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가을 여행지 경북으로 떠나자

by 한국의산천 2019. 10. 17.

지금, 경북은 단풍 절정…

백두대간따라 눈시린 풍광과 세계문화유산을 동시에 본다

조선일보 권광순 기자 입력 2019.10.17 03:00

 

매년 우리나라 베스트 단풍여행지로 빠지지 않는 청송 주왕산 절골계곡 입구. 계곡 양쪽으로 깎아지른 듯한 바위가 솟아 있는 작은 협곡이다. / 경북도 제공
 
대한민국에서 도(道) 단위로 면적이 가장 넓은 경상북도. 천년 신라문화의 숨결이 살아 있고 세계적 명성을 떨치고 있는 한류문화의 원형이 만들어진 곳이다. 도 전역이 하늘 향해 열려 있는 박물관이라 할 수 있을 만큼 곳곳에 풍부한 문화유산이 산재돼 있다. 전국 문화재의 약 20%, 유네스코에 등재된 한국 세계유산도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다 빼놓을 수 없는 건 천혜의 자연경관. 굽이굽이 이어지는 800리 백두대간과 유선형 선을 따라 휘어져 감기며 푸근하게 흘러가는 700리 낙동강, 동해 푸른 바다가 펼쳐진 1300리 해안선에 따라 안길 곳이 많은 경북도는 가을여행지 최적지로 여행객들을 손짓하고 있다.


◇울긋불긋 온 산이 눈시린 풍광…가을의 유혹

지난달 말부터 강원도에서 시작된 가을 단풍은 이제 경북에서 절정을 이루고 있다. 지금 당장 떠나지 않으면 오색빛깔 울긋불긋한 눈시린 풍광을 보려면 1년을 기다려야 한다. 경북의 모든 산과 들이 빨갛게, 노랗게 몸단장을 자랑하듯 가을여행을 재촉하고 있다. 경북이 자랑하는 800리 백두대간 마루금으로 이어지는 산봉우리와 골짜기가 서로 경쟁하듯 자태를 뽐내고 있다.


 매년 우리나라 베스트 단풍여행지로 빠지지 않는 청송 주왕산(周王山)은 1976년 국립공원으로 지정됐다. 국가명승 제11호로서 일찍부터 단풍명산으로 공인된 주왕산은 해발 720m 그리 높지 않지만 오히려 친근함과 아늑함이 느껴진다. 연화봉, 옥녀봉 등 산봉과 용추·용연·절구폭포로 이어지는 계곡을 따라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주왕산 아래쪽에 있는 주산지는 조선 경종 1721년에 완공된 농업용 저수지이다. 저수지 안에 자생하는 왕버들나무 20여 그루가 신비감을 더한다. 이맘때면 안개낀 주산지의 아름다움을 촬영하려는 사진작가들이 전국에서 모인다.


조선시대 농업용 저수지로 만들어진 청송 주왕산 주산지.
 
봉화군 명호면에 위치한 청량산(淸凉山)은 퇴계 이황선생의 각별한 사랑을 받은 산으로 유명하다.

이황이 쓴 시조 청량산가에 "청량산 육육봉을 아는 이는 나와 백구뿐"이라는 내용이 담겨있을 만큼 명산으로 유명하다. 일명 '소금강'이라고 불리는 청량산은 봉우리마다 수려한 기암괴석으로 장관을 이룬다.


장인봉을 비롯해 선학봉, 자란봉, 축융봉 등 12개의 암봉이 나열돼 있고, 산 곳곳에 깎아진 듯한 층암절벽이 기이한 모습으로 절경을 이루고 있다. 특히 최근 해발 800m 지점의 선학봉과 자란봉을 연결하는 국내 최장 하늘다리(90m)가 설치돼 산의 아름다움과 아찔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청량산과 16km 떨어져 있는 영양군 일월산(日月山·해발 1219m)은 산세가 공중에 우뚝 솟아 웅장하고 거대하다. 동쪽으로 동해가 바라보이고 '해와 달이 솟는 것을 먼저 바라본다'는 의미로 일월산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일월산은 태백산의 가랑이 모양에 위치해 음기가 강한 여산으로 알려져 무속인들이 성산으로 추앙받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이밖에 가을산행하기 좋은 영주 소백산국립공원 희방사 계곡, 화려함보다 은은한 아름다움을 자랑하는 상주 속리산 국립공원 문장대, 군위 팔공산도립공원 하늘정원, 포항 내연산, 구미 금오산도립공원 등도 이맘때면 온 산이 붉게 물들어져 장관을 이룬다.


