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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필마단기

by 한국의산천 2011. 12. 22.

함께 그리고 혼자 가는 길 [2011 · 12 · 22 · 목요일]

 

필마단기 (匹馬單騎 : 혼자 한 필의 말을 타고 달려감) 

묶어 둘 수 없는 세월과 머무를 수 없는 시간속에 홀로 외로이 고군분투하며 전장을 누비는 장수처럼 나는 자전거를 타고 아름다운 江山을 둘러 볼것이다.

 

높은 山을 오르고
너른 들판을 달린다

 

▲ 나는 자징거와 똑딱이 카메라만 있으면 어디던지 출발 할 수 있으며 즐거울수있다 ⓒ 2011 한국의산천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
 
사람은 어디든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어디를 향해 가더라도
사람은 자기 자신보다 사랑스러운 것을 발견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도 자기 자신이 더 없이 사랑스럽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아는 사람은
다른 존재들을 해치지 않는다. - 임현담의 '강 린포체'중에서-

 

  교수신문이 최근 발표한 올해의 사자성어는 '엄이도종(掩耳盜鐘)이다. 즉 종을 훔쳐가는 도둑이 제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뜻이다. 무언가 소통의 부재를 뜻하는 답답함과 무식한 대범함을 대변하는 말이라고 느껴진다.

 

나는 올해 나만의 사자성어로 '필마단기 (匹馬單騎 : 혼자 한 필의 말을 타고 달려감)' 를 말하고 싶다. 나이가 들어 갈수록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져야 할것 같다.  

인간은 외롭기 때문에 대중과 어울리며 함께를 원한다. 그러나 스스로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그는 결코 외롭지 않을것이다.

 

필마단기 (匹馬單騎) 함께라도 좋지만 혼자에 익숙해져야한다. 이 세상을 살려면... 자전거의 매력은 함께 달려도 좋지만 혼자 달려도 좋다는 장점이 있다. 아주 홀가분하고 편하다.

너무 많은 인원이 움직이면 정신이 혼란하고 번잡스럽다. 그렇기에 카페 활동을 안하고 친구들과 조촐하게 등산이나 라이딩하기를 좋아한다.  

 

▲ 이곳을 방문해 주시는 여러분의 덕분에 2011년 12월 또 다시 우수블로그 (여행 / 맛집편)에 선정되었습니다. 감사함을 전합니다 ⓒ 2011 한국의산천

2011년 12월 선정 우수블로그보기 >>> http://blog.daum.net/_top/blog/vip?t__nil_navi=vipblog#c1=21&p=1

 

가을 그리고 아래는 오늘 촬영한 겨울

 

 

묶어 둘 수 없는 세월과 머무를 수 없는 시간속에 계절은 화살처럼 빠르게 지나가네.  

 

▼ 어느 한곳의 5계절 (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비 오는 날) 

 

▲ 하얀 벚꽃이 피던 어느 봄날 ⓒ 2011 한국의산천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건 힘 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 볼 틈없이

님 한번 생각 할 틈없이

아주 잠깐 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속에 피어날 때 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겨울 강에서

                        - 정호승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겨울 강 강언덕에 눈보라 몰아쳐도
눈보라에 으스스 내 몸이 쓰러져도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리
새들은 날아가 돌아오지 않고
강물은 흘러가 흐느끼지 않아도
끝끝내 흔들리지 않는 갈대가 되어
쓰러지면 일어서는 갈대가 되어
청산이 소리치면 소리쳐 울리 

 

 

 

혼자일 수밖에 없는 이유

                             - 이용채 -

돌아보면 언제나 혼자였다.
나를 사랑한다고 다가오는 사람에게선
내가 물러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서면
그가 물러났다.

나에게서 물러선 그에게 다시 다가서면
그가 부담스러워 나를 피했고
내가 물러섰는데도 다가오는 이는
내가 피하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더 아름다웠던 것을
내겐 늘
곁에 있어 줄 수 있는 이보다
내가 곁에 있고 싶은 이가 필요했던 것을.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나지지 않고
나를 만나고 싶다는 사람만이 자꾸 만나지는
어이없는 삶. 그러기에
나는 언제나 섬일 수밖에...

돌아보면 늘 섬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섬이 왜 우는지
아무도 몰랐고
섬이 왜 술잔을 자꾸 드는지
아무도 물어주지 않았다.
파도는 오늘도 절벽의 가슴에 부딪혀 온다.

 

 

알베르트 아인슈타인은 1935년 2월5일 아들 에두아르트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말했다.

" 인생은 자전거 타기와 같다. 균형을 유지하려면 끊임없이 움직여야만 한다."

