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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소래 라이딩 1

by 한국의산천 2011. 4. 28.

소래포구 라이딩 1  [2011 · 4 · 28 · 목요일  날씨: 바람 많이 불고 구름이 끼었지만 그래도 하늘은 맑고 파란날 ·  이글 & 한국의산천 2명 ] 

 

▲ 뚝방에 노란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피어있다 ⓒ 2011 한국의산천

 

 노란 개나리꽃을 보면서 나는 소설의 한귀절...양양의 남대천 뚝방에 피어있던 노란 배추꽃을 떠올렸다.

 

그날...

낮술을 마시고 노란 배추꽃이 질펀하게 피어 있는 한낮의  밭두렁에 퍼질고 앉아 허무해서 그냥 목놓아 울고 싶은 그런 날 산조는 네팔로 떠났다 

 

산조가 히말리야로 떠나고 나는 미루고 있던 아내와의 일을 마무리 지었다. 판결은 수 초도 소요되지 않았다. 판사는 이 서류에 이의가 없느냐고 물었고 우리는 동시에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리고 끝이었다. 

 

  우리의 15년간 결혼생활의 종점은 마침내 이혼을 도출해 내고 아내와 나는 타인이 되었다. 치욕과 미움의 서울에서 인연의 모든 줄을 끊어버리고 이제 떠나려고 작정을 했을 때, 내 몸은 바람에 하늘거리는 말라버린 코스모스의 대궁마냥 힘이라고는 하나도 없었다

   그날 밤 나는 서울 거리를 혼자 정처없이 배회하다가 강남의 어느 술집에서 술을 마시고 여관에서 혼자 잠이 들었다. 밤새 잠을 못 이루고 뒤척이다 일어난 다음날 아침, 나는 남행 열차를 탓다. 내 차림은 청바지와 흰 운동화뿐 손에 든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 전용문의 '바람으로 남은 사람들 中에서 -

 

산마루에서 헤어진 그 사람은 아직도 그곳에서 기약없이 불어오는 바람으로 남아 있을까?

 

 

▲ 이글님과 만나기로 한 송내역으로 이동중에 한무리의 싸이클 팀이 도로를 지나간다 ⓒ 2011 한국의산천

▲ 송내역 앞은 언제나 자전거로 가득하다. ⓒ 2011 한국의산천  

 

▲ 벚꽃과 개나리 흐드러지게 핀 인천대공원 꽃길을 달리는 이글님 ⓒ 2011 한국의산천

 

산수유꽃 필 무렵 
                           - 곽재구-

꽃이 피어서
산에 갔지요

구름 밖에
길은 삼십 리

그리워서
눈 감으면

산수유꽃
섧게 피는
꽃길 칠십 리

 

▲ 이글님께서 촬영해 주신 제 사진. 요즘 신났어요 달리면서 서로를 촬영해주니 재미있네요 ⓒ 2011 한국의산천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건 힘 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 볼 틈없이

님 한번 생각 할 틈없이

아주 잠깐 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속에 피어날 때 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자전거를 타는 사람

 

                             -김 기 택

 

당신의 다리는 둥글게 굴러간다

허리에서 엉덩이로 무릎으로 발로 페달로 바퀴로

길게 이어진 다리가 굴러간다

당신이 힘껏 밟을 때마다

넓적다리와 장단지에 바퀴무늬같은 근육이 돋는다

장단지의 굵은 핏줄이 바퀴속으로 들어간다

근육은 바퀴표면에도 울퉁불퉁 돋아 있다

자전거가 지나간 길 위에 근육 무늬가 찍힌다

둥근 바퀴의 발바닥이 흙과 돌을 밟을 때마다

당신은 온몸이 심하게 흔들린다

비포장 도로처럼 울퉁불퉁한 바람이

당신의 머리칼을 마구 흔들어 헝클어뜨린다

당신의 자전거는 피의 에너지로 굴러간다

무수한 땀구멍들이 벌어졌다 오므라들며 숨쉬는 연료

뜨거워지는 연료 땀아 솟는 연료

그래서 진한 땀냄새가 확 풍기는 연료

그 연료가 타는 힘으로 당신의 다리는 굴러간다

당신의 2기통 콧구멍으로 내뿜는 무공해 배기가스는

금방 맑은 바람이 되어 흩어진다

투명한 콧김이 분수처럼 솟아오른다

달달달달 굴러가는 둥근 다리 둥근 발

둥근 속도 위에서 피스톤처럼 힘차게 들썩거리는

둥근 두 엉덩이와 둥근 대가리

그 사이에서 더 가파르게 휘어지는 당신의 등뼈

 

 

 

 

다시, 자전거를 저어서 바람 속으로 나선다.

