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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운동, 숙제처럼 하면 오히려 병된다

by 한국의산천 2017. 1. 18.


[윤대현의 마음읽기] 운동, 숙제처럼 하면 오히려 병 된다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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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동이 숙제가 되어버린 분들께 "건강을 위해 운동하지 마세요"라 말씀드린다.

운동은 내 몸과 자연을 즐기는 활동이고 즐기다 보면 덤으로 건강해지는 것이다.

운동이 건강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의 목적이 되어야 하는데 뒤바뀌다 보니 즐거움을 주는 활동들이 피곤한 인생의 숙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새해 운동 결심하고 못 지킨다면 차라리 운동 안 하는 게 나아
금연 결심한 이들도 다른 취미 못 찾으면 중독성 못 벗어 오히려 더 고통


'목표달성'보다 '즐기는 한 해'를

 

윤대현 서울대병원 강남센터 정신건강의학과 교수
 

  건강에 대한 관심이 커진 만큼 다양한 건강 정보가 미디어를 통해 제공되고 있다. 특히 질병 예방을 위한 건강 행동에 대한 정보에 관심이 클 수밖에 없는데, 전문가들 답변이란 게 대부분 비슷해 허무하기까지 하다. '과음하지 말고, 금연하고, 등에 땀이 날 정도로 하루 30분 정도 주 3회 꾸준히 운동하라', 이 건강 상식, 모르는 이는 없으나 지키기가 쉽지 않다.

 

  "저는 30분 이상 걸어도 등에 땀이 나지 않아 걱정입니다." 어느 중년 남성의 고민이다. 건강 정보가 강박적인 스트레스를 주는 셈인데 운동이 삶의 숙제가 된 것이다. 운동이 건강에 좋은 것은 몸의 기계적인 움직임도 도움이 되지만 내 몸의 움직임을 느끼고 주변의 자연과 교감할 때, 마음에 쌓인 스트레스가 녹으며 이완되기 때문이다.


  전투 상태의 뇌가 평화 상태로 전환되는 것이다. 운동이 항우울제 버금가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그런데 운동을 숙제처럼 하다 보면 안 하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마음을 더 피곤하게 할 수도 있고 중간에 그만두기도 쉽다.


  운동이 숙제가 되어버린 분들께 "건강을 위해 운동하지 마세요"라 말씀드린다. 운동은 내 몸과 자연을 즐기는 활동이고 즐기다 보면 덤으로 건강해지는 것이다. 운동이 건강을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삶의 목적이 되어야 하는데 뒤바뀌다 보니 즐거움을 주는 활동들이 피곤한 인생의 숙제가 되어 버리는 것이다.


  창조성 개발이 공부에 도움이 된다는 생각에 자녀를 미술 전시회에 데려가는 부모의 마음이 이해된다. 그러나 이것도 앞뒤가 바뀌어 버린 일이다. 생존과 직접적 관계가 없는 예술이 오랜 시간 우리 곁에 함께한 것은 인생살이가 쉽지 않다는 증거라 생각한다. 위로와 풍성한 감성을 안겨주는 친구의 역할을 예술이 해 온 것이다. 그런 친구를 창조성 개발의 숙제로 만드는 것은 서글픈 일이다.


    운동은 하기가 어렵다면 술과 담배는 안 하기가 어렵다. 중독성 때문이다. '중독'이라 하면 못된 느낌이지만 좋지 않으면 중독이 될 리도 없다. 힘든 삶에 심리적 위안을 주기에 찾게 되고 그러다 보면 중독이 되는 것이다. 금지된 마약보다 중독성이 덜 하지 않다.


  죽으라 노력해 담배를 끊었더니 체중이 증가해 새로운 건강 고민이 생긴 경우도 있다. 니코틴 대신 먹는 것으로 쾌락 중추를 자극하다 보니 생긴 일이다.


  술, 담배를 줄이고 싶다면 '취미' 생활을 해야 한다. 취미는 자연과 문화예술을 즐기는 '능력'이고 '활동'이다. 취미가 강해지면 내 삶을 위로할 대체재가 만들어져 술, 담배와의 이별도 덜 힘들어진다. 그렇지 않으면 억지로 노력해서 이별해도 삶이 고단할 때 다시 손이 가기 쉽다.


  술, 담배와 전투할 에너지를 취미에 쓰는 지혜가 필요하다. 여기서도 술, 담배를 멀리하는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취미 자체가 목적이 되어야 한다. 운동도 숙제가 아닌 취미로 즐겨야 지치지 않고 꾸준히 하기 쉽다.


  일, 관계, 그리고 취미와 휴식을 즐기는 여가(餘暇)가 행복의 3요소라 하는데 균형 발전이 중요하다. 열심히 모범적인 인생을 살았건만 우울하고 의욕이 없어져 찾아온 분들에게 "취미가 있으세요?"라 물으면 "놀 줄 모릅니다, 그럴 여유가 없었어요"란 답이 많다.


   취미보단 생존을 위한 일이 더 중요한 삶의 목적이다 보니 마음을 위로하고 세상의 아름다움을 즐길 나만의 기술을 연마하지 못한 것이다. 일도 해야 느는 것처럼 취미 생활도 꾸준히 해야 세상의 아름다움을 즐기는 능력도 자라난다.


  파란 하늘을 볼 때 느끼는 감흥이 모두에게 다른 것이다. 올 한 해는 일보단 취미에 우선순위를 두면 어떨까 싶다. '일이 잘못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찾아오겠지만 두려워할 필요 없다. 잘 놀아야 일도 흥이 나게 할 수 있어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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