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주·능가산으로 불리며 십승지 품은 산
글·사진 박정원 선임기자기사 스크랩 이메일로 기사공유
입력 2021.12.20 10:03
한국의 명승명산 <12> 변산 직소폭포&채석강·적벽강
변한이란 국명 유래가 변산… 호남의 삼신산 중 한 곳으로 변산구곡 절경 낳아
변산은 500m 남짓밖에 안 되는 산이지만 많은 봉우리와 골짜기로 인해 깊고 깊은 산으로 보인다. 사진 C영상미디어
변산邊山(508.6m)은 변한이라는 국명을 낳은 명산이다. 〈삼국유사〉에 ‘마한은 고구려요, 변한은 백제요, 진한은 곧 신라다’라고 나온다. 이어 ‘고구려 땅에 마읍산馬邑山이 있었기 때문에 마한이라 했고, 백제 땅에 변산卞山이 있었기 때문에 변한이라 한 것이다’라는 기록도 있다. 마읍산은 평양부에 있고, 변산은 부안현에 있다. 아쉽지만 진한의 유래가 된 산에 대한 설명은 없다.
고려시대 문신이자 명문장가였던 이규보(1168~1241)는 “변산은 예로부터 천부天府로 불리면서 긴 재목 잘 뽑아 동량棟樑 재목에 대비하네”라고 노래했다. 또 “강과 산의 맑고 좋음은 영주·봉래와 겨룰 만하니, 옥을 세우고 은을 녹인 듯 만고에 변하지 않는다”라고도 읊었다.
천부는 천부지토의 줄임말로 땅이 매우 기름져 온갖 산물이 많이 나는 땅을 말한다. 나라 이름을 만들고 전설 속의 삼신산인 영주·봉래와 견줄 만한 변산은 삼국시대부터 각종 문헌에 그 이름 그대로 등장한다. 그리고 아직까지 변하지 않고 그 지명을 사용하고 있다.
<세종실록지리지>에는 ‘변산은 일명 영주산瀛洲山이라 한다. 여러 겹으로 높고 크며, 바위로 된 골짜기가 깊고 으늑하며, 전함戰艦의 재목이 이곳에서 많이 난다’고 소개한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변산은 보안현과의 거리는 서쪽으로 25리인데, 능가산으로도 불리고, 영주산으로도 불린다. 혹 卞山이라고도 하는데, 말馬이 돌아다니다가 변으로 되었다고 한다.
봉우리들이 100여 리를 빙 둘러 있고, 높고 큰 산이 첩첩이 싸여 있으며, 바위와 골짜기가 깊숙해, 궁실과 배의 재목은 고려 때부터 모두 여기서 얻어갔다. 전하는 말에는 호랑이와 표범들이 사람을 보면 곧 피하였으므로 밤길이 막히지 않았다 한다’고 기록하고 있다.
변산은 봉래·영주, 능가산楞枷山으로 불렸던 듯하다. 봉래·영주는 중국 전설 속의 삼신산 중에 방장산을 제외한 두 개의 산이고, 능가산은 석가모니가 대해보살에게 설법을 베풀었다는 바로 그 산을 말한다. 도교적 전설과 불교적 유래를 함께 지닌 산인 것이다.
폭포 아래의 둥근 못으로 곧바로 물이 떨어진다고 해서 명명된 직소폭포는 자세히 보면 여성 성기를 나타내는 듯하다. 특히 겨울에 앙상한 가지만 남았을 때는 더욱 그렇게 보인다.
기름진 땅과 많은 산물로 천부의 땅으로 불려
조선시대 한반도 삼신산은 봉래산=금강산, 영주산=한라산, 방장산=지리산을 말한다. 그런데 변산이 금강산과 한라산의 명칭을 겸하고 있다. 영주산은 한자 그대로 바다 위에 떠 있는 섬이다. 서해 먼 바다에서 약간 솟은 지형이 얼핏 섬으로 보일 수 있어 명명됐을 가능성은 있다.
봉래산은 통상 신선이 나올 것 같은 깊고 깊은 산을 가리킨다. 금강산이 딱 적격이다. 그런데 변산을 봉래산으로 불렀다고 한다. 실제 변산을 올라보면 봉래산으로 부른 이유를 알 수 있다. 500m 남짓밖에 안 되는 산이지만 봉우리와 골짜기가 이루 다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그 골짜기는 물이 흐르는 곳마다 소와 폭포를 만들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한다.
