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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한탄강 따라걷기

by 한국의산천 2012. 3. 3.

자전거로 가야할 길 자료 모음 [정리: http://blog.daum.net/koreasan ]

 

[걷기 | 철원 한여울길] 궁예의 왕국으로 흘러가는 한탄강 따라가기 [출처: 월간 산]
글·신준범 기자 | 사진·김승완 기자 

 
승일공원~고석정~송대소~태봉대교~직탕폭포 6.1km

 

철원 한여울길은 한탄강을 따르는 걷기길이다. 길을 기획하고 조성한 사단법인 철원공감의 강석규 팀장은 ‘한여울’이 ‘큰 강’이란 뜻이라며 철원의 큰 강을 따라가는 길이라고 설명한다. 한여울길 외에도 철원에는 과거 금강산 가는 철길을 따라가는 ‘금강산 가는 길’이 있다. 두 길을 합쳐 ‘쇠둘레 평화누리길’이라 한다.

 

  한여울길은 장단점이 뚜렷하다. 국내에서 유일한 화산강이라 기암절벽을 따라 걸을 수 있다. 기암절벽인 탓에 강과 가깝게 걷기보다는 도로를 따라 걷는 곳이 많다. 철원지역은 신생대 4기 화산활동에 의해 이루어졌으며 백두산, 제주도, 울릉도와 함께 가장 최근에 생긴 젊은 땅이다. 덕분에 주상절리와 화강암, 현무암 급경사 지대를 흔하게 볼 수 있다.

 


▲ 계절의 역동성을 그대로 보여주는 직탕폭포.


한여울길은 철원군 갈말읍에 위치한 승일공원에서 시작한다. 승일교~고석정~마당바위~송대소~태봉대교~직탕폭포~오덕7리에 이르는 8.3km 코스다. 그러나 직탕폭포까지 걷기길이 조성되어 있고, 오덕7리까지는 연내에 정비한다는 방침이다.

강석규 팀장의 안내로 걸음을 뗀다. 승일공원에는 넓은 주차장과 펜션, 정자, 전적비가 있다. 공원이라기보다는 대형 주차장이라 부르는 게 어울릴 정도로 주차장이 넓은 면적을 차지하고 있다. 빨간색의 현대적인 한탄대교와 나란히 서서 강 사이를 잇는 다리는 승일교다. 아치형의 독특한 모양새에 제법 세월의 흔적이 묻어난다. 승일교는 남한과 북한이 의도치 않게 합작해 만든 다리다. 1948년 북측 통치하에 있을 때 소련공법으로 공사를 시작했으나 6·25 전쟁 발발로 중단된다. 이것을 1952년 미군 공병대가 완공했다. 미군 공병대의 주관이었으나 실제 공사에는 철원 주민들이 동원되었다.

 

이후 1990년대까지 주민들의 교두보 역할을 하던 승일교는 1999년 철골아치로 만든 한탄대교가 개통되면서 지금은 차량 출입을 금하고 있다. 한여울길은 승일교를 걸어서 지나는 것으로 시작된다. 이승만 대통령의 ‘승’자와 김‘일’성의 이름을 따서 승일교라 이름 지어졌다고 알려졌지만 이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게 강석규 팀장의 말이다. 6·25 전쟁 당시 전공을 세우고 산화한 박승일 대령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승일교’라 했다는 것이다. 동송읍과 갈말읍의 경계에 위치한 다리는 높이 35m, 길이 120m, 폭 8m다.


 
▲ (왼쪽)한여울길은 자전거길로 만들어졌으나 현재는 걷기길로 바뀌었다. / 이곳에선 평범한 풍경이 도시인들에겐 추억이 된다.


강석규 팀장의 ‘철원공감’은 철원을 고향으로 둔 젊은 지식인들이 만든 시민단체다. 강 팀장은 철원을 고향으로 둔 아버지 세대는 거의 없다고 말한다. 6·25 전쟁 당시 격전이 벌어지며 원래 주민들이 대부분 남과 북으로 피란을 떠났으며 전쟁 후 돌아온 이는 20%도 되지 않았다고 한다. 이후 이주 정책에 의해 경상도와 전라도 등 타지 사람들이 이주해 왔다고 한다. 이주해 온 이들은 대부분 철원에 대한 애착이 없었고 향토문화는 금방 잊혀지게 되었다. 강 팀장 세대는 이주해 온 이들의 자식세대로 6·25 전쟁 이후 철원을 고향으로 둔 1세대라고 한다. 이들은 철원문화를 살리고 아이들에게 고향에 대한 문화를 알려주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승일교를 지나자 도로 곁의 인도를 따른다. 한여울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자연 흙길은 없다. 원래 자전거길로 만들어졌으나 걷기 붐이 일면서 걷기길로 이용되고 있다. 차량 통행이 비교적 적고 인도 구분이 명확해 불편은 없다. 길 오른편엔 철원 평야의 노란 빛깔 논이 이어진다. 길가에서 펜션을 자주 마주치는데 여름철 한탄강 래프팅 손님들이 주로 찾는다고 한다.


