가는 초대장 같은 책"이라고 했다.

 

풋풋하고 개성 넘치는 등단작에서는 시 세계의 출발점을 엿볼 수 있다.

오산학교에서 시를 배운 김소월은 한국 최초의 문예지 '창조'에 '낭인의 봄'을 발표했다.

"풀숲에 물김 뜨고,/달빛에 새 놀래는,/고운 봄 야반(夜半)에도/내 사람 생각이여." 이미 신춘문예 소설 부문에 등단했던 백석은 1935년 조선일보에 '정주성'을 발표하며 시인이 됐다. 그는 등단작 '정주성'에서 "헐리다 남은 성문(城門)이/한울빛같이 훤하다/날이 밝으면 또 메기수염의 늙은이가 청배를 팔러 올 것이다"라고 폐허가 된 고향을 그렸다.

 

도시의 고독을 노래했던 시인 박인환은 1946년 등단작 '거리'에서 이렇게 썼다. "나의 시간에 스코올과 같은 슬픔이 있다/붉은 지붕 밑으로 향수(鄕愁)가 광선을 따라가고/한없이 아름다운 계절이/운하(運河)의 물결에 씻겨 갔다."

 

기획위원들은 시인들 사이에서 여전히 회자하는 등단작 중 하나로 김경미 시인의 '비망록'을 꼽았다.

"햇빛에 지친 해바라기가   가는 목을 담장에 기대고 잠시 쉴 즈음. 깨어보니 스물네 살이었다"로 시작하는 시는 "절벽엔들 꽃을 못 피우랴. 강물 위인들 걷지 못하랴. 문득 깨어나 스물다섯이면 쓰다 만 편지인들 다시 못쓰랴" 하며 자신을 다독인다.

 

이 밖에도 조지훈의 '승무', 신경림의 '갈대',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처럼 등단작이라는 것이 놀라운 시인의 대표작들도 마주치게 된다.<Copyright ⓒ 조선일보>

 

 

백석시인의 시어들

 

鄭宇東   2015.07.24 20:09  

 

백석시인의 시어들

 

까다로운 백석시인의 시어를 한눈에 볼 수 있게 고형진 고려대 교수가 백석의 시어를 풀이한 <백석시 物名考>를 펴냈습니다.

이미 백석전집과 백석평전은 여럿이 나와있지만 백석시어사전은 이것이 처음입니다.

 

백석(白石 or 白奭, 1912.7.1~1996)은 1912년 7월 1일, 평안북도 정주에서 태어나서 1996년 1월 사망하였습니다.

시인의 본명은 백기행(白夔行) 이며 1929년 정주에 있는 오산 고등 보통학교를 졸업하고, 도일하여 1934년 아오야마학원 전문부 영어사범과를 졸업했습니다.
그 후 해방이 될때까지 조선일보사, 영생 여자 고등 보통학교, 여성사, 왕문사 등에 근무하면서 작품 활동을 하였습니다. 

 

백기행은 이시까와 다꾸보꾸(石川啄木, 1886~1972)를 사숙하여 다꾸보꾸의 성을 붙여 그의 이름을 白石이라 하였습니다.
마치 대중음악 작곡가 吉屋潤 - 최치정(崔致楨, 1927∼1995)이 일본의 작가 요시노 노부꼬 (吉野 忍子)의 姓과 다니자끼 쥰이치로(谷崎潤一郞)의 이름에서 따와서 그의 예명을 지은 것처럼 말입니다. 이후 한 1년여를 문학공부에 힘써서 다음 해 1930년 1월 조선일보 제2회 신춘문예에서 <그 母와 아들>로 19살의 최년소자로 당선되었습니다. 앞해 제1회의 당선자는 백신애였고 여기에 훗날 평론가가 된 백철이 가세하여 백씨문예가 3인방을 이루어 일세에 문명을 날렸습니다.

 

독어와 불어를 구사하며 영문학을 공부하고 영어교사로 있으면서 토마스 하디의 테스등 영미의 시문 소설을 국역하였으며 나중에 또 로어를 배워 뿌슈낀 시집, 숄로호프의 고요한 돈강 등 로서아의 시문 소설 작품을 번역 소개하였고 고당 조만식 선생의 통역사로 정치적 회담들에도 참여하였고 토속적인 방언을 즐겨 쓰면서도 최신 문예사조에도 조예가 깊어 모더니즘을 발전적으로 수용한 작품을 발표하였습니다.


