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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양구 용소빙벽장

by 한국의산천 2024. 3. 1.

양구 용소빙벽장 둘러보기 

(속초여행 2024 2월 17~18일)

 

오래전에 읽은 소설 빙벽

 

소설 빙벽 
1980년 4월 막 軍 제대를 하고 종로를 지나다가 종로서적에 들어가서 山書를 둘러 보던중 눈길을 잡는 소설이 있었다 . 빙벽 ... 

지금은 작은 글씨에 지질조차 누렇게 변색되어 읽기가 쉽지 않지만 자주 손에 들고 읽고 또 읽는 책이다. 
중학교 시절 보았던(화보처럼 사진이 많았기에) 까스통 레뷰파의 '雪과 岩' 책이 바위에 입문하는 계기가 되었다면 산에 더욱 흥미를 느끼게 해준 책은 바로 '빙벽'이다. 

 친구간의 우정과 한 여성에 대한 삼각관계, 사랑 그리고 웅대한 대자연과 도시의 어지러운 발걸음들을 교차시키며 전개되는 산사나이의 드라마틱한 사연이 지금도 가슴에 찡하다.

지금 잠시 그 책을 읽다가 한 구절을 옮겨봅니다

 

빙벽
이노우에 야스시 著 (1980 평화 출판사. 2300원)

 11. (본문 376쪽)

점심때 사무실을 나갔던 도끼와가 다시 사무실로 돌아온것은 퇴근시간도 가까운 5시 경이었다.
도끼와는 들고있던 상의를 의자등에 걸치고나서 묵직한 저음으로 여럿을 불렀다. 

'모두들 잠깐 일손을 멈춰주게' 
내 외근 합해서 스무명 가량의 사원은 일제히 지사장을 바라 보았다. 도끼와는 긴장된 얼굴로 그들을 둘러보았다. 

 '모두 신문에서 보았으리라 생각하네만,우리의 좋은 친구였던 우오즈군이 호다까의 D사와에서 조난을 당했어요. 

신문에는 났지만 진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어제아침 야마다니, 사해끼의 두직원을 현지에 파견했고, 조금전 확인 연락이 왔어요 . 우오즈군을 위해 묵념을 올려주기 바랍니다' 

 

도끼와는 일동이 일어나길 기다려서  

'묵도'
하고 짧게 구령을 내렸다. 일동은 숙연히 머리를 숙였다. 이윽고 사원들이 자리에 앉자 도끼와는 하던말을 계속했다. 

'난 우오즈군을 훌륭한 사원이었냐고 묻는다면 무조건 그렇다고 대답할 수는 없어. 적어도 내게는 이상적인 좋은 부하였다고는 할 수 없다. 

그는 휴양을 간다고 휴가를 얻었고, 그리고 산에 올랐다. 내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산에 오른것이다. 

왜 그렇게 산이 소중했든가. 회사보다 나보다 산이 더 중했단 말인가. 

그렇게 소중하다면 왜 그렇게 말하지 않았는가. 안 그런가. 그것이 그가 아직도 덜된, 돼먹지 않은, 덜 떨어진....'

그는 말을 하면서도 연방 얼굴이나 목덜미의 땀을 딲았다. 딲고 또 딲았다.. 감정이 격했는지 그는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계속했다. 

'왜 이 나한테도 그렇게 말하지 않았느냐 그말이다. 내가 언제 그런말을 하지 못하도록 그런 태도를 취했느냐 그말이다' 
부르짖는것 같은 그의 태도가 다시 은근하게 바뀌었다.  


'그건 그렇지만, 나는 용서할 수 있다. 죽은자에게 채찍질은 하지 말아야지. 그러나 우오즈군은 등산가로서 훌륭했다. 

회사의 일은 결코 잘 마무리 지었다고 볼수는 없지만 등산가로서는 참으로 깨끗하게 마무리를 짓고 갔다. 

죽기 직전까지 조난의 상황을 상세하게 정확하게 메모했다. 이건 아무도 흉내내지 못할 일일거다.' 

 땀은 그의 온몸에 분출되고 있었다. 

' 우오즈 교오따는 왜 조난을 당했는가. 그것은 그 자신이 메모로서 기록하고 있다. 

내가 지금 말하고자 하는것은 그것이 아니다. 우오즈가 왜 죽었는가. 그건 분명하다. 그는 용감한 등산가였기때문이다. 용감한 등산가란 극단적으로 말해서 모두 죽는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죽는것이 당연하지. 가장 죽음의 확률이 많은 곳에다 몸을 던지는데 어떻게 죽지 않을 수 있느냐 말이다.  

