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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겨울바다 만나기

by 한국의산천 2011. 1. 8.

2011년 첫 라이딩

토요일 아침 부평에서 제부도까지 [2011년 1월 8일 토요일 날씨 맑음]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 시화 방조제를 지나서 그 다음 시화 방수제 끝에 도달하여 ( 저 멀리 뒤쪽으로 보이는 것이 시화 방조제입니다)  ⓒ 2011 한국의산천

 

작가 김훈은 말한다.

벗들아, 과학과 현실의 이름을 들먹여가며 가엾은 수사학을 조롱하지 말아다오.

나는 마침내 내 자신의 생명만으로 자족할 수 없고, 생명과 더불어 아늑하지 못하다. 그리고 이 부자유만이 나의 과학이고 현실이다. 나는 나의 부자유로써 나의 생명을 증거할 것이다.

살아서 아름다운 것들은 나의 기갈에 물 한 모금 주지 않았다. 그것들은 세계의 불가해한 운명처럼 나를 배반했다. 그러므로 나는 가장 빈곤한 한 줌의 언어로 그 운명에 맞선다. 나는 백전백패할 것이다.

만경강 저녁 갯벌과 거기에 내려앉는 도요새들의 이야기를 쓰던 새벽 여관방에서 나는 한 자루의 연필과 더불어, 말하여질 수 없는 것들의 절벽 앞에서 몸을 떨었다.

어두워지는 갯벌 너머에서 생명은 풍문이거나 환영이었고 나는 그 어두운 갯벌에 교두보를 박을 수 없었다. 나는 아무 것도 만질 수 없었다. 아무 곳에도 닿을 수 없는 내 몸이 갯벌의 이쪽에 주저앉아 있었다.

 

1999년 가을부터 2000년 여름까지 전국의 산천으로 끌고 다닌 내 자전거의 이름은 풍륜(風輪)이다 .가을의 마지막 빛 속에서 풍륜은 태백산맥을 넘었다.

눈 덮인 소백, 노령, 차령산맥들과 수많은 고개를 넘어서 풍륜은 봄의 남쪽 해안선에 당도하였다. 거기에 원색의 꽃들이 피어 있었다. 이제 풍륜은 늙고 병든 말처럼 다 망가졌다. 이 책을 팔아서 자전거 값 월부를 갚으려 한다.

 

사람들아 책 좀 사가라.

갈 수 없는 모든 길 앞에서 새 바퀴는 얼마나 아름다운가.

아, 아무것도 만질 수 없다 하더라도 목숨은 기어코 감미로울 것이다, 라고 나는 써야 하는가.

사랑이여, 이 문장은 그대가 써다오.

- 52살의 여름에 김훈은 겨우 쓰다 - 김훈

 

▲ 집에서 바닷가의 이 나무까지는 왕복 110km 그러나 오늘은 편도만 달렸다. ⓒ  2011 한국의산천

 

▲ 간척지를 만들기 위해 막은 뚝방은 참 길고도 길다  ⓒ 2011 한국의산천

 

"행복을 얻고 싶다면

 길을 아는 것으로 충분치 않다.  

 여행을 떠나야 한다"

 

▲ 모처럼 쉬는 날이라도 나는 밖으로 나와야 한다 ⓒ 2011 한국의산천

"나는 집에 있다는 것에 절망을 느꼈다. 나의 삶을 보내야 할 곳 가운데 지구상에서 이보다 나쁜 곳은 찾아보기 힘들 것 같았다."(알랭 드 보통)

 

너에게 난, 나에게 넌 - 자전거 탄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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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 ~후회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나에게 넌 내 외롭던 지난 시간을 환하게 비춰주던 햇살이 되고
조그맣던 너의 하얀 손위에 빛나는 보석처럼 영원의 약속이 되어

너에게 난 해질 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후회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나에게 넌 초록의 슬픈 노래로 내 작은 가슴속에 이렇게 남아
반짝이던 너의 예쁜 눈망울에 수많은 별이 되어 영원토록 빛나고 싶어.