<통영. 고향. 북방에서. 적막강산> 등을 발표하여 지방적·민속적인 것에 집착하며 특이한 경지를 개척하는데 성공했다는 평을 받습니다. <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와 같은 작품은 순전히 모더니즘의 세례의 덕일것 같습니다.


ㅡ 가즈랑집 ㅡ

승냥이가 새끼를 치는 전에는 쇠메 든 도적이 났다는 가즈랑고개

가즈랑집은 고개 밑의
산(山) 너머 마을서 도야지를 잃는 밤 짐승을 쫓는 깽제미 소리가
무서웁게 들려오는 집
닭 개 짐승을 못 놓는
멧도야지와 이웃사춘을 지나는 집
예순이 넘은 아들 없는 가즈랑집 할머니는 중같이 정해서 할머니가
마을을 가면 긴 담뱃대에 독하다는 막써레기를 몇 대라도 붙이라고 하며

간밤에 섬돌 아래 승냥이가 왔었다는 이야기
어느메 산(山)골에선간 곰이 아이를 본다는 이야기

나는 돌나물김치에 백설기를 먹으며
옛말의 구신집에 있는 듯이
가즈랑집 할머니
내가 날 때 죽은 누이도 날 때
무명필에 이름을 써서 백지 달아서 구신간시렁의 당즈깨에 넣어
-대감님께 수영을 들였다는 가즈랑집 할머니
언제나 병을 앓을 때면
신장님 단련이라고 하는 가즈랑집 할머니
구신의 딸이라고 생각하면 슬퍼졌다

토끼도 살이 오른다는 때 아르대즘퍼리에서 제비꼬리 마타리 쇠조지 가지취
-고비 고사리 두릅순 회순산(山)나물을 하는 가즈랑집 할머니를 따르며
나는 벌써 달디단 물구지우림 둥굴레우림을 생각하고
아직 멀은 도토리묵 도토리범벅까지도 그리워한다

뒤울안 살구나무 아래서 광살구를 찾다가
살구벼락을 맞고 울다가 웃는 나를 보고
밑구멍에 털이 몇 자나 났나 보자고 한 것은 가즈랑집 할머니다

찰복숭아를 먹다가 씨를 삼키고는 죽는 것만 같아
-하루종일 놀지도 못하고 밥도 안 먹은 것도
가즈랑집에 마을을 가서
당세 먹은 강아지같이 좋아라고 집오래를 설레다가였다
                                                              <사슴>(1936)
<시어 풀이>

* 가즈랑집 : '가즈랑'은 고개 이름. '가즈랑집'은 할머니의 택호를 뜻함
* 쇠메 : 쇠로 된 메. 묵직한 쇠토막에 구멍을 뚫고 자루를 박음
* 깽제미: 꽹과리
* 막써레기 : 거칠게 썬 엽연초
* 섬돌 : 토방돌
* 구신집 : 무당집
* 구신간시렁 :걸립(乞粒) 귀신을 모셔놓은 시렁. 집집마다 대청 도 위 한구석에
  조그마한 널빤지로 선반을 매고 위하였음
* 당즈깨 : 당세기. 고리버들이나 대오리를 길고 둥글게 결은 작은 고리짝
* 수영 : 수양(收養). 데려다 기른 딸이나 아들
* 신장님 단련 : 귀신에게 받는다는 시달림
* 아르대즘퍼리 : '아래쪽에 있는 진창으로 된 펄'이라는 뜻의 평안도식 지명
* 제비꼬리 : 식용 산나물의 이름
* 마타리 : 마타리과의 다년초. 어린잎은 식용으로 쓰임
* 쇠조지 : 식용 산나물의 한 가지
* 가지취 : 참치나물. 산나물의 한 가지
* 고비 : 식용 산나물의 한 종류
* 회순 : 식용 산나물의 한 종류
* 물구지우림 : 물구지(무릇)의 알뿌리를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 것
* 둥굴레우림 : 둥굴레풀의 어린 잎을 물에 담가 쓴맛을 우려낸 것
* 광살구 : 너무 익어 저절로 떨어지게 된 살구
* 당세 : 당수. 곡식가루에 술을 쳐서 미음처럼 쑨 음식
* 집오래 : 집의 울 안팎


