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미루나무 [2008· 7· 11· 금요일 날씨 흐림· 한국의산천]
오래 전에는 흔히 볼 수 있었던 미루나무. 먼지나는 신작로 옆에 뽀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싸리 빗자루 모양으로 키높이 서있던 미루나무
개울가에서 고기잡이하며 더위를 식혀주던 매미 소리 요란했던 미루나무 이제는 여러가지 개량종으로 대체되어 보기 힘든 추억속의 나무가 되어버렸다.
미루나무는 미국이 원산지이며 미국에서 들어온 버드나무라는 뜻에서 미류나무(美柳나무)라고도 불렀다. 키높이는 30m에 이른다.
▲ 싸리빗자루 모양으로 외로이 높이 서있는 추억의 미루나무 ⓒ 2008 한국의산천
미루나무..
서울을 동경하던 한소녀의 슬픔이 하늘로 하늘로 날아가던 그 나무 보고싶다.
가고싶다. 내유년의 고향.
소녀에게
운동장은 늘 적막했다, 특히 토요일 오후나 일요일의 그 텅빈 적막감은
적막하다 못해 때론 두렵고 무섭기까지 했다
한조각 스치는 바람에도 소녀는 가슴을 떨었다
여름의 녹음 속에 울리는 매미소리가 공허를 타고 운동장에 흐르면
소녀는 알 수없는 슬픔에 눈물이 고이곤 했다
마을과 떨어진 사택은 늘 조용하고 외로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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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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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년의 한 소녀가 비오는 날, 운동장에 섰다
오늘은 그 허무한 매미소리도, 미루나무도, 포프라 나무도 없다
동그라미를 그리며 떨어지는 빗방울속에 그저
하나 둘 떠나 제 살 길을 가고 있는 유년의 내 가족들과 함꼐했던 시간들이
새삼, 그저 그리울 뿐이다...............................2008/6/17.비내리는 아침에
[이웃 블로거인 "헤세"님의 글 중에서]
▲ 어제 밤 10시 퇴근길에 본 소래포구의 야경 ⓒ 2008 한국의산천
퇴근 길에 차를 세워두고 다리 위로 걸었다. 겨울이면 매서운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곳이기에 걷자고 마음먹기 힘든곳이다.
작은 고깃배만 드나들던 소래포구가 밤에는 야경이 멋진 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다.
▲ 어제 밤 10시 퇴근길에 본 소래포구의 야경 ⓒ 2008 한국의산천
고깃배가 드나드는 갯골 위로는 고속도로가 지나고 한가했던 소래포구 뒤로는 고층아파트가 들어서서 불을 밝힌다. '상전벽해'고사성어가 떠오른다.
신선전 '마고선녀 이야기'에 이런 글이 나온다
桑田碧海 (뽕나무 밭이 변하여 푸른바다가 된다)
어느 날 선녀 마고가 왕방평(王方平)에게 "제가 신선님을 모신 지가 어느 새 뽕나무 밭이 세 번이나 푸른 바다로 변하였습니다[桑田碧海]. 이번에 봉래(逢萊)에 갔더니 바다가 다시 얕아져 이전의 반 정도로 줄어 있었습니다. 또 육지가 되려는 것일까요."
낙양성 동쪽 복숭아꽃 오얏꽃[洛陽城東桃李花]
날아오고 날아가며 누구의 집에 지는고[飛來飛去落誰家]
낙양의 어린 소녀는 제 얼굴이 아까운지[洛陽女兒惜顔色]
가다가 어린 소녀가 길게 한숨짓는 모습을 보니[行逢女兒長嘆息]
올해에 꽃이 지면 얼굴은 더욱 늙으리라[今年花落顔色改]
내년에 피는 꽃은 또 누가 보려는가[明年花開復誰在]
뽕나무 밭도 푸른 바다가 된다는 것은 정말 옳은 말이다[實聞桑田變成海]
▲ 하늘 흐린날 아침 미루나무가 있는곳으로 가기 위해 지난해 겨울 찾았던 길을 따라 갑니다 ⓒ 2008 한국의산천
겨울 그리고 여름... 계절은 변함없이 순환하고 있습니다. 산천은 의구한데 변해가는 것은 사람입니다.