이중환의 <택리지>에도 ‘많은 봉우리와 골짜기가 있는데, 이것이 변산이다’는 기록을 남겼다. 그중에 절경을 뽑아 변산구곡으로 명명했다. 변산구곡은 1곡 대소大沼, 2곡 직소폭포直沼瀑布, 3곡 분옥담墳玉潭, 4곡 선녀탕仙女湯, 5곡 봉래곡蓬萊曲, 6곡 금광소金光沼, 7곡 영지影池, 8곡 백천百川, 9곡 암지暗池이다. 특히 직소폭포 바로 위는 의외로 넓은 평야가 나온다. 아무도 모르는 곳이다. 이곳이 바로 조선시대 10승지 중의 한 곳이다. 정말 숨어 살기 딱 좋은 장소다.
고창의 방장산, 고부의 두승산(=봉래산)과 함께 호남의 삼신산으로 불렸고, 변한이란 국명을 낳게 했으며, 수많은 봉우리가 만든 깊은 골짜기로 인해 빼어난 경관을 자랑하는 봉래구곡을 형성했고, 불교와 도교의 흔적을 곳곳에 안고 있는 변산은 호남 최고의 명산으로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다.
봉래구곡 중의 제2곡인 직소폭포는 또한 국가문화재 명승으로 지정됐다. 문화재청은 직소폭포에 대한 명승 지정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직소폭포의 웅장한 모습과 여러 못을 거치며 흐르는 맑은 계곡물 등 풍광이 아름다워 예부터 즐겨 찾는 경승지임. 폭포 및 그 주변이 화산암에서 생겨난 주상절리와 침식지형 등으로 구성되어 지질학적 가치가 높으며, 자연환경 또한 잘 지켜져 있음.
강세황姜世晃(1713~1791)의 우금암도禹金巖圖와 송병선宋秉璿(1836~1905)의 변산기 등 많은 시객과 문인들이 글과 그림을 통하여 직소폭포 일원의 경관을 즐겨 왔고, 가뭄에 실상용추實相龍湫에서 기우제를 지내는 등 역사·문화적 가치 또한 높음.’
직소폭포는 폭포 아래의 둥근 못으로 곧바로 물줄기가 떨어진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내변산 중심에 있으며, 변산반도에 있는 폭포 중 가장 규모가 크다. 실상용추로 불리는 폭포 아래의 소를 시작으로 분옥담~선녀탕 등 변산구곡으로 이어진다. 변산 8경 중의 2경이다. 흔히 ‘내륙의 소금강’이라고도 한다.
내소사 배경으로 변산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다.
직소폭포 바로 위 넓은 평지가 십승지
변산과 함께 꼭 가볼 만한 장소가 변산구곡 끝자락이자 서해 해안에 있는 채석강·적벽강 일원이다. 이 또한 명승으로 지정됐다. 변산과는 또 다른 풍광을 즐길 수 있는 경승지이다.
‘부안 채석강·적벽강 일원은 변산반도에서 서해바다 쪽으로 가장 많이 돌출된 지역으로 강한 파도로 만들어진 곳이다. 높은 해식애 및 넓은 파식대, 수 만 권의 책을 정연히 올려놓은 듯한 층리 등 해안지형의 자연미가 뛰어날 뿐만 아니라 해안단구, 화산암류, 습곡 등과 함께 화산이 활동하던 시기에 대한 연구자료로서도 가치가 높다.
또한 천연기념물 후박나무 군락, 사적 죽막동유적, 시도문화재 수성당 등 잘 보존된 자연유산, 문화유산이 어우러져 있다. 이곳은 숲과 서해안 바닷가의 절경을 즐길 수 있는 곳이며, 수성당과 같은 민속적 요소와 과거 닭이봉에 설치됐던 봉화대와 같은 역사적 요소가 가치를 더욱 높여 주고 있다.’
채석강·적벽강의 특이한 지형과 빼어난 절경 못지않게 이곳에서 일몰을 즐기는 방문객이 특히 많다. 평소에도 일몰을 배경으로 채석강에서 다양한 포즈를 렌즈에 담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변산의 낙조대에서 즐기는 일몰과는 사뭇 다르다. 20여 개의 국립공원 중에 일몰을 즐기기 위한 12월 방문객으로 한국에서 여덟 번째로 많다. 코로나바이러스 이전 2019년 12월 변산 방문객은 1위 한려해상 42만 1,000여 명, 2위 북한산 36만 9,000여 명, 3위 무등산 22만 2,000여 명, 4위 경주 20만 1,000여 명, 5위 다도해해상 15만 7,000여 명, 6위 설악산 15만 3,000여 명, 7위 계룡산 12만 6,000여 명에 이어 8위로 11만 5,000여 명이 찾은 것으로 조사됐다. 한국 최고의 명산 지리산보다 200여 명 더 많은 수치다. 한국에서 여덟 번째로 인기 있는 일몰 명산이라는 얘기다.
