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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산다는 건

by 한국의산천 2012. 2. 7.

지하철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그 지하철을 타지 않았다

 

지하철 스크린 도어에 쓰여진 詩를 읽는다 

 

찰각찰각

돌아가는 환등기의 화면 속에

내가 있다가

없다가…….

 

▲ 길에서 만난 아름다운 詩 '산다는 건' ⓒ 2012 한국의산천

 

한순간 스쳐가는 그 세월을 내곁에 머물도록 하여주오 

 

지나가는 것과 서 있는것

지나가는 것은 지나가도 서있는것은 그자리에 그대로 서있다

 

▲ 일상의 순간포착에는 스마트폰이 편리하다 ⓒ 2012 한국의산천

 

산다는 건 

                     -  김 인 구 

꽃잎파리 

저린 밑가슴 안고

파랗게 태어나는 벌판

눈부시다

그 꽃들의 참말 

봄밤에 폭죽처럼 흐드러지면

나무는 보이지 않게 늙어가고

사랑은 보이지 않게 깊어간다

 

28823

 

그대 발길이 머무는 곳에 숨결이 느껴진 곳에 내마음 머물게 하여주오  그대 긴밤을 지샌 별처럼 사랑의 그림자되어 그곁에 살리라
아 내곁에 있는 모든 것들이 정녕 기쁨이 되게 하여주오  그리고 사랑의 그림자되어 끝없이 머물게 하여주오
한순간 스쳐가는 그 세월을 내곁에 머물도록 하여주오  꿈이 꿈으로 끝나지 않을 사랑은 영원히 남아 언제나 내곁에.

 

 

 

노을

  

                - 홍 해 리

보내고 난
비인 자리
그냥 수직으로 떨어지는
심장 한 편
투명한 유리잔
거기 그대로 비치는
첫이슬
빨갛게 익은
능금나무 밭
잔잔한 저녁 강물
하늘에는
누가 술을 빚는지
가득히 고이는
담백한 액체
아아,
보내고 나서
혼자서 드는
한 잔의
술.

 

▲ 나는 다시 도시로 돌아오고 있었다 ⓒ 2012 한국의산천

 

노을

                    - 조 병 화

해는 온종일 스스로의 열로
온 하늘을 핏빛으로 물들여 놓고
스스로 그 속으로 스스로를 묻어간다

아, 외롭다는 건
노을처럼 황홀한 게 아닌가.

 

 

황혼이 질 무렵

 

                      - 홍 수 희

석양을 보면
떠나고 싶다

이름 석 자 내 이름은 벗어버리고
의자에 앉았으면 앉았던 그 모습으로
언덕 위에 섰으면 서 있던 그 모습대로
바람이 불어오면 나부끼던 머리카락 그대로 두고

항상 꿈보다 더 깊은 꿈속에서
나를 부르던 아, 이토록 지독한 향수!

걸어가면 계속하여 걸어가면 닿을 것 같은
보이지 않는 그곳이 있어 아, 이토록 지독한 향수!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

             

                         - 용 혜 원

젊은 날의 사랑도 아름답지만
황혼까지  아름다운 사랑이라면
얼마나 멋이 있습니까

아침에 동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며
떠오르는 태양의 빛깔도
소리치고 싶도록 멋이 있지만

저녁에 서녘 하늘을 붉게 물들이는
노을지는 태양의 빛깔도
가슴에 품고만 싶습니다

인생의 황혼도 더 붉게
붉게 타올라야 합니다

마지막 숨을 몰아쉬기까지
오랜 세월 하나가 되어

황혼까지 동행하는 사랑이
얼마나 아름다운 사랑입니까.

 

 

노을

 

                     - 서 정 윤

누군가 삶을 마감하는가 보다
하늘에는 붉은 꽃이 가득하다

열심히 살다가
마지막을 불태우는 목숨
흰 날개의 천사가
손잡고 올라가는 영혼이 있나보다

유난히 찬란한 노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