 
▲ 천재 화가가 그린 절묘한 한국화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고석정.


왼쪽으로는 야생조수류보호사가 있다. 기러기와 두루미, 독수리 등 희귀 조류가 많이 서식하는 철원 특성상 다친 조류를 치료하고 보호하는 곳이다. 이어 식당이 여럿 있는 삼거리가 나오는데, 고석정(孤石亭) 관광단지다. 여기서 한여울길을 잠깐 벗어나 고석정에 들른다. 철의삼각전시관 뒤로 이어진 길을 따라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된다. 고석정은 신라 진평왕 때 세운 정자로, 6·25전쟁 때 소실된 것을 1971년 재건했다. 유명한 것에 비하면 콘크리트로 세운 정자라 정자 자체는 감흥이 없다.

눈길을 끄는 건 협곡 아래의 섬처럼 서있는 거대한 바위다. 바위 위에는 소나무 군락이 자라는데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물씬 풍긴다. 정자에서 왼편 계곡 쪽으로 내려와 바라보면 정자와 협곡, 바위의 조화가 한국화를 보는 듯하다. 임꺽정이 고석정 주변에 산성을 쌓고 은거하면서 관군에 쫓기면 바위 뒤 동굴에 숨거나 물고기로 둔갑해 강물에 숨곤 했다는 전설이 내려오고 있다.


 
▲ (위)한여울길이 시작되는 승일교. 의도치 않게 남과 북이 합작하여 만든 다리다. / 철원 평야의 겨울 풍경.


고석정 관광단지를 나오면 본격적으로 한탄강을 따르게 된다. 차도 곁을 벗어난다. 20여m가 넘는 절벽의 검은 현무암과 강변에 하얗게 드러난 화강암, 얼어붙은 강물이 한탄강을 이루는 풍경이다. 강물이 흐르는 봄이 되면 훨씬 아름다울 것 같다. 이정표에는 ‘엄태웅 길’이라 적혀 있는데, 강석규씨가 한마디 한다. 연예인 엄태웅의 기획사에서 이곳에 고급 펜션 단지를 지으며, 길 이름을 그리 바꿨다고 한다. 그러나 철원 주민들은 엄태웅이 이곳 출신도 아니고 연관도 없는데 길 이름으로 사용하는 것에 대해 거부감을 가지고 있단다.

 

[걷기 | 철원 한여울길] 궁예의 왕국으로 흘러가는 한탄강 따라가기
글·신준범 기자 | 사진·김승완 기자

 
승일공원~고석정~송대소~태봉대교~직탕폭포 6.1km 여름 래프팅 시즌을 제외하면 수도권에서 철원을 찾는 관광객은 드물다고 한다. 수도권에서 멀지 않지만 문화적인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그 경계선이 산정호수라고 강씨는 얘기한다. 이상하게도 포천과 철원의 경계인 산정호수 넘어서는 오지 않는다는 것이다. 철원군청에서는 이런 마음의 거리를 좁히기 위해 걷기길과 DMZ 투어를 개발하는 등 노력을 하고 있다.

 

▲ 승일교에서 고석정으로 이어진 한여울길. 한여울길은 한탄강을 따라 걷는 철원의 대표적인 걷기 코스다.


전망데크에선 마당바위를 볼 수 있다. 눈이 쌓여 정확히 어떤 모양인지 쉽게 구분이 가진 않는다. 마당바위는 화산 폭발로 생긴 현무암이 파헤쳐져 밑에 있던 화강암이 드러난 대표적인 곳이다. 200평의 너른 바위이며, 철원 출신의 누드사진작가로 유명한 정운봉씨가 그의 사진집에 소개하면서 본격적으로 마당바위라 불리게 되었다. 다음 전망대에서는 협곡이 휘돌아 가는 것을 볼 수 있다.

