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계속되는 무더위다
36도를 웃도는 폭염이다
인천대공원 숲길과 습지공원 들판을 가로지르며 친구들과 가볍게 라이딩을 했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 하늘색이 너무 곱다
그리운 것은 다 산뒤에 있다.
- 김 용 택
이별은 손끝에 있고
서러움은 먼데서 온다.
강 언덕 풀잎들이 돋아나며
아침 햇살에 핏줄이 일어난다.
마른 풀잎들은 더 깊이 숨을 쉬고
아침 산그늘 속에
산벗꽃은 피어서 희다.
누가 알랴, 사람마다
누구도 닿지 않는 고독이 있다는 것을
돌아않는 산들은 외롭고
마주보는 산은 흰 이마가 서럽다.
아픈데서 피지 않는 꽃이 어디 있으랴
슬픔은 손끝에 닿지만
고통은 천천히 꽃처럼 피어난다.
저문 산 아래
쓸쓸히 서 있는 사람아
뒤로 오는 연인이 더 다정하듯이
그리운 것들은 다 산뒤에 있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강물이 생사가 명멸하는 시간 속을 흐르면서 낡은 시간의 흔적을 물 위에 남기지 않듯이,
자전거를 저어갈 때 25,000분의 1 지도 위에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지방도·우마차로·소로·임도·등산로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 나간다.
흘러 오고 흘러 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생사가 명멸하는 현재의 몸이다.
이끄는 몸과 이끌리는 몸이 현재의 몸 속에서 합쳐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고,
가려는 몸과 가지 못하는 몸이 화해하는 저녁 무렵의 산 속 오르막길 위에서 자전거는 멈춘다.
그 나아감과 멈춤이 오직 한 몸의 일이어서, 자전거는 땅 위의 일엽편주(一葉片舟)처럼 외롭고 새롭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나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과 길은 순결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신비'라는 말은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 속에도 신비는 있다.
오르막길 체인의 끊어질 듯한 마디마디에서, 기어의 톱니에서, 뒷바퀴 구동축 베어링에서,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서 흐르고 구른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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