너에게 난 해질 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 ~후회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 겨울로 접어들며 또한 업무가 바쁘기에 잔차를 못탓더니 배가 나오네.. 이룬,,, 어쩌나.. ⓒ 2011 한국의산천

 

너에게 난 해질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소중했던 우리 푸르던 날을 기억하며 우 ~후회없이 그림처럼 남아주기를
나에게 넌 내 외롭던 지난 시간을 환하게 비춰주던 햇살이 되고  조그맣던 너의 하얀 손위에 빛나는 보석처럼 영원의 약속이 되어

 

 

 

▲ 끝이 안보이는 방조제 길 달리기 ⓒ 2011 한국의산천

사람이나 동물에게는 질주 본능이라는 것이 있다. 나 역시 시간이 나면 MTB를 타고 달린다. 哲學은 고사하고 뭐 그 흔한 의미 부여도 없다.

그냥 오르는거야 그냥 달리는거야~ 즐거우니까. 나는 좋은 길을 빠르게 달리기 보다는 험한 길을 천천히 오르는 것을 좋아한다

 

 

▲ 바람을 막아주는 바위섬에 도착하여 ⓒ 2011 한국의산천

어쪄면 우리가 슬플 때 우리를 가장 잘 위로해 주는 것은 슬픈 책이고

우리가 끌어 안거나 사랑해야 할 사람이 없을 때 차를 몰고 가야 하는 곳은 외로운 휴게소 인지도 모른다.  

 

 

바다를 보고 싶었는데 시간대가 안맞아 바닷물은 못보고

찬바람 맞으며 땀 나도록 달리고 좋은 사람 만나서 자장면에 고량주를 한잔 마시니

유붕자원방래(有朋自遠方來)하니 불역 열호(不亦樂呼)아라~

 

 

마음 붙일 길 없는 오늘을 / 인간은 무엇에나  / 마음을 붙일 도리 밖에 없다.

태우는 한가치의 담배에서나 / 허잘것 없는 詩에서나.

 

▲ 허걱?  내 허리가 저렇게 굵어졌다니...그래서 난 겨울이 싫다 ⓒ 2011 한국의산천

 

 

살아서 자전거 페달을 굴리는 일은 얼마나 행복한가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해도,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바퀴를 굴리는 몸은 체인이 매개하는 구동축을 따라서 길 위로 퍼져나간다.

몸 앞의 길이 몸 안의 길로 흘러 들어왔다가 몸 뒤의 길로 빠져나갈 때,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은 몸이 곧 길임을 안다.”

 

자전거 여행 - 김훈-

 


자신을 진정으로 사랑하는 방법
 
사람은 어디든지 갈 수 있다.
하지만 어디를 향해 가더라도
사람은 자기 자신보다 사랑스러운 것을 발견할 수 없다.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도 자기 자신이 더 없이 사랑스럽다.

그러므로 자기 자신의 사랑스러움을 아는 사람은
다른 존재들을 해치지 않는다.

 

- 임현담의《강 린포체》중에서-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세상의 길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온다. 강물이 생사(生死)가 명멸(明滅)하는 시간 속을 흐르면서 낡은 시간의 흔적을 물 위에 남기지 않듯이, 자전거를 저어갈 때 25,000분의 1 지도 위에 머리카락처럼 표기된 지방도·우마차로·소로·임도·등산로들은 몸 속으로 흘러 들어오고 몸 밖으로 흘러 나간다. 흘러 오고 흘러 가는 길 위에서 몸은 한없이 열리고, 열린 몸이 다시 몸을 이끌고 나아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은 낡은 시간의 몸이 아니고 생사가 명멸하는 현재의 몸이다. 이끄는 몸과 이끌리는 몸이 현재의 몸 속에서 합쳐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고, 가려는 몸과 가지 못하는 몸이 화해하는 저녁 무렵의 산 속 오르막길 위에서 자전거는 멈춘다. 그 나아감과 멈춤이 오직 한 몸의 일이어서, 자전거는 땅 위의 일엽편주(一葉片舟)처럼 외롭고 새롭다.

