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사월의 끝 비가 내리고 꽃이 지네

by 한국의산천 2011. 4. 30.

四月의 끝날에 비는 내리고 꽃이 지네

 

아직도 젖은 노래처럼 너의 작은 가슴에 비가 내린다

 

▲ 지나간 그해 늦가을에도 오늘처럼 비가 참 많이 내렸다 ⓒ 2011 한국의산천

 

[바람의노래] 누나야 -임지훈-

 

四月의 끝

 

"참 싱싱해 뵈죠?'

다방 안으로 들어와 앉는 등산복 차림의 여자들을 보면서 형수는 말했다. 밖에는 문득 새옷을 갈아입고 싶게 만드는 사월의 오후가 화사하게 가로수 위에서 반짝 거리고 있었다.

.

.

(중략)

.

  나는 내설악 가까운 지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었다. 깎아 세운 듯한 산 밑으로 강물이 흐르고, 맞은 편에 논과 밭이 소복한 초가집을 에워싸고 있는 작은 마을, 거기에도 전쟁의 상처는 있었다. 폭격당한 국민학교나  강변의 웅덩이에 쌓여 있는 포탄에서는 아직 화약냄새가 풍겼고, 산에 나무를 하러 갔다가 지뢰를 밟고 온 몸이 해어져 들려오는 사람들의 피를 우리는 보았다. 그러나 아이들은 쉽고도 은밀하게 그 폐허들과 친해질 수 있었다. 밤이면 부서진 학교 건물에 숨으며 숨바꼭질을 했고, 포탄을 몰래 숨겨다 놓고 신기한듯 바라보고 했었다.

 

그때, 형이 학교엘 가 버리면 회앓이를 하는 배를 쓸면서 동무도 없이 한낮을 보내야만 했던 나에게 누나가 하나 있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일을 하러 나가면 집을 지키느라 학교엘 못 가곤 하던 누나였다. 얼굴이 노랗게 들떠서 양지쪽에 쪼그리고 앉아있는 내 배를 쓸어 내리며 누나는 어느날 이 모든 자연이 신비로 싸여 있음을 속삭였던 것이다.

 

  봄이어서 포근한 햇살이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나는 누나의 따스한 손에 배를 내맡긴 채 앞산을 바라보았다. 아지랭이 속으로 진달래가 한창이었다.

"너 저 산에 봉우리가 몇 개니?"

"하나 둘 셋. 셋이야 셋."

"그럼 골짜기는?"

"다섯인가 ···· 아냐 둘이지? 그지?"

"그래 둘이야 그 중에 오른쪽 거가 양짓골이고 왼쪽 거가 음짓골이야."

 

나는 무슨얘긴지 알 수가 없었따.

"양짓골은 우리 동네 이름인데"

"그래. 바로 저 골이 우리 동네 골짜기란말이야. 윗 것은 음짓말거고."

 

나는 누나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누나는 속삭이듯 말했다.

"저 골짜기에서 여우가 울면 남자가 죽고 돌이 구르면 여자가 죽는대."

"정말?"

나는 다급하게 물었다.

 

"그래. 전에 지뢰 밟고 죽은 사람 봤지? 그 사람이 죽던 날 밤에 음지골에서 여우가 밤새도록 울엇대. 그 사람이 음짓말에 산대."

 나는 앞산을 바라보았다. 이미 그것은 진달래가 아름답게 물든 산은 아니었다. 골짜기 마다 돌이 구르고 여우가 울며 달려올것만 같았다.  

 

전후의 식량난속에서 누나는 앓다가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눈물을 흘리며 맞은 몇대의 침이 그녀가 받은 치료의 전부였다. 소년은 누나의 얼굴같은 연을 날리며 성장해 버렸다. 날아가 버린 연을 생각하듯

.

.

(중략)

.

 

다방의 음악은 사월을 노래하고 있었다. 사월이 가면 가야할 사람, 오월이 오면 울어야 할 사람.

" 형수님 사월이 가면 무엇이 올까요?"

" 글쎄요, 군사혁명이 오겠죠"

 

형수는 정치적이다.

"사월이 가면 마지막 토요일인 가정의 날이 오겠지요

나는 참 가정적이다.

.

.

"생각했어요 죽음은 무엇일까... 다시 생명이 주어진다면 더 열심히 살겠다는 아픔을 가지고 기다리는것이라는 생각...

"네 나가요, 저 혼자 입원을 하겠어요."그리고 형수는 가만히 웃었다.

 

훗날 누가 천사의 미소를 보았냐고 묻는다면 나는 보았다고 대답하리라.

우리들은 다방을 나왔다. 사월의 마지막날에 바람이 우리를 감싸고 새로 피어난 나뭇잎이 흔들며 지나갔다.  -한수산 作 '사월의 끝'에서-

 

▲ 제3세대 문학 한수산의 매혹적인 서정적 문체, 섬세한 감수성이 잘 표현된 19권 ⓒ 2011 한국의산천

창밖을 보며 시계를 보고 자동차 키를 만지작 거린다. 나갈것인가 말것인가? 그리고 이 빗속에 어디로 갈것인가?  

 

'사월의 끝'은 한수산의 1972년 신춘문예 등단작이다. 이듬해 한국일보 장편소설 현상공모에 "해빙기의 아침"이 입선하고, 1977년에는 사라져가던 곡마단의 이야기를 쓴 장편 <부초>로 제1회 오늘의작가상을 받으면서 그는 1970년대 한국문학의 대표 작가가 됐다.

"사월의 끝"이 신춘문예에 당선된 해가 1972년이니 지금으로 부터 39년전의 일이다. 짧은 시간에 많은 세월이 흘렀구나.

