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100년 된 등대, 100년 된 기차역, 100년 된 식당을 찾아갔다

by 한국의산천 2020. 1. 4.

 

100년 된 등대, 100년 된 기차역, 100년 된 식당을 찾아갔다

안성·공주·괴산·군산·군위=박근희 기자 입력 2020.01.04 03:00

 

[아무튼, 주말] 나이테 느껴지는 1920년생 공간들

  
'100년 전통' '100년 역사'…. 내년은 어떨지 가늠하기도 쉽지 않은 세상이다. 100세 시대라지만 100년을 견디기는 훨씬 더 어려운 일이다.

올해 창간 100년이 된 본지를 비롯해 모두가 미래를 준비하고 이야기하는 새해, 딱 100살을 맞이하는 공간으로 여행을 떠났다.

100년 전 불 밝힌 등대부터 100년 전통 맛집 그리고 100세를 맞은 건축물까지 1920년 혼돈의 시대에 문을 열어 은근과 끈기로 한 세기를 살아온 '1920년생(生) 공간' 이야기다.

 

 

 

 

①폐역이 된 전북 군산의 ‘임피역’은 소박한 정취가 남아 있어 탐방객 발길이 꾸준히 이어진다. ②③경기도 안성 ‘안일옥’의 설렁탕(위)과 전경. ④경기도 안성 ‘안일옥’은 안성장터 국밥으로 시작해 4대 100년에 걸쳐 ‘우탕’ 전문점으로 영업하고 있다./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
 
'since 1920' 등대·간이역

독도를 제외하고 새해 첫 일출을 만날 수 있는 울산 울주군 간절곶등대는 1920년 3월 20일 일제강점기에 처음으로 불을 밝혔다.

100년 동안 밤바다에 등불을 비추며 선박들의 길잡이 역할을 해오고 있다. 완만한 언덕에 있는 17m 높이 10각 지붕 등대는 조형미가 뛰어나다는 평이다.

 

푸른 하늘, 바다와 대비되는 하얀색 등대는 1906년 동해안에 최초 건립된 '울기등대', 44.5m의 높은 전망대를 갖춘 '화암추등대'와 함께 울산의 3대 등대로 꼽힌다.

 

'간절곶등대전시관'에선 간절곶등대를 그대로 재현한 모형, 울산 앞바다 항해 체험을 해볼 수 있는 VR 시설도 기다린다. 등대 입구에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선 조형등탑이 포토존이다.

1979년 1월부터 2001년 5월까지 20여년 동안 사용했던 등탑을 2002년 복원해 놓은 것. 기존 등대의 등롱(燈籠)과 등명기를 설치해 상단부를 살리고 옛 사진을 내부에 전시해놓았다.

 

쥐의 해를 맞아 간절곶등대 공원 주변으로 쥐를 상징하는 조형물 등 볼거리가 더해졌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4~9월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10~3월은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까지 무료 개방한다. 간절곶등대는 울산지방해양수산청 홈페이지 사전 신청 후 추첨을 통해 등대 안 숙소에서 무료 등대 체험 숙박이 가능하다.

 

열차가 서지 않는 폐역이 된 전북 군산 임피역(임피역사 간이역)은 1920년 12월에 보통역으로 영업을 개시했다(국가문화유산포털).

지금의 역사(驛舍)는 1936년쯤 군산선 철도 역사로 건립됐다고 알려져 있다. 일제강점기에 호남 농산물 등 주요 자원을 군산선 철도를 따라 군산항으로 반출하려는 목적이었다.

 

70여년 뒤인 1995년 간이역으로 격하됐고 2008년부터는 장항선에 편입됐다. 폐역이 됐으나 여전히 열차가 지나간다. 소박한 농촌 간이역의 건축 양식과 풍광을 비교적 온전히 간직하고 있다. 한겨울에도 일부러 찾는 사진 동호인이나 관광객 발길이 꾸준히 이어지는 편이다.

 

역 내에선 보따리를 들고 매표하는 노인, 매표원과 검표원 등 근대 생활상을 보여주는 조형물이 당시 풍경을 소환한다. 역 안팎 조형물들은 임피면 출신 소설가 채만식 소설 속 인물들을 형상화했다. 역사 부근의 기차는 객차전시관으로 활용 중이다.

전시관 내 교복을 입은 학생, 사과를 깎아먹는 아낙네, 마주 보고 앉은 승객 조형물이 볼거리다.

임피역은 행정 구역상 군산이지만 익산에 가깝다. 차로 20분 거리에 '군산 근대역사문화거리'가 있어 연계해 둘러볼 만하다. 연중 무료 개방.  

