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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아라뱃길의 가을

by 한국의산천 2018. 10. 20.

아라뱃길의 가을

[2018 10 20 하늘색 파란 토요일] 





알게 모르게 62회째 맞는 가을이렸다


그간 너무 빠르게 살아왔다

이제는 주변을 둘러보고 자연을 호흡하며 천천히 나가야겠다.


기쁨도 슬픔도

행복도 불행도

즐거움도 괴로움도 모두 지나가리니...


이제부터는

하기 싫은 일은 적당히 뿌리치고

하고 싶은 것만 골라서하자



가을 부근


                           - 정 일 근


여름에 열어놓은 뒤란 창문을 닫으려니

열린 창틀에 거미 한 마리 집을 지어 살고 있었습니다

거미에게는 옥수수가 익어가고 호박잎이 무성한

뒤뜰 곁이 명당이었나 봅니다

아직 한낮의 햇살에 더위가 묻어나는 요즘

다른 곳으로 이사하는 일이나, 새 집을 마련하는 일도

사람이나 거미나 힘든 때라는 생각이 들어

거미를 쫓아내고 창문을 닫으려다 그냥 돌아서고 맙니다

가을바람이 불어오면 여름을 보낸 사람의 마음이 깊어지듯

미물에게도 가을은 예감으로 찾아와

저도 맞는 거처를 돌아갈 것이다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사랑이란


                      - 정 일 근


마음속에 누군가를 담고 살아가는 것이

사랑인 줄 알았습니다, 사랑하기에

젊은 날엔 그대로 하여 마음 아픈 것도

사랑의 아픔으로만 알았습니다

이제 그대를 내 마음속에서 떠나보냅니다

멀리 흘러가는 강물에 아득히 부는 바람에

잘 가라 사랑아, 내 마음속의 그대를 놓아 보냅니다

불혹, 마음에 빈자리 하나 만들어놓고서야

나는 사랑이 무엇인지 아는 나이가 되었나 봅니다

사랑이란 누군가를 가두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비워놓고 기다리는 일이어서

그 빈자리로 찾아올 누군가를 기다리는 일이어서

사람을 기다리는 일이 사랑이라는 것을

이제서야 나도 알게 되었나 봅니다



가을이 오면 그대에게 가렵니다.


                             - 정 일 근


가을이 오면 그대에게 가렵니다.
낡고 오래 된 기차를 타고 천천히
그러나 입속에 스미는 가을의 향기처럼
연연하게 그대에게 가렵니다.


차창으로는 무심한 세상이
다가왔다가 사라지고
그 간이역에 누구 한 사람 나와
기다려주지 않는다 해도
기차표 꼭 잡고 그대에게 가렵니다.


그대가 기다리는 간이역이
이미 지나쳤는지 몰라도
그대 이미 나를 잊어버렸는지 몰라도
덜컹거리는 완행 기차를 타고
그대에게 가렵니다.


가을이 나뭇잎 하나하나를 모두 물들이는
무게와 속도로
그대에게 가렵니다



가을 억새

 

                         - 정 일 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이 켜진 추억의 플랫폼에서

마지막 상행선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에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 흘려주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

내 생에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정일근 시집  <나에게 사랑이란 > - 시선사


정일근 시인의 "가을 억새"를 읽노라면 연인의 사랑과 이별을 떠올리게 한다.

오래전만 해도 사랑도 어려웠고 이별 또한 어렵고 가슴깊이 저미는 슬픔이었는데

요즘 사랑과 이별은 쉽고도 무덤덤한 느낌이 든다. 


들판과 논뚝에 가득한 억새를 보며 다시금 인간의 팍팍한 삶과 이별을 돌아본다

시인의 말처럼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모두가 바삐 제 갈길로 돌아선다

그렇다 사랑이 없으므로 이별을 해도 눈물을 흘릴 일이 없다고 시인은 말한다.


산 능성이에서 바람에 흔들리는 은발의 억새처럼

헤어짐이 아쉬워 뒤돌아보며

손이라도 흔들어주는 그러한 감성이 다시금 그리움 요즘이다


진정한 사랑을 위해

이별의 아픔을 참고 끝까지 뒤돌보며 손 흔들어주는 가을 억새의 교훈을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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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은 하늘을 날거나
바다위를 걷는 것이 아니라,
땅에서 걸어 다니는 것이다 ”
 


혼자서 일어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웃으며 이야기하고,
함께 식사를 하고,
산책을 하고, 

다만
그런 소소한 일상이
기적이라는 것을 깨달을 때는
대개는
너무 늦은 다음이라는 점이 안타깝다.


아침에
벌떡 일어나는 일이
감사한 일임을
이번에 또 배웠다.
건강하면 다 가진 것이다.
오늘도 일상에 감사하며 살자
-일상의 기적 중에서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 흘려주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

내 생에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