 

자전거를 타고 저어갈 때, 몸은 세상의 길 위로 흘러나간다.

구르는 바퀴 위에서 몸과 길은 순결(純潔)한 아날로그 방식으로 연결되는데, 몸과 길 사이에 엔진이 없는 것은 자전거의 축복(祝福)이다. 그러므로 자전거는 몸이 확인할 수 없는 길을 가지 못하고, 몸이 갈 수 없는 길을 갈 수 없지만, 엔진이 갈 수 없는 모든 길을 간다.

구르는 바퀴 안에서, 바퀴를 굴리는 몸은 체인이 매개하는 구동축(驅動軸)을 따라서 길 위로 퍼져 나간다. 몸 앞의 길이 몸 안의 길로 흘러 들어왔다가 몸 뒤의 길로 빠져나갈 때,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은 몸이 곧 길임을 안다.

 

 

길은 저무는 산맥의 어둠 속으로 풀려서 사라지고, 기진(氣盡)한 몸을 길 위에 누일 때, 몸은 억압 없고 적의 없는 순결한 몸이다. 그 몸이 세상에 갓 태어난 어린 아기처럼 새로운 시간과 새로운 길 앞에서 곤히 잠든다. 갈 때의 오르막이 올 때는 내리막이다. 모든 오르막과 모든 내리막은 땅 위의 길에서 정확하게 비긴다. 오르막과 내리막이 비기면서, 다 가고 나서 돌아보면 길은 결국 평탄하다. 그래서 자전거는 내리막을 그리워하지 않으면서도 오르막을 오를 수 있다.

 

오르막을 오를 때 기어를 낮추면 다리에 걸리는 힘은 잘게 쪼개져서 분산된다. 자전거는 힘을 집중시켜서 힘든 고개를 넘어가지 않고, 힘을 쪼개가면서 힘든 고개를 넘어간다.

집중된 힘을 폭발시켜 가면서 고개를 넘지 못하고 분산된 힘을 겨우겨우 잇대어가면서 고개를 넘는다. 1단 기어는 고개의 가파름을 잘게 부수어 사람의 몸 속으로 밀어넣고, 바퀴를 굴려서 가는 사람의 몸이 그 쪼개진 힘들을 일련의 흐름으로 연결해서 길 위로 흘려 보낸다. 1단 기어의 힘은 어린애 팔목처럼 부드럽고 연약해서 바퀴를 굴리는 다리는 헛발질하는 것처럼 안쓰럽고, 동력은 풍문처럼 아득히 멀어져서 목마른 바퀴는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데, 가장 완강한 가파름을 가장 연약한 힘으로 쓰다듬어가며 자전거는 굽이굽이 산맥 속을 돌아서 마루턱에 닿는다. 그러므로 자전거를 타고 오르막을 오를 때, 길이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올 뿐 아니라 기어의 톱니까지도 몸 안으로 흘러 들어온다. 내 몸이 나의 기어인 것이다. 오르막에서, 땀에 젖은 등판과 터질 듯한 심장과 허파는 바퀴와 길로부터 소외되지 않는다.

 

 

 

나는 나무가 좋다
언제나 그 자리에서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 나무가 좋다

나는 언제나 나무같은 사람이 좋다
늘 제 자리에서 굳굳하게 변함없는 나무같은 사람이 좋다. -산천-

▲ 이곳이 오늘의 반환점이자 오늘 목적지입니다 돌아 갈 일이 걱정이지만... ⓒ 2011 한국의산천 


비방과 칭찬에 움직일 필요 없다.