 

①1920년 처음 불을 밝힌 울산 울주군 ‘간절곶등대’. ②경북 군위읍 동부리 언덕에 있는 ‘군위성결교회 첫예배당’. ③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이었던 목포근대역사관 2관./김종연 영상미디어 기자·울산지방해양수산청
 
문화재 된 예배당, 역사관 된 일본 건축물

 

일연이 삼국유사를 집필한 '인각사', 김수환 추기경이 어린 시절 산 생가와 기념 공원으로 유명한 경북 군위에도 올해 100주년을 맞는 공간이 있다. 군위읍 동부리 언덕에 자리한 군위성결교회 첫예배당이다.

 

군위성결교회 본관 안쪽에 109.55㎡(33평) 아담한 규모로 1920년 9월 선교 활동을 시작한 성결교회의 거점이다. 군위교회 첫 예배당으로 역사적 의의가 있는 건물이다.

 

한옥 예배당으로 시작한 교회는 신자가 늘면서 1937년에 건물을 새로 지었다. 보존상태가 양호해 근대 문화재적 보존 가치가 높다. 특이하게도 아치 형태 출입문이 둘이다. 힌트는 예배당 가까이에 있는 '군위향교'. 당시 유교 윤리와 토착민 문화를 존중해 남녀가 따로 출입하게 한 것이다. 왼쪽 문으로 남성, 오른쪽 문으로 여성 신도가 출입했다.

녹슨 종(鐘)을 비롯해 건물 구석구석에 시간의 흔적이 남아 있다. 손종환(43) 목사는 "성지순례 코스로 찾는 기독교인들뿐 아니라 건축학도, 역사학자를 비롯해 일반 관광객도 많이 찾는다"고 했다.

 

이 예배당엔 순탄하지 않은 역사가 숨어 있다. 한옥 예배당 철거에 참여한 이종익 목사와 노성문 집사가 낙상으로 순직했다. 이어 1941년 최헌 담임목사는 신사참배와 시국 강연 등을 강요하는 일제에 항거하다 투옥됐고 1943년 예배당은 폐쇄됐다.

1945년 천세광 목사가 고향 군위로 귀향하며 다시 문을 열었다. 예배당은 유치원, 외국인 대상 한글학교로 운영하다가 박물관으로 꾸밀 예정이다. 항일정신과 건물의 역사성을 인정받아 기독교 문화재사업으로는 유일하게 지난해 문화재청의 '생생문화재 사업'에 선정됐다.

 

일제 강점기 잔재들은 아픈 역사를 되새기는 공간으로도 활용된다. 전남 목포 중앙동 목포근대역사관 2관은 1920년 6월 구 동양척식주식회사 목포 지점으로 건립됐다. 2층 건물이고 1447㎡(438평)다. 후기 르네상스 양식에 장방형 평면의 2층 석조 건물 1·2층을 오가며 1920년대 목포 거리 풍경, 생활상, 일제 침략 당시 조선 왕조의 모습을 사진으로 만날 수 있다.

 

대의동 2가 목포근대역사관 1관은 1900년에 일본 영사관 건물로 지어진 것. 지난해 드라마 '호텔 델루나'에 배경으로 등장하며 널리 알려졌다.

 

가까이 일본식 상가주택, 일본 교회, 동아부인상회 목포 지점 등이 모여 있다. 아예 인근 목포의상실에서 근대 의상과 소품을 빌려 착용하고 근대로의 시간 여행을 하는 관람객도 눈에 띈다.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관람료는 성인 2000원, 청소년 1000원.

 

 

 

①충남금융조합연합회 회관으로 건립됐던 건물은 공주역사영상관으로 쓰이고 있다. ②충남 공주 ‘공주영상역사관’ 내부. ③전북 군산 ‘임피역’ 내부. ④군산 임피역과 가까운 거리에 있는 군산근대역사문화거리./김종연·양수열 영상미디어기자
 
'100살' 맞은 우탕(牛湯)·떡 맛집

 

새해에 100살 맞은 우탕을 한 그릇 먹으면 절로 건강해질 듯싶다. 경기도 안성 안일옥은 100년, 4대에 걸쳐 우탕의 맛을 이어간다. 김종열(60) 대표의 조모인 고(故) 이승례씨가 1920년 안성장터에서 장날마다 소국밥을 판 것이 시작이다. 당시만해도 그때그때 구할 수 있는 고기 부위로 탕을 끓이다 보니 설렁탕, 소머리국밥, 곰탕 등 메뉴가 달라져 우탕이라고 통칭하게 됐다. 지금은 다 판다. 식당으로 자리잡은 것은 이씨의 며느리이자 김 대표 어머니인 고 이양귀비씨가 대를 이으면서부터다.

 

100년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어머니 대를 이은 김 대표의 친형이 운영하다 IMF 때 위기를 맞았다. 김 대표가 직장을 그만두고 살던 아파트와 퇴직금을 털어 운영에 뛰어들었단다. '안성에서 제일 편안한 집'이란 상호(安一屋)처럼 편안한 한옥 방에 앉아 먹는 뜨끈한 우탕은 꼬릿한 잡내도 없이 담백하고 구수하다.