  봄에는 자전거 바퀴가 흙 속으로 빨려든다. 이제 흙의 알맹이들은 녹고 또 부풀면서 숨을 쉬느라 바쁘다. 부푼 흙은 바퀴를 밀어서 튕겨주지 않고, 바퀴를 흙의 안쪽으로 끌어당긴다. 그래서 봄에는 페달을 돌리는 허벅지에 더 많은 힘이 들어간다. 허벅지에 가득 찬 힘이 체인의 마디를 돌리고, 앞선 마디와 뒤따르는 마디가 당기고 끌리면서 바퀴를 굴린다.

 

  몸의 힘은 체인을 따라 흐르고, 기어는 땅의 저항을 나누고 또 합쳐서 허벅지에 전한다. 몸의 힘이 흐르는 체인의 마디에서 봄빛이 빛나고, 몸을 지나온 시간이 밖으로 퍼져서 흙속에 스민다. 다가오는 시간과 사라지는 시간이 체인의 마디에서 만나고 또 헤어지고 바퀴는 구른다. 바퀴를 굴리는 몸의 힘은 절반쯤은 땅 속으로 잠기고 절반쯤이 작전거를 밀어주는데, 허벅지의 힘이 흙 속으로 깊이 스밀 때 자전거를 밀어주는 흙의 힘은 몸속에 가득찬다. 

 

 

봄의 부푼 땅 위로 자전거를 저어갈 때 흙속으로 스미는 몸의 힘과 몸속으로 스미는 흙의 힘 사이에서 나는 쩔쩔맸다 페달을 돌리는 허벅지와 장딴지에 힘이 많이 들어가면 봄은 몸속 깊이 들어 온것이다. 봄에는 근력이 필요하고, 봄은 필요한 만큼의 근력을 가져다준다. 자전거를 멈추고 지나온 길을 돌아보면, 몸을 떠난 힘은 흙속에 녹아서 보이지 않는다. 지나간 힘을 거둘수 없고 닥쳐올 힘은 경험되지 않는데 지쳐서 주저앉은 허벅지에 새 힘은 가득하다. 기진한 힘속에서 새 힘의 싹들이 돋아나오고 . 나는 그 비밀을 누릴 수 있지만 설명할 수 없다.

 

  자전거를 저어서 나아갈 때 풍경은 흘러와 마음에 스민다. 스미는 풍경은 머무르지 않고 닥치고 스쳐서 불려가는데, 그때 풍경을 받아내는 것이 몸인지 마음인지 구별되지 않는다 .

 

  풍경은 바람과도 같다. 방한복을 벗어 버리고 반바지와 티셔츠로 봄의 산하를 달릴 때 몸은 바람 속으로 넓어지고 마음과 풍경이 만나고 또 갈라서는 그 언저리에서 나의 모국어가 돋아 나기를 바란다. 풍경을 건너오는 새 떼처럼 내가슴에 내려 앉아다오. 거기서 날개소리 퍼덕거리며 날아올라다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강물이 생사(生死)가 명멸(明滅)하는 시간 속을 흐르면서 낡은 시간의 흔적을 물 위에 남기지 않듯이, 자전거를 저어갈 때 25,000분의 1 지도 위에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지방도·우마차로·소로·임도·등산로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 나간다. 흘러 오고 흘러 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생사가 명멸하는 현재의 몸이다. 이끄는 몸과 이끌리는 몸이 현재의 몸 속에서 합쳐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고, 가려는 몸과 가지 못하는 몸이 화해하는 저녁 무렵의 산 속 오르막길 위에서 자전거는 멈춘다. 그 나아감과 멈춤이 오직 한 몸의 일이어서, 자전거는 땅 위의 일엽편주(一葉片舟)처럼 외롭고 새롭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나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과 길은 순결(純潔)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祝福)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구르는 바퀴 안에서, 바퀴를 굴리는 몸은 체인이 매개하는 구동축(驅動軸)을 따라서 길 위로 퍼져 나간다. 몸 앞의 길이 몸 안의 길로 흘러 들어왔다가 몸 뒤의 길로 빠져나갈 때,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은 몸이 곧 길임을 안다.  