 

'사월의 끝'의 마지막 장면에 그가 쓴 것처럼, "사월 마지막 날의 비 바람이 우리를 감싸고 새로 피어난 나뭇잎을 흔들며" 지나가고 있다.

 

한수산(韓水山, 1946년 11월 13일 - ) 강원도 인제군 내설악에서 출생하였고, 춘천고등학교와 경희대학교 영문과를 졸업하였다. 197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사월의 끝〉이 당선되어 등단하였고, 1973년 장편 《해빙기(解氷期)의 아침》이 《한국일보》에 입선하였다. 주요 작품으로 《부초(浮草)》,《유민(流民)》,《밤의 찬가》,《욕망의 거리》 등이 있다. 산문시와 같은 부드러운 문체를 통하여 시간과 생명과의 상관관계 및 생명의 가치에 대한 탐구를 보여주는 작가로 평가되고 있다.-위키백과 참고-

 

 

4월이라는 신선하고 풋풋한 계절 온 천지에 아름다운 꽃이 꽃대궐을 이루며 피었지만 사는게 뭔지 그 꽃 구경 한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사월의 끝을 맞았다.

오늘은 사월의 마지막 날. 얼마전 그 길고 추웠던 겨울을 지나고 맞던 그 봄 그 그사월이었는데... 이제 개나리 진달래 목련이 만발하던 그 사월을 느끼지도 못하고 보내야 합니다.

사월 나를 두고 안녕히 가시렵니까?  

 

밤새 천둥 번개를 동반한 비가 내렸다. 이건 봄비가 아니라 한여름 장맛비같은 느낌이다.

주말 아침 눈을 뜨니 비가 내린다. ㅠ ㅠ

챌린지 팀원들과 미리 잡아놓은 계획이 폭우로 인하여 다음 주로 연기되었다. 

오늘은 라이딩 계획이 없다고 문자공지를 했다

 

언젠가 맑은 태양이 뜨는 주말이 또 있겠지 머~

오늘은 아침부터 책을 읽으며 한잔하고 푹 쉬어야 겠다.  

 

 

눈물 흘리지마 작은 골목 귀퉁이 꿈을 잊었다고 눈물 흘리지마 구름처럼 스쳐간 허무한것을 뭐라 말하지마 그눈빛이 꺼질듯 내게 속삭이네 뭐라 말하지마 하늘저편 노을이 걸릴때까지 슬퍼도 울지못하는 민들레 꽃위에 햇살 가득한데 보아도 보이지 않고 잡아도 잡히지 않네 어디있니 누나야 젖은 노래처럼 너의 작은가슴에 비가 내린다고 언젠가 말했지 하염없이 걷고만 싶어 진다고 나를 부르지마 돌아서는 모습엔 슬픔뿐인 것을 나를 부르지마 스쳐가는 바람이 내모습인걸

 

 

28497

 누나야  -임지훈

 

눈물 흘리지마 작은 골목 귀퉁이 꿈을 잊었다고
눈물 흘리지마 구름처럼 스쳐간 허무한것을

뭐라 말하지마 그눈빛이 꺼질듯 내게 속삭이네
뭐라 말하지마 하늘저편 노을이 걸릴때까지

 

슬퍼도 울지못하는 민들레 꽃위에 햇살 가득한데
보아도 보이지 않고 잡아도 잡히지 않네 어디있니 누나야

젖은 노래처럼 너의 작은가슴에 비가 내린다고
언젠가 말했지 하염없이 걷고만 싶어 진다고

나를 부르지마 돌아서는 모습엔 슬픔뿐인 것을
나를 부르지마 스쳐가는 바람이 내모습인걸

하늘가 저편 맴도는 새들의 날개짓만 공허한데
들어도 들리지 않고 찾아도 찾을수 없네 어디있니 누나야

 

▲ 벌써 봄꽃이 지고 그리움은 작은 간이역의 코스모스로 피어난다고 했는데...ⓒ 2011 한국의산천

  

선운사에서  -최영미

 

꽃이

피는건 힘 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 볼 틈없이

님 한번 생각 할 틈없이

아주 잠깐 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속에 피어날 때 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 강화도 고려산의 진달래도 이 비에 잎을 모두 떨어트리겠지? ⓒ 2011 한국의산천

 

 

 

 

 

 

 

▲ 사계절의 봄은 항상 순환되어 돌아오지만 인생의 봄은 한번 가면 다시 돌아오지 않네 ⓒ 2011 한국의산천

 

 

▲ 四月의 끝에 내리는 비에 모든 꽃잎은 떨어지겠지 ⓒ 2011 한국의산천

 

 혼자일수밖애 없는 이유

                             - 이용채 -

돌아보면 언제나 혼자였다.
나를 사랑한다고 다가오는 사람에게선
내가 물러났고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서면
그가 물러났다.

나에게서 물러선 그에게 다시 다가서면
그가 부담스러워 나를 피했고
내가 물러섰는데도 다가오는 이는
내가 피하고 싶어 견딜 수 없었다.


나를 사랑해 주는 사람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더 아름다웠던 것을
내겐 늘
곁에 있어 줄 수 있는 이보다
내가 곁에 있고 싶은 이가 필요했던 것을.

만나고 싶은 사람은 만나지지 않고
나를 만나고 싶다는 사람만이 자꾸 만나지는
어이없는 삶. 그러기에
나는 언제나 섬일 수밖에...

돌아보면 늘 섬이 술을 마시고 있었다.
섬이 왜 우는지
아무도 몰랐고
섬이 왜 술잔을 자꾸 드는지
아무도 물어주지 않았다.
파도는 오늘도 절벽의 가슴에 부딪혀 온다.

 

 

사월의 마지막날에 비바람이 우리를 감싸고 새로 피어난 나뭇잎이 흔들며 지나갔다.

 

四月의 끝날 지금도 하염없이 비가 내리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