 

(不虞之毁不足卹 過實之譽不足喜)

 

예기치 못한 비방에 근심할 것도 없고,

분에 넘치는 칭찬에 기뻐할 것도 없다. - 윤형로(尹衡老),

 

위 글은 조선 후기 학자 계구암(戒懼菴) 윤형로(尹衡老 1702~1782)가 지은 가훈(家訓) 가운데〈거향장(居鄕章)〉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저자는 “예기치 못한 비방에 근심할 것도 없고, 분에 넘치는 칭찬에 기뻐할 것도 없다. 내게 비방을 받을 만한 행동이 있으면 반성하여 고치면 된다. 그리고 내게 본래 허물이 없으면 남들의 괜한 비방을 두고 따질 것이 뭐 있겠는가. 내게 칭찬받을 만한 착한 행실이 있으면 남들이 칭찬하는 게 당연하다. 그러나 내게 본래 착한 행실이 없다면 남들의 괜한 칭찬은 도리어 수치스러운 일이 된다. 선비가 행실을 닦는 데 있어 비방과 칭찬에 움직일 필요가 없다.” 하였습니다.

 

이 글을 읽으며 동화 '팔려가는 당나귀'가 떠올랐습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팔러 장에 가면서 벌어진 일을 적은 이야기입니다. 아버지와 아들이 당나귀를 끌고 걸어가자 사람들은 더운 날 당나귀를 타지도 않고 그냥 간다고 비웃었습니다. 그래서 아버지가 당나귀를 타고 가자 어린 아들을 걷게 한다고 무정한 아비라고 손가락질하였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아들을 태우자 아버지를 걷게 한다고 버르장머리 없는 놈이라고 나무랐습니다. 어쩔까 하다 둘이 다 타고 가자 당나귀가 불쌍하다고 하면서 두 사람을 인정머리 없다고 비난했습니다. 결국 부자(父子)는 당나귀를 장대에 묶어서 메고 가다가 물에 빠뜨리고 맙니다.

 

칭찬 받기를 좋아하고 비난 받기를 싫어하는 것은 인지상정(人之常情)입니다. 그러나 칭찬에 기뻐하고 비방에 슬퍼하며 자기 중심을 잃고 흔들리기보다는, 소신에 따라 행동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지는 편이 훨씬 더 자유로울 수 있는 선택이 아닐까 합니다. - 하승현(한국고전번역원)-

 

 

 

 

땅에 들러붙어서, 그것들은 함께 가거나, 함께 쓰러진다. ‘신비'라는 말은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 속에도 신비는 있다. 오르막길 체인의 끊어질 듯한 마디마디에서, 기어의 톱니에서, 뒷바퀴 구동축 베어링에서,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서 흐르고 구른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 바닷가에 외로이 서있는 겨울 나무 아래서 ⓒ 2010 한국의산천

 

떠나라! 그곳에서 너를 발견할지니  

여행은 언제나 애초의 기대와는 달리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그 안에도 일상의 구잘구질함은 반드시 있다. 그러나 어느 날 문득, 정체된 도로 한가운데에서 지난해 여행길에서 보았던 ' 숭고한 풍경' 을 떠올리게 된다면, 그것만으로도 우리는 '노여움'을 누그러트리고 삶의 한계를 겸허히 받아 들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바로 여행의 힘이자 의미일 것이다.

 

 

 

 

갈 대 

                   - 신경림

 

언젠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 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위의 詩는 신경림 시인의 초창기 작품으로 1956년에 발표되었다. 내가 태어나던 그해에...) 

 

적막한 나무 (박목월 )

예전 사진 다시 올리기

 

 

 

적막한 나무

                  -朴木月-

 

人間은 무엇에나

마음을 붙일 도리밖에 없다.

아침에 마시는 커피에서나

갓파낸 커피빛 흙에서나

 

누구에게나

가을 하늘은 깊고

벼갯머리에서우는

귀뚜라미는 처량하다.

 

서늘한 접시의 찬 밥덩이로

굶주림은 면할 수 있겠지만

내면의 갈증은 풀 수 없다.

 

가을로 접어든 아침나절

十月의 나무는 고요하고

그 가지 사이로

먼 산은 선명하다.

 

마음 붙일 길 없는 오늘을

인간은 무엇에나

마음을 붙일 도리 밖에 없다.

태우는 한가치의 담배에서나

허잘것 없는 詩에서나.

 

※ 위의 詩는 모 제약회사 사보 "건강의 벗"에 1972년 10월호 첫페이지 권두시로 실렸던 것인데 너무 좋아서 제가 지금까지 필사해서 보관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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