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지나가고 하늘색 고운 토요일
장봉도 라이딩
오래전 함께 자일에 연결하여 암벽등반을 하던 동지들
요즘은 함께 자전거를 타고 자전거길을 달린다
산 봉우리가 길게 연이어 늘어서 있어서
그 이름도 장/ 봉/ 도/
시원한 바람이 부는 하늘색 고운날 시원스레 다녀왔다
▲ 미세먼지 없는 시계가 매우 좋은 날
계양역에서 저 멀리 북한산군이 시원하고 깨끗하게 눈에 들어온다
능선 제일 왼쪽부터
원효봉~ 염초봉~ 그 뒤로 숨가쁘게 올라붙는 숨은벽 릿지~ 백운대 ~ (잘록한 부분이) 위문 ~ 만경대 릿지 ~ 노적봉 . . . . . 제일 우측에 비봉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학창시절부터 암벽등반을 하며 내 청춘의 추억이 고스란히 서려있는 곳.
아라뱃길 옆 계양역에서 공항철도를 타고
영종도 화물청사역으로 이동.
가벼운 마음으로 전철을 타고
바다와 섬으로 쉽게 갈 수있다는 것
이 또한 큰 행복이다
▲ 화물청사역 하차 (왼쪽부터 한국의산천/ 운산의 봄님/ 동동님 /)
이곳에서 자전거를 타고 6km를 달려서 삼목항으로 이동한다.
공항철도(전철)를 타고 삼목항을 통하여
신도 또는 장봉도를 가는 방법은 두가지가 있다
운서역에 내려서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방법과
운서역 다음역인 화물청사역에서 내려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 방법이 그것이다
위 사진의 인물이 과거(아래사진)60m / 9mm자일에 서로를 연결, 확보를 하고
생사고락을 함께하며 암벽등반을 하던 멤버들이다
▲ 운산의 봄님
산행 그리고 라이딩
기다리며 준비하는 설레임
나는 알았다 삶은 단순히 생존하는 것 그 이상임을.
나의 기쁨은 도착이 아니라 그 여정에 있음을. 그래 아무 생각없이 달리는거야!
▲ 하강 대기중인 동동님
하강지점 앞쪽으로 오전 새벽부터 올라왔던 루트가 수직으로 서있다
▲ 동동님
▲ 한국의산천
천 년 사직이 남가일몽이었고,
태자 가신 지 또다시 천 년이 지났으니,
유구한 영겁으로 보면 천년도 수유던가!
고작 칠십 생애에 희로애락을 싣고 각축하다가
한움큼 부토로 돌아가는 것이 인생이라 생각하니,
의지 없는 나그네의 마음은 암연히 수수롭다.
- 정비석 산정무한 中에서
공항청사역에서 삼목항으로 가는 길
나무가 많은 숲길 터널이라 참 좋다
‘신비'라는 말은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 속에도 신비는 있다.
오르막길 체인의 끊어질 듯한 마디마디에서,
기어의 톱니에서, 뒷바퀴 구동축 베어링에서,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서 흐르고 구른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나의 기억 창고에 사랑으로 남고 싶다
- 용혜원
너의 기억 창고에
사랑으로 남고 싶다
만남 속에 흐르는 시간들이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언젠가 떠나갈 것을 알기에
아쉽고 안타까워
야위고 쇠약해졌다
시간이 흐른 후에
홀로 남아도 후회하지 않을
아름다운 순간을 만들고 싶다
이 순간만큼은 행복하기에
머릿속을 떠도는
잡된 생각은 다 잊고 싶다
네가 살고 있는 세상에
살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존재할 수 있다
삶이란 아름다운 추억들을
기억 속에 남겨 놓는 것이다
▲ 완벽한 일상탈출은 왠지 배를 타고 육지를 벗어나야하는 것?