▲ 기억의 한계는 어디까지 일까? ⓒ 2008 한국의산천
지난 겨울에 잠시 지나며 촬영했던 자리를 기억하며 서서 촬영했는데 꼭 같은 자리에 섰습니다
▲ 계속해서 미루나무가 있는곳으로 가기 위해 지난해 겨울 찾았던 길을 따라 갑니다 ⓒ 2008 한국의산천
▲ 역시 오늘도 꼭 같은 길을 따라 갑니다 ⓒ 2008 한국의산천
이길은 좁으며 주변이 과수원과 산으로 이루어져서 차량이 거의 다니지 않는 길입니다 가끔 산악자전거 동호인들이 지나는 아름다운 길입니다. 아침에 생각하며 호젓하게 출근하기는 아주 좋은 길입니다
▲ 지난해 눈이 많이 내린날 설경이 보고싶어 빙돌아서 출근하는 길ⓒ 2008 한국의산천
▲ 좁은 산모퉁이 언덕을 돌아서면 과수원이 나오며 산사이로 논밭이 펼쳐집니다 ⓒ 2008 한국의산천
춥고 매서운 바람이 불던 겨울이 지금은 많이 그리워집니다. 사람도 역시 고생 시킨 사람이 오랜 기억속에 남아있습니다.
▲ 농로를 따라 한참 걸어 들아와 잡초가 무성한 밭뚝을 또 걸어서 촬영했습니다 ⓒ 2008 한국의산천
미루나무 아래로 걸어가는 사람이 있었다면 더 역동적인 사진이 될텐데.. 이른 아침이라 지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차에서 내려 등산화로 갈아신고 밭사이로 가는데 풀이 너무 우거져서 더 이상 들어가지 못햇습니다.
동쪽에서 서쪽을 바라 보고 촬영했습니다. 방향이 왜 중요하나구요? 저는 이 미루나무와 하늘을 배경으로 붉게 타오르는 노을 사진을 촬영하고자 계획하고 있습니다.
미루나무와 남풍
- 유치환-
신록의 눈부신 단장을 하고
언덕 위 한 그루 미루나무는
헌칠하고도 연연한 당신의 모습
지금 남풍의 세찬 나의 손에 매달려
당신은 이내 몸부림치거니
수줍음과 부대낌에 못견뎌 할수록
당신의 육체 속에 든 나의 연정의 손은
더욱 더 즐거이 희롱거린다
고울수록 육신은 뜨거운
혼령의 바람을 만나 담기 위하여만 있는 것
천지가 안팎없이 열려 트인
오월의 넘쳐나는 빛보라 속
영과 육의 그지없는 이 교환
너울너울 하늘로
용틀임하고 오르는 사랑의 푸른 불기둥
▲ 그 누가 하늘을 원망하랴 ⓒ 2008 한국의산천
파란 하늘이었으면 하는 날씨에 대해 아쉬움을 가졌지만 그것은 하늘의 일. 또 다시 하늘 파란날에 다시 찾기로 마음먹었습니다
미루나무
- 홍해리
1
반짝이는 푸른 모자
팍팍한 둑길
홀로
휘적휘적 걸어가던 아버지.
2
새로 난 신작로
차 지날 때마다
뽀얀 먼지 뒤집어쓴 채
멍하니 서 있던 아버지.
▲ 키 높은 미루나무 위에 걸려있던 조각구름은 어디로 갔나 ⓒ 2008 한국의산천
미루나무
- 공광규-
앞 냇둑에 살았던 늙은 미루나무는
착해빠진 나처럼 재질이 너무 물러서 재목으로도
땔감으로도 쓸모없는 나무라고 핀잔을 받았지
가난한 부모를 둔 것이 서러워 엉엉 울던
사립문 밖의 나처럼 들판 가운데 혼자 서서
차가운 북풍에 엉엉 울거나 한 여름 사춘기처럼
잎새를 하염없이 반짝반짝 뒤집었지
미역 감던 아이들이 그늘에 와서 놀고
논매던 어른들이 지게와 농구들을 기대어 놓고
낮잠 한숨 시원하게 자면서도 마음만 좋은
나를 닮아 아무 것에도 못쓴다며 무시당했지
아무도 탐내지 않아 톱날이 비켜 갔던 나무
아주 오래오래 살다 천명을 받고 폭풍우 치던 한여름
바람과 맞서다 장쾌하게 몸을 꺾은 나무
▲ 미루나무에는 나의 유년시절이 있고 나의 추억이 있다 ⓒ 2008 한국의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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