◇가을 정취에 흠뻑 빠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경북도는 주로 '역사와 문화를 간직한 곳, 전통의 가치가 살아 있는 곳'이라는 압축적 의미로 표현된다. 신라 천년역사의 현장이며 한국 정신문화의 밑바탕을 이룬 유교와 불교의 문화적 가치를 가장 많이 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세계적으로 가치를 공인받은 유네스코 등재 한국 세계문화유산 14개 분야 중 경주 불국사와 석굴암, 경주 역사유적지구, 하회와 양동마을, 부석사와 봉정사 등 5개 분야가 경북이 차지하고 있다.


경주 첨성대 인근의 핑크뮬리 군락지.
 
먼저 고즈넉한 정취와 낭만을 한자리에서 느껴 볼 수 있는 산사를 찾고 싶다면 경주 불국사와 영주 부석사가 대표적이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등재된 세계유산인 경주 불국사의 단풍은 화폭에 담을 정도로 곱기로 유명하다. 이맘때면 사찰 경내가 혼잡할 정도로 단풍객들이 북적인다. 불국사 입구인 청운교와 백운교 앞 단풍과 가장 높고 깊은 곳인 관음전 뒤뜰에서 바라보는 단풍은 그 중에서도 으뜸이다.


영주 부석사는 2018년 한국의 산사, 산지승원이라는 이름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7개의 사찰 중 하나다. 매표소를 지나 천왕문에 이르는 300m 황톳길 양쪽으로 노랗게 물든 은행나무길은 부석사만이 갖는 매력을 품고 있다. 부석사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안양루를 시작으로 여러 지붕들과 멀리 보이는 산줄기들을 바라보면 탄식이 절로 나온다.


역사공부와 전통문화적 가치를 동시에 느끼고 싶다면 선비들이 학문을 익히며 선현을 받들어 모시는 공간인 서원여행이 제격이다. 지난 7월 6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의 14번째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서원을 결정했다. 총 9곳의 서원 중에 4곳(영주 소수서원, 안동 도산·병산서원, 경주 옥산서원)이 경북이 차지했다. 당시 세계유산위원회는 "오늘날까지 교육과 사회적 관습 형태로 지속되고 있는 한국의 성리학과 관련된 문화적 전통의 증거이자, 중국의 성리학이 한국의 여건에 맞게 변화하는 역사적 과정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인정된다"고 평가했다.


서원여행은 가을과 가장 잘 어울린다. 한적한 길을 따라 서원 앞에 이르면 서원마다 수 백 년 자리를 지켜온 배롱나무, 은행나무들이 가을이 되면 어김없이 온 사방을 곱게 물들인다. 높지도 낮지도 않게 적당히 경사진 언덕. 이곳을 따라 선조들의 생활전통이 그대로 살아있는 새로운 공간에 들어서게 된다.


한국 최초의 서원이면서 최초로 임금으로부터 사액을 받은 서원은 경북 영주의 소수 서원이다. 1543년에 주세붕이 풍기 군수로 부임하면서 조선 성리학의 선구자 안향의 연고지에 세운 것이다. 처음에는 백운동 서원이라고 했다. 그 후 1550년 퇴계 이황이 풍기 군수로 부임하면서 명종의 친필 편액'소수서원(紹修書院)'을 받게 된다.


여름에서 가을로 접어드는 안동 도산서원 전경.
 
영주에서 약 58km쯤 내려오면 안동 도산서원과 병산서원이 있다. 두 서원 모두 빼어난 경관 덕분에 여행객이 많이 찾는 곳이다. 도산서원은 한국은 물론 동아시아 성리학의 큰 스승인 퇴계 이황이 후학을 양성한 곳이며 병산서원은 임진왜란 극복의 중심에 있었던 서애 류성룡을 배향한 곳이다.


