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나무
[강판권의 나무 인문학] 때를 알면 군자로 살아갈 수 있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10>오동나무
계절에 맞게 떨어져 ‘제때’를 상징하는 오동나무 잎.
현삼과의 갈잎큰키 오동(梧桐)나무는 속이 비어 있어서 붙인 이름이다.
그러나 오동나무의 한자는 벽오동과의 벽오동과 혼용했기 때문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오동나무는 참오동, 개오동, 꽃개오동 등 다양하지만 오동나무만이 학명에 우리나라 원산으로 기록되어 있다.
오동나무의 속 빈 특징은 각종 가구나 악기를 만드는 데 적합했다.
오동나무로 악기를 만든 것은 벌레가 없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동나무로 만든 대표적인 악기가 거문고다.
그래서 ‘초동(焦桐)’을 거문고라 부른다.
초동은 중국 후한(後漢)시대 채옹(蔡邕)이
이웃 사람이 밥을 짓는 데 사용한 오동나무 타는 소리를 듣고 좋은 나무인 줄 알고
타다 남은 오동나무로 거문고를 만들었기 때문에 생긴 말이다.
그래서 거문고를 ‘초미금(焦尾琴)’이라 부르기도 한다.
신라 진흥왕 때 우륵이 사용한 가야금도 오동나무로 만든 것이었다.
오동나무의 또 다른 특징은 부드러움이다.
모친상을 당하면 오동나무로 만든 지팡이를 사용한다는
‘오동상장(梧桐喪杖)’은 부드러운 오동나무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단어다.
오동나무는 음양 사상에서 부드러운 여성과 잘 어울린다.
오동나무는 세월을 가늠하는 나무다.
많은 사람이 오동나무 잎이 떨어지는 것을 보고 가을을 느꼈다.
중국 남송시대 주희(朱熹)의 유명한 ‘즉흥시(偶成)’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젊은 날은 늙기 쉬우나 학업을 이루기 어려우니
아주 짧은 시간도 하찮게 여기지 말라
연못가 봄풀의 꿈이 깨기 전에
섬돌 앞 오동잎은 벌써 가을 소리를 내는구나.’
중국 사람들은 오동나무 잎을 보고 윤년까지 짐작했다.
중국 주(周)나라 성왕(成王)은 오동나무 잎을 제후(諸侯)의 믿음을 상징하는 홀로 삼았다.
이처럼 오동나무와 관련한 수많은 정보는 중국 송나라 진저(陳저)의 ‘동보(桐譜)’에서 얻을 수 있다.
오동나무는 때를 알리는 상징 나무다.
나무는 때에 맞게 살아가는 존재다. 사람도 때를 아느냐의 여부가 삶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래서 선현들은 늘 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시중(時中)’은 ‘중용’에서 공자가 때를 강조한 개념이다.
때에 맞게 하는 것은 공자가 가장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중용을 실천하는 것과 같다.
때에 맞게 살아간다는 것은 시류에 따라 살아간다는 뜻이 아니라 언제나 이치에 맞게 살아간다는 의미다.
그러나 어리석은 사람은 언제나 꺼리는 것 없이 때에 어긋나게 살아간다.
강판권 계명대 사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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