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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시인의 봄

by 한국의산천 2012. 3. 1.

내일은 봄비가 조금 내린다는데...

이곳에 오신 당신은 봄비를 좋아하시나요?   


[만물상] 시인의 봄 [ 박해현 논설위원 ]

 

▲ 개심사에서만 볼수있는 꽃잎 색깔이 특이한 청벚꽃 ⓒ 2012 한국의산천  

 

'강물이 풀리다니 강물은 왜 또 풀리는가/ 우리들의 무슨 설움 무슨 기쁨 때문에/ 강물은 또 풀리는가…'. 서정주의 시 '풀리는 한강(漢江)가에서'는 봄의 설움과 기쁨을 노래했다.

 

  해마다 혹독한 겨울을 피할 수 없는 사람의 운명이 서럽지만, 매서운 추위가 가시고 훈훈한 햇볕이 드니 봄 물결은 마침내 생명의 기쁨을 싣고 오기에 반갑다.

강물은 봄마다 다시 풀려 힘껏 살아보라고 사람들의 등을 두들기는 것이다.

 

 

 

 

▶시인들은 봄날 풍경 속으로 황홀한 언어를 투사(投射)해왔다. 종달새를 보곤 '반갑구나, 너 쾌활한 정령(精靈)이여'라고 노래한 시인도 있고, '꽃가루와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의 털에 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며 나른한 욕망을 풀어놓은 시인도 있다. 어느 시인은 '봄이 온통 달다'고도 했다. 그러나 지는 꽃잎은 삶의 덧없음을 잔인하게 일깨워준다. 4월의 한낮을 '창백한 학살'이라고 탄식한 시인, 봄의 환희와 절망을 '찬란한 슬픔'이라는 모순 어법으로 읊은 시인도 있다.

 

▲ 마음의 평안을 얻을 수있는 피안의 세계로 가는 통나무 다리인듯~ ⓒ 2012 한국의산천  

개심사 안양루 앞에 있는 작은 연못 저 다리를 건너면 피안의 세계로 가는 듯 ...

개심사가 자리한 상왕산은 코끼리를 뜻하며 코끼리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연못을 만들어 놓았다. 저 작은 통나무 다리를 조마조마하게 마음 졸이며 건너면 마음의 갈증이 풀어지며 몸과 마음이 가벼워질듯...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시 '봄'을 대표작으로 남긴 시인 이성부가 그제 봄이 오는 길목에서 일흔으로 삶을 마감했다. 그의 시에서 봄은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더디 왔기에 더 큰 기쁨을 안겨주는 자연의 선물이었다.

 

 

▶그는 산을 좋아해서 북한산만 1000번 넘게 올랐지만 7년에 걸친 암투병 끝에 눈을 감고 말았다. 부음을 들은 어느 시인은 "봄의 전령사로 빛났던 시인은 갔지만, 그가 묻힌 대지에서 그의 시(詩)들은 사람들의 영혼을 흔들어 깨우며 오래도록 봄 햇살에 빛날 것"이라고 추모의 글을 썼다. 봄기운이 아무리 강해도 죽음을 이길 순 없지만, 순환하는 봄은 부활의 상징이다. 도취하기 좋아하는 시인들이 축제를 벌이기에 적당한 때다.

 

 

▶프랑스에선 3월마다 '시인들의 봄' 축제가 14년째 열리고 있다. 보름 동안 극장과 학교, 카페에서 시낭송회가 줄을 잇는다. 미국 시인아카데미도 해마다 4월을 '전미(全美) 시의 달'로 정해 시의 대중화 운동을 벌인다. 지난 겨울은 유난히 길고 추웠다. 남녘에서부터 꽃소식이 올라오는 동안 시를 읽으며 봄날을 맞는 게 어떨까. 창밖에선 꽃망울이 맺히고 우리 마음속에선 언어의 꽃 한 송이가 움트는 기운을 느낄 수 있으리라.

 

이성부시인 별세

‘지리산’ ‘야간산행’의 시인 이성부가 2월 28일 고단한 삶의 산행을 마치고 영면에 들었다. 남도의 서정을 아름다운 시어에 담아냈던 이성부 시인이 이날 오전 8시 지병으로 별세했다. 향년 70세.

1942년 광주 출생인 그는 1960년 옛 전남일보(현 광주일보) 신춘문예에 시가 당선돼 문단에 나왔고, 시집 ‘우리들의 양식’ ‘빈산 뒤에 두고’ ‘작은 산이 큰 산을 가린다’ ‘우리 앞이 모두 길이다’ 등의 시집을 냈다. 또 ‘저 바위도 입을 열어’ ‘산길’ ‘눈뜨면 성큼 산이 다가오네’ 등의 산문집을 발표했고 현대문학상, 대산문학상, 편운문학상, 영랑시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봄을 기다리며

▲ 아름다운 개심사의 겹벚꽃 ⓒ 2012 한국의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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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 배따라기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비가 오면 추억 속에 잠겨요
그댄 바람 소릴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바람불면 바람 속을 걸어요
외로운 내 가슴에 남몰래 다가와 사랑 심어놓고 떠나간 그 사람을 나는요 정말 미워하지 않아요

그댄 낙엽지면 무슨 생각하나요 나는요 둘이 걷던 솔밭길 홀로 걸어요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나는요 비가 오면 추억 속에 잠겨요
외로운 내 가슴에 남몰래 다가와 사랑 심어놓고 떠나간 그 사람을 나는요 정말 미워하지 않아요

그댄 낙엽지면 무슨 생각하나요 나는요 둘이 걷던 솔밭길 홀로 걸어요

솔밭길 홀로 걸어요  솔밭길 홀로 걸어요

 

▲ 골단초 활짝 핀 개심사 심검당(尋劍堂) ⓒ 2012 한국의산천   

 

심검당(尋劍堂)은 지혜의 칼을 갈아 무명(無明)의 풀을 벤다는 뜻을 지닌 요사체이다. 

심검[심(尋찾을심), 검(劍 칼검)]당이란 사찰에서 주로 선실(禪室) 또는 강원(講院)으로 사용되는 건물에 많이 붙이는 이름으로, 지혜의 칼을 찾는 집이라 하여 심검당이라고 한다.

심검당의 검(劍 칼검)은 마지막 무명(無明)의 머리카락을 단절하여 부처의 혜명(慧明)을 증득(證得)하게 하는 취모리검(吹毛利劍)을 상징한다.

 

 
                    - 김광섭

 

 나무에 새싹이 돋는 것을

 어떻게 알고

 새들은 먼 하늘에서 날아올까

 

 물에 꽃봉우리 진 것을

 어떻게 알고

 나비는 저승에서 펄펄 날아올까

 

 아가씨 창인 줄은

 또 어떻게 알고

 고양이는 울타리에서 저렇게 올까

 

▲ 어른의 주먹보다도 더 큰 꽃송이,개심사의 아름다운 겹벚꽃 ⓒ 2012 한국의산천

 

▲ 일락산~ 가야산을 넘어서 개심사를 향하여 고고씽 ~ ⓒ 2012 한국의산천

 

▲ 지난해 봄 일락산을 지나서 개심사로 가는 가야산 안부에서 내포평야를 배경으로 ⓒ 2012 한국의산천

끝이 안보일것 같은 그 겨울의 혹독한 추위도 어둡고 긴 터널을 빠져 나오듯 어김없이 봄은 다시 돌아오네. 

올해도 봄이 한창 피어날 때 다시 자전거를 타고 이 길을 오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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