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맛비 촉촉히 내리는 2019 · 7 · 21 · 일요일
비가 내리기에 미리 예정된 코스를 취소하고 아라뱃길 라이딩
그리운 폭우
- 곽 재 구
어젠 참 많은 비가 왔습니다
강물이 불어 강폭이 두 배로 더 넓어졌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금세라도 줄이 끊길 듯 흔들렸지요
그런데도 난 나룻배에 올라탔답니다
내 낡은 나룻배는 흙탕물 속으로 달렸습니다
아, 참 한 가지 빠트린 게 있습니다
내 나룻배의 뱃머리는
지금 온통 칡꽃으로 뒤덮여 있습니다
폭우 속에서 나는 종일 꽃장식을 했답니다
날이 새면 내 낡은 나룻배는
어딘가에 닿아 있겠지요
당신을 향한 내 그리움의 지름길은
얼마나 멀고 또 험한지...
사랑하는 이여.
어느 河上(하상)엔가
칡꽃으로 뒤덮인 한 나룻배가 얹혀 있거든
한 그리움의 폭우가 이 지상 어딘가에 있었노라
가만히 눈감아줘요
▲ 장맛비가 촉촉히 내린다. 배낭 커버를 씌우고 달린다
빗소리
- 박 건 호
빗소리를 듣는다
밤중에 깨어나 빗소리를 들으면
환히 열리는 문이 있다
산만하게 살아온 내 인생을
가지런히 빗어주는 빗소리
현실의 꿈도 아닌 진공상태가 되어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눈을 감으면 넓어지는
세계의 끝을 내가 간다
귓속에서 노래가 되기도 하는 빗소리
이 순간의 느낌을 뭐라고 표현할까
빗소리를 듣는다
빗소리를 듣는다는 것은
얼마나 반가운 일이냐
시집 <그리운 것은 오래 전에 떠났다> (2007년 한누리미디어)中에서
이곳은 사이클 아카데미의 훈련코스로 아라뱃길을 보며 작은 업힐을 달리는 길이다
▲ 라이딩을 출발하여 12km를 지날때쯤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비가와도 젖는 자는
- 오 규 원
강가에서
그대와 나는 비를 멈출 수 없어
대신 추녀 밑에 멈추었었다
그 후 그 자리에 머물고 싶어
다시 한 번 멈추었었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강은 젖지 않는다. 오늘도
나를 젖게 해놓고, 내 안에서
그대 안으로 젖지 않고 옮겨가는
시간은 우리가 떠난 뒤에는
비 사이로 혼자 들판을 가리라
혼자 가리라, 강물은 흘러가면서
이 여름을 언덕 위로 부채질해 보낸다.
날려가다가 언덕 나무에 걸린
여름의 옷 한 자락도 잠시만 머문다
고기들은 강을 거슬러 올라
하늘이 닿는 지점에서 일단 멈춘다
나무, 사랑, 짐승 이런 이름 속에
얼마 쉰 뒤
스스로 그 이름이 되어 강을 떠난다.
비가 온다, 비가 와도
젖은 자는 다시 젖지 않는다.
간간히 장맛비 내리는 일요일
옷이 젖은 것이 땀인지 빗물인지... 하여간 열심히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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