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최초 공개ㅣ명성산 바래빙폭] 전설 속의 秘境 명성산 ‘바래폭포’ 첫 빙벽 등반

by 한국의산천 2020. 2. 3.

[최초 공개ㅣ명성산 바래빙폭] 전설 속의 秘境 명성산 ‘바래폭포’ 첫 빙벽 등반!

글 김기환 차장 사진 염동우 객원기자  입력 2020.02.03 10:43


<石泉谷記>에 나온 100m 폭포… 크로니산악회 주축 연합팀 첫 시등
  

명성산 바래폭포 중단을 등반하고 있는 클라이머들. 좁은 골짜기 속에 빙폭이 형성되어 있다.


올겨울은 유난히 기온 변화가 심하다.

어느 날은 영하 10℃까지 기온이 뚝 떨어졌다가 갑자기 봄날처럼 포근한 날이 이어지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기온이 따뜻해 겨울축제 관계자와 동계 스포츠 마니아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빙벽등반은 상황이 심각하다. 1월 중순 현재까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빙벽훈련장 판대아이스파크가 개장도 못 하고 있다.

용대리 매바위도 일부 구간만 등반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 지난 12월 28일, 철원 명성산의 자연 빙폭에서 아이스클라이밍에 성공한 팀이 있다.

그것도 지금껏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새로운 빙폭을 발굴해 최초로 올랐다.

이 등반은 크로니산악회를 주축으로 구성된 연합팀이 진행했다.

빙벽에 목마른 이들이 모여 오랜만에 새로운 빙폭을 발견해 낸 것이다.


명성산 바래폭포 최초 시등 현장에 본지 취재팀이 함께했다.

 

등산객이 석천계곡 입구에 설치된 출입통제 표지판을 보고 있다.


소흘농협 이문영씨는 바래폭포를 산악인들에게 알린 주인공이다. 그는 “바래폭포는 삼연三淵 김창흡金昌翕(1653~1722)이 지은 〈석천곡기石泉谷記〉에 등장하지만, 깊숙한 계곡 속에 숨어 그 실체가 세상에 온전히 알려지지 않은 곳”이라며 “제 고향을 알리기 위해 조사하던 중 정확한 위치와 규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이씨와 바래폭포를 답사한 크로니산악회 김홍경씨는 “경사가 가파르고 수량이 적지만 일정해 겨울이면 결빙될 확률이 크다고 판단했다”면서 “보우회 허욱씨와 함께 재방문해 확인한 뒤 확신이 섰다”고 말했다.


빙벽시즌이 시작됐지만 포근한 날씨가 문제였다.

빙폭이 제대로 형성되지 않아 등반 계획을 세우기 쉽지 않았다.

여러 차례 폭포의 결빙 상태를 체크한 뒤 2019년 마지막 주말 바래폭포 첫 등반을 결정했다.

이번 시등에는 크로니산악회의 김홍경, 민병오씨를 주축으로 허욱(보우회), 최영숙(악우회), 송재화, 염동우(본지 객원사진기자)씨 등이 참가했다.

지원팀으로 크로니산악회의 조창권, 이창재와 소흘농협의 이문영, 김승경씨가 동행해 등반대를 도왔다.

 

바래폭포 등반에 앞서 제를 지내고 있는 대원들.


명성산 북사면의 깊은 계곡에 위치

비래폭포로 가려면 신철원 용화저수지 상류 용화동 명성산 산행기점에서 출발해야 한다.

등산객들은 보통 이곳에서 ‘느치’ 고갯마루를 거쳐 능선을 오른 뒤 명성산 정상으로 이어지는 산행을 주로 한다.

하지만 등반팀은 ‘느치’를 넘은 뒤 석천계곡을 타고 하류로 이동했다.

작은 폭포와 소가 연이어 나타나는 완만한 계곡을 따라 한참 내려가다가 소운폭포에서 왼쪽 지계곡으로 방향을 틀었다.


계곡 입구에 비래폭포 안내판이 세워져 있어 큰 어려움 없이 찾을 수 있었다. 하지만 주 등산로를 벗어나면 큰 바위가 가득한 험한 골짜기가 시작되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이동해야 했다.

산 사면을 가로지르며 작은 폭포를 우회해 한 굽이 돌아서니 왼쪽으로 하얀 얼음기둥이 눈에 들어왔다.

드디어 목적지인 바래폭포에 도착한 것이다.

 

작은 폭포와 소가 연이어 나타나는 석천계곡 풍광.


폭포 하단의 바위지대는 제법 넓었지만 결빙된 곳의 폭은 20m 정도였다.

날이 따뜻해 제대로 빙벽이 형성되지 않은 것이다. 바위가 비칠 정도로 얼음 두께는 얇았으나 다행히 제법 단단해 보였다.

해가 들지 않는 북사면 깊은 골짜기에 위치한 덕분이다. 폭포 건너편 산자락에 올라가서 보니 상단까지 빙벽이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등반이 가능하다고 판단해 곧바로 준비에 들어갔다.


먼저 등반팀은 무사고를 기원하며 빙벽 밑에서 간단히 제를 지냈다.

사람의 발길이 처음 닿는 곳이니 자연에 대한 예의를 갖추기 위해서다.

그런 다음 두 개 팀으로 나눠 빙벽을 오르기 시작했다.

선등자들이 30m 길이의 급경사 하단 구간을 올라서니 확보물 설치와 빌레이에 유리한 넓은 테라스가 나왔다.