ㅡ 국  수 ㅡ

눈이 많이 와서
산엣새가 벌로 나려 멕이고
눈구덩이에 토끼가 더러 빠지기도 하면
마을에는 그 무슨 반가운 것이 오는가 보다.
한가한 애동들은 어둡도록 꿩사냥을 하고
가난한 엄매는 밤중에 김치가재미로 가고
마을을 구수한 즐거움에 싸서 은근하니 흥성흥성 들뜨게 하며
이것은 오는 것이다.
이것은 어늬 양지귀 혹은 능달쪽 외따른 산 옆 은댕이 예데가리밭에서
하로밤 뽀오얀 흰 김 속에 접시귀 소기름불이 뿌우현 부엌에
산멍에 같은 분틀을 타고 오는 것이다.
이것은 아득한 녯날 한가하고 즐겁든 세월로부터
실 같은 봄비 속을 타는 듯한 녀름 속을 지나서
들쿠레한 구시월 갈바람 속을 지나서
대대로 나며 죽으며 죽으며 나며 하는
이 마을 사람들의 으젓한 마음을 지나서
텁텁한 꿈을 지나서
지붕에 마당에 우물 둔덩에 함박눈이 푹푹 쌓이는 여늬 하로밤
아배 앞에 그 어린 아들 앞에 아배 앞에는 왕사발에
아들 앞에는 새끼사발에 그득히 사리워 오는 것이다.
이것은 그 곰의 잔등에 업혀서 길러났다는
먼 녯적 큰마니가
또 그 집등색이에 서서 자채기를 하면
산 넘엣 마을까지 들렸다는
먼 녯적 큰아바지가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아, 이 반가운 것은 무엇인가
이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은 무엇인가
겨울밤 쩡하니 닉은 동티미국을 좋아하고
얼얼한 댕추가루를 좋아하고
싱싱한 산꿩의 고기를 좋아하고
그리고 담배 내음새 탄수 내음새
또 수육을 삶는 육수국 내음새
자욱한 더북한 삿방 쩔쩔 끓는
아르궅을 좋아하는 이것은 무엇인가

이 조용한 마을과 이 마을의 으젓한 사람들과
살틀하니 친한 것은 무엇인가
이 그지없이 고담(枯淡)하고
소박(素朴)한 것은 무엇인가.
                                              <문장>(1941. 4)

<시어 및 시구 풀이>

* 멕이고 : 활발히 움직이고
* 그 무슨 반가운 것 : 국수
* 애동들은 : 어린아이들은
* 김치가재미 : 북쪽 지역의 김칫독 묻어두는 곳(김치 창고).
* 양지귀 : 양지바른 곳 모퉁이
* 능달 : 응달
* 은댕이 : 언저리. 가장자리
* 예대가리밭 : 산의 맨 꼭대기에 있는 오래된 비탈밭
* 산멍에 : 전설상의 커다란 뱀. '이무기'의 평안도 방언
* 분틀 : 국수 뽑아내는 틀
* 들쿠레한 : 달콤한
* 갈바람 : 가을 바람
* 텁텁한 : 흐릿한
* 둔덩 : 둔덕
* 사리워 : 국수 따위를 동그랗게 말아
* 큰마니 : '할머니'의 평안도 방언
* 집등색이 : 짚등석. 짚이나 칡덩쿨로 짜서 만든 자리
* 자채기 : 재채기
* 산넘엣 : 산넘어
* 이것은 그 곰의 ~ 오는 것같이 오는 것이다. : 설화적 분위기로 그려냄.
  국수를 만들어 먹는 '오랜 전통'을 강조하고자 함.
* 희수무레하고 부드럽고 수수하고 슴슴한 것 : 국수의 맛 = 우리 민족성의 맛
* 희수무레하고 : 희끄무레하고
* 슴슴한 : 자극을 크게 느기지 않을 정도로 싱거운
* 댕추가루 : 고춧가루
* 탄수 : 식초
* 삿방 : 삿(갈대를 엮어서 만든 자리)을 깐 방
* 아르궅 : 아랫목
* 고담하고 : (글, 그림, 인품 따위가) 속되지 않고 아취가 있는
  (화려하지 않으나 고급스러운)

 

ㅡ 여우난곬 ㅡ
 
박을 삶는 집
할아버지와 손자가 오른 지붕 우에 한울빛이 진초록이다
우물의 물이 쓸 것만 같다

마을에서는 삼굿을 하는 날
건넌마을서 사람이 물에 빠져 죽었다는 소문이 왔다
노란 싸릿닢이 한불 깔린 토방에 햇츩방석을 깔고
나는 호박떡을 맛있게도 먹었다

어치라는 산새는 벌배 먹어 고읍다는 골에서 돌배먹고 아픈 배를
아이들은 띨배 먹고 나었다고 하였다.