서원 앞으로는 낙동강이 흐르고 뒤로는 나지막한 산이 품듯이 안고 있는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명당에 위치하고 있다. 이황은 1557년 이곳에 도산서당과 농운정사를 지어 후진을 양성했다. 선생이 돌아가신 후(1574년) 제자들이 도산서당을 확장해 건립했다. 안동댐 건설로 현재 호수 안에 있게 된 시사단은 정조 임금이 퇴계의 덕을 추모하기 위해 도산별시를 열었던 곳이다.


안동시 풍천면 병산리에 있는 병산서원은 서애 류성룡과 그 아들 류진을 배향한 서원이다. 광해군 2년(1610)에 류성룡의 제자인 우복 정경세를 중심으로 한 사림에서 서애의 업적과 학덕을 추모하  여 사묘인 존덕사를 짓고 향사하면서 서원이 됐다. 유홍준 전 문화재청장은 저서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에서 "병산서원은 인문적, 역사적 의미 외에도 미술사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아름다운 한국건축사의 백미다"고 평가했다. 굳이 유 교수의 표현이 아니더라도 만대루와 존덕사 마루에 앉아 병산과 낙동강을 바라보면 눈앞에 펼쳐진 절경의 공간미에 절로 탄복이 나온다. 
 

Copyright ⓒ 조선일보


역사문화 여행, 힐링의 도시 영주

조선일보    권광순 기자 입력 2019.10.15 03:00


유네스코 세계유산 부석사·소수서원… 한국의 알프스 소백산… 국립산림치유원
 

강줄기를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의 풍광이 잘 어우러진 무섬마을. 마을과 외부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로 이용되었던 외나무다리를 예전 모습 그대로 만나볼 수 있다. 마을의 대표 상징물이 된 외나무다리는 어른들에겐 휴식을, 아이들에게는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명소로 유명하다. / 영주시 제공
 
전통문화의 도시 경북 영주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을 두 곳을 품고 있다.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소백산이 자리하고 있는 영주는 자연과 전통을 한 곳에서 누릴 수 있어 힐링 여행지로 제격이다. 영주가 사철 여행지로 손꼽히는 이유는 아름다운 풍광과 싱그러운 자연을 느끼며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부석사와 소수서원, 선비촌과 무섬마을 등 주변의 볼거리도 둘러볼 수 있기 때문이다. 영주의 문화자원은 아이들 인성교육은 물론 여행 자체를 풍성하게 채워준다.


◇부석사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13번째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된 영주 부석사는 의상대사가 창건한 천년고찰이다. 부석사에는 무량수전을 비롯해(국보 제18호)국보 5점과 부석사 삼층석탑(보물 제249호) 등 보물 6점, 지방유형문화재 2점이 있다. 수많은 사연을 품은 고요한 사찰의 풍경소리, 하늘 아래 펼쳐지는 숲의 푸른 융단, 자연에서 만날 수 있는 자유로움은 세속의 스트레스를 한 번에 날려버릴 만큼 신선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소수서원

영주는 예로부터 학식과 인품을 두루 겸비한 선비들을 많이 배출한 고장으로 350여 년간 약 4000여 명의 유생을 길러낸 인재의 도량이자, 선비의 고장으로 전통을 느낄 수 있는 명소들이 많다. 그 중에서도 소수서원은 수많은 선비들을 배출한 학문의 전당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사액서원으로 선비의 고장 영주를 탄생시킨 곳이다.


부석사에 이어 올해 소수서원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조선 중종 38년(1543) 풍기군수 주세붕이 세운 소수서원은 고려말 성리학을 최초로 도입한 회헌 안향을 비롯해 수많은 선비를 배출했다.


우리나라 유교의 발자취를 더듬어 볼 수 있는 소수서원 인근에는 선비들의 생활을 체험할 수 있는 선비촌과 선비문화 수련원 등과 함께 전통의 정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명소가 즐비하다.


도포자락 휘날리며 곧은 자세로 거리를 걷고, 정갈한 몸가짐으로 앉아 책장을 넘기고 있는 선비의 모습, 이제는 잊혀져가는 광경이지만 이곳 영주에서라면 선비의 정취를 마음껏 느낄 수가 있다.

