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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라온엠티비클럽 정서진 라이딩

by 한국의산천 2017. 10. 22.

라온엠티비 클럽

가을 햇살 좋은 일요일

오후 2시에 만나서 인천대공원 ~ 굴포천 ~ 정서진 라이딩


인천대공원의 가을은

진정 아/ 름/ 답/ 다/

29822

※ 스마트 폰에서는 음악이 재생되지 않습니다



가을 - 조병화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푸른 모자를 높게 쓰고
맑은 눈을 하고 청초한 얼굴로
인사를 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 하며
 

먼 곳을 돌아돌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의 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가을꽃 - 정호승

 

이제는 지는 꽃이 아름답구나
언제나 너는 오지 않고 가고
눈물도 없는 강가에 서면
이제는 지는 꽃도 눈부시구나

진리에 굶주린 사내 하나
빈 소주병을 들고 서있던 거리에도
종소리처럼 낙엽은 떨어지고
황국도 꽃을 떨고 뿌리를 내리나니

그동안 나를 이긴 것은 사랑이었다고
눈물이 아니라 사랑이었다고
물 깊은 밤 차가운 땅에서
다시는 헤어지지 말자 꽃이여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단풍 - 김종상
 

빨갛게 익어가는 감을 닮아서
잎사귀도 빨갛게 물이 들었네.
감나무에 떨어진 아침 이슬은
감잎에 담겨서 빨강 물방울.
 

샛노란 은행알이 달린 가지에
잎사귀도 노랗게 잘도 익었네.
은행나무 밑으로 흐르는 냇물
은행잎이 잠겨서 노랑 시냇물.



가을하늘을 보며 - 박재삼

 

일년 중 제일로
찬란하게 내리는
이 햇빛을 송두리째 받고
지금 곡식이 팽팽하게
여물이 다 든
이 빛나는 경치를 보게.
거기다 바람까지
살랑살랑 어느새
찬바람을 거느리고
잎새 둘레에 왔네.

이런 가을을
그 많은 세월 중
4분의 1이나 맞이하는 것이
얼마나 기특한지 몰라.
물 맑고 공기 좋은
여기를 피하고
도회지로 몰린 사람들아.
사람이 살기 편한
이 절실한 가을을
몸에 붙이지 않고
살이 어떻게 찔꼬.

섭섭하게
아주 섭섭하게
가을하늘만 드높이 개었네.



가을하늘 - 변종윤

드높은 구름
멀어진 하늘
고추잠자리 밭을 갈고
들녘엔 곡식들이
탐스럽게 무르익는 가을
내 두 손 펼쳐
가슴에 안아주련다.

고마운 가을 어머니가 삶아주신
밤고구마 바구니 담아
조잘대며 먹다보면
노을이 가을하늘에
한 폭 수채화 되고
우리 마음도 붉게 타오르는
설렘으로 한 편의 동시를 쓴다.



가을 억새

                                 - 정일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홈에서
마지막 상행성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당신의 가을하늘이 있으면 - 정세일



당신이 가지고 있는
가을하늘이 있으면
나에게 그 가을하늘을 보내주십시오 
당신이 그 가을하늘을
보내주신다면 누구나 하늘높이 떠서
새털구름처럼 날개를 만들어
날고 싶어하는 가을꿈을 만들어서
언제든 누구에게나
마음이 어두운 사람들에게
그 가을하늘을 나누어주겠습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가을하늘을 오늘
나에게 보내주신다면
그리움처럼 모락모락 피어나는
뭉게구름만을 모아서
솜사탕처럼 손에 잡히는 달콤함과
사근거리는 아름다움을 느끼도록 
마음이 외로운 사람들에게

가을하늘을 나눠주겠습니다

당신이 가지고 있는
그 가을하늘에 오늘은

하늘을 하얗게 날개를 달아주는
새털구름도 높이 떠있고
그리움을 손으로 잡을 수 있는
뭉게구름도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오늘 나는 당신이 보내주신
가을날개로 푸른 새소리를 가지고
노래하면서 당신의 가을하늘로
날개와 솜사탕을 가지려 날아갑니다



가을 - 김지하
 

어지럼증을 앓는 어머니 앞에
그저 막막하더니
집을 나서는데
다 시든 낙엽을 밟으니
발바닥이 도리어 살갑구나.



가을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낙엽소리 - 이생진
 
이거야
가을의 꽃이불
바로 이거야
나를 그 위에 눕게 하고
누워서 백운대 넘어가는
구름을 보며
이거야 바로 이거
나는 하루종일 아이가 되어
뒹글뒹글 놀다가
어미가 그리우면
아이처럼 울고
이거야 이거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 윤동주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었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도록
사람들을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말아야 하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기쁘게 대답할 수 있도록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어떤 열매를 얼마만큼 맺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내 마음 밭에 좋은 생각의 씨를
뿌려 좋은 말과 좋은 행동의 열매를
부지런히 키워야 하겠습니다.



네가 와서 기뻤고, 네가 와서 외로웠다... 너는 나의 가을이다

낙엽의 서걱거림에 내가 지나온 과거를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오월의 신록처럼 푸르렀던 청춘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낙엽에 띄우는 엽서 - 고은영

 
잘 가라 그대
기쁨이 되었던 그대
사랑으로 머물던 지상에
행복했던 기억을 접고
찬란한 웃음을 떼어놓으며
암전으로 돌아서 가는구나

 

아, 고뇌의 흔적으로 비워 낸 넋들은
그 뜨겁던 청춘을 내려놓고
고통으로 멍든 붉은빛 눈물과
이별을 수놓는 노란빛 손수건을 흔들며
이제 떠나가는구나
저 먼 레테의 강



남겨진 가을

                           - 이재무


움켜진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語)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 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난 조롱박으로 퍼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울음이 타는 가을강


                            - 박재삼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물 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와가는
소리죽은 가을강을 처음 보것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