그곳에서 첫 피치를 끊고 후등자를 끌어 올린 뒤 등반을 계속했다.

 

건너편 산비탈에서 본 바래폭포 전경. 상단부는 오른쪽으로 휘어지며 숲 속으로 숨어 있다.


두 번째 구간은 하단보다 경사가 완만하고 폭이 좁았다. 게다가 흐르는 물소리가 들릴 정도로 얼음이 얇았다.

선등자들은 25m 정도인 중단 등반을 마치고 폭포 옆의 굵은 나무에 안전하게 확보를 했다.

마지막 상단 구간은 경사가 조금 더 완만해졌다. 아이젠 바닥을 이용하는 프랑스식 기술을 사용해 올라갈 수 있을 정도였다.

상단 등반을 마치고 바래폭포 첫 시등을 겸한 촬영이 막을 내렸다. 넉넉잡고 1시간이면 오를 수 있는 규모의 빙폭이었다.


이날 등반에 참가한 크로니산악회 김홍경씨는 “등반성이 뛰어난 곳은 아니지만,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새로운 자연빙벽을 소개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올해 재도전할 계획인 동티베트 짜가나산 등반대의 동계훈련장으로 활용할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보우회 허욱씨는 “최근 인위적으로 조성된 빙벽 위주로 등반을 다니다가, 오랜만에 자연 빙벽에 붙으니 기분이 정말 좋았다”면서 “역시 멋진 풍광의 자연 속에서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워킹하고 등반하는 것이 진정한 등산이다”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정말 오랜만에 좋은 빙벽등반 교육장을 발견해서 기쁘다”면서 “조금만 손보면 빙폭이 크게 형성되어 많은 이들이 동시에 훈련을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하단 빙벽을 오르고 있는 악우회 최영숙씨.


초보자 훈련용 빙벽으로 안성맞춤

이날 바래폭포를 선등으로 오른 크로니산악회 민병오씨는 “저는 올해 처음으로 빙벽을 하는데, 정말 멋진 곳을 최초로 오르게 되어 개인적으로 기억에 오래 남을 것 같다”면서 “좋은 선배님들과 자연 속에서 진짜 등반을 할 수 있어서 정말 기분이 좋았다”고 말했다.

 

바래폭포를 선등하고 있는 크로니산악회 민병오씨.


이번에 연합팀이 오른 명성산 바래폭포는 사실 접근이 쉬운 곳은 아니다.

폭포까지 가려면 등산로 입구에서 1시간 20분 이상을 걸어야 한다.

산길을 오가는 데 2시간 반 넘게 투자해야 하는 곳이다. 하지만 남한 땅에서 가장 추운 철원에 위치해, 요즘처럼 날이 따뜻한 시기에도 등반이 가능한 것이 장점이다.

또한 경사도가 각기 다른 3단 폭포로 구분되어 빙벽등반 훈련장으로 뛰어난 환경을 자랑한다.


하단은 약 30m 길이의 빙벽으로 최고 80도 경사로 제법 가파른 편이다.

폭포수가 얼음을 타고 넘쳐 빙벽이 두터워지면 경사가 더욱 급해질 가능성도 있다. 고난도 빙벽에 도전하기 전에 훈련장소로 삼을 만한 곳이다.

중단은 약 25m 길이로 60도 정도의 경사를 지니고 있다. 폭이 그리 넓지는 않지만, 양 옆의 바위지대로 확장될 여지가 있는 구간이다.


초보자의 반복 훈련장소로 안성맞춤인 장소다.

상단 빙폭은 조금 더 완만한 편이다. 빙벽등반 시스템과 아이젠 적응훈련을 하기 좋은 장소다.

상단에서 바닥까지 100m 자일로 한 번에 하강이 가능하다.

 

바래폭포 중단 테라스에 도착해 상단을 살펴보고 있는 등반대원들.


명성산 바래폭포를 최초 오른 크로니산악회와 친구들로 구성된 연합팀.


접근로와 주의 점

군부대 훈련장 가까워 통제되던 곳


신철원 용화동 명성산 산행기점에서 바래폭포까지 약 3.3km 거리로 1시간 20분쯤 걸린다.

능선길을 타고 1km 거리의 ‘느치’ 고개를 넘자마자 150m 가면 오른쪽으로 석천계곡 방향의 산길이 보인다.

이 길을 따라 1.4km 내려가면 나오는 ‘소운폭포’에서 왼쪽 지계곡으로 접어들어 500m 가면 왼쪽으로 바래폭포가 나온다.


바래폭포가 있는 석천계곡은 등산로와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지만 사람들이 자주 다니지 않는 곳이다.

전차포 사격장이 가까워 안전을 이유로 군부대에서 출입통제 팻말을 붙여뒀기 때문이다. 안내판에 ‘훈련이 있는 날은 피탄 위험이 있어 출입을 금한다’는 내용이 고지되어 있다.


하지만 철원군에서는 개방을 염두에 두고 등산로를 깔끔하게 조성해 뒀다.

비록 지금까지 상류에 포탄이 떨어진 일은 없었다고 하지만, 혹시 모를 사고에 대비해 바래폭포 등반 전에 군부대 훈련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보통 휴일에는 훈련을 하지 않는다.
 
Copyrights ⓒ 월간산


정보 더 보기 >>>

http://blog.daum.net/koreasa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