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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길 위에서 나를 만나다

by 한국의산천 2018. 11. 25.

길 위에서 나를 만나다


동네 크로스 컨트리(XC)


오래 전

실버콤파스와 지도 한장 가지고

두발로 숨가쁘게 달렸던 그 일대를

오늘은 샤방 샤방 놀멍 놀멍 자징거를 타고 라이딩했다


관모산과 논과 들판 사이로 흐르던 장수천이 전부였던 이곳 

그 일대가 지금의  인천대공원이 들어섰다.

세월의 빠름을 다시금 느낀다    


1980년 크로스 컨트리 대회에서 

나와 숨 가쁘게 달린 우리팀이 1등을 했다


일요일 아침부터

저녁 해질때까지 숲길과 들판을 달렸다



삶은

아름다운 영화처럼

인생은 

여행처럼


휴일에는 달린다 

 

아직 도래하지 않은

더 좋은 날을 기다리며 길을 떠난다.


여행이란

무시로 빈집을 드나드는 바람처럼 그렇게 떠나는 것이다.


길은 사람의 마음속에 있는 것이며,

마음의 길을 마음 밖으로 밀어내어

세상의 길과 맞닿게 해서

마음과 세상이 한줄로 이어지는 자리에서 삶의 길은 열린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길이 있으며

길과 사람 사이에는 은빛으로 빛나는 자전거가 있다.



행복은

저축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큰 행복을 기다리다가 자잘한 소행복을 놓쳐서는 안된다는 말이다



과거의 행복이 지금의 행복은 아니다

항상

현재가 즐거운 사람이 행복한 것이다.



길 위에 서다

               - 정 연 복

 

세상의 모든 길은
어디론가 통하는 모양이다

 

사랑은 미움으로
기쁨은 슬픔으로

 

생명은 죽음으로
그 죽음은 다시 한 줌의 흙이 되어
새 생명의 분신(分身)으로

 

아무리 좋은 길이라도
가만히 머무르지 말라고

 

길 위에 멈추어 서는 생은
이미 생이 아니라고

 

작은 몸뚱이로
혼신의 날갯짓을 하여

 

허공을 가르며 나는
저 가벼운 새들


▲ 진정한 여행

진전한 여행은

새로운 배경을 얻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야를 갖는 것이다. 


산행 그리고 라이딩

기다리며 준비하는 설레임

나는 알았다 삶은 단순히 생존하는 것 그 이상임을.

나의 기쁨은 도착이 아니라 그 여정에 있음을.

그래 아무 생각없이 안전하고 즐겁게 달리는거야!


▲ 닷세 동안 열심히 달렸으니

휴일 이틀은 쉼을 향하여 더 열심히 달리자.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  김 재 진

 

갑자기 모든 것 낮설어질 때
느닷없이 눈썹에 눈물 하나 매달릴 때
올 사람 없어도 문 밖에 나가
막차의 기적소리 들으며 심란해질 때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나서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위를 걸어가도 젖지 않는 滿月(만월)같이
어디에도 매이지 말고 벗어나라.

 

벗어난다는 건 조그만 흔적 하나 남기지 않는 것
남겨진 흔적 또한 상처가 되지 않는 것

 

예리한 추억이 흉기 같은 시간 속을
고요하고 담담하게 걸어가는 것

 

때로는 용서할 수 없는 일들 가슴에 베어올 때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같이
물위를 스쳐가는 만월같이
모든 것 내려놓고 길 떠나라.



▲ 휴일에는 휴休휴休(쉴휴) 걷자 n 달리자  

모든 인간은 '역마'에 꿈을 어느 정도 안고 산다.

먼지와 소음에 뒤덮힌 일상을 훌훌 털어버라고

아무런 구애받음도 없이

산맥과 사막과 강물을 바람처럼 떠 돌고 싶을 때가 있을 것이다.

인간이 꿈꾸는 것은 아름다운 세상에 대한

근원적인 향수를 인간 모두가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 내가 사랑한 사람 내가 사랑한 세상 중에서-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 이 태 수

 

마음을 씻고 닦아 비워내고
길 하나 만들며 가리.