안성맞춤우탕(1만9000원)은 일명 '소한마리탕'으로 족, 꼬리, 도가니, 우설, 양지, 갈비, 머리고기 등을 큼지막한 뚝배기 하나에 담아 낸다. 안성국밥(7000원), 설렁탕(보통 8000원, 특 1만1000원), 곰탕(8000원), 소머리국밥(9000원), 꼬리곰탕(1만4000원) 등 부담 없이 먹을 만하다.

 

국물은 소뼈와 고기를 가마솥에 넣고 불을 조절해가며 12시간 푹 우려 낸다. 김 대표는 "특별한 비결이 있다기보다 정성어린 재료에 선대 할머님과 어머님 생활력이 녹아든 레시피"라고 했다. 요리를 배운 아들 김형우(29)씨 역시 가업을 물려받으려고 작년 7월부터 식당에 나오고 있다.

안일옥은 100주년을 기념해 전국 택배 판매를 시작했다. 상반기 중 안일옥의 이야기를 담은 책 '100년 국밥 장사 이야기(가제)'를 펴낼 예정이다. 오전 8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오후 3~5시 휴식 및 저녁 준비 시간).

 

 

①시간이 멈춘 듯한 충북 괴산 ‘목도양조장’. ②뒤늦게 양조장을 물려받아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목도양조장’ 이석일·유기옥 대표./양수열 영상미디어기자
 
충북 괴산 목도양조장도 100주년 기념 사진전을 준비 중이다. 그동안 사진을 촬영해간 작가들과 협업해 오는 4월에 열 예정이다. '목도 생 막걸리' 겉면엔 1931년이라고 적혀 있지만 현 이석일(67)·유기옥(63) 대표는 "8년 전 가업을 이어받으면서 정체성을 찾기 위해 사료들을 찾아본 결과, 일본 기후현에서 양조업을 하다 1920년 이곳에 정착한 일본인이 공장을 세운 게 시작이었다"고 했다.

당시 현 부지의 건축 대장에도 공장 시설 건립 연도가 1920년으로 등록돼 있다. 유기옥 대표(3대)의 할아버지이자 괴산에서 1931년 술도가를 창업한 유증수씨가 1937년 인수해 새롭게 양조장을 지었다. 막걸리와 약주를 만들어 지금에 이르렀다.

 

시간이 박제된 듯한 양조장 곳곳은 술 박물관 같다. 낡은 서까래, 격자 창문, 술통과 항아리가 역사를 넌지시 알려준다. 거미줄, 벽에 눌러앉은 먼지마저 날것 그대로 두었다. 의사이던 이석일 대표는 "이곳을 관리하던 장모님이 돌아가시면서 새 단장을 하려다 흔적을 지워버리는 것 같아 그대로 두었다"고 했다.

 

양조장 운영을 위해 조기 퇴직했다는 이 대표는 "전국에 100년 역사를 자랑하거나 대를 이어 내려오는 양조장이 여럿 있다"며 "뒤늦게 가업을 이어가는 만큼 배우려고 국내외 양조장을 일부러 찾아 다닌다"고 했다. 유기옥 대표와 남편 이 대표는 20일에 걸쳐 1.5L 140병의 술을 전통 방식으로 생산한다.

 

주모(누룩 효모 곰팡이)를 만드는 데만 일주일이 걸린다. 합성감미료를 최소한으로 넣어 달지 않다. "감미료를 확 줄이니 귀향 후 초기엔 술맛이 달라졌다고 동네 주민들에게 타박도 들었다"고. 지금은 명절이나 기제사 때 쓰는 '귀한 술'로 인정받고 있다. 목도양조장은 문이 열려 있는 동안은 누구나 관람 가능하다. 양조장 해설은 부부가 직접 한다.

 

경북 안동의 명물이자 간식인 원조 벙어리찰떡 역시 100주년을 맞는다. 고 김노미씨가 떡을 만들어 팔기 시작한 이래 4대째 가업으로 내려오고 있다. 1980년대 집안 사정과 2000년대 브랜드화 과정에서 맥이 끊길 뻔한 위기도 있었다. 전통 방식 그대로 100% 떡메 친 떡을 내세우는 원조 벙어리찰떡은 배재한(55) 대표와 아내 권복이(52)씨가 모든 과정을 손을 써서 만든다.

올해는 100년을 기념해 '1920영양찰떡'을 출시했다. 배 대표는 "전통 방식 그대로 가업을 이어가기 어려웠던 만큼 의미가 큰 해"라며 "안동 명물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은 떡을 만들 것"이라고 했다.

 

 

지족불욕(知足不辱)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지지불태(知止不殆)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가이장구(可以長久) 오래도록 편안하다.  - 노자 도덕경에서

 

대한민국 구석구석 즐겁고 행복하게

한국의산천 일상탈출 더 보기 >>> https://koreasan.tistory.com/

 

한국의산천

거친호흡 몰아쉬며 바람저편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자유 발의자유 정신의자유를 찾는다

koreasan.tistor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