한탄강의 아름다움을 집약한 송대소

걷는 동안 서쪽으로 내내 보이는 걸출한 산이 있는데 금학산이다. 철원평야 끝에 벽처럼 솟아 산세가 험해 보인다. 그래서 산행도 947m 산높이보다 더 힘들다고 한다. 옛날 철원이 도읍이었던 궁예의 태봉국 시절 산과 관련된 이야기가 있다. 도선국사가 금학산을 태봉국의 주산으로 삼으라고 건의했으나 궁예왕은 이를 묵살하고 고암산을 주산으로 정해 왕조가 단명했다는 것이다. 이렇듯 철원 전 지역은 궁예와 태봉국 전설이 곳곳에 남아 있다.

 

▲ 깎아지른 절벽과 휘감아 도는 강줄기를 모두 볼 수 있는 한탄강 명소 송대소.


다음 전망대에선 송대소(松臺沼)를 볼 수 있다. 송대소는 오랜 세월 물과 바람에 깎인 현무암이 절단면을 따라 덩어리째 수직으로 떨어져 나가 30여m 높이의 기암절벽을 이뤘다. 소나무가 병풍처럼 서 있고 수심이 깊어 이런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전망대 곁으로 엄태웅 기획사에서 새운 펜션 단지가 있다. 현대적이고 독특한 디자인으로 눈길을 끌지만 요금이 비싸 평소 손님이 드물다고 한다. 송대소 전망대 아래에는 작은 공원이 있다. 데크 가운데 커다란 느티나무 두 그루가 인상적이다.

 

펜션촌을 지나면 출발할 때 봤던 한탄대교와 흡사한 붉은 아치의 다리를 만난다. 태봉대교로 번지점프대가 있는 것이 눈에 띈다. 52m 높이의 상설 번지점프장으로 3만5,000원을 내면 5분 정도의 제한 시간 안에 뛰어내릴 기회가 주어진다. 제한 시간 안에 못 뛰어내리더라도 돈은 돌려주지 않는다고 한다.

 

▲ 승일교에서 고석정으로 이어진 길. 한여울길은 모두 포장되어 있어 자전거로 가기 좋다. 


태봉대교를 지나면 걷기의 종착지인 직탕폭포다. 멀리서 보면 인공으로 사방댐을 쌓아 물이 넘쳐흐르는 것 같아 보인다. 그러나 자연바위로 이루어졌으며 폭 80m, 높이 3m의 독특한 모양이다. 폭포 옆은 마치 하천 공사를 한 것 같은 벽이 있는데 인공 벽이 아니라 자연 주상절리다. 날이 따뜻해 얼음이 녹은 곳에서 물이 힘차게 흐른다. 관광객들과 사진사들이 겁도 없이 얼음이 깨진 부위 앞에서 사진을 찍느라 바쁘다. 폭포 인근에는 매운탕집이 있고 KBS TV 예능프로그램 ‘1박2일’ 촬영을 했다는 간판이 서있다. 강을 건너 태봉교로 돌아가 콜택시를 불러 승일공원으로 되돌아간다.

 

걷기 길잡이 흙길도 없지만 오르막도 없다. 차도를 따르는 곳이 있지만 매연이 심한 정도는 아니어서 걷기 어렵지 않다. 길의 본래 목적처럼 자전거로 가기 좋은 코스다. 그러나 자전거 대여점이 없고 원점회귀 코스가 아니어서 자전거로 도는 이는 드물다고 한다. 이정표나 표지기가 친절한 편은 아니지만 길이 단순하게 뻗어 있어 주요 기점만 따라간다면 길찾기는 쉽다. 종료지점인 직탕폭포에서는 도보용 다리가 있으므로 강을 건너 다시 태봉교로 돌아와 콜택시를 불러 승일공원으로 되돌아가면 된다. 승일공원~고석정~송대소~태봉대교~직탕폭포 코스는 6.1km에 2시간 30분 정도 걸린다.

 

 

▲ 한여울길 개념도
교통(지역번호 033) 신철원시외버스터미널(452-2551)에서 출발지인 승일공원까지 제일여객(신철원~동송) 버스가 새벽 5시부터 밤 10시까지 운행한다. 동송읍에서 콜택시(455-2274)를 부르면 요금미터기를 켜고 온다. 요금이 1만5,000원 정도 나온다.

숙식(지역번호 033) 걷는 코스 내내 숙소가 많다. 승일공원에 승일펜션(452-1949)이 있으며 태봉대교 부근의 아르고통나무펜션(010-9342-4367)이 가장 운치 있다. 신철원 버스터미널 근처의 50년 전통 철원막국수(452-2589)가 맛집이며, 고석정 앞 콩마을가마솥두부집(455-2869)의 두부전골도 별미다. 직탕폭포 앞의 직탕가든(455-6560)은 한탄강에서 잡은  메기, 쏘가리, 빠가사리 등으로 얼큰하게 끓이는 민물매운탕이 별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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