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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신용물

by 한국의산천 2017. 2. 15.

오피니언 |  칼럼


[정민의 世說新語] [405] 검신용물(檢身容物)
 

정민 한양대 교수·고전문학 
 
입력 : 2017.02.15 03:15

 
 

   명나라 구양덕(歐陽德)이 검신(檢身), 즉 몸가짐 단속에 대해 말했다. "스스로 관대하고 온유하다 말해도, 느긋하고 나태한 것이 아닌 줄 어찌 알겠는가? 제 입으로 굳세고 과감하다 하지만, 조급하고 망령되며 과격한 것이 아닌 줄 어찌 알겠는가? 성내며 사납게 구는 것은 무게 있는 것에 가깝고, 잗다란 것은 꼼꼼히 살피는 것과 비슷해 보인다.


  속임수는 바른 것과 헷갈리고, 한통속이 되는 것은 화합하는 것처럼 보인다. 사소한 차이를 분별하지 않으면 참됨에서 점점 멀어진다.(自謂寬裕溫柔, 焉知非優游怠忽. 自謂發剛強毅, 焉知非躁妄激作. 忿戾近齊莊, 瑣細近密察. 矯似正, 流似和, 毫釐不辨, 離眞愈遠)"


   관대한 것과 물러터진 것은 다르다. 굳셈과 과격함은 자주 헷갈린다. 성질부리는 것과 원칙 지키는 것, 잗다란 것과 꼼꼼한 것을 혼동하면 아랫사람이 피곤하다.


  사기꾼처럼 진실해 보이는 사람이 없다. 그래야 상대가 속아 넘어간다. 자리를 못 가리는 것을 남과 잘 어울리는 것으로 착각해도 안 된다. 사람은 비슷해 보이지만 전혀 다른 것을 잘 분간해야 한다.


  진무경(陳無競)이 제시한 용물(容物), 곧 타인을 포용하는 방법은 이렇다.

"남의 참됨을 취하려면 융통성 없는 점은 봐준다. 질박함을 취할 때는 그 어리석음은 너그럽게 넘긴다. 강개함을 취하자면 속 좁은 것은 포용한다. 민첩함을 취하거든 소홀한 점은 넘어간다. 말 잘하는 것을 취하면 건방진 것은 눈감는다. 신의를 취했으면 구애되는 것은 못 본 체한다. 단점을 통해 장점을 보아야지, 장점을 꺼려 단점만 지적해서는 안 된다.(此歐陽德之檢身也. 取人之眞, 恕其戇, 取人之樸, 恕其愚. 取人之介, 恕其隘, 取人之敏, 恕其踈. 取人之辨, 恕其肆. 取人之信, 恕其拘. 可因短以見長, 不可忌長以摘短)"


   진실한 사람은 외골수인 경우가 많다. 질박하면 멍청하고, 강개하면 속이 좁다. 민첩한 사람에게 꼼꼼함까지 기대하긴 힘들다. 말을 잘하면 행동이 안 따르고, 신의 있는 사람은 얽매는 것이 많다. 그래도 좋은 점을 보아 단점을 포용한다.


  나 자신에 들이대는 잣대는 매섭게, 남에게는 관대하게. 우리는 늘 반대로 한다. 이덕무의 '사소절(士小節)'에서 인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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