 

올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영주 소수서원 전경. / 영주시 제공
 
◇소백산 국립공원

백두대간의 허리에 자리한 소백산은 계절마다 다른 아름다움을 뽐내며 언제나 사람들로 넘쳐난다. 대표적인 등산로는 죽령검문소를 출발해 희방사, 연화봉, 죽령 휴게소(4시간 30분소요 11.4km)에 이르는 길과, 풍기삼가리를 출발해 비로사, 비로봉, 연화봉, 희방사, 죽령검문소(5시간 14.3km)에 이르는 길이 있다. 순흥 초암사를 출발해 국망봉, 비로봉, 비로사, 풍기삼거리(5시간 30분 13.6km)에 이르는 길 등 다양한 코스가 있다.


각각의 길마다 다른 역사와 매력을 가지고 있어 깊은 골을 따라 흐르는 물소리를 듣고, 가지 사이로 스며드는 햇살을 기분 좋게 바라보며 마음껏 즐길 수 있게 해준다.

계절에 지친 심신을 위해 휴식을 취하기 좋은 곳으로 산 좋고 물 맑고 하늘 높은 곳으로 손꼽히는 영주에는 '대나무가 맑은 시내'라고 해서 이름 붙은 죽계천이 있다.


소백산 국망봉과 비로봉 사이에서 발원해 영주 순흥 마을을 휘감아 낙동강 상류로 굽이쳐 들어가는 물길이다. 이곳에 자리 잡은 죽계구곡은 퇴계 이황이 찬사를 보냈던 비경 중 비경으로 안축 선생이 읊었던 죽계별곡의 무대이자 조선 중기 주세붕 군수가 자연 경관을 즐기며 시를 읊었던 곳으로 유명하다. 계곡 바닥이 훤히 보이는 맑은 물, 울창한 숲, 그 사이로 보이는 하얀 바위가 인상적인 죽계 구곡은 인근 관광지들과 연계되는 코스로 손꼽힌다.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

지난 2016년 영주와 예천 일대를 아우르는 국립산림치유원 다스림이 개원했다. 숲에 존재하는 다양한 환경요소를 활용해 인체의 면역력을 높이고, 신체적, 정신적 건강을 회복시키는 것을 산림치유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조성되어 있다. 건강증진센터, 산림치유마을, 수치유센터, 치유숲길 등 산림휴가의 명소가 된 이곳엔 힐링을 원하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혈압과 체성분 등 신체측정과 건식, 음파, 아쿠아 치유실 등 건강치유 체험이 가능하다.


하루 동안 산림과 교류하며 치유효과를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당일 체험과 사전검사 및 교육을 통해 다양한 활동을 선택해 참여할 수 있는 2박 3일 체험, 식습관 등 장기적인 치유와 개선을 유도하는 1주일 체험, 1개월 체험 등 기간별로 프로그램을 골라 참여할 수 있다. 온 가족이 오순도순 즐겁게 이야기하면서 피톤치드 가득한 숲길이 유명하다.


◇무섬마을

어른들에게는 휴식을, 아이들에게는 추억을 만들어 줄 수 있는 여행. 은빛 모래가 빛나는 영주 무섬마을은 그리운 고향의 정취를 선사한다.


유유히 흐르는 내성천의 맑은 물과 금빛모래, 외나무다리가 어린 시절 개울가에서 물장구치며 노닐던 그때로 되돌아가게 해 영주의 아름다운 장소로 손꼽히는 곳이다. 40여 전통가옥들이 오순도순 지붕을 맞대고 살아가는 무섬마을은 만죽재를 비롯한 총 9개 가옥이 경북문화재자료 및 경북 민속자료로 지정돼 있다. 100년 넘는 가옥도 16채 남아있어 조상들의 자취와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무섬마을을 더욱 특별하게 하는 것은   은빛모래가 반짝이는 백사장 위로 유유히 흐르는 강물, 그 너머로 자리한 아름다운 외나무다리다. 30여년 전 콘크리트 다리가 놓이기 전까지 마을과 외부를 이어주는 유일한 통로로 이용되었던 외나무 다리를 예전모습 그대로 간직한 마을 대표 상징물이다.

마을 내 고택과 정자들은 옛 모습 그대로 보존되어 고풍스런 옛 향취를 풍겨 이젠 영화와 드라마 촬영 명소가 됐다. 
 