 

이 세상 먼지 너머, 흙탕물을 빠져나와
유리알같이 맑고 투명한,
아득히 흔들리는 불빛 더듬어
마음의 길 하나 트면서 가리.

 

이 세상 안개 헤치며, 따스하고 높게
이마에는 푸른 불을 달고서,



              - 이 영 춘

 

문득문득 오던 길을
되돌아본다
왠가 꼭 잘못 들어선 것만 같은
이 길

 

가는 곳은 저기 저 계곡의 끝
그 계곡의 흙인데
나는 왜 매일매일
이 무거운 다리를 끌며
가고 있는 것일까

 

아, 돌아갈 수도
주저앉을 수도 없는
이 길.





길처럼

            -  박 목 월


머언 산 구비구비 돌아갔기로
山 구비마다 구비마다

절로 슬픔은 일어...


뵈일 듯 말 듯한 산길

산울림 멀리 울려나가다
산울림 홀로 돌아나가다
어쩐지 어쩐지 울음이 돌고
 
생각처럼 그리움처럼...

길은 실낱 같다






▲ 나는 지금 어디에 서 있으며 가야할 곳은 어딘가. ⓒ 2018 한국의산천


길을 가는 사람만이 볼 수 있지 

길을 가는 사람만이 닿을 수 있지 

겨울나무처럼 그대는 고단하게 서 있지만 

길은 끝나지 않았어, 끝이라고 생각될 때 

그 때가 바로, 다시 시작해야 할 때인걸.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다

다만 내가 처음 가는 길일 뿐이다

많은 이들이 이길을 지났고

또 많은 이들이 거친호흡 내쉬며 이길을 달릴것이다 

 



▲ 나는 지도 한장,

작은 카메라만 가지고

자징구 타고 이세상 어디던지 떠날 수 있다 ⓒ 2018 한국의신천

 

                                 - 문 태 준


배꽃이거나 석류꽃이 내려오는 길이 따로 있어

오디가 익듯 마을에 천천히 여럿빛깔 내려오는 길이 있어서

가난한 집의 밥 짓는 연기가 벌판까지 나가보기도 하는 그런 길이 분명코 있어서

그 길이 이 세상 어디에 어떻게 나 있나 쓸쓸함이 생기기도 하여서

그때 걸어가본 논두렁길이나 소소한 산길에서 봄 여름 다 가고

아, 서리가 올 때쯤이면 알게 될는지

독사에 물린 것처럼 굳어진 길의 몸을





▲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무너져 내리는 소금창고 ⓒ 2018 한국의산천 

이제는 비릿한 바닷내음 조차 사라진 소래염전의 소금창고



소금

         

소금이

바다의 상처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소금이

바다의 아픔이란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상의 모든 식탁 위에서

흰 눈처럼

소금이 떨어져내릴 때

그것이 바다의 눈물이라는 걸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 눈물이 있어

이 세상 모든 것이

맛을 낸다는 것을  (류시화 시집, 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


 

소금 인형

            - 류 시 화

 

바다의 깊이를 재기 위해

바다로 내려간

소금인형처럼

 

당신의 깊이를 재기 위해

당신의 피 속으로

뛰어든

나는

 

소금인형처럼

흔적도 없이

녹아 버렸네



길 위에서의 생각
                             - 류 시 화


집이 없는 자는 집을 그리워하고
집이 있는자는 빈 들녁의 바람을 그리워한다
나 집을 떠나 길위에 서서 생각하니
삶에서 잃은것도 없고 얻은것도 없다 


모든 것들이 빈 들녁의 바람처럼
세월을 몰고 다만 멀어져갔다
어떤자는 울면서  웃을 날을 그리워하고
웃는 자는 또 웃음 끝에 다가울 울음을 두려워한다 


나 길가에 피어난 풀에게 묻는다
나는 무엇을 위해서 살았으며
또 무엇을 위해 살지 않았는가를
살아 있는 자는 죽을것을 염려하고
죽어가는자는 더 살지 못했음을 아쉬워한다 


자유가 없는자는 자유를 그리워하고
어떤 나그네는 자유에 지쳐 길에서 쓰러진다 




그간 어떻게 살아왔나?