 

산다는것이 나만 바쁘게 힘든 줄 알았더니 원래 그런것이었군 人生이란것이.

 

 

힘차게 달리다가

서서

둘러보고

느끼고

사진 촬영하고

그리고 또 달린다.

 

 

홀로서기 1  

                  -  서정윤

 

-- 둘이 만나 서는 게 아니라,

홀로 선 둘이가 만나는 것이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 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매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 돈키호테가 로시난테를 타고 거인으로 착각한 풍차를 향하여 공격하는 장면의 귀절이 떠오른다. ⓒ 2011 한국의산천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아무것도 없으니
미소를 지으며
체념할 수밖에......
위태위태하게 부여잡고 있던 것들이
산산이 부서져 버린 어느날, 나는
허전한 뒷모습을 보이며
돌아서고 있었다.

 

 

 4

 

 누군가가
나를 향해 다가오면
나는 <움찔> 뒤로 물러난다.
그러다가 그가
나에게서 떨어져 갈 땐
발을 동동 구르며 손짓을 한다.

 

 만날 때 이미
헤어질 준비를 하는 우리는,
아주 냉담하게 돌아설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아파오는 가슴 한 구석의 나무는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떠나는 사람은 잡을 수 없고
떠날 사람을 잡는 것만큼
자신이 초라할 수 없다.
떠날 사람은 보내어야 한다.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일지라도.

 

 

 

5

 

 나를 지켜야 한다
누군가가 나를 차지하려 해도
그 허전한 아픔을
또다시 느끼지 않기 위해
마음의 창을 꼭꼭 닫아야 한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얻은 이 절실한 결론을
<이번에는>
<이번에는> 하며 여겨보아도
결국 인간에게서는
더이상 바랄 수 없음을 깨달은 날
나는 비록 공허한 웃음이지만
웃음을 웃을 수 있었다.

 

 아무도 대신 죽어주지 않는
나의 삶,
좀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6

 

 나의 전부를 벗고
알몸뚱이로 모두를 대하고 싶다.
그것조차
가면이라고 말할지라도
변명하지 않으며 살고 싶다.
말로써 행동을 만들지 않고
행동으로 말할 수 있을 때까지
나는 혼자가 되리라.

 

 그 끝없는 고독과의 투쟁을
혼자의 힘으로 견디어야 한다.
부리에,
발톱에 피가 맺혀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다.

 

 숱한 불면의 밤을 새우며
<홀로 서기>를 익혀야 한다.

 

 

 7

 

 죽음이
인생의 종말이 아니기에
이 추한 모습을 보이면서도
살아 있다.
나의 얼굴에 대해
내가
책임질 수 있을 때까지
홀로임을 느껴야 한다.

 

 그리고
어딘가에서
홀러 서고 있을, 그 누군가를 위해
촛불을 들자.
허전한 가슴을 메울 수는 없지만
<이것이다> 하며
살아가고 싶다.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랑을 하자.

 

 

바닷가에서

 

                                               - 정호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게 좋다.

 

 동력은 풍문처럼 아득히 멀어져서 목마른 바퀴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데, 가장 완강한 가파름을 가장 연약한 힘으로 쓰다듬어가며 자전거는 굽이굽이 산맥 속을 돌아서 마루턱에 닿는다.

  그러므로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를 때, 길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올 뿐 아니라 기어의 톱니까지도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내 몸이 나의 기어인 것이다. 오르막에서, 땀에 젖은 등판과 터질 듯한 심장과 허파는 바퀴와 길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땅에 들러붙어서, 그것들은 함께 가거나, 함께 쓰러진다.

 

▲ 혼자 그리고 함께 달리는 길 ⓒ 2011 한국의산천

 

 

청춘은 영원하지 않다

흔히 나이가 그 기준이 되지만, 우리 삶의 어떤 부분을 가르켜 특히 그걸 꽃다운 시절이라든가 하는 식으로 표현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세상 일이 항상 그러하듯, 꽃답다는 것은 한번 그늘지고 시들기 시작하면 그만큼 더 처참하고 황폐하기 마련이다. - 젊은날의 肖像 中에서 -

 

 

최고의 삶

                   - 서은영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살아 있는 것이고
당신을 위한 사랑의 행위가 되며
그 행위 자체
아니, 사랑의 행위 그 이상의 것이 됩니다.

 

우리 사랑을 유지하기 위해
삶을 억제하라고
서로를 얽매어서는 안 됩니다.
삶을 억제함은
우리 사랑의 종말인 까닭입니다.

 

당신을 사랑하는 것은
우리 관계가 창의력을 불어넣는 것이며
갈등 속에서
일치하고자 주력하는 것입니다.

