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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휘날리는 꽃잎속을 걷기

by 한국의산천 2014. 4. 10.

휘날리는 꽃잎속을 걷기[ 2014 · 4 · 10 · 목요일 맑음] 

 

도보여행자에게는 신발이 전부다. 모자니 셔츠니 명예니 덕목이니 하는 것은 모두 그 다음의 문제다.

 

  '동의보감'을 쓴 허준은 일찍이 걷기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약보(藥補)보다 식보(食補)가 낫고 식보보다 행보(行補)가 낫다고 했다.

아무리 좋은 약이나 음식보다 걷는 것이 최고의 보약이라는 말이다. 그래선가 요즘 주변을 둘러보면 걷는 사람들이 많다.그리고 걸어서 행복하다고 말한다.

다산 정약용 역시 걷는 것을 '청복(淸福)' 즉 '맑은 즐거움'이라고 보았다. 이렇듯 걷기는 이미 선조들로부터 검증된 건강법이다.

 

▲ 계산동에서 잠시 일을 보고 부평 집까지 걸었습니다 약 6km의 거리입니다 ⓒ 2014 한국의산천

 

원래 물고기는 헤엄치고, 새는 날고, 짐승들은 달리고 인간은 걸었다. 진화를 거듭하다 보니 인간만이 기구를 탔다.

흔히 건강의 3요소로 꾸준한 운동, 좋은 식습관, 감정의 조절을 꼽는다. 이 가운데 자신의 의지만으로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게 운동이다.

 

특히 일상의 걷기는 최적의 운동으로 친다.

세계보건기구(WHO)도 언젠가 '운동 권고문'을 냈다. '하루 30분씩만 걸으면 당뇨·심장병·뇌졸중의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그렇다 걷기는 신발만 신고 나가면 되는 '착한' 운동이다. 중요한 건 언제 길을 나서냐는 것이다.

 

▲ 바람에 떨어진 꽃잎이 눈송이처럼 바닥에 펼쳐져 있습니다 ⓒ 2014 한국의산천

매달려 있던 꽃잎들이 바람이 불 때마다 눈송이처럼 흩날립니다. 꽃잎이 진 자리에는 어느새 파릇한 잎들이 무성해지고 있습니다. 

 

 

  매화가 피었다. 1월 중순에 눈 속에서 봉우리가 맺혔고 이제 활짝 피었다. 매화는 잎이 없는 마른 가지로 꽃을 피운다. 나무가 몸속의 꽃을 밖으로 밀어내서. 꽃은 품어져 나오듯이 피어난다. 매화는 피어서 군집을 이룬다. 꽃핀 매화숲은 구름처럼 보인다. 이 꽃구름은 그 경계선이 흔들리는 봄의 대기속에서 풀어져 있다. 그래서 매화의 구름은 혼곤하고 몽롱하다. 이것은 신기루다.

 

  매화는 질 때, 꽃송이가 떨어지지 않고 꽃잎 한 개 한개가 낱낱이 바람에 날려 산화한다. 매화는 바람에 불려가서 소멸하는 시간의 모습으로 꽃보라가 되어 사라진다. 가지에서 떨어져서 땅에 닿는 동안, 바람에 흩날리는 그 잠시 동안이 매화의 절정이고, 매화의 죽음은 풍장이다. 배꽃과 복사꽃과 벚꽃이 다 이와 같다.

 

 

  산수유가 피었다. 산수유는 다만 어른거리는 꽃의 그림자로서 피어난다. 그러나 이 그림자 속에는 빛이 가득하다. 빛은 이 그람자 속에 오글오글 모여서 들끓는다. 산수유는 존재로서의 중량감이 전혀 없다. 꽃송이는 보이지 않고, 꽃의 어렴풋한 기운만 파스텔처럼 산야에 번져있다. 산수유가 언제 지는 것인지는 눈치 채기 어렵다. 그 그림자 같은 꽃은 다른 모든 꽃들이 피어나기 전에, 노을이 스러지듯이 문득 종적을 감춘다. 그 꽃이 스러지는 모습은 나무가 지우개로 저 자신을 지우는 것과 같다. 그래서 산수유는 꽃이 아니라 나무가 꾸는 꿈처럼보인다.

