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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문학음악

스타벅스의 뿌리는 허먼 멜빌의 ‘모비딕’ 스타벅

by 한국의산천 2024. 1. 12.

스타벅스의 뿌리는 허먼 멜빌의 ‘모비딕’

주간동아

 


[김재준의 다빈치스쿨] 소설에 나오는 포경선 피쿼드호의 1등 항해사 이름이 ‘스타벅(Starbuck)’
김재준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 
입력2024-01-09 09:00:02


서울 어디를 가나 스타벅스를 찾아볼 수 있다. 서울만이 아니다. 

한국 대도시에는 스타벅스 같은 카페가 많고, 그곳에서 몇 시간이고 앉아 공부를 하거나 업무를 보는 청년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스타벅스는 공부하기 좋은 장소다. 

 

미국 동부나 캘리포니아주 실리콘밸리의 스타벅스에도 프로그래밍을 짜거나 디자인 기획서를 만드는 사람들이 많이 앉아 있다. 물론 적당한 휴식공간이 없다는 점도 한국에서 스타벅스가 흥행한 주요 원인 중 하나다.

저주받은 고래 이야기

인공지능(AI) 시대에 필요한 인재는 고래처럼 사유의 바다에서 깊이 잠수할 수 있는 사람이다. [동아DB]

스타벅스에 가면 떠오르는 문장이 있다.

“나는 잠수하는 모든 이들을 사랑한다. 수면 가까이에서는 어떤 고기든 헤엄칠 수 있지만, 5마일 이상 내려갈 수 있는 것은 큰 고래뿐이다. 태초부터 사유의 잠수자들은 충혈된 눈을 하고 수면으로 돌아왔다.”

서울역 뒤 국립극단 복도에 적혀 있던 글이다. 

황석영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 연극 ‘손님’을 관람하러 갔다가 허먼 멜빌의 이 유명한 문장을 발견하고 강한 인상을 받았다. 

인공지능(AI) 시대다. ‘수면 가까이에서 헤엄친다’는 은유와 맞닿은 얕은 지식과 능력만을 가진 지식인이나 전문가는 도태돼 고래 밥이 될 뿐이다. 

목숨을 걸고 지식의 원천까지 내려갈 수 있는 극소수만이 무엇이라도 될 수 있다.

물론 바다는 넓다. 작은 물고기도 그 나름의 방식으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가령 몸을 쓰는 직업은 AI 시대를 맞아 오히려 위상이 올라갈 수 있다.


하워드 슐츠 스타벅스 창업자는 멜빌의 소설 ‘모비딕’을 무척이나 좋아했다고 한다. 스타벅스라는 상호에서도 모비딕에 대한 사랑이 읽힌다. 모비딕에 나오는 포경선 피쿼드호의 1등 항해사 이름이 ‘스타벅(Starbuck)’이기 때문이다.

스타벅은 모비딕에서 가장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차분한 성품의 인물로 등장한다. 아마도 슐츠는 스타벅스라는 상호를 통해 커피 한 잔이 주는 차분함을 나타내고 싶었을 것이다. 모비딕에 스타벅이 커피를 마시는 장면은 나오지 않지만 말이다.

이런 상상도 가능하다. 스타벅은 이성적인 성격을 가졌음에도 광기 어린 에이허브 선장과 한배를 타고 향유고래 모비딕을 추격한다. 스타벅은 “무엇 때문에 저 저주받은 고래 따위를 쫓아야 하느냐”며 “이 지옥의 바다에서 뛰쳐나가자”고 에이허브를 설득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았고, 끝내 비극적 최후를 맞았다. 마찬가지로 슐츠는 소비자들이 커피라는 거대한 괴물의 유혹을 물리치지 못하고 매일 카페를 방문하길 바랐을 것이다.

커피 유혹 이겨내는 법

스타벅스 로고 변천사. [스타벅스 제공]

사이렌(세이렌)으로 대표되는 스타벅스의 로고 또한 무척이나 의미심장하다. 