그 바닷가
- 용 혜 원
가고 싶다
그 바닷가
갯가 내음이 코끝에 와 닿고
파도소리가 음악이 되는 곳
갈매기들이 바다를
무대 삼아 춤추고
아름다운 섬들이
정겹게 이야기를 나누는 곳
수평선을 바라보면
가슴이 탁 트이고
오가는 배 한가로워 보이고
고락을 통하여 더 깊이
둘이 같이 있으면
속삭이기에 너무나 좋은 그곳
가고 싶다
그 바닷가
해변가 모래밭을 맨발로 걸으면
한없이 걸어도 좋을 그곳
파도가 바위에 부딪칠 때마다
더 힘차게 삶을 살아가고 싶은
열정이 생기게 하는 그곳
가고 싶다
그 바닷가
내 마음의 바다
- 용 혜 원
바람이 바다에
목청껏 소리치면
파도가 거세게 친다
나는 살아오며 제대로
소리 지르지 못한 것 같은데
바람에 힘입어 소리 지르는 바다
해변에 거침없이
밀려오는 파도를 보며
변하고 싶은 유혹을 느낀다
폭풍우 몰아치듯
살고 싶다는 것은
내 마음에 욕망이
불붙고 있다는 것은 아닐까
내 마음에
거친 바람이 불어오면
세상을 향해
나도 파도칠 수 있을까
늘 파도에 부딪쳐
시퍼렇게 멍들어 있는
이 바다를
그리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직도 소리치고 싶은
열정이 남아 있는 탓일까
세상을 향해
나도 파도치고 싶어진다
▲ 저 멀리 보이는 장봉도
섬에서
- 용 혜원
바다 가운데
떠있는
이 곳 섬에
나는 갇히고 말았습니다
그대 곁으로
돌아가야 할텐데
거센 바람에
배는 출항하지 못하고
내 마음만
그대 곁으로 달려가고 있습니다
하루 이틀 사흘 후에
돌아가리라 했는데
벌써 열흘이 지나고
또 하루 이틀 사흘이
지났습니다
머리 속이
잡다한 생각으로
꽉차 있어서
그대를 만난 후
떨어짐의 진한 아픔을
느꼈습니다
오랜 세월
그대 곁을 떠나
살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될까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대가 곁에 있는 것이
행복인 줄 알았습니다
그대가 곁에 있는 것이
기쁨인 줄 알았습니다
장봉도는 크고 작은 고개가 몇군데 있기에
적당히 땀을 흘려야 하는 섬 라이딩이다
라이딩
당근 힘들다
힘들어도 달리고
달리고 나면 행복이 가득하다
그래서 또 달린다
▲ 이대로 내려가면 푸른 바다로 빠져들듯한 다운 힐.
젊은 날
- 용혜원
젊은 날 사랑하자
쏟아지는 햇살을 받으며
바람과 맞부딪쳐 가며
뜨거운 가슴으로 내일을 이야기하자
온 세상이 내 것만 같은 날
숨차도록 달려가
으스러지도록 안아보자
파도가 부서지는 포말을 보며
우리 가슴 터지도록
펼쳐나갈 꿈
하늘
그 하늘 높이 소리쳐 보자
내일을 향하는 젊은 날
우리 뛰어가 보자
고통을 이겨 이상을 펼쳐가며
사랑이라 해도 부끄럼 없는 젊은 날
우리 서로 사랑하자
자전거 바퀴살에는
더 중요하고 덜 중요하고가 없다
한데 어우러져서 이지러지지 않는 원을 형성하고
그 힘이 모이는 중심축 허브를 드러낼 뿐이다.
▲ 면면히 이어지는 길
산의 기세가 숨을 죽이는 자리들만을 신통히도 골라내어 굽이굽이 산을 넘어간다.
그 길은 느리고도 질겼다….
그리고 그 길은 산속에 점점이 박힌 산간마을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다 챙겨서 가는 어진 길이었다.
어떤 마을도 건너뛰거나 질러가지 않았다.
길은 저무는 산맥의 어둠 속으로 풀려서 사라지고,
기진한 몸을 길 위에 누일 때, 몸은 억압 없고 적의 없는 순결한 몸이다.
그 몸이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 아기처럼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길 앞에서 곤히 잠든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 강화도 마니산이 손에 잡힐듯 가깝게 보인다
▲ 공항철도를 타고 계양역 하차
아라뱃길에는 아직도 많은 사람이 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