 

 

  산수유가 사라지면 목련이핀다. 목련은 등불을 켜듯이 피어난다. 꽃잎을 아직 오므리고 있을 떄가 목련의 절정이다.목련은 자의식에 가득 차 있다. 그 꽃은 존재의 중량감을 과시하면서 한사코 하늘을 향해 봉우리를 치켜올린다.

  

  꽃이 질떄, 목련은 세상의 꽃 중에서 가장 남루하고 가장 참혹하다. 누렇게 말라 비틀어진 꽃잎은 누더기가 되어 나뭇가지에서 너덜거리다가 바람에 날려 땅바닥에 떨어진다. 목련꽃은 냉큼 죽지않고 한꺼번에 통째로 툭 떨어지지도 않는다. 나뭇가지에 매달린 채, 꽃잎 조각들은 저마다의 생로병사를 끝까지 치러낸다.

 

 

  목련꽃의 죽음은 느리고도 무겁다. 천천히 진행되는 말기 암 환자처럼, 그 꽃은 죽음이 요구하는모든 고통을 다 바치고 나서야 비로소 떨어진다. 펄썩, 소리를 내면서 무겁게 떨어진다. 그 무거운 소리로 목련은 살아있는 동안의 중량감을 마감한다. 봄의 꽃들은 바람이 데려가거나 흙이 데려간다. 가벼운 꽃은 가볍게 죽고 무거운 꽃은 무겁게 죽는데, 목련이 지고 나면 봄은 다 건 것이다.

 

 

  향일암 앞바다의 동백꽃은 사람을 쳐다보지 않고, 봄빛 부서지는 먼 바다를 쳐다본다. 바닷가에 핀 매화 꽃잎은 바람에 날려서 눈처럼 바다로 떨어져내린다.

매화꽃잎 떨어지는 봄바다에는,나고 또 죽는 시간의 가루들이 수억만 개의 물비늘로 반짝이며 명멸을 거듭했다. 사람의 생명 속을 흐르는 시간의 풍경도 저러할 것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봄 바다 위의 그 순결한 시간의 빛들은 사람의 손가락 사이를 다 빠져 나가서 사람이 그것을 움켜쥘 수 없을 듯 싶어고, 그 손댈수 없는 시간의 바다위에 꽃잎은막무가내로 쏟아져내렸다.

 

봄은 숨어 있던 운명의 모습들을 가차없이 드러내보이고, 거기에 마음이 부대끼는 사람들은 봄빛 속에서 몸이 파리하게 마른다. 봄에 몸이 마르는 슬픔이 춘수다.

 

▲ 바람이 불어오니 눈송이 처럼 꽃잎이 흩날립니다 ⓒ 2014 한국의산천

열흘 붉은 꽃은 없다더니...꽃잎이 길을 하얗게 수놓습니다.

사람들은 자신이 영원할것 처럼 살지만 꽃은 아마도 자신의 향기와 아름다운 모습이 영원하지 않다는것을 알고 있을것입니다.

 


 13세기 고려 선종 불교의 6세 조사 충지는 지눌 문중의 대선사였다. 송광사에 오래 머무르면서 왕이 불러도 칭병하고 나아가지 않았다. 충지는 초봄에 입적했다. 충지는 숨을 거둘 때 "고향으로 돌아가는 길은 평탄하구나. 너희들은 잘 있으라"라고 말했다. 대지팡이 하나로 삶을 마친 이 고승도 때때로 봄날의 적막을 견디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산사의 어느 봄날에 충지는 시 한 줄을 썼다.

 

아침 내내 오는이 없어

귀촉도는 제 이름을 부르며 운다

 

이것은 꺠달은 자의 오도송이 아니라, 사람사는 마을의 봄을 그리워하는 노래다. 이 그리움은 설명적 언어의 탈을 쓰고 있지 않다. 그리고 이 그리움의 길은 출구가 없다. 봄의 새들은 저마다 제 이름을 부르며 울고, 제 이름을 부르며 우는 울음은 끝끝내 위로받지 못한다. 봄에 지는 모든 꽃들도 다 제 이름을 부르며 죽는 모양이다.