ㅡ 통영 統營 ㅡ

舊馬山의 선창에선 좋아하는 사람이울며 내리는 배에 올라서
-오는 물길이 반날
갓 나는 고장은 갓 같기도 하다

바람 맛도 짭짤한 물맛도 짭짤한

전복에 해삼에 도미 가자미의 생선이 좋고
파래에 아가미에 호루기의 젓갈이 좋고

새벽녘의 거리엔 쾅쾅 북이 울고
밤새껏 바다에선 뿡뿡 배가 울고

자다가도 일어나 바다로 가고 싶은 곳이다

집집이 아이만 한  피도 안 간 대구를 말리는 곳
황아장수 영감이 일본 말을 잘도 하는 곳
처녀들은 모두 어장주한테 시집을 가고 싶어한다는 곳

산 너머로 가는 길 돌각담에 갸웃하는 처녀는 錦이라던 이 같고
내가 들은 마산 객줏집의 어린 딸은 蘭이라는 이 같고

난이라는 이는 명정골에 산다는데
명정골은 산을 넘어 동백나무 푸르른 감로 같은 물이 솟는 명정
-샘이 있는 마을인데
샘터엔 오구작작 물을 긷는 처녀며 새악시들 가운데내가 좋아
-하는 그이가 있을 것만 같고
내가 좋아하는 그이는 푸른 가지 붉게붉게 동백꽃 피는 철엔
- 타관 시집을 갈 것만 같은데
긴 토시 끼고 큰머리 얹고 오불고불 넘엣거리로 가는 여인은
-평안도서 오신 듯한데 동백꽃 피는 철이 그 언제요

옛 장수 모신 낡은 사당의 돌층계에 주저 앉아서 나는 이 저녁
-울듯 울듯 한산도 바다에 뱃사공 되어 가며
영 낮은 집 담 낮은 집 마담만 높은 집에서 열나흘 달을 업고
- 손방아만 찧는 내 사람을 생각한다.

백석은 미남인데다 대화술에 뛰어나 수많은 여인들과
염문을 피웠으나 종내에는 고루하게도 4대미녀에만 빠져
늙고 가난하여 섧은 어머니 이봉우와
길 돌각담을 갸웃거리는 *금이라던 한번쯤 들은 김천금과
첫눈에 반해 무진 사랑한 *란이라는 이화여전의 박경련과
고향에 정착한 후 결혼한 *북녘 아내들(장정옥.문경옥.이윤희)
을 길상사의 길상화 자야 김영한은 똑같이 한남자 백석을 사랑
한 운명공동체적 자매애로서 너그러히 애잔하게 품고 살았습니다.


ㅡ 나와 나타샤와 흰당나귀 ㅡ

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나타샤를 사랑은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를 마신다
소주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 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세상을 버리고 사랑하는 나타샤와 함께 산골의 오두막에서 살고
싶은 가난한 사내가 있다. 곁에 없는 나타샤를 생각하며 초가에
앉아 홀로 소주를 마시는 밤. 눈은 푹푹 내리고 아름다운 나타샤
가 싸리문을 열고 고조곤히 들어설 것 같고, 그녀와 함께 타고 떠
날 흰 당나귀도 어디선가 기분 좋은 울음을 울고 있는 것만 같다.
사랑하는 나타샤와 흰 당나귀를 생각하는 밤.

그는 더 이상 가난한 사내가 아닐 것이다. <황병승·시인>

 

고형진 교수는 1983년 백석 시에 등장하는 단어 중에 기존 어휘 사전에서 확인할 수 없던 시어들의 뜻풀이를 처음으로 시도했습니다.

그 첫 시도를 한 지 30여 년 만에 백석의 시어 전부를 빠짐없이 풀이해 분류하고, 용례와 빈도를 확인한 사전을 완성했습니다.

고 교수는 백석이 1935∼1948년 발표한 시 98편의 시어 3366개를 모두 의미별로 분류한 다음 시어의 정확한 뜻을 풀이하고 빈도를 조사했습니다.

단어 이해에 필요한 그림과 지도를 곁들였습니다.

 

책 속에는 새롭게 뜻을 찾은 시어들이 여럿 등장합니다.
시 '칠월 백중'의 "생모시치마 천진푀치마의 물팩치기 껑추렁한 치마에"라는 시구에서 '물팩치기'는 '무릎까지 오는' 등으로 풀이 돼 왔지만, 고 교수는 이를 무릎의 방언 '물팩'과 옷을 뜻하는 '치기'가 합성된 '무릎까지 내려오는 짧은 바지나 치마 등의 옷' 으로 해석했습니다.

