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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봄 바람이 분다

by 한국의산천 2019. 3. 16.

바람이 분다

바람

봄 바람이 분다

꽃샘 추위답게 쌀쌀한 바람이다

자전거를 타고 가볍게 길을 나선다 

 


토요일 오전

집앞에 나서니 도로는 역시 붐비기 시작한다




자전거 바퀴에 공기를 가득넣고 다시 길을 나선다.

팽팽한 바퀴는 길을 깊이 밀어낸다.

바퀴가 길을 밀면 길이 바퀴를 밀고, 바퀴를 미는 힘이 허벅지에 감긴다.


몸속의 길과 세상의 길이 이어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간다.

길은 멀거나 가깝지 않았고 다만 벋어 있었는데,

기진한 봄속의 오지에서 새 힘은 돋았다.



다시, 자전거를 저어서 바람 속으로 나선다.

 

봄에는 자전거 바퀴가 흙 속으로 빨려든다.

이제 흙의 알맹이들은 녹고 또 부풀면서 숨을 쉬느라 바쁘다.

부푼 흙은 바퀴를 밀어서 튕겨주지 않고, 바퀴를 흙의 안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래서 봄에는 페달을 돌리는 허벅지에 더 많은 힘이 들어간다.

허벅지에 가득 찬 힘이 체인의 마디를 돌리고,

앞선 마디와 뒤따르는 마디가 당기고 끌리면서 바퀴를 굴린다.

 

몸의 힘은 체인을 따라 흐르고,

기어는 땅의 저항을 나누고 또 합쳐서 허벅지에 전한다.

몸의 힘이 흐르는 체인의 마디에서 봄빛이 빛나고,

몸을 지나온 시간이 밖으로 퍼져서 흙속에 스민다.

다가오는 시간과 사라지는 시간이 체인의 마디에서 만나고 또 헤어지고 바퀴는 구른다.

바퀴를 굴리는 몸의 힘은 절반쯤은 땅 속으로 잠기고 절반쯤이 작전거를 밀어주는데,

허벅지의 힘이 흙 속으로 깊이 스밀 때 자전거를 밀어주는 흙의 힘은 몸속에 가득찬다.

 


봄은 고양이로다
    

              -이장희(李章熙,1900~28)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
 
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의 눈에
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
 
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

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
 
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
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바람의 방향과 세기를 알려주는 Wind sock

팽팽하게 지면과 수평을 이루고 있다

바람이 강하게 불고 있다  



봄의 부푼 땅 위로 자전거를 저어갈 때

흙속으로 스미는 몸의 힘과 몸속으로 스미는 흙의 힘 사이에서 나는 쩔쩔맸다

페달을 돌리는 허벅지와 장딴지에 힘이 많이 들어가면 봄은 몸속 깊이 들어 온것이다.


봄에는 근력이 필요하고, 봄은 필요한 만큼의 근력을 가져다준다.

자전거를 멈추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몸을 떠난 힘은 흙속에 녹아서 보이지 않는다.

지나간 힘을 거둘수 없고 닥쳐올 힘은 경험되지 않는데

지쳐서 주저앉은 허벅지에 새 힘은 가득하다.


기진한 힘속에서 새 힘의 싹들이 돋아나오고 . 나는 그 비밀을 누릴 수 있지만 설명할 수 없다.

 


자전거를 저어서 나아갈 때 풍경은 흘러와 마음에 스민다.

스미는 풍경은 머무르지 않고 닥치고 스쳐서 불려가는데,

그때 풍경을 받아내는 것이 몸인지 마음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

 

풍경은 바람과도 같다.

방한복을 벗어 버리고 반바지와 티셔츠로 봄의 산하를 달릴 때

몸은 바람 속으로 넓어지고 마음과 풍경이 만나고

또 갈라서는 그 언저리에서 나의 모국어가 돋아 나기를 바란다.

풍경을 건너오는 새 떼처럼 내가슴에 내려 앉아다오.

거기서 날개소리 퍼덕거리며 날아올라다오. < 김 훈 - 자전거 여행중에서>
















지금, 내 자전거는 노을에 젖고 바람에 젖는다.

저물어도 잠들지 않는 내 허벅지의 힘을 달래가면서

나는 풍경과 말들을 데리고 천천히, 조금씩 아껴서 나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