 

설요는 한국 한문학사의 첫장에 나온다. 7세기 신라의 젊은 여승이다. 그 여자의 몸의 아름다움과 시 한줄만이 후세에 전해진다. 그 시 한줄은 봄마다 새롭다. 이 젊은 여승의 몸은 꽃피는 봄 산의 관능을 건딜수 없었다. 그 여자는 시 한 줄을 써놓고 절을 떠나 속세로 내려왔다.

 

꽃피어 봄 마음 이리 설레니

아, 이 젊음을 어찌할거나 [글 발췌 : '김훈 자전거 여행'에서]

 

 

 

 

 

 

 

▲ 굴포천에 유유히 헤엄치는 오리 두마리 ⓒ 2014 한국의산천

자태가 고운 백조도 물 아래에서는 열심히 발을 젓는다고 했는데 자세히 보니 오리 역시 몸은 유유히 매끄럽게 미끄러지듯 나가지만 물 아래에서는 열심히 발을 젓고있었습니다

 

 

▲ '생각의 속도'는 뛰는 것이 아닌 '걷는 속도'에 맞춰야 한다 ⓒ 2014 한국의산천

걷기는 사물들의 본래 의미와 가치를 새로이 일깨워주는 인식의 한 방식이며 세상만사의 제 맛을 되찾아 즐기기 위한 보람 있는 우회적 수단이다. 

 

-나는 걸으면서 가장 풍요로운 생각을 얻게 되었다. / 키에르케고르
-심오한 영감의 상태. 모든 것이 오랫동안 걷는 길 위에서 떠올랐다. 극단의 육체적 탄력과 충만.../ 니체


"걷는다는 것은 지극히 본질적인 것에만 이 세계를 사용한다는 것을 뜻한다. 걷는 것은 헐벗음의 훈련이다. 걷기는 인간을 세계와 정대면하게 만든다.” 

“걷기는 시건을 그 본래의 조건에서 해방키켜 고간 속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의 내면속으로 난 길을 찾아 가게 한다.” 결국 걷기란 인간 자신의 내면의 길을 더듬어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 다비드 르 브르통의 산문집 - 걷기 예찬 中에서

 

 

 

님과 벗
                 - 김소월

벗은 설움에서 반갑고
님은 사랑에서 좋아라.
딸기꽃 피어서 향기(香氣)로운 때를
고초(苦草)의 붉은 열매 익어가는 밤을
그대여, 부르라, 나는 마시리.

 

 

 

  속담에서 오직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첫걸음이라지만 그 첫걸음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그 첫걸음으로 인하여 우리는 한동안 규칙적인 생활의 고즈넉함에서 뿌리가 뽑혀 예측할 길 없는 길과 날씨와 만남들과 그 어떤 다급한 의무에도 매이지 않는 시간표에 몸을 맡기게 된다.

 

  한끼의 검소한 식사가 때로는 최고의 만찬보다 더 나은 것이니 그 포만감과 유쾌함은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는다. 온종일 걷고 난 뒤의 허기와 달콤한 피로가 뒷받침하게 되면 별것 아닌 음식이 침을 고이게 하는 미식으로 변한다.

 

 

 

봄날
 
                          -  방 민 호
 
 

오늘처럼 세상이 반짝이는 날엔
사랑하는 사람조차 없었으면 해

 

머리 풀어 헤친 버드나무가 되어
스카이라인 위까지 올라가고 싶어

 

기억의 뿌리라면
수염뿌리까지 땅에 묻고 하늘로 솟아올라

 

따사로운 물속 부레옥잠처럼

바람에 흔들리며 낮잠이나 자고 싶어


잠들다 잠들다 꿈속에서
깨질 듯 맑은 웃음소리만 듣고 싶어

 

오늘처럼

오늘처럼 세상이 반짝이는 날엔

 