 

 

길은 저무는 산맥의 어둠 속으로 풀려서 사라지고, 기진(氣盡)한 몸을 길 위에 누일 때, 몸은 억압 없고 적의 없는 순결한 몸이다. 그 몸이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 아기처럼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길 앞에서 곤히 잠든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오르막을 오를 때 기어를 낮추면 다리에 걸리는 힘은 잘게 쪼개져서 분산된다. 자전거는 힘을 집중시켜서 힘든 고개를 넘어가지 않고, 힘을 쪼개가면서 힘든 고개를 넘어간다.

집중된 힘을 폭발시켜 가면서 고개를 넘지 못하고 분산된 힘을 겨우겨우 잇대어가면서 고개를 넘는다.

  1단 기어는 고개의 가파름을 잘게 부수어 사람의 몸 속으로 밀어넣고,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의 몸이 그 쪼개진 힘들을 일련의 흐름으로 연결해서 길 위로 흘려 보낸다. 1단 기어의 힘은 어린애 팔목처럼 부드럽고 연약해서 바퀴를 굴리는 다리는 헛발질하는 것처럼 안쓰럽고, 동력은 풍문처럼 아득히 멀어져서 목마른 바퀴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데, 가장 완강한 가파름을 가장 연약한 힘으로 쓰다듬어가며 자전거는 굽이굽이 산맥 속을 돌아서 마루턱에 닿는다.

  그러므로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를 때, 길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올 뿐 아니라 기어의 톱니까지도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내 몸이 나의 기어인 것이다. 오르막에서, 땀에 젖은 등판과 터질 듯한 심장과 허파는 바퀴와 길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땅에 들러붙어서, 그것들은 함께 가거나, 함께 쓰러진다.

 

   ‘신비'라는 말은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 속에도 신비는 있다.

  오르막길 체인의 끊어질 듯한 마디마디에서, 기어의 톱니에서, 뒷바퀴 구동축 베어링에서,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서 흐르고 구른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김훈 '자전거 여행' 中에서-

 

 

낡은 자전거

                              -안도현-   
    
너무 오랫동안 타고 다녀서

핸들이며 몸체며 페달이 온통 녹슨 내 자전거

혼자 힘으로는 땅에 버티고 설 수가 없어

담벽에 기대어 서 있구나

 

얼마나 많은 길을 바퀴에 감고 다녔느냐

눈 감고도 찾아갈 수 있는 길을 많이 알수록

삶은 여위어가는 것인가, 나는 생각한다

 

자전거야

자전거야

왼쪽과 오른쪽으로 세상을 나누며

명쾌하게 달리던 시절을 원망만 해서 쓰겠느냐

왼쪽과 오른쪽 균형을 잘 잡았기에

우리는 오늘, 여기까지, 이만큼이라도, 왔다

 

 

▲ 소래 어시장 앞에 있는 광장에서 ⓒ 2011 한국의산천

 

‘가슴아픈 이들은 포구로 가라’
‘저문 시간이면 순천만에 나간다. 눈앞에 펼쳐지는 너른 개펄이 좋고 개펄 냄새를 이리저리 싣고 다니는 바람의 흔적이 좋다…바람은 순례자의 옷깃을 흔들고, 일찍 도착한 철새 몇 마리가 순례자의 이마 위를 선회한다…하늘에는 노을이 장관이다…그러나 순천만의 노을이 하늘만 다 채운다고 생각하면 그 또한 단견이다. 노을은 땅 위에도 진다…개펄 위에는 썰물들이 남기고 간 작은 웅덩이들이 남아있다. 그 웅덩이 위에 노을이 살아 뜨는 것이다. 처음 그 노을을 보았을 때 나는 개펄 위에 무릎을 꿇었다’ - ‘묵언의 바다’ 中에서- 

 

 

 

 

 

 

 

 

 

나는 언제나 꿈꾼다.

자전거를 타고 우리나라 방방곡곡을 다 돌아볼것이라고....

 

그래 떠나는거야

그날을 기다리며 준비하는 설레임

나는 알았다 삶은 단순히 생존하는 것 그 이상임을.

나의 기쁨은 도착이 아니라 그 여정에 있음을. 그래 아무 생각없이 달리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