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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문화문학음악

찔레꽃

by 한국의산천 2008. 5. 27.

출근길에 만난 찔레꽃  [2008· 5· 27· 화요일 출근길· 맑음· 한국의산천]

 

출근하는 길 차안의 라디오 뉴스 첫마디는 연일 치솟는 물가와 유가로 장식을 한다. 텍사스 중질유, 북해산 브랜트유가 어떻고 우리에게 직접 영향을 주는 중동산 두바이유가가 얼마가 오르고....

 

그래 천원을 가진 사람이 백원을 가진 사람보다 열배나 행복한지는 모르겠다. 그나마 백원 없는 자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러나 나는 지금 살아있고 가쁜숨을 쉬며 산을 오르고 아름다운 꽃과 初夏의 신록으로 가득한 길을 지나고 있다. 이 시간이 행복이다. 스스로 행복하다고 느껴야 행복해진다. 작지만 이렇게 찬란히 아름다운 숲길을 지나 출근할 수 있는 지금 모든것에 대한 고마움을 진정으로 깨닫고 싶다.

 

▲ 가끔은 많은 차량을 피해서 이렇게 호젓한 숲이 있는 논길을 지난다. ⓒ 2008 한국의산천

 

한번 마음먹고 오르겠다고 다짐하고 있는 산이 머리속을 채우고 있으면, 오르지 않는 한 그 산은 영원한 신비로움과 미해결의 과제로 남아 끝없이 사람을 유혹시킨다. 길 또한 그렇다 가보지 못한 길에 대한 궁금증과 유혹이 앞서기에 언제가는 그 길을 따라 나선다. 

산 정상에 올라 허무를 느끼고 미지의 그 길을 따라 가보았을 때 별다른것이 없어도 올라야, 가보아야, 내눈으로 봐야 그래야 직성이 풀린다. 목적지에 막상 가보면 별것이 아니더라도 그곳에 다다르기까지 준비와 과정, 설레임이 즐겁지 아니하였는가?

 

▲ 차 한대만이 지날수있는 호젓한 출근길. 차가 마주치면 아주 곤란한 길이다  ⓒ 2008 한국의산천  

 

진정한 자유란 무엇인가 모든 얽매임으로 부터 벗어 날때만 가능하다. 여행이나 산행 또한 많은 인원이 움직이다보면 스스로의 움직임에 제약을 받게된다. 30~40명의 인원이 김밥 짤라 모아서 가듯 모든이의 체력과 산행 스타일을 재단하듯 �춰서 산행 한다는것은··· 걸음이 빠른 사람은 느린사람이 짜증스럽고, 발걸음이 느린사람은 빠른 사람이 원망스럽다. 그렇기에 나의 산행은 언제나 소규모 인원으로 출발하며 개개인 스스로의 스타일대로 자유를 느끼고 온다.

 

▲ 조금은 돌아가도 호젓하고 자유로운 출근길 ⓒ 2008 한국의산천

두보(杜甫)가 말했던가. 세상의 소리중에서 가장 으뜸으로 장중한 소리가 솔잎을 가르는 솔바람 소리라고 했다. 지금 그 솔바람 소리를 들을 수 없지만 초록이 좋고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이 신선해서 좋다. 

    

▲ 좁은 논길 사이로 한쪽 산허리에는 찔레꽃으로 장식을 하고 있다 ⓒ 2008 한국의산천

 

떨어지는 꽃은 애잔하나 낙하하는 순간은 아름다움의 절정을 이룬다. 분분히 날리는 꽃잎은 휘황하게 명멸하는 빛을 찰나적으로 되뿜어 허공에 영원히 정지해 있는 듯한 착각에 젖게 한다.  