벚꽃 지다   - 방 민호


 날이 흐리다 어제보다 흐린 오늘 꽃이 떠나고 있다 네 슬픈 눈시울처럼 붉어진 흰 꽃잎 눈보라처럼 흩날리고 있다 나 여기 레테의 강 건너 네 곁으로 왔단다 우리 함께 있는 때만이라도 즐겁기로 했었지 약속을 어긴 건 당신이에요 너는 말하는데 꽃나무는 말이 없다 책을 읽어야 겠지 상처 다스리는 법이 페이지마다 씌어 있지 아무도 찾지 않는 방에 들어가 비밀스레 나의 모더니즘을 읽는다 꽃잎처럼 흩어진 시간 끝에 선다 벼랑 끝에 바람이 분다 모름지기 생은 스러지기 전에 한 번 크게 빛나는 법 꽃잎 떠난 자리에 황토비 내리겠지 너 떠난 자리에 칠흑이 서겠지 - 시집, 나는 당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고/실천문학/2010

 

 

 

 

 

앉아 있으면 생각이 잠든다. 걷지 않으면 정신은 움직이지 않는다. - 몽테뉴의 <수상록>에서

 

 

 

 

 

 

 

 

 

 

▲ 상동 호수공원옆에 도착했습니다. 이제 집에 거의 다왔습니다

 

장비 챙기기

집으로 돌아와서 이구석 저구석 뒤져서 네모난 코펠과 아주 작은 티타늄 버너를 찾아냈습니다.

당분간은 자전거를 탈 수 없기에 등산과 야영 그리고 여행을 다녀야하겠지요. 

 

▲ 접은 상태에서는 카드 크기만 합니다 즉 담배곽 크기정도 되겠네요 ⓒ 2014 한국의산천

 

▲ 스웨덴産 프리무스 버너. 크기는 작아도 화력은 대단히 셉니다 ⓒ 2013 한국의산천

 

▲ 에코가스 역시 화력이 좋습니다. 에코가스는 100% 프로판 가스이기에 영하 40도에서도 가능하다고 나오네요 ⓒ 2014 한국의산천

 

▲ 35년전에 구입한 미제 콜멘 가솔린 버너입니다 ⓒ 2014 한국의산천  

 

▲ 달 착륙선처럼 잘 생긴 콜멘 442 가솔린버너 ⓒ 2014 한국의산천

동계 취사시 막강한 화력을 자랑하던 버너이지만 요즘은 동계에도 가스(에코 프로판가스)버너 화력이 좋기에 잘 사용하지 않는다

 

▲ 그동안 자전거를 타느라 쳐박아 두었던 취사용 장비들입니다. 아직도 작동은 모두 원활합니다 ⓒ 2014 한국의산천

   또 다른 쪽에는 암벽장비가 가득한데 그것도 한번 꺼내어서 정리해야겠습니다  

 

 

▲ 집사람이 배낭 끈이 너덜거린다고 손봐달라고 합니다 ⓒ 2013 한국의산천

 

Tip : 길어서 너덜거리는 배낭끈 간편하게 처리하기 

 

준비물

타이어 튜브 (타이어 튜브에도 사이클용은 폭이 좁습니다. 제가 사용하는 튜브는 MTB용 26인치 X 2.1 입니다)

집 주변의 자전거 매장에 가셔서 인사를 잘하면 못쓰는 튜브를 쉽게 얻을 수있습니다  

 

가위로 튜브를 약 1.5cm간격으로 잘라서 허리 조임 밴드에 넣어주면 됩니다. 아주 쉽습니다.  

 

▲ 집사람과 저의 당일용 배낭입니다. 등판사이즈 (여성 WXS / 남성용 M) ⓒ 2014 한국의산천 

 

▲ 펑크가 여러번 나서 못쓰게된 튜브를 적당한 간격(약 1.5cm) 자릅니다 ⓒ 2013 한국의산천

 

▲ 튜브 자른것을 허리 밴드에 넣어주면 됩니다 ⓒ 2013 한국의산천

 

더블클릭을 하시면 이미지를 수정할 수 있습니다

 

▲ 허리의 조임밴드가 간단하게 정리되었습니다 ⓒ 2014 한국의산천

도보여행자에게는 신발이 전부다. 모자니 셔츠니 명예니 덕목이니 하는 것은 모두 그 다음의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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