 

시 '마을은 맨천 구신이 돼서'의 "나는 무서워 오력을 펼 수 없다" 라는 구절에서 '오력'은 지금까지 '오금'의 평안북도 방언으로 풀이 됐지만, 연구 결과 '오륙(五六)', 즉 '오장과 육부', '온몸'을 이르는 말로 정확한 뜻을 찾았습니다.

 

고 교수는 머리말에서 "백석은 작품의 총량은 많지 않으나, 그 안에서 부린 시어의 총량은 엄청난 것"이라며 "가공하지 않은 자연어의 조합으로 이룩한 이 언어 군집은 모국어의 원석이 얼마나 신비하고 눈부신 것인지를 일깨운다"고 말했습니다.

 

상술한 바와 같이 백석시인에 대한 시어사전이 있듯이 윤동주, 김수영, 정지용시인 등의 개별시인의 시어사전이 이미 나와 있어서 후배 문인들에게 좋은 길잡이가 되었습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특히 경희대 김재훈교수가 펴낸 <한국현대시 시어사전>은 20세기 초 최남선부터 1990년대 신진 시인의 시까지 우리현대시에 실제 사용된 시어를 가려 엮은 것으로 시어의 특수성에 비추어 난해어를 중심으로 뜻을 풀이하고 용례를 수록하였습니다.

 

시인들이 독창적으로 만든 조어와 새로 쓰인 고어, 방언, 은어, 비속어 및 시어로 쓸 만한 낱말들을 중심으로 표제어를 선택하였으므로 시를 올바로 읽기 위한 독서사전 및 시를 쓰는 데 참고할 수 있는 작문사전의 역할을 할 수 있게 하였으며, 비유어와 상징어는 비교적 자세히 설명하고 그 어휘가 적절히 쓰인 시를 전문인용하고 출전을 밝히어 상징사전 및 간략한 시문장사전을 겸할 수 있게 한 시문학계의 역작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ㅡ 백석과 자야의 사랑 이야기 ㅡ 
백석에게는 이화여대에 다니던 통영의 란이 있었지만 백석(白石)은 많은 여인들 중 자야(子夜)만을 사랑하였으니,
백석이 남긴 빛나는 사랑의 시(詩),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자야(子夜) 김영한과의 사랑을 노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일설에는 그 당시의 여류문인 4인방인 모윤숙. 이선희. 노천명등의 한 사람인 최정희를 념두에 두었다고 합니다.)
백석과 함흥 영생여고보 교사들의 회식 장소에 나갔다가 영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던 백석과 감옥에 갇힌 후원자를 면회하러 함흥에 온 자야 두 사람은 운명적으로 만납니다.


자야는 백석이 진정으로 사랑하였던 단 하나의 여인이었고, 그녀 또한 그 사랑을 평생동안 올곧게 간직하였습니다.

백석은 그녀가 사온 ‘당시선집’을 뒤적이다가 이백의 시 ‘자야오가(子夜吳歌)’를 발견하고 ‘자야(子夜)’라는 아호를 그때부터 불러주었다고 합니다.

‘자야오가’는 長安에서 西域으로 오랑캐를 물리치러 나간 낭군을 기다리는 여인 子夜의 애절한 심정을 노래한 곡입니다.


길상사의 전신인 요정 대원각 주인이었던 김영한(筆名 金子夜)은 천재 시인 백석(白石)과 3년간 동거하였던 기생 眞香이었습니다.
못다한 사랑을 길상사를 지어 시주하고 법명을 吉祥華로 하고 그곳에서 곱게 산화하였습니다. <출처 : 내마음의 노래>

 

시인 백석과 삽화가 정현웅 >>> https://koreasan.tistory.com/15607577

 

사슴처럼 고아한 그를 그리다 시인 백석과 삽화가 정현웅

[아무튼, 주말] 사슴처럼 고아한 그를 그리다... 편집국서 꽃핀 브로맨스 [김인혜의 살롱 드 경성] ②시인 백석과 삽화가 정현웅 김인혜 국립현대미술관 근대미술팀장 입력 2021.03.13 03:00 | 수정 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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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족불욕(知足不辱)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지지불태(知止不殆)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가이장구(可以長久) 오래도록 편안할 것이다.  - 노자 도덕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