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이야기] 들꽃과 나무
'대추야자'의 다른 이름 종려나무
2000년 지난 씨앗 심었더니 싹 났대요
최새미·식물칼럼니스트 입력 : 2019.06.14 03:05
종려나무
봉준호(50) 감독의 영화 '기생충'이 우리나라 최초로 칸 영화제에서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받았어요. 이름만 들어서는 쉽게 모습을 상상하기 어려운 '종려나무'의 이름을 딴 것입니다.
종려나무는 우리나라에서 크게 두 가지 뜻으로 쓰여요. 흔히 '야자나무(palm tree)'라고 부르는 야자과 식물을 통칭하거나, '당종려(fortune palm)'라고도 부르는, 중국에서 온 야자과의 상록수 품종을 말해요. 황금종려상의 '종려'는 야자나무, 즉 야자수를 뜻하는데 더 구체적으로는 '대추야자(date palm)'를 말합니다.
대추야자는 칸에서 쉽게 만나볼 수 있는 야자수로, 도시의 문장(紋章)에도 들어가 있는 칸의 상징입니다.
성경에서 '종려나무'라고 하는 나무도 대추야자입니다. 대추야자는 사막 기후에서 잘 자랍니다. 성경 요한복음에는 예수가 예루살렘으로 돌아올 때 사람들이 대추야자 가지를 흔들었다는 대목이 있어요.
▲ ‘종려나무’라고도 불리는 ‘대추야자’(큰 사진)와 그 열매. 수십m 높이로 자라나는데 엄밀히 따지면 ‘나무’는 아니랍니다. /게티이미지뱅크
대추야자는 15m 이상으로 자라나고, 잎은 줄기 꼭대기에 모여납니다. 뾰족한 작은 잎들이 길게는 5m까지 자라나면서 거대한 깃털 같은 모양을 만들죠.
재미있는 점은 이렇게 거대한 식물이 나무가 아니라 풀이라는 겁니다. 대추야자뿐 아니라 야자수의 줄기 일부분을 잘라 살펴본 결과입니다. 보통 나무는 계절에 따라 성장속도가 달라 나이테가 발달하는데요, 야자수에는 나이테가 없어요. 줄기 안에서 물과 양분이 이동하는 통로 '관다발'도 나무가 아니라 풀과 같은 형태고요. 보기와는 달리 해부학적으로는 풀인 독특한 식물입니다.
야자수라면 코코넛과 같이 크고 딱딱한 열매를 맺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대추야자는 3~4㎝ 길이의 대추를 쏙 빼닮은 작고 빨간 열매를 맺는 게 특징이에요. 이 열매는 아주 많이 맺히는 데다 달고 오래도록 보관할 수 있어서 오래전부터 지중해, 아랍, 아프리카 요리에서 사랑받는 음식 재료입니다. 사과보다 5배 더 단맛이 나거든요.
대추야자 한 그루당 70~140㎏이나 되는 열매를 수확할 수 있어요. 사막을 여행하는 사람들은 이 열매를 말려서 들고 다니며 식량이나 간식으로 먹었어요. 열매를 설탕에 졸여 시럽으로 만들어 빵에 곁들여 먹기도 해요. 덕분에 먹을 게 부족하던 사막에서 '생명의 나무'라고 불리기도 했죠.
대추야자는 열매가 완전히 말라붙어 있더라도, 상황이 좋아지면 싹을 다시 틔웁니다. 2005년 이스라엘의 한 고고학자가 유적지에서 발굴한 2000년 전의 대추야자 씨앗의 싹을 틔우는 데 성공했어요. 1500년 전에 멸종됐다고 알려졌던 품종이었죠. 이런 놀라운 생명력 덕분에 '신의 열매'라는 별명도 있답니다.
최새미·식물칼럼니스트
지족불욕(知足不辱)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지지불태(知止不殆)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가이장구(可以長久) 오래도록 편안할 것이다. - 노자 도덕경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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