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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B등산여행

백두대간 구름 길에도 '올림픽'이 있다

by 한국의산천 2017. 10. 30.

백두대간 구름 길에도 '올림픽'이 있다

강릉=정성원 기자  입력 : 2017.10.30 03:57

출처 : Copyright ⓒ 조선일보 & Chosun.com


[강릉~평창~정선 '올림픽 아리바우길' 서면… 동계올림픽 100여일 前 가슴이 먼저 뛴다]

9개 코스 나눈 131.7㎞ 트레킹 길, 세 지역 이어 '하나된 열정' 상징
선자령선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 경포호선 아레나 빙상장 만나
간이역·안반데기엔 가을 정취


 

평창 동계올림픽이 102일 앞으로 다가왔다.

우리나라에서 처음 열리는 동계올림픽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강원도의 푸른 숨결을 호흡하며 걸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올림픽 아리바우길'.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올림픽'이라는 명칭을 쓰도록 한 국내 유일의 트레킹 코스다.

올림픽 경기를 치르는 정선군과 평창군, 강릉시는 IOC 측에

"3개 고장을 잇는 길을 만드는 것은 평화와 화합이라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한다"고 설명한 끝에 IOC의 승인을 받았다.

 


‘하늘 위의 땅’이라 불리는 강릉시 왕산면 안반데기에서 바라본 정선 노추산 자락. 해발 1100m의 고원에 있어 구름이 낮게 드리운 날엔 구름 속을 거니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곳은 고랭지 배추의 주산지이기도 하다. 가을이면 출하를 앞둔 배추가 산비탈을 푸르게 물들인다. /강릉시
 

'올림픽 아리바우길'은 올림픽(평창), 아리랑(정선), 바우길(강릉)에서 따왔다. 9개 코스, 총 연장 131.7㎞에 달하는 이 길은 정선 5일장부터 강릉 경포 해변까지 이어진다. 지자체별로 운영하던 길을 정비하고, 일부 구간은 새로 연결하면서 코스를 완성했다. 발길 닿는 곳마다 올림픽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선자령에선 평창동계올림픽의 상징인 알펜시아 스키점프 센터가, 강릉 경포호에선 아이스 아레나 등 빙상 경기장을 만난다.



◇5일장과 간이역의 정취

  


  올림픽 아리바우길의 출발점인 정선 5일장은 강원도 특유의 인정을 느낄 수 있는 곳이다.

수수부꾸미와 콧등치기, 올챙이 국수 등 트레킹에 앞서 든든하게 배를 채울 별미들이 많다.

매달 2일부터 5일 간격으로 서는 장날엔 정선아리랑 공연도 펼쳐진다.

정선 5일장을 지나면 한반도 지형 마을을 만난다.


해발 583m의 절벽에 설치된 전망대인 병방치 스카이워크에 올라가면

한반도 지형과 비슷한 밤섬이 한눈에 들어온다.


이어 고즈넉한 풍경을 간직한 간이역인 나전역과 아우라지역, 구절리역을 차례로 만난다.

아우라지역과 구절리역을 잇는 7.2㎞의 폐철로에선 레일바이크가 운행된다.

노추산을 지나 배나드리 마을에 이르는 길 한편엔 돌탑 3000여 개가 쌓여 있다.

흥선대원군 때 경복궁을 중수(重修)하기 위한 재목을 뗏목으로 엮어

한양으로 보낸 데서 이름 붙여진 배나드리 마을에 닿으며 백두대간 구간으로 길이 넘어간다.


◇백두대간 '구름의 땅'

백두대간 구간은 평창과 강릉의 경계를 오간다.

길의 시작은 강릉이다. '솔향의 도시'답게 출발지부터 하늘 높이 곧게 뻗은 금강 소나무가 환영의 인사를 건넨다.

소나무 숲을 지나면 도암댐이다.

1991년에 준공한 도암댐은 백두대간의 황병산(1407m)과 매봉(1173m)에서 발원하는 물을 가둬 만든 수력발전용 댐이다.

2001년부터는 발전을 중단해 인공호로 남아 있다.


도암댐을 지나면 '힐링 로드'가 열린다.

해발 1100m 고원에 있는 안반데기에선 하늘 위 구름이 손에 잡힐 듯 가깝다.

안반데기는 떡을 칠 때 아래에 받치는 넓은 나무를 일컫는 '안반'과

고원의 평평한 땅을 이르는 강원도 사투리 '데기'가 합쳐진 말이다.


고랭지 배추의 주산지이기도 한 안반데기에선

9월이면 195㏊의 산비탈이 푸른 배추로 물들어 한 폭의 수채화를 그려낸다.

올림픽 아리바우길을 설계한 이기호 강릉바우길 사무국장은

 "백두대간의 장쾌한 능선을 따라가는 이 길은 봄부터 여름까지는 초록 터널, 가을엔 오색 단풍, 겨울엔 상고대와 설경이 펼쳐져 장관을 이룬다"고 말했다.













구름도 쉬어가는 바람 부는 산,

선자령에선 백두대간과 어우러진 동해 바다의 비경을 한눈에 담을 수 있다.

능선 너머로 우뚝 솟은 알펜시아 스키점프센터도 마주한다. 백두대간 구간의 마지막은 명승 제74호인 대관령 옛길이다.

조선시대 화가 김홍도는 이곳의 풍경에 반해 산 중턱에서 '대관령도'를 그렸다.


◇'하나 된 열정' 느끼는 길

강릉 보광리에서 경포해변으로 이어지는 40.4㎞의 길은 올림픽 아리바우길 131.7㎞의 대미를 장식하는 구간이다.

보광리에서 명주군 왕릉에 이르는 길의 소나무는 예부터 어명을 받고서야 베어낼 수 있었던 신목이었다.

2007년 경복궁을 복원할 때도 이 소나무를 베어 기둥으로 사용했다.

경복궁 기둥으로 쓰려고 베어낸 소나무 그루터기 위엔 '어명정'이라는 정자가 지어졌다.


신라 태종 무열왕의 5대손이자, 강릉 김씨의 시조인 김주원의 묘가 있는 명주군 왕릉은 천 년 세월을 간직하고 있다.

왕릉을 지나면 경포호와 경포해변으로 이어지는 바다·호수길이다.

경포호에서 바라보는 석양은 언제나 황홀하다.

피겨스케이팅과 쇼트트랙 등 올림픽 빙상 종목이 열리는 경기장이 지척이다.


최문순 강원지사는 "평창과 정선, 강릉을 하나로 이어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의 슬로건인 '하나 된 열정'을 구현하려고 올림픽 아리바우길을 조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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