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공원의 가을 그리고 사람과 사람
토요일 아침 9시에 나와서 저녁 8시까지 자전거 타고 돌아다니기.[2014 · 10 · 18 · 하늘 파란 토요일]
▲ 가을빛이 찬란하게 빛나는 인천대공원 정문 ⓒ 2014 한국의산천
네가 와서 기뻤고, 네가 와서 외로웠다... 너는 나의 가을이다
낙엽의 서걱거림에 내가 지나온 과거를 다시금 돌아보는 시간이 된다.
오월의 신록처럼 푸르렀던 청춘은 모두 어디로 갔는지...
낙엽이 떨어져 뒹구는 거리에
한 줄의 시를 띄우지 못하는 사람은 애인이 없는 사람이란다
푸르른 날
- 서정주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저기 저기 저 가을 꽃 자리
초록이 지쳐 단풍 드는데
눈이 내리면 어이 하리야
봄이 또 오면 어이 하리야
내가 죽고서 네가 산다면!
네가 죽고서 내가 산다면!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은
그리운 사람을 그리워하자.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남겨진 가을
- 이재무
움켜진 손 안의 모래알처럼 시간이 새고있다
집착이란 이처럼 허망한 것이다
그렇게 네가 가고 나면 내게 남겨진 가을은
김장 끝난 텃밭에 싸락눈을 불러올 것이다
문장이 되지 못한 말(語)들이
반쯤 걷다가 바람의 뒷발에 채인다
추억이란 아름답지만 때로는 치사한 것
먼 훗날 내 가슴의 터엔 회한의 먼지만이 붐빌 것이다
젖은 얼굴의 달빛으로,
흔들리는 풀잎으로,
서늘한 바람으로,
사선의 빗방울로,
박 속 같은 눈 꽃으로
너는 그렇게 찾아와 마음의 그릇 채우고 흔들겠지
아 이렇게 숨이 차 사소한 바람에도 몸이 아픈데
구멍난 조롱박으로 퍼올리는 물처럼 시간이 새고 있다
가을 사랑
- 도종환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할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에
나의 마음은 바람부는 저녁숲이었으나
이제 나는 은은한 억새 하나로 있을 수 있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때의 내 마음은
눈부시지 않은 갈꽃 한 송이를
편안히 바라볼 때와 같습니다
당신을 사랑할 수 없었기 때문에
내가 끝없이 무너지는 어둠 속에 있었지만
이제는 조용히 다시 만나게 될
아침을 생각하며 저물 수 있습니다
지금 당신을 사랑하는 내 마음은
가을 햇살을 사랑하는 잔잔한 넉넉함입니다
▲ 벚꽃이 만발했던 인천대공원의 봄이 엊그제 같았는데 어느덧 느티나무에 단풍이 드네 ⓒ 2014 한국의산천
가을꽃집
- 용혜원-
꽃집에서
가을을 팔고 있습니다
가을 연인 같은 갈대와
마른 나뭇가지
그리고 가을 꽃들
가을이 다 모여 있습니다
하지만
가을 바람은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거리에서 가슴으로 느껴 보세요
사람들 속에서 불어 오니까요
어느 사이에
그대 가슴에도 불고 있지 않나요
가을을 느끼고 싶은 사람들
가을과 함께하고 싶은 사람들은
가을을 파는 꽃집으로
다 찾아오세요
가을을 팝니다
원하는 만큼 팔고 있습니다
고독은 덤으로 드리겠습니다
그리워 지는 계절, 가을입니다
오메 단풍 들것네
-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은 골 붉은 감잎 날아와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래 기둘리리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 것네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한 모국어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단풍 드는 날
- 도종환
버려야 할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순간부터
나무는 가장 아름답게 불탄다
제 삶의 이유였던 것
제 몸의 전부였던 것
아낌없이 버리기로 결심하면서
나무는 생의 절정에 선다
방하착(放下着)
제가 키워 온
그러나 이제는 무거워진
제 몸 하나씩 내려 놓으면서
가장 황홀한 빛깔로
우리도 물이 드는 날.
가을에 아름다운 것들
- 정유찬
가을엔
너른 들판을 가로 질러
노을지는 곳으로
어둠이 오기 전까지
천천히 걸어 보리라
아무도 오지 않는
그늘진 구석 벤치에
어둠이 오고 가로등이 켜지면
그리움과 서러움이
노랗게 밀려 오기도 하고
단풍이
산기슭을 물들이면
붉어진 가슴은
쿵쿵 소리를 내며
고독 같은 설렘이 번지겠지
아, 가을이여!
낙엽이 쏟아지고 철새가 떠나며
슬픈 허전함이 가득한 계절일지라도
네게서 묻어오는 느낌은
온통 아름다운 것들뿐이네
잊혀진 여인 - 임희숙
긴잠에서 깨어보니 세상이 온통 낮설고 아무도 내이름을 불러주는 이 없어 나도 내가 아닌듯해라
그 아름답던 기억들이 다 꿈이었던가 한밤에 타오르던 그꿈길이 정녕 꿈이었던가
누군가 말을 해다오 내가 왜 여기 서있는지 그 화려한사랑의 빛이모두 어디로 갔는지
멀리돌아보아도내가 살아온길은 없고 비틀거리는 걸음 앞에 길고 긴 내그림자
가을 억새
- 정일근
때로는 이별하면서 살고 싶은 것이다.
가스등 켜진 추억의 플랫홈에서
마지막 상행성 열차로 그대를 떠나보내며
눈물 젖은 손수건을 흔들거나
어둠이 묻어나는 유리창에 이마를 대고
터벅터벅 긴 골목길 돌아가는
그대의 뒷모습을 다시 보고 싶은 것이다.
사랑 없는 시대의 이별이란
코끝이 찡해오는 작별의 악수도 없이
작별의 축축한 별사도 없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총총총
제 갈 길로 바쁘게 돌아서는 사람들
사랑 없는 수많은 만남과 이별 속에서
이제 누가 이별을 위해 눈물을 흘려주겠는가
이별 뒤의 뜨거운 재회를 기다리겠는가
하산길 돌아보면 별이 뜨는 가을 능선에
잘 가라 잘 가라 손 흔들고 섰는 억새
때로는 억새처럼 손 흔들며 살고 싶은 것이다.
가을 저녁 그대가 흔드는 작별의 흰 손수건에
내 생애 가장 깨끗한 눈물 적시고 싶은 것이다.
▲ 사무실에 잠시 들렸다가 집으로 고고씽 ⓒ 2014 한국의산천
▲ 집 근처에 위치한 아인스월드 정문앞에서 하루를 마감한다 ⓒ 2014 한국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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