이제는 정상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갈수있는 만큼 달리는거야 

지쳐 더이상 갈 수 없다면 돌아서며 그곳이 자기가 선택한 종착지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삶 또한 그렇게 살아야해.

자신의 영혼이 잘 따라오나 뒤를 돌아보면서...   

 

구부러진 길

                     - 이 준 관

 

나는 구부러진 길이 좋다.
구부러진 길을 가면
나비의 밥그릇 같은 민들레를 만날 수 있고
감자를 심는 사람을 만날 수 있다.
날이 저물면 울타리 너머로 밥 먹으라고 부르는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을 수 있다.


구부러진 하천에 물고기가 많이 모여 살 듯이
들꽃도 많이 피고 별도 많이 뜨는 구부러진 길.
구부러진 길은 산을 품고 마을을 품고
구불구불 간다.


그 구부러진 길처럼 살아온 사람이 나는 또한 좋다.
반듯한 길 쉽게 살아온 사람보다
흙투성이 감자처럼 울퉁불퉁 살아온 사람의
구불구불 구부러진 삶이 좋다.
구부러진 주름살에 가족을 품고 이웃을 품고 가는
구부러진 길 같은 사람이 좋다.






                                     - 신 경 림

 

사람들은 자기들이 길을 만든 줄 알지만
길은 순순히 사람들의 뜻을 좇지는 않는다
사람을 끌고 가다가 문득
벼랑 앞에 세워 낭패시키는가 하면
큰물에 우정 제 허리를 동강내어
사람이 부득이 저를 버리게 만들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것이 다 사람이 만든 길이
거꾸로 사람들한테 세상 사는
슬기를 가르치는 거라고 말한다
길이 사람을 밖으로 불러내어
온갖 곳 온갓 사람살이를 구경시키는 것도
세상 사는 이치를 가르치기 위해서라고 말한다
그래서 길의 뜻이 거기 있는 줄로만 알지
길이 사람을 밖에서 안으로 끌고 들어가
스스로를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는 것은 모른다
길이 밖으로가 아니라 안으로 나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에게만 길은 고분고분해서
꽃으로 제몸을 수놓아 향기를 더하기도 하고
그늘을 드리워 사람들이 땀을 식히게도 한다
그것을 알고 나서야 사람들은 비로소
자기들이 길을 말들었다고 말하지 않는다



아픔과 슬픔도 길이 된다

                                      -  이 철 환

 

오랜 시간의 아픔을 통해 나는 알게 되었다.
아픔도 길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바람 불지 않는 인생은 없다.
바람이 불어야 나무는 쓰러지지 않으려고
더 깊이 뿌리를 내린다.

 

바람이 나무를 흔드는 이유다.
바람이 우리들을 흔드는 이유다.

 

아픔도 길이 된다.
슬픔도 길이 된다. (이철환·소설가, 1962-)




나그네는 그저 못다 이룬 사랑의 기억만 가지고 가라 

 

성글어도 티끌 하나 빠뜨림 없는 저 하늘도

얼마나 많은 날개가 스쳐간 길일 것인가.


아득히 수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바다도

얼마나 많은 지느러미가 건너간 길일 것인가.


우리가 딛고 있는 한 줌의 흙 또한

얼마나 많은 생명이 지나간 길일 것인가.


낯설고 두려운 곳으로 갈 때에

나보다 앞서 간 발자국들은 얼마나 든든한 위안인가.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은 없지만

내게는 분명 처음인 이 길은 얼마나 큰 설렘인가. -시인 반칠환  







길은 저무는 산맥의 어둠 속으로 풀려서 사라지고,

기진한 몸을 길 위에 누일 때, 몸은 억압 없고 적의 없는 순결한 몸이다.

그 몸이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 아기처럼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길 앞에서 곤히 잠든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 동네 세차장에서 자징거 세차

진흙길을 누비고 다녔기에 자전거를 세차했다


옆에서 세차하던 사람이

나와 자전거를 보더니

나를 이상한 눈으로 쳐다본다.


내가 이상한 것인가?

그 양반이 이상한 것인가? ㅋ ㅋ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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