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다 영종도 예단포 풍경
쇠락하거나 사라져가는것에 대한 아쉬움
영종도가 공항과 더불어 개발의 붐을 타고 도시화되면서 어촌의 향수도 잊혀지는 것 같아 안타깝기만 하다
지금은 섬이라기보다 육지의 일부로 변해버린 영종도. 섬을 사방으로 나누는 해발 256m 백운산(白雲山)을 중심으로 예단포는 산의 북쪽, 운북마을 쪽에 있다. 예단포 가는 길은 지금 도로 확포장 공사로 길은 넓어졌지만 그 옛날의 운치있는 작은 어촌 풍경은 사라진지 오래다.
▲ 영종대교가 세워지기 전까지 영종도의 유일한 통로였던 구읍뱃터 ⓒ 2016 한국의산천
지금은 영종대교와 인천대교가 연결됐지만 굳이 배편으로 영종도를 찾는 이들이 있다. 주로 인천 시민들이다. 월미도에서 영종도선착장 구읍배터로 배를 타고 오면 멀리 고속도로를 돌아오는 것보다 휠씬 빠르다.
구읍배터 주변도 복합문화단지 개발로 어수선하기만하다. 다리가 놓아지기전 예전에 이곳에서 내리면 횟집과 수산물 노점이 즐비했던 곳인데 이제는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 옛날의 흥청거렸던 포구의 기억을 되새기니 아쉬움만 가득하다.
겨울바다에 가는 것은
- 양병우
겨울바다에 가는 것은
바로 나를 만나러 가는 것이다
고독을 만나러 가는 것이고
자유를 느끼기 위해 가는 것이다
동굴 속에 머물러 지내다가
푸른 하늘을 보러 가는 것이다
겨울 바다에 가는 것은
갈매기 따라 날고 싶기 때문이다
시린 바닷바람 가슴 가득히 마셔
나를 씻어내고 싶어 가는 것이다.
▲ 강추위가 최고조에 달한 요즘 날씨지만 라이딩은 생략하더라도 카메라를 들고 길을 나선다 ⓒ 2016 한국의산천
▲ 시야를 가득채우는 바다와 저만치 정면에 강화도 마니산이 우뚝 서있다.
시간이 멈춘듯 작은 예단포구는 지금까지도 그렇게 존재하기에 애틋함이 더할 수밖에 없다.
강화도 임금에게 예단 드리러 가는 포구
예/ 단/ 포/
영종도 북쪽 끝에 예단포라는 포구가 있다. 지금은 도로확장공사로 큰길이 생기고 현재도 미단시티 조성 공사중이다. 예전에는 이곳이 영종도에서 가장 풍족했던 마을이었다고 한다.
30~40척의 큰 배들이 출항을 기다리며 포구를 가득 메웠고, 조기철이면 이곳에서 수백 척의 배들이 집결해 조기 파시가 열리곤 했단다. 일제 땐 경찰 주재소까지 있던 마을이지만 개발의 파도에 휩쓸려 이젠 다 사라지고 없다. 예단포를 중심으로 한 운북종합레저단지 개발로 수십 채가 있던 마을은 그 흔적도 찾기 어려워졌고 고깃배 몇 척 묶인 포구가 덩그러니 남아 있을 뿐이다.
겨울바다
- 이 해 인
내 쓸모없는 생각들이 모두
겨울바다 속으로 침몰해 버리면
얼마나 좋을까
누구도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일 때
바다를 본다
누구도 사랑하기 어려운 마음일 때
기도가 되지 않는 답답한 때
아무도 이해 못 받는
혼자임을 느낄 때
나는 바다를 본다
참 아름다운 바다빛
하늘빛
하느님의 빛
그 푸르디푸른 빛을 보면
누군가에게 꼭 편지를 쓰고 싶다
사랑이 길게 물 흐르는 바다에
나는 모든 사람들을 초대하고 싶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 얼마전 영면하신 고(故) 신영복 성공회대 석좌교수를 떠올리며 그분의 글씨체가 쓰여진 이슬이 한잔을 마셨다 ⓒ 2016 한국의산천
나는 떼어놓을 수 없는 고독과 함께 배에서 내리자마자
방파제에 앉아 술을 마셨다 해삼 한 토막에 소주 두 잔
이 죽일 놈의 고독은 취하지 않고 나만 등대 밑에서 코를 골았다 - 이생진
술에 취한 바다
성산포에서는
남자가 여자보다
바다에 가깝다
나는 내 말만 하고
바다는 제 말만 하며
술은 내가 마시는데
취하긴 바다가 취하고
성산포에서는
바다가 술에
더 약하다 -이생진-
▲ 예단포구에서 손에 잡힐듯 가까이 보이는 강화도 마니산 ⓒ 2016 한국의산천
▲ 예단포 선착장에서 정면에 보이는 산이 강화도 마니산이며 오른쪽에 작은섬이 장금도이다 ⓒ 2016 한국의산천
바다 저편에 높이 솟은 마니산이 보인다
'예단포'라는 지명은 '임금에게 예단을 드리러 가는 포구'라는 데서 유래했다고 전해지는데 예담포 또는 여담포 등으로 불리던 시절도 있었다고 한다. 병인양요 때 강화도로 향하던 프랑스군이 상륙해 여인들의 목을 쳤다는 소문에서 ‘여단포(女斷浦)’로 불리기도 했다는 설도 있다.
