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으로 읽는 동시] 가을 - 조병화
가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돌아오고 있습니다
푸른 모자를 높게 쓰고
맑은 눈을 하고 청초한 얼굴로
인사를 하러 오고 있습니다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 하며
먼 곳을 돌아돌아
어려운 학업을 마친 소년처럼
가을이 의젓하게 높은 구름의 고개를 넘어오고 있습니다.
―조병화(1921~2003)
떠났던 가을이 돌아왔다. 가을 마을 어귀에 들어섰다.
어려운 학업을 마치고 고향에 돌아온 소년처럼. 학업은 힘겹고 어려웠다.
꽃들과 헤어지는 아픔도 견디고, 무더위를 건너고, 험한 폭풍우도 뚫고 걸었다….
얼마나 힘들었겠는가. 하지만 어려운 학업 끝에 의젓함이 깃들었다.
의젓해져 만났던 어려움은 시침 떼듯 싹 지우고, 아득한 구름의 고개를 넘어서 왔다.
푸른 하늘모자 높게 쓰고, 맑은 눈 청초한 얼굴로 돌아와 "그동안 참으로 더웠었지요",
우리에게 위로를 건네는 가을의 푸른 손을 잡자.
어린이라고 일반시의 이 맛깔스럽고 산뜻한 가을 풍경을 맛보지 못할 이유가 없다. 학업, 청초 같은 말 어린이도 다 소화한다.
박두순 동시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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