우오즈군은 설령 이번에 무사했다 하더라도 그가 갖고 있는 용감성을 잃지 않는 한 반드시 언젠가는 죽을 것이다. 

 

죽음이 충만한 곳에, 자연이 인간을 거부하고 있는 곳에  기술과 무기를 가지고 도전한다. 그것은 확실히 인간이 인간의 가능성을 시험하는 훌륭한 행위다. 

 

오랜 옛날부터 인류는 항상 이처럼 자연을 정복해왔다. 

과학도 문화도 모두 이같이 해서 진보해온 것이다. 인류의 행복은 이처럼해서 얻어진 것이다. 그런 의미로는 등산은 훌륭한 직업이다. 그러나 그것은 항상 죽음과 종이 한장 차이로 진행된다.  

 

우오즈 교오따가 충실한 회사원이었드라면 설사 산에 올랐다해도  죽지는 않았을 것이다. 

산을 사랑하고, 산을 즐기며 모험을 피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유감스럽게도 신동아 상사에서 월급을 받고 살아가는 주제에 회사원이 아니라 등산가 였던 것이다. 

그는 산을 사랑하고 산을 즐기기위해 산에 오른것은 아니다. 산을 정복하려고, 혹은 자기라는 인간이 지닌 그 무엇인가를 시험하기 위해서 한사람의 등산가로서 산에 오른것이다.'

그는 옆에 있는 여사무원에게  
'물좀줘요'  했다. 그리고 잠시 쉬겠다는 듯이 '아직도 할말이 남아있다'고 했다. 

도끼와는 단숨에 물을 마시고 목의 땀을 딲았다. 


'어떤 사람은 등산을 일종의 근대적 스포츠라고 하는데 나는 반대다. 

등산의 본질은 결코 스포츠가 아니야. 해마다 많은 생명이 산에서 잃어지는 데 그것은 등산을 스포츠라고 생각하는 데서 일어나는 비극이야. 

무슨 스포츠에도 루울이 있지. 등산을 스포츠라고 할테거든 루울을 만들어야되. 그러면 조금은 사고가 줄어들테지. 

그리고 또하나, 온갖 스포츠에는 아마추어와 프로의 구별이 있다. 그런데 등산에는 그것이 없어. 한 두번 산에 오르면 모두가 프로가 된다. 프로란 우오즈 교오따를 말하는거다. 그 우오즈도 죽지 않았느냐 말이다.' 
 
연설인지 외침인지 그런 것을 길게 늘어논 도끼와는 마지막으로,  

 

'바보자식.'  하고 끝을 맺었다. 

그것은 버리지 않아도 될 목숨을 버린 우오즈란 젊은 친구에게 던져진 것인지, 혹은 그의 죽음 때문에 말할 수 없는 공허감을 느끼고 있는 자신에게 던져진 말인지, 그 자신도 모르고 있었다.

이제 할말이 없어지자 도끼와는 말할 수 없는 허잔함을 느꼈다. 

아, 아, 우오즈가 있었드라면 - . 우오즈가 있었드라면 그는 자기의 논설에 대해 그 독특한 끈기있는 말투로 즉시 반박을 가해왔을 것이다.  
 
- 그렇지만 지사장님!
- 등산에는 분명히 루울이 있습니다.
- 얼핏 보기에는 없는것 같아도 확실히 있습니다. 

그리고 우오즈는 나를 공박하기 위해서, 아주 천천히 아주 자신만만하게 나를 바라볼테지. 
'바보자식' 

'바보자식'을 또 한번 마음속으로 외치고 도끼와는 그건 그렇고 우오즈 교오따란 녀석은 또 얼마나 좋은 눈매를 지닌 녀석이었나를 생각한다.

그는 의자에서 상의를 집어들고 사무실을 나왔다. 우오즈가 없는 사무실은 이제와서는 쓸쓸하기 짝이 없었다.

보도에는 해지기 직전의 엷은 햇살이 깔려있다.  도끼와는 어디로 갈까 망설였다. 갈 곳은 아무대도 없었다. 다만 유난스레 목이 탈 뿐이었다. 

 자식을 잃은 어버이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그는 집으로 가기위해 정류장으로 가면서도 아무데도  갈 데가 없는 허전한 마음이었다.  

소설 빙벽중에서 일부.  이노우에 야스시 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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