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인원의 사진산책
進化하는 사진 [출처
"중견 공무원, 새벽마다 사진 찍어 전시회 열고 TV 프로그램 나가
사진집 5권 낸 이동통신사 임원은 렌즈 보며 일상 근심·압박 벗어나
편리한 카메라와 SNS 공간으로 創作 지원군 모으는 '힐링 포토'"
최근 중년들 사이에 사진으로 마음을 다스리는 '힐링(healing) 포토'가 유행이다.
여기서 말하는 힐링 포토는 다른 사람들의 사진을 보고 감상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기가 직접 사진을 찍으러 다니면서 평소 쌓여 있던 스트레스나 우울한 기분을 날려버리는 것이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 발품을 팔아야 하고, 프레임 안의 구도를 고민하거나 좋은 광선을 기다려야 하는 고단한 일들이 어떻게 현대인들 마음의 병을 치유하는 데 도움이 될까?
과천 정부종합청사에서 근무하는 중견 공무원 J형은 원래 등산과 자전거 타기가 취미였다.
그는 들과 산으로 다니다 보니 어느 날 문득 아름다운 자연과 도시의 풍경을 카메라에 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했다.
2년 전, 보급형 미러리스(mirrorless) 카메라를 한 대 사서 산에 가거나 자전거를 탈 때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렇게 찍다 보니 사진을 알고 싶은 욕심이 생겼고, 직장인들이 모이는 사진 동아리에 가입하면서 본격적으로 사진을 배우기 시작했다.
J형의 취미가 사진이 되었다고 해서 항상 자유로울 순 없었다.
주중엔 출근해서 많은 공무를 처리해야 하고, 주말엔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변함없었다.
그래서 그가 생각해 낸 것이 남들보다 일찍 일어나서 해 뜨는 시간 전후인 새벽에 카메라를 들고 밖으로 나가는 것이었다.
버스 첫차나 이른 시간 지하철을 타고 한강이나 서울 시내 오래된 골목길을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었다.
원래 사진을 위해 좋은 자연광은 태양이 머리 위에 있는 대낮보다는 햇빛이 사각으로 비추는, 동이 트는 여명이나 늦은 저녁 시간에 있다. 햇빛의 각도가 피사체를 보다 입체적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J형이 사진 찍기 위해 선택한 출사(出寫) 시간은 어쩔 수 없는 것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사진이 나올 수 있도록 시간이 도와준 셈이 된 것이다.
사진을 찍기 시작하면 누구든지 내 사진이 과연 다른 사람들한테 어떻게 보일지가 궁금해진다.
J형은 자신이 찍은 사진 몇 장을 페이스북(facebook)과 같은 SNS에 올려 보았다. 사진에 대한 반응은 놀라웠다.
그가 처음 공개한 사진은 푸른 하늘의 뭉게구름을 배경으로 엄마 아빠의 손을 잡은 아이의 모습이 실루엣으로 나오는 따뜻한 가족애가 느껴지는 사진이었다. 수백 명의 친구가 '좋아요'를 눌렀고, 그런 격려에 힘입어 그는 계속 사진을 찍었다.
그 결과를 모아서 두 번의 공동 전시회를 열었고, 어떤 TV 방송국에서 그의 사진들로 30분짜리 프로그램이 두 번 만들어지기도 했다.
물론 그는 방송국으로부터 일체의 콘텐츠 사용료를 받지 않았다. J형은 평소에 공적 업무를 수행하면서 받는 심한 스트레스를 사진을 찍으면서 풀고 있으며 순수한 취미일 뿐이라고 했다.
한 이동통신사의 임원으로 일하는 초등학교 동창 M도 몇 년 전부터 우연한 계기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멋진 풍경 사진을 좋아하는 그는 사진을 찍기 위해서 들과 산으로 나갔다. '아무나 볼 수 없는 것을 누구나 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이 사진'이라는 말처럼 그는 자기가 만난 풍경들, 이름 없는 풀꽃과 바람에 흔들리는 나무, 해 지는 시골길을 프레임에 담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5권의 사진집으로 만들어 펴냈다.
▲ 일러스트=이철원 기자
최근 M은 매일 오전 11시와 오후 3시가 되면 어디에 있든지 눈앞에 보이는 것을 무조건 사진으로 찍어 보는 작업을 하고 있다.
한창 바쁘게 일할 시간에 어떻게 무거운 카메라를 챙겨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
M은 자신의 스마트폰 카메라도 훌륭한 사진기로 여긴다고 했다. 항상 가지고 다니기 때문에 어디를 가더라도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전날과 같은 장소에 있더라도 사진을 찍는다. M은 자신이 프로 사진작가가 아니기 때문에 누구를 위해서 찍는 사진이 아니라 자기가 좋아하는 사진을 계속 찍을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세상을 카메라 렌즈를 통해서 보는 순간만큼은 일상의 근심과 압박감에서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이고, 사진 동아리 사람들과 어울려 3~4시간 동안 함께 걸으면서 사진도 찍고 대화하는 동안 근심이 사라지고 운동도 된다고 했다.
그 또한 SNS에 자신이 찍은 사진을 올려 사람들에게 격려를 받을 때마다 어린아이처럼 기분이 좋아진다고 했다.
사진계는 지금 커다란 변화 중에 있다.
사진작가 신석교씨는 "고가의 DSLR 카메라가 아니라도 사진을 찍을 수 있고, SNS를 통해 사진을 보여줄 수 있는 지금은 사진의 '제2 개화기'"라고 했다.
단순히 사진 촬영이 전보다 편리한 카메라들이 나와서만이 아니다. 카메라가 필름을 버리고 메모리 카드에 사진을 저장하면서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다. 비싼 전문가용 카메라가 아니더라도 사진을 찍을 수 있고, 찍은 사진을 수많은 사람에게 쉽게 보여줄 수 있는 SNS와 같은 공간도 있다.
이런 진화된 환경에서 사진은 지금 감상(鑑賞)의 차원이 아니라 창작(創作)의 수준을 지닌 거대한 지원군을 끌어모으는 중이다.-조인원 멀티미디어영상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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