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월의 마지막 일요일
계양산 둘레길과 아라뱃길을 달리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이끄는 몸과 이끌리는 몸이
현재의 몸 속에서 합쳐지면서 자전거는 앞으로 나아가고,
가려는 몸과 가지 못하는 몸이
화해하는 저녁 무렵의 산 속 오르막길 위에서 자전거는 멈춘다.
그 나아감과 멈춤이 오직 한 몸의 일이어서,
자전거는 땅 위의 일엽편주(一葉片舟)처럼 외롭고 새롭다.
‘신비'라는 말은 머뭇거려지지만,
기진한 삶 속에도 신비는 있다.
오르막길 체인의 끊어질 듯한 마디마디에서,
기어의 톱니에서, 뒷바퀴 구동축 베어링에서,
생의 신비는 반짝이면서 부서지고 새롭게 태어나서 흐르고 구른다.
땅 위의 모든 길을 다 갈 수 없고
땅 위의 모든 산맥을 다 넘을 수 없다 해도,
살아서 몸으로 바퀴를 굴려 나아가는 일은 복되다. - 김 훈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