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문화문학음악

금시조

by 한국의산천 2009. 12. 12.

금시조 (金翅鳥)  

 

▲ 金翅鳥처럼 활활이 떠오르는 왜목마을의 일출 ⓒ 2009 한국의산천

 

고죽은 운명을 다할 즈음에 앞서 자신의 작품을 모두 거두어 들이라고 말했다

작품이란 본시 그 작가가 운명을 하면 그 작품값이 더욱 가치가 높아지며 치솟는 법.

 

고죽은 말했다  

"더 없느냐? "

 

" 네 "

초현이 무감동 하게 말했다.

그간  수십차례 고죽의 작품을 소장한 사람을 찾아 다니며 거액을 들여 다시 사들인 자신의 작품이었다.  

 

고죽이 일생에 걸친 자신의 작품에서 단 한번이라도 보고 싶었던 것은 무엇일까?

 

임종을 앞둔 고죽은 말했다

 

" 그간 거두어 들인 전부를 거기에 모두 내려 놓아라 "

 

" 자 이제 시키는 대로 해라, 이것을 남겨두면 뒷사람까지 속이게 된다 "

 

" 거기다 불을 붙여라 "

 

그곳이 순간 술렁이며 일부는 고죽에게 달려나와 만류하는 사람도 있었다.

 

" 어서 그곳에 내려 놓고 불울 붙여라 ! "

임종을 앞둔 병자 답지 않게 높고 뚜렷한 목소리로 말했다  

 

마를대로 마른 서화 종이와 비단 헝겁, 개중에는 기름을 먹인것 까지 있었으니 불은 활활 잘 타올랐다.

맹렬하게 타오르는 불꽃이 일자 여기저기서 탄식과 한숨과 나지막한 비명까지 터져나왔다.

 

그곳에는 

고죽 평생의 일생이 불타고 있었고

고죽의 처절한 진실이 타오르고 있었고 

어느 사람에게는 고죽의 삶 자체가 불타고 있다고 느꼈다.

 

고죽의 진전들이 한꺼번에 불타는 그곳에서

고죽은 보았다.

그 불길 속에서 찬란한 금빛 날개를 쳐올리며 홀연히 솟아 오르는 한마리의 거대한 금시조를... 

 

-------------- 고죽이 숨진것은 그날 밤 8시 경이었다 향년 72세 ------  작가 이문열

 

다기망양 (多岐亡羊) : 여러 갈래로 갈린 길에서 양을 잃는다.

해는 서산으로 지는데 신발은 자꾸 벗겨지고 갈길은 멀기만 하구나 -한국의산천-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