Copyright ⓒ 조선일보


수백년 이어온 공존 생명체의 숨결 그대로…

영주 무섬마을·경주 교촌마을·성주 한개마을 등 둘러봐야 할 명소 많아

조선일보    권광순 기자 입력 2019.10.17 03:00


경북의 세계적 전통마을 하회·양동  


경주 양동마을은 산세와 지세가 좋아 물자형 골짜기를 따라 크고 작은 고가가 어우러진 전형적인 조선시대 반촌마을이다. /경북도 제공
 
여행은 일상을 벗어나 또 다른 나를 만나게 해준다. 보통의 일상을 특별한 일상으로 만들어 주기도 한다. 가을은 누구나 취향따라 훌쩍 떠나고 싶어지는 충동이 가장 강한 계절이다. 이러한 여행 욕구에 맞춰 올 가을 경북에서 추천하는 또 하나의 여행테마는 바로 '전통마을'이다.


경북의 전통마을은 단순히 사람이 딛고 있는 장소적 공간이 아니다. 사람과 산ㆍ강이 함께 어우러져 서로 지켜주고 보듬어 주며 상생하는 것이다. 수백 년 이어지는 긴 공존 생명체라고 할 수 있는 경북의 전통마을을 찾아 간다.


한국의 역사마을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하회와 양동은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전통마을이다. 낙동강은 안동에 이르러 비로소 큰 물줄기를 만들어 내 풍천면에 접어 들어 큰 'S'자를 그리면서 마을을 감싸 안고 흐른다. 마을이름도 하회(河回)라고 했다.


하회마을(중요민속자료 제122호)은 풍산류씨가 600여 년간 대대로 살아온 한국의 대표적인 동성마을이며, 와가(瓦家:기와집)와 초가(草家)가 오랜 역사 속에서도 잘 보존 된 곳이다. 특히 조선시대 대 유학자인 겸암 류운룡과 임진왜란 때 영의정을 지낸 서애 류성룡 형제가 태어난 곳으로도 유명하다.


마을의 동쪽에 태백산에서 뻗어 나온 해발 271m의 화산(花山)이 있고, 이 화산의 줄기가 낮은 구릉지를 형성하면서 마을의 서쪽 끝까지 뻗어있으며, 수령이 600여 년 된 느티나무가 있는 곳이 마을에서 가장 높은 중심부에 해당한다.


부용대에서 본 세계문화유산 안동 하회마을 가을 풍경.
 
하회마을의 집들은 느티나무를 중심으로 강을 향해 배치되어 있기 때문에 좌향이 일정하지 않다. 서로가 비스듬히 서있다.

한국의 다른 마을의 집들이 정남향 또는 동남향을 하고 있는 것과는 상당히 대조적인 모습이다. 또한 큰 와가(기와집)를 중심으로 주변의 초가들이 원형을 이루며 배치되어 있는 것도 특징이다.


하회마을에는 서민들이 놀았던 '하회별신굿탈놀이'와 선비들의 풍류놀이였던 '선유줄불놀이'가 현재까지 전승되고 있다. 우리나라 전통생활문화와 고건축양식을 잘 보여주는 문화유산들이 잘 보존된 이곳은 20년 전 영국 엘리자베스 여왕의 한국 방문에 이어 지난해 여왕의 아들 앤드루 왕자가 다시 찾을 정도로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마을이다.


경주 양동마을은 신라의 고도 경주에서 동북방향으로 20km 지점에 위치한 산세와 지세가 좋아 물자형 골짜기를 따라 대소고가가 어우러져 있으며 선비들이 많이 배출된 전형적인 조선시대 반촌마을이다. 양동마을은 단일 성씨로 이루어지는 전통마을과 달리 특이하게 서로 인척관계로 맺어진 월성 손씨와 여강 이씨 두 집안이 함께 500여년을 이어왔다.


전통 민속마을 중 가장 큰 규모와 오랜 역사를 가진 우리나라 대표적 반촌인 양동마을은 특이하게 손(孫), 이(李) 두 성이 서로 협조하며 반세기 역사를 이어 전통문화 보존 및 볼거리, 역사적인 내용 등에서 가장 높은 가치를 평가 받고 있다.


