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가을의 전설
바람이 많이 부는 시월의 마지막 일요일 (2017 · 10 · 29)
어제에 이어 오늘도
내를 건너고 너른 들판을 가로 지르고 산길을 오르며
푸른 가을을 마음껏 호흡했다
진정한 자유, 여유있는 크로스 컨트리를 맛보았다
인천대공원과 소래습지공원~ 시흥 갯골공원 ~
관곡지~물왕리 저수지를 달리며 아름다운 가을의 전설을 보았다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참석자
스티브 박 / 소풀 / 김배 / 한국의산천 -4명
모든것을 떨쳐버리고 흔적을 지운다는것은 홀가분한 일이다.
울긋불긋한 단풍을 모두 떨어트리고 裸木으로 변해가는 당신은 정녕 아름답다
우리 인간도
몸을 감싸고 있는 위선과 허울을 모두 떨쳐 버린다면 몸과 마음이 얼마나 가벼울까? -한국의산천-
가을
- 김현승
봄은
가까운 땅에서
숨결과 같이 일더니,
가을은
머나먼 하늘에서
차가운 물결과 같이 밀려온다.
꽃잎을 이겨
살을 빚던 봄과는 달리,
별을 생각으로 깎고 다듬어
가을은
내 마음의 보석(寶石)을 만든다.
눈동자 먼 봄이라면,
입술을 다문 가을
봄은 언어 가운데서
네 노래를 고르더니,
가을은 네 노래를 헤치고
내 언어의 뼈마디를
이 고요한 밤에 고른다.
님께서 부르시면
- 신석정
가을날 노랗게 물들인 은행잎이
바람에 흔들려 휘날리듯이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호수에 안개 끼어 자욱한 밤에
말없이 재 넘는 초승달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포근히 풀린 봄 하늘 아래
굽이굽이 하늘가에 흐르는 물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파아란 하늘에 백로가 노래하고
이른 봄 잔디밭에 스며드는 햇볕처럼
그렇게 가오리다
임께서 부르시면......
가을에 아름다운 것들
- 정유찬
가을엔
너른 들판을 가로 질러
노을지는 곳으로
어둠이 오기 전까지
천천히 걸어 보리라
아무도 오지 않는
그늘진 구석 벤치에
어둠이 오고 가로등이 켜지면
그리움과 서러움이
노랗게 밀려 오기도 하고
단풍이
산기슭을 물들이면
붉어진 가슴은
쿵쿵 소리를 내며
고독 같은 설렘이 번지겠지
아, 가을이여!
낙엽이 쏟아지고 철새가 떠나며
슬픈 허전함이 가득한 계절일지라도
네게서 묻어오는 느낌은
온통 아름다운 것들뿐이네
열린 귀는 들으리라
한때 무성하던 것이 져버리고 만
텅빈 들녘에서 끝없이 밀려드는
소리없는 소리를... -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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