 

▲ 좁은 농로길 주변에 핀 찔레꽃무리ⓒ 2007 한국의산천  

 

산사람들은 악천후를 만나 통한의 철수를 감행하며 비상탈출을 시도할때도 돌아선 길을 되돌아 본다. 그냥 그곳에 머물러 목숨이 다할대까지 사투를 벌이며 남은 생의 잔을 마침내 다 비우고 말리라 하고 - '바람으로 남은 사람들 본문'중에서 - 

   

▲ 좁은 농로길 주변 핀 하얀 찔레꽃.ⓒ 2007 한국의산천 

 

레꽃 전설 

찔레꽃에 관한 이야기나 노래는 슬픈 음율을 띄고 있더군요. 아마 찔레꽃에 얽힌 슬픈 전설 때문인가요?  

옛날, 고려가 원나라의 지배를 받을 때의 이야기입니다. 고려에서는 해마다 어여쁜 처녀 (공녀)들을 원나라에 바쳐야만 했습니다. 조정에서는 '결혼 도감'이란 관청을 만들어 강제로 처녀들을 뽑았습니다.


어느 산골 마을에 찔레와 달래라는 두 자매가 병든 아버지와 함께 살았습니다. 가난한 살림에 자매는 아버지의 약값을 구할 길이 없었기에 나물도 뜯고 약초도 캐어 살림을 도우려 나갔다가 관원들 눈에 띠어 그들에게 잡혔다. 사정이야기를 한 후 그들은 언니인 찔레만 다른 공녀들과 함께 원나라에 간 찔레는 다행히 좋은 주인을 만나서 비교적 환경 좋게 지냈습니다.하지만 찔레는 동생 달래와 아버지 생각 뿐이었습니다. 동생과 함께 날마다 올랐던 뒷 산도 그리웠습니다.  
밤낮없는 고향 생각에 몸도 마음도 약해진 찔레에게 주인은 며칠동안 고민하다가 결국 찔레를 고향에 다녀오도록 허락을 했다. 
고향을 떠나온지 10년만에 그리던 고향에 돌아 올수있었다. 고향마을에 돌아온 찔레는 꿈에도 그리던 옛집으로 달려갔지만 세 식구가 오순도순 살던 오두막은 간 곳없고, 그 자리엔 잡초만 우거져 있었습니다.

마침 찔레의 모습을 본 옆집 할머니가 버선발로 달려나와 그간의 정황을 말해주었습니다.

찔레가 오랑캐 나라로 끌려간 뒤 아버지는 감나무에 목을 매어 죽고 그것을 본 달래는 정신없이 밖으로 뛰쳐나가 그뒤로 소식이 없다는 이야기를...

 

찔레는 산과 들을 헤매다녔습니다. 가을이 가고 겨울이 왔습니다. 무심한 계절은 눈도 뿌렸습니다. 외로운 산길에 쓰러진 찔레 위로 눈이 덮였습니다.
봄이 되자 찔레가 쓰러진 산길에 하얀 꽃이 피었습니다. 찔레 고운 마음은 눈처럼 새하얀 꽃이되고, 찔레의 서러운 운명은 빨간열매가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그 꽃을 찔레라 이름지었습니다. 꽃말은 자매의 우정, 신중한 사랑이라 합니다. 

 

▲ 차창 바로 옆에 피었기에 차안에서 근접촬영하였다 ⓒ 2007 한국의산천  

 

찔레꽃

                                  조병화

  

찔레꽃이 한창 피어서

냄새가 가득히 감도는 이 산장의 길을

혼자 걷는다는 것은 서운한 일이어라

 

하얗게 찔레꽃이 피어서

냄새가 만발하는 이 산장의 길을

혼자 걷는다는 것은 허전한 일이어라

 

오월도 늦어 여름으로 접어드는

푸른 이 계절, 송이송이 하얗게 피어서

냄새가 진동하는 이 찔레 핀 길을

혼자 걷는다는 것은 황홀한 고독이어라

 

시를 쓰며, 시를 사는 사람에게

찔레꽃은 하늘의 맑은 선물이려니

 

서운함도, 허전함도, 황홀한 고독도

하늘의 맑은 은총이려니

아, 시인은 하늘이 보살펴 주는

맑은 나그네이련가.

 

▲ 차창에서 바로 근접 촬영한 찔레꽃.ⓒ 2007 한국의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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