 

사랑한다는 것은
최고의 삶이며
최고의 삶은
사랑한다는 것입니다.

 

 

 

 길은 저무는 산맥의 어둠 속으로 풀려서 사라지고, 기진(氣盡)한 몸을 길 위에 누일 때, 몸은 억압 없고 적의 없는 순결한 몸이다. 그 몸이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 아기처럼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길 앞에서 곤히 잠든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자전거를 저어서 나아갈 때 풍경은 흘러와 마음에 스민다. 스미는 풍경은 머무르지 않고 닥치고 스쳐서 불려가는데, 그때 풍경을 받아내는 것이 몸인지 마음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

 

 

무념무상과 몰입 

목적지를 향하여 페달링하고 달리면서 달리는것 이외에 다른 생각을 할 수 없음은 몰입이고, 그 몰입이 세상사에 지친 몸과 뇌를 쉬게해준다.   

일상에서 벗어나는 일은 아무리 덥고 추워도 즐거운 일이다. 이일을 시켜서 해봐라. 누가 좋아서 하겠는가.

 

이 세상에는 두 부류의 사람이 있다. 자징거 타는 사람과 안 타는 사람 ~   

 

 

 

 

1단 기어는 고개의 가파름을 잘게 부수어 사람의 몸 속으로 밀어넣고,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의 몸이 그 쪼개진 힘들을 일련의 흐름으로 연결해서 길 위로 흘려 보낸다. 1단 기어의 힘은 어린애 팔목처럼 부드럽고 연약해서 바퀴를 굴리는 다리는 헛발질하는 것처럼 안쓰럽고, 동력은 풍문처럼 아득히 멀어져서 목마른 바퀴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데, 가장 완강한 가파름을 가장 연약한 힘으로 쓰다듬어가며 자전거는 굽이굽이 산맥 속을 돌아서 마루턱에 닿는다.

 

  그러므로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를 때, 길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올 뿐 아니라 기어의 톱니까지도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내 몸이 나의 기어인 것이다. 오르막에서, 땀에 젖은 등판과 터질 듯한 심장과 허파는 바퀴와 길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땅에 들러붙어서, 그것들은 함께 가거나, 함께 쓰러진다.

 

 

 

 

갈 대

                     - 신경림

 

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눈산에서

                  -김장호-

 

눈이 내리고 있다

무주공산, 어둑한 하늘 아래. 
시나브로 시나브로 내려 쌓이는 눈에

나무들도 무릎까지 빠져
움죽을 못한다.

 

이따금 가지 꺾어지는 소리뿐,

숲속은 적막,지난날 아쉬움도
다가올 두려움도 없다.

 

발소리가 나는데 하고

돌아봐도 나는 없고, 거기

저승 같은 풍경 한 장.

 

이대로 멈추어 서기만 하면

나도 거기 한 그루 나무로 잦아들어

차분한
그림 한 점 완성될 것 같은데,

 

부지런히 부지런히

발을 빼어 옮길 때마다 찰각찰각

돌아가는 환등기의 화면 속에

내가 있다가

없다가…….

 

꿈인가 생신가, 눈발에 가려

여기서는 이제

나무에서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눈산에서 

 

 

 

 

 

 

 

 

 

 

 

 

 

 

자전거를 타는 사람

 

                             -김 기 택

 

당신의 다리는 둥글게 굴러간다

허리에서 엉덩이로 무릎으로 발로 페달로 바퀴로

길게 이어진 다리가 굴러간다

당신이 힘껏 밟을 때마다

넓적다리와 장단지에 바퀴무늬같은 근육이 돋는다

장단지의 굵은 핏줄이 바퀴속으로 들어간다

근육은 바퀴표면에도 울퉁불퉁 돋아 있다

자전거가 지나간 길 위에 근육 무늬가 찍힌다

둥근 바퀴의 발바닥이 흙과 돌을 밟을 때마다

당신은 온몸이 심하게 흔들린다

비포장 도로처럼 울퉁불퉁한 바람이

당신의 머리칼을 마구 흔들어 헝클어뜨린다

당신의 자전거는 피의 에너지로 굴러간다

무수한 땀구멍들이 벌어졌다 오므라들며 숨쉬는 연료

뜨거워지는 연료 땀아 솟는 연료

그래서 진한 땀냄새가 확 풍기는 연료

그 연료가 타는 힘으로 당신의 다리는 굴러간다

당신의 2기통 콧구멍으로 내뿜는 무공해 배기가스는

금방 맑은 바람이 되어 흩어진다

투명한 콧김이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달달달달 굴러가는 둥근 다리 둥근 발

둥근 속도 위에서 피스톤처럼 힘차게 들썩거리는

둥근 두 엉덩이와 둥근 대가리

그 사이에서 더 가파르게 휘어지는 당신의 등뼈

 

