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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영종도 둘레길 걷기예찬

by 한국의산천 2018. 12. 9.

12월로 접어들며 본격적인 추위가 몰려온다  

일요일 강추위로 인해 자전거타기에는 무리 

그렇다고 집안에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은가


바람도 쐴겸 등산복을 입고 오후에 집을 나섰다


걷는 것은 자신을 세계로 열어놓는 것이다.

발로 다리로 걸으면서 인간은 실존에 대한 행복한 감정을 되찾는다.


▲ 바다 건너 마니산이 우뚝 솟이있다



걸어서 행복해져라

걸어서 건강해져라 - 찰스 디킨스


걷기는 시간을 가장 우아하게 잃는 일이다

걷기는 시간을 충분히 차지하되 느릿 느릿 차지하는 일이다

걷기는 삶의 의욕을 꺾는 현대의 그 절대적인 필요성들에 대한 일종의 저항이다.

걷기는 느림의 호흡 운동이다


▲ 그간 바쁘게 살아왔으니 이제는 천천히 나가련다. 


내 다리가 움직이기 시작하면

내 생각도 흐르기 시작한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걷기 위해서는

반드시 어떠한 목적이 있어야 하는것은 절대 아니다.


▲ 얼마전 가을에는 라이딩으로 이곳을 찾았다



도보여행자에게는 신발이 전부다.

모자니 셔츠니 명예니 덕목이니 하는 것은 모두 그 다음의 문제다.



오랜 시간 호젓하게 걸어도 절대 외롭지 않다

오히려 떼를 지어 걷다가 뼈저린 외로움을 느끼기도 한다.

"나는 고독만큼 함께하지 좋은 동반자를 본적이 없다 " - 소로우 




걷는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포기하지 않는 인내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어서

즐거운 상황에서든 복잡하게 일이 꼬인 상황에서든 서두르지 않고 적응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길을 걷는 사람은 기회를 만들어 가는 예술가이다.   



"보행은 세계의 희열을 향한 자기개방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면적인 휴지와 평정을 허락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주변 환경과 몸으로 만나는 일이므로 우리는 여러 장소의 감각적 조건에 끊임없이 혹은 거리낌이 없이 자신을 맡기게 된다.

그래서 그런지 걷는 사람은 그렇게 바삐 서두르는 사람이 없다."



"온갖 세속적 얽힘에서 벗어나 산과 들과 산속의 숲속을 걷지 못한다면

나는 건강한 영혼을 온전히 보존하지 못할 것 같다."

- 헨리 데이빗 소로우



길은

앞으로 계속 나가려는 사람들의 집요함을 공격한다


여행자여

길은 없다 !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걷기는 삶의 불안과 고뇌를 치료하는 약이다."

 

속담에서 오직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첫걸음이라지만

그 첫걸음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니다.

그 첫걸음으로 인하여 우리는 한동안 규칙적인 생활의 고즈넉함에서 뿌리가 뽑혀

예측할 길 없는 길과 날씨와 만남들과 그 어떤 다급한 의무에도 매이지 않는 시간표에 몸을 맡기게 된다.



▲ 영종도 라이딩에서 이 코스는 지나가는 구간의 일부이다


거친 호흡 몰아쉬며 오르고 내리고

한 여름과 가을에 달리던 이길에 이제 겨울이 다가오고 있다.


▲ 가을의 끝자락 11월 초입 어느날



키에르케고르는 1874년에 제테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기록했다.

"나는 걸으면서 나의 가장 풍요로운 생각을 얻게 되었다.

걸으면서 쫒아버릴 수 없을 만큼의 무거운 생각은 하나도 없다."








"걷기는 세계를 느끼는 관능에로의 초대다. 걷는다는 것은 세계를 온전하게 경험하는 것이다."


"이런 경험을 경험하는 자는 그 순간 그 경험의 주도권이 인간에게로 돌아온다.