한국 최대 규모의 대표적 조선시대 동성취락으로 수많은 조선시대의 상류주택을 포함하여 500년이 넘는 고색창연한 54호의 고와가(古瓦家)와 이를 에워싸고 있는 고즈넉한 110여 호의 초가로 이뤄져 있다. 양반가옥은 높은 지대에 위치하고 낮은 지대에는 하인들의 주택이 양반가옥을 에워싸고 있다.


경주손씨와 여강이씨의 양 가문에 의해 형성된 토성마을로 우재 손중돈선생, 회재 이언적선생을 비롯하여 명공(名公)과 석학을 많이 배출했다. 아름다운 자연 환경 속에 수백년 된 기와집과 나지막한 토담으로 이어지며, 통감속편(국보 283), 무첨당(보물 411), 향단(보물, 412), 관가정(보물 442), 손소영정(보물 1216)을 비롯해 서백당(중요민속자료 23) 등 중요민속자료 12점과, 손소선생 분재기(경북유형문화재 14) 등 도지정문화재 7점이 있다. 와가와 초가 등이 한 폭의 그림처럼 펼쳐지며 전통의 향기를 느낄 수 있다.


또한 아름다운 풍경과 낮은 토담길 사이를 걸으며 긴 역사의 향기를 넉넉하게 감상할 수 있다. 유교 전통문화와 관습 등을 체험할 수 있는 교육프로그램이 있어 아름다운 우리 예절과 전통문화도 체험할 수 있다.

 

하회마을 인근 마을의 가을 풍경.
 
영주 무섬마을은 강물이 산을 만나 휘휘 돌면서 만들어 내는 물돌이 마을로서 물위에 떠 있는 섬이라 하여 무섬마을이라고 불리고 있다. 순우리말로, 처음엔 '물섬마을'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350년을 넘은 세월을 지켜온 한옥이 서로를 의지하며 마을을 지켜오고 있다. 강을 가로지르는 외나무다리를 건너야 들어갈 수 있는 아늑한 마을에서 전통문화를 경험하고, 집집마다 숨겨진 신비한 이야기를 통해 진정한 힐링을 맛볼 수 있다.


경주 교촌마을은 원효대사와 요석공주가 만났던 요석궁의 역사와 경주 최부자 고택 등 유명한 관광명소와 문화유적의 원형을 잘 보존하는 한국 대표 한옥마을이다. 다양한 볼거리와 더불어 먹거리와 놀거리가 풍성할 뿐만 아니라 대릉원과 첨성대, 동궁과 월지 등 살아 있는 신라 천년의 숨결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역사문화유산을 함께 둘러 볼 수 있는 마을여행지라고 할 수 있다.


예천 '금당실 마을'은 조선시대 정감록이 전하는 '천하명당 십승지'중 하나이며 조선 초 태조 이성계가 도읍으로 정하려다 큰 강이 없어 포기했다는 이야기도 있다. 마을 안쪽에 위치한 천연기념물인 송림과 나지막한 돌담길 골목이 굽이굽이 이어지며 여유와 힐링을 함께 누릴 수 있는 마을이다. 금당실 마을에서는 여행객들이 주위 경관에 마음을 빼앗겨 골목을 따라 걷다가 길을 잃고 헤매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외 경북도는 전통마을여행 버킷리스트를 꽉 채우고도 남는다. 영남 제일의 길지로 손꼽히는 성주 '한개마을'. 560년 동안 성산 이씨가 집성해 살고 있고 마을의 전통한옥과 이를 둘러싸고 있는 토석(土石)담이 잘 어우러져 자연스런 동선을 유도하면서 아름다운 풍광이 조화롭다.


예전에 이곳에 큰 개울 또는 나루가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영남 3대 양반촌의 하나로 장원급제자가 많  아 '장원방'이라 불렸던 칠곡 '매원마을'도 빼놓을 수 없다. 아늑한 숲과 연못, 오래된 고택이 어우러진 포항 '덕동마을', 천연기념물 마을지킴이 사촌 숲으로 유명해진 의성 '사촌마을', 200여년 된 고가옥들이 30여 동이나 늘어서 있고 영양 남씨 집성촌으로 400여 년간 세거를 누리며 살고 있는 영덕 '괴시리마을' 등도 추천할 만한 전통마을 여행지이다.


 Copyright ⓒ 조선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