 

 땅 위로 자전거를 저어갈 때 흙속으로 스미는 몸의 힘과 몸속으로 스미는 흙의 힘 사이에서 나는 쩔쩔맸다 페달을 돌리는 허벅지와 장딴지에 힘이 많이 들어가면 봄은 몸속 깊이 들어 온것이다. 봄에는 근력이 필요하고, 봄은 필요한 만큼의 근력을 가져다준다. 자전거를 멈추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몸을 떠난 힘은 흙속에 녹아서 보이지 않는다. 지나간 힘을 거둘수 없고 닥쳐올 힘은 경험되지 않는데 지쳐서 주저앉은 허벅지에 새 힘은 가득하다. 기진한 힘속에서 새 힘의 싹들이 돋아나오고 . 나는 그 비밀을 누릴 수 있지만 설명할 수 없다.

 

 

 

 

 

 

 

자전거를 저어서 나아갈 때 풍경은 흘러와 마음에 스민다. 스미는 풍경은 머무르지 않고 닥치고 스쳐서 불려가는데, 그때 풍경을 받아내는 것이 몸인지 마음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

 

  풍경은 바람과도 같다. 방한복을 벗어 버리고 반바지와 티셔츠로 봄의 산하를 달릴 때 몸은 바람 속으로 넓어지고 마음과 풍경이 만나고 또 갈라서는 그 언저리에서 나의 모국어가 돋아 나기를 바란다. 풍경을 건너오는 새 떼처럼 내가슴에 내려 앉아다오. 거기서 날개소리 퍼덕거리며 날아올라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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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함께도 좋지만 혼자만의 여행 또한 자유로움이 가득한 즐거움이 있다. ⓒ 2011 한국의산천

 

▲ 얽메이지 않는 부담없는 편안한 자유 그것은 혼자만의 여행이리라 ⓒ 2011 한국의산천

 

 

 

 

누구든 떠나갈 때는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한해가 저문다

열심히 살았느냐고 묻는다면 열심히 산다고 살았지만 그렇지 못한 부분도 있다고 말하고 싶다.

착하게 살았느냐고 묻는다면 착하게 살려고 노력하였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을것이다.

 

 

가야할 길은 아직도 먼데 해는 2011년 서산 너머로 진다. 

살아 있는 한 나는 언제나 아득한 끝없는 길을 달려야 한다. 가야할 길이 멀어서 그런것만은 아니다. 우리네 삶 자체가 그런것 아닐까?   

살아도 살아도 언제나 지난 시간을 후회하며 살아가는 회한의 세월 !

 

언제나 새로운 느낌으로 하루를 시작하지만 살다보면 또 하루 하루의 반복이 계속되고 천양희 시인의 '어떤 일생' 처럼 오르다 말고 걸어가다 마는 삶이 되어가는 것같은...-한국의산천-

 

어떤 일생

                                                            - 천양희


부판(蝜蝂)이라는 벌레가 있다는데 이 벌레는 짐을 지고
다니는 것을 좋아한다는데 무엇이든 등에 지려고 한다는데 무거운
짐 때문에 더 이상 걸을 수 없을 때 짐을 내려주면 다시 일어나
또 다른 짐을 진다는데 짐지고 높이 올라가는 것을 좋아한다는데
평생 짐만 지고 올라간다는데 올라가다 떨어져 죽는다는데

 

히스테리아 시베리아나라는 병이 있는데 이 병은 시베리아
농부들이 걸리는 병이라는데 날마다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을 때 곡괭이를 팽개치고 지평선을 향해
서쪽으로 서쪽으로 걸어간다는데 걸어가다 어느 순간 걸음을
뚝, 멈춘다는데 걸음을 멈춘 순간 밭고랑에 쓰러져 죽는다는데

 

오르다 말고 걸어가다 마는 어떤 일생

                      

시집 '너무 많은 입'(창작과 비평, 2005)中에서

 

 

무소불위의 철권통치자인 김정일 주석도 타계했다.

人生 ...權力의 무상함을 다시금 느끼는 순간이다.

 

누구든 떠나갈 때는 /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서편 하늘로 장려한 노을이 하늘을 수 놓는다. 가야할 길은 아직도 먼데 

살아 있는 한 나는 언제나 아득한 끝없는 길을 달려야 한다. 가야할 길이 멀어서 그런것만은 아니다. 우리네 삶 자체가 그런것 아닐까?   

언제나 지난 시간을 후회하며 살아가는 회한의 세월 ! 그렇게 2011년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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