변산 정상은 의상대이지만 일몰 명소는 낙조대. 월명암 바로 위 능선이다. 국립공원공단에서는 출입통제구역으로 지정하고 있지만 많은 등산객들이 낙조를 즐기기 위해 다닌 흔적이 길 위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길이 맨들맨들 할 정도다. 낙조대에 올라서면 서해가 한눈에 펼쳐진다.
변산 봉우리 중에서 낙조를 가장 잘 볼 수 있는 장소로 알려져 있다. 변산의 비경 중 하나가 월명낙조라고 한다. 월명암에서 낙조나 월출을 보려면 월명암에서 1박을 해야만 한다. 상주하는 승려는 월명암에서 숙박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연말을 맞아 변산 월명낙조와 채석강 일몰은 한 해를 정리하기 좋은 명소로 꼽힌다.
변산의 전체 면적이 넓어 등산로가 다양하다. 가장 무난한 코스는 ▲내소사 코스다. 내소사에 들어서서 관음봉삼거리~세봉삼거리를 거쳐 다시 내소사로 원점회귀한다. 5.2km에 3시간 정도 소요. 내소사 입장료는 1인 4,000원이다. ▲남여치코스도 제법 이용한다. 남여치에서 월명암을 거쳐 직소폭포~관음봉을 지나 내소사로 내려오기도 한다. 총 7.9km에 3시간 50분 정도 소요. ▲내소사 세봉코스는 내소탐방지원센터에서 관음봉을 거쳐 세봉~가마소를 지나 내변산분소로 온다. 총 7.3km 5시간 정도 소요. ▲쇠뿔바위 코스는 어수대~쇠뿔바위~새재를 거쳐 청림마을로 돌아온다. 5km에 3시간 정도 소요된다. ▲내변산분소에서 봉래구곡을 거쳐 직소폭포~관음봉을 거쳐 내소사로 돌아오는 코스도 있다. 6.5km에 3시간 30분 정도 소요.
변산 저수지에 변산 능선이 비쳐 운치를 자아낸다.
변산구곡의 끝자락 서해 해안에 있는 명승 채석강에는 평소에도 일몰을 즐기는 사람들을 쉽게 볼 수 있다.
본 기사는 월간산 12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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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다운은 겨울 산행 필수품인가?
글 신준범 기자 사진 c영상미디어기사 스크랩 이메일로 기사공유 기사 인쇄 글꼴 설정
입력 2021.12.21 09:19
겨울산행과 구스다운
*유튜브 채널 ‘5분 만에 등산초보 탈출하기’를 기사화했다
1 반드시 있어야 하는 건 아니지만, 있으면 상당히 유용하다.
2 획기적으로 가볍고 따뜻하며 부피를 줄일 수 있다.
3 구스다운이 덕다운보다 모든 면에서 더 우수하다. 거위털이 오리털보다 더 길고 크게 부풀어 올라 공기층을 더 많이 품는다.
4 구스다운도 품질이 나뉜다. 중국산 최하급 구스다운은 질 좋은 덕다운보다 성능이 떨어질 수 있다.
5 원산지를 표시하지 않은 구스다운은 대부분 중국산이다. 중국산이라 해서 무조건 품질이 최악은 아니지만, 원산지와 필파워 등을 표시하지 않았다면 질 낮은 구스다운일 확률이 높다.
6 깃털보다 솜털 비율이 높을수록 가볍고 더 따뜻하다.
7 구스다운 재킷을 고를 때는 얼마나 빵빵하게 부풀어 오르고, 가벼운지 확인해야 한다.
8 필파워는 다운이 부풀어 오르는 정도이며 수치가 높을수록 잘 부풀어 오른다.
9 필파워 수치가 높으면 적은 구스다운 양으로 온기를 높일 수 있으나, 800필파워 이상이라면 구스다운 양이 더 중요하다.
10 겨울에도 열이 나서 자주 옷을 입고 벗어야 하는 산행 시, 헤비 구스다운 재킷보다 경량 구스다운 재킷이 활용도가 더 높다.
본 기사는 월간산 12월호에 수록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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