마니산과 예단포구 사이에는 지금으로부터 780년 전의 역사가 녹아 있다. 몽고군이 침략하자 고려왕조는 서기 1232년 수도를 강화도로 옮겨 치열한 전투를 전개했다. 천도 이후 강화도가 성과 목책(방책)으로 완전 봉쇄됐을 때 육지로부터 완전히 고립된 고려왕실의 앞날은 위태로웠다. 이때 물 건너 예단포에서 물자와 병력을 공급하고 왕명을 8도 방백에게 지령함으로써 몽고대군을 상대로 무려 40년이나 싸울 수 있었다고 전한다.
바다는
- 용혜원-
밀물로 몰려드는 사람들과
썰물로 떠나는 사람들 사이에
해변은 언제나
만남이 되고
사랑이 되고
이별이 되어 왔다.
똑같은 곳에서
누구는 감격하고
누구는 슬퍼하고
누구는 떠나는가?
감격처럼 다가와서는
절망으로 부서지는 파도
누군가 말하여 주지 않아도
바다는
언제나 거기 그대로 살아 있다.
▲ 멀리 보이는 강화도 마니산을 배경으로 ⓒ 2016 한국의산천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시야를 갖는 것이다
술에 취한 섬 물을 베고 잔다 파도가 흔들어도 그대로 잔다
저 섬에서 한달만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뜬 눈으로 살자
저 섬에서 한달만 그리운 것이 없어질 때까지 뜬 눈으로 살자
겨울나무
- 이 수 인
나무도 생각을 한다
벗어버린 허전함에 눈물이 난다
빈가지 세워 올려다 본 회색빛 바다
구름 몇 점 잔잔한 파도를 타고
아직 남겨진 몇 개의 사연들은
미련 없이 저 자유의 바다로 보내리라
나무는 제 몸에서 뻗어나간
많은 가지와 그 가지에서 피어나는
꽃과 이파리 열매를 위하여
그 깊고 차가운 어둠 속을 향해 치열하게
뿌리를 내려가며 고독의 길을 끝없이 간다
인생 그 누구라도 겨울나무처럼
홀로된 외로움 벗어버린 부끄러움에
울어보지 않았으리
수없이 많은 사연의 가지를 지니고
여러 갈래의 뿌리를 두르고도
단 하나의 심장으로만 살아가지 않는가
빈 가지마다 눈꽃 피어났던 자리에
봉긋 봉긋 솟아나는 봄의 푸르름도
겨울가면 반드시 온다는 진리이기 보다
시련 뒤에 찾아오는 선물이라는 것을
겨울나무는 벌써 알고 있다
바닷가에서
- 정 호 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게 좋다
바다에서 돌아오면
- 이 생 진
바다에서 돌아오면
가질 것이 무엇인가
바다에선 내가 부자였는데
바다에서 돌아오면
가질 것이 무엇인가
바다에선 내가 가질 것이
없었는데
날아가는 갈매기도
가진 것이 없었고
나도 바다에서
가진 것이 없었는데
바다에서 돌아가면
가질 것이 무엇인가
과거 예단포항은 강화와 북도 장봉도 등의 어선들도 거쳐가는 대규모 포구였다. 그러나 어업자원 고갈과 영종이 도시화되면서 어촌마을 풍경이 자꾸 잊혀가고 또 찾아오는 사람도 줄어들어서 쇄락한 느낌도 있지만 얼마전 부터 예단포 활성화를 위해 진입로 확장공사와 더불어 바다를 일부 매립해 수산물 직판장과 상가를 조성하여 어촌 관광단지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또한 준설공사로 시간과 관계없이 배가 바다에 드나들 수 있으며 이에 따라 수시로 낚시 관광객들을 맞이할 수 있어 어민 소득에 상당한 영향이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어선에서 직접 잡아올린 생선을 현장에서 싸게 판매하는 것은 물론 즉석 횟감으로 즐길 수 있는 관광 코스로 개발해 보겠다는 계획을 추진하고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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