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경북 영주 무섬마을

by 한국의산천 2013. 12. 1.

[박종인의 사람과 길] 외나무다리 하나 건넜더니… 300년 전 세상이 나타났다 [박종인 여행문화 전문기자]

 

[주말매거진] 경북 영주 무섬마을[출처: 조선일보 / 정리 : 한국의산천 http://blog.daum.net/koreasan ]

 

▲ 300년 넘도록 무섬마을과 바깥을 이어주던 외나무다리에 겨울이 내렸다. 사람들은 다리를 건너 과거로 떠난다. / 박종인 기자 

 

 

    마을에는 외나무다리가 있었다. 사람들은 아버지의 아버지, 그 아버지의 아버지, 또 그 아버지의 아버지 때도 있었다고 했다. 아무도 살지 않는 이곳에 반남 박씨 일족이 들어와 살게 된 때가 1666년이다. 다리는 350년 가까운 세월을 버티고 살았다. 317년이 흐른 1983년 콘크리트 다리가 생길 때까지 다리는 마을과 바깥세상을 잇는 유일한 통로였다.

 

 

  낙동강으로 흐르는 내성천에 물이 넘치면 다리는 떠내려가곤 했다. 그래서 사람들은 아예 내성천 물길에 순응해 다리를 만들었으니, 다리는 사행(蛇行)하는 낙동강처럼 태극 무늬를 갖추게 되었다. 이 사행하는 강물이 북쪽 영월에서는 청령포를, 동쪽 안동에서는 하회마을을, 남쪽 예천에서는 회룡포마을을 만들었다. 그 가운데에 있는 이 마을은 무섬마을이다. 무섬, 물 위에 떠 있는 섬이라는 뜻이다. 태백산 줄기가 선심 쓰듯 던져준 다람쥐 꼬리 같은 작은 뒷산을 빼면 무섬은, 말 그대로 섬이다. 한자로는 수도리(水島里)다.

 

  그 덕에 삶은 신산했다. 오죽하면 "외나무다리를 건너 꽃가마 타고 시집 왔다가 죽으면 이 다리로 상여가 나갔다"고 했을까. 세상 좋아진 지금, 다리는 신산함 대신에 외지인들에게 막연한 향수와 구체적 호기심을 안겨다 준다. 향수는 선비들의 삶에 대함이고 호기심은 다리 그 자체다.

40여 가구가 남은 마을은 몇 집을 빼면 17세기 이후 그리 변하지 않은 것 같다. 좁은 골목을 걷다 보면 앞뒤 양쪽으로 담벼락 너머 고택(古宅)들이 보인다. 100년 넘은 집이 열여섯 채, 그리고 문화재와 민속자료로 지정된 집이 아홉 채다. 박제된 유적이 아니라 실제로 사람들이 살고 있는 생생한 과거다. 낮 동안 놀러 온 바깥 사람들에게 마당까지 개방된 이 집들은 밤에는 고택 체험을 위한 숙소로 쓰인다.

 

  그리고 마을을 에워싼 둑을 내려가 다리를 건넌다. 너른 백사장과 얕은 강심을 가로질러 거대한 태극 무늬를 그린 다리다. 백사장 한편에는 널뛰기용 널 하나가 누워 있다. 가끔 오리 떼가 내려와 앉는다. 산에는 나목(裸木)이 가득하다.

먼 곳에서 영주까지 왔으니, 무섬마을만으로는 뭔가 부족하다. 그래서 사람들은 부석사로 가고 소수서원으로 걸음을 옮긴다. 전통적 영주의 볼거리다. 산책하기 좋은 공간이라는 겉만 보면, 소수서원은 절반만 보게 된다. 그 곁 1000년을 산 은행나무를 대면하면 나머지 절반을 볼 수 있다. 이러하다.

 

 

▲ (왼쪽부터)무량수전 배흘림기둥. 해 질 녘 무량수전에서 바라보는 석양이 일품이다. / 단종 복위를 꿈꾸다 떼죽음을 당한 영주 선비들과 함께 불탔다가 살아났다는 은행나무.

 

  조카 단종을 내쫓고 왕위에 오른 수양대군은 동생 금성대군을 영주 땅 순흥으로 유배시킨다. 금성대군은 이곳 선비들과 함께 단종 복위 계획을 세웠고, 이를 눈치챈 형이 보낸 군사들에게 떼죽음을 당한다. 그때 소수서원 옆에 있던 오백 살 넘은 은행나무가 불에 타 죽었다. 그리고 200년이 지난 1683년 단종이 복위되고 또 30년 뒤 금성대군을 비롯한 선비들이 복권되면서 거짓말처럼 은행나무도 부활했다는 것이다. 은행나무 옆에는 금성대군과 선비들을 기리는 제단이 조성돼 있다.

 

  소수서원과 함께, 영주에 서있는 웬만한 이정표에 어김없이 적혀 있는 '부석사'는 꼭 해거름에 가야 한다. 무량수전 앞에서 석양을 맞는 소백산맥 줄기는 '반드시 직접 봐야 한다'는 말 외에는 달리 설명할 방도가 없다. 일주문에서 무량수전에 이르는 거대한 석축들과 돌계단도 근사하다. 소수서원 못 미쳐 나오는 산길 끝 작은 절 성혈사(聖穴寺)도 가본다. 가파른 30분 시멘트길 끝에 있는 이 작은 절 나한전에는 보물 832호로 지정된 꽃문이 있다. 색 바랜 단청 그대로 고졸하게 놔둔 이 문에는 게, 기러기, 동자, 연꽃, 물고기 기타 등등 대단히 예쁜 사물들이 정교하게 새겨져 있다. 무섬 외나무다리를 건너간 가을이 꽃문에서 웃는다.

 

 

 여행 코스

무섬마을~성혈사~금성대군 신단~소수서원~부석사

 

교통 승용차(서울 기준): 1. 무섬마을: 중앙고속도로 영주IC→28번 국도→5번 국도 영주시청 방면→적서교차로 우회전→448번 지방도 무섬마을 이정표 2. 성혈사: 무섬마을에서 나와 우회전, 영주 방면으로 가다가 풍기 방면→풍기 순흥교차로에서 소수서원, 읍내 사거리에서 초암사 방면. 저수지 지나 왼편으로 성혈사 이정표 보이면 산길 3. 소수서원은 읍내 사거리까지 나와서 소수서원 방면 좌회전해 5분

 

 대중교통: 영주버스공용터미널에서 일반 버스

 

식당

①골동반: 무섬마을 다리 건너 왼쪽. 무섬마을 전통 상차림을 낸다. 7000원짜리 비빔밥 추천. 