선원들을 유혹하는 ‘사이렌 신화’는 고대 그리스 문호 호메로스의 서사시 ‘오디세이아’에 처음 나온다. 오디세이아는 오디세우스의 모험을 다룬 서사시다. 

오디세우스는 여정에서 여러 위기를 겪는데, 사이렌의 유혹은 대표적 난관 중 하나였다. 

작품에서 키르케는 사이렌과 조우를 앞둔 오디세우스에게 다음과 같이 조언했고, 덕분에 오디세우스는 무사히 사이렌의 유혹을 이겨냈다.

“오디세우스, 당신은 사이렌의 섬을 지날 텐데 조심해야 해요. 사이렌은 지나가는 배들에게 매혹적인 노래를 부르죠. 

이 노래를 들은 선원들이 소리가 나는 방향으로 배를 돌려 그 방향으로 가게 되면 암초에 부딪혀 침몰합니다. 

사이렌의 암초를 안전하게 지나가기 위해서는 모든 선원의 귀에 밀랍을 꽂아 노래를 듣지 못하게 해야 해요. 

만약 당신이 사이렌의 노래가 어떤 것인지 듣고 싶다면 손과 발, 그리고 몸을 돛대에 묶어두세요.”

오디세우스와 마찬가지로 커피라는 사이렌을 벗어나는 나만의 방법은 이렇다. 

스타벅스나 테라로사 등 카페 로고가 보이면 일단 코를 막고 지나간다. 이것은 선원의 방법이다. 오디세우스의 방법도 있다. 

동행하는 사람에게 “나를 꽉 잡고 이 거리를 무조건 지나치게 해달라”고 부탁하는 것이다. 이후 동행자를 믿고 콧구멍을 활짝 연 다음 마음껏 커피향을 음미한다.

과거 스타벅스 로고들, 특히 1971년 로고는 매우 낯설다. 

15세기에 유래한 ‘두 꼬리 사이렌(split-tailed siren)’은 유럽에서 널리 사용되던 이미지다. 하지만 가슴을 드러낸 채 꼬리를 치켜들고 있는, 노출이 심한 인어의 모습은 현대인에게 ‘위험해’ 보인다. 

이 때문에 긴 머리칼로 가슴을 가려야 했고, ‘흉하게’ 벌리고 있던 다리도 은밀히 숨겨야 했다. 

 

스타벅스는 1992년 로고를 무난한 이미지로 교체했으며, 2011년부터는 로고에서 커피라는 글자도 빼버렸다. 

2024년 새해를 맞아 조용한 카페에 앉아 두꺼운 ‘벽돌’ 책을 읽어야겠다.

출처 : 주간 동아

김재준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린스턴대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국민대 경상대학장, 국민대 도서관장과 박물관장, 한국예술경영학회 회장을 역임했으며 현재 국민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참고 : 《모비딕》(영어: Moby-Dick; or, The Whale)

모비딕은 허먼 멜빌의 장편 소설이자 소설 속에 나오는 고래의 이름이다. 

1820년 11월 20일 태평양 한 가운데에서 포경선 '에식스호(Essex)'가 커다란 향유고래에 받혀 침몰한 사건에서 영감을 얻어 창작되었다.

백경(白鯨)이라고도 부른다.

에이허브 선장이 다리 한 쪽을 잃어 이에 대해 복수를 하기 위해 선원들을 이끌고 모비딕을 쫒는 이야기이다.

 

백경

백경(Moby Dick)은 미국에서 제작된 존 휴스턴 감독의 1956년 모험, 드라마 영화이다. 

허먼 멜빌의 소설 《모비딕》을 바탕으로 제작되었다. 

그레고리 펙 등이 주연으로 출연하였고 존 휴스턴 등이 제작에 참여하였다.

 

지족불욕(知足不辱)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지지불태(知止不殆)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가이장구(可以長久) 오래도록 편안할 것이다.  - 노자 도덕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