우리는 목적이 없이 그냥 길을 걷는다. 지나가는 시간을 음미하고 존재를 에돌아가서 길의 종착점에 더 확실하게 이르기 위해 걷는다.

전에 알지 못하던 얼굴들을 발견하고 몸을 통해서 무궁무진한 감각과 관능의 세계에 대한 지식을 확대하기 위해 걷는다.

길이 거기에 있기에 걷는다. 걷기는 신간과 공간을 새로운 환희로 바꾸어놓는 고즈넉한 방법이다."



"도시는 지구가 둥글다는 사실을 잊어버리게 한다."

"도시는 우리를 땅에서, 산에서, 하늘에서, 산에서, 숲에서, 들에서 벗어나게 한다.

예를 들어 작은 마을에서는 사람들이 해와 바람과 샘과 들어가고 나온 지형의 기복에 만족하는 가운데

주위환경과의 강한 감각적 관계 속에 얼마 안 되는 몇 채의 집들이 지어져 있음에도 감동을 받게 하지만

도시는 반대로 모든 것을 사람과 인공적인 물건으로 뒤 덮어버리고 있기 때문이다."

걷기는 사물들의 본래 의미와 가치를 새로이 일깨워주는 인식의 한 방식이며

세상만사의 제 맛을 되찾아 즐기기 위한 보람 있는 우회적 수단이다.



"걷기는 시간을 그 본래의 조건에서 해방시켜 공간 속에서 뿐만 아니라 인간의 내면속으로 난 길을 찾아 가게 한다."

결국 걷기란 인간 자신의 내면의 길을 더듬어 찾아가는 것이기 때문에 거듭나게 하는 것이다







▲ 길위의 만찬

먹기위해 잠시 멈추는 일은 언제나 축복의 순간이자 훌륭히 전진한 데에 대한 일종의 보상이다

식사는 시간을 멈춘 명상의 순간으로서 일상의 습관을 떨쳐내기 위한 돌파구가 된다.

식사에서 최고는 음식의 맛이 아니라 타인의 존재를 음미한다는 사실이다.

버터를 바른 빵조각 몇개를 나누어 먹더라도

식탁을 함께 나누고 관계를 축하하며 들뜨면서도 평화로운 사회관계의 정점을 누린다.  


한끼의 검소한 식사가 때로는 최고의 만찬보다 더 나은 것이니

그 포만감과 유쾌함은 지워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는다.


온종일 걷고 난 뒤의 허기와 달콤한 피로가 뒷받침하게 되면

별것 아닌 음식이 침을 고이게 하는 미식으로 변한다.


 


스트라스부르 대학의 사회학 교수인 다비드 르 브르통은 이 책의 에필로그에서 아주 멋진 말을 남기며 글을 맺는다.

"지구는 둥글다.

그러므로 그 지구를 태연한 마음으로 한 바퀴 돌고나면 우리는 어느 날 출발점으로 다시 돌아올 것이다.

그리하여 또 다른 여행을 준비하게 될 것이다."



이 산문집의 제일 끝은

'길 끝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것'으로 막을 내린다.

과연 그것이 무엇일까.

현재도 길을 걷고있는 분들과 언젠가 걷고 싶은 분들께 꼭 권하고 싶은 책이다.


<걷기예찬> 그 후 10년 느리게 걷는 즐거움.



지은이 소개 [다비드 르 브르통]

프랑스 스트라스부르 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이다.

'몸'의 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바탕으로 '몸과 사회', '몸과 현대성의 인류학', '고통의 인류학' , '몸의 사회학등을 썼다

 

옮긴이: 문신원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이화여자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 소르본 대학교 가톨릭 대학에서 DCE (현대문학과 예술연구) 과정을 수료했다.

현재 프랑스어와 영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중이다.

 

걷기예찬 옮긴이 : 김화영

서울대 불문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프로방스 대학에서 알베르 카뮈론으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 불문과 교수로 재직중이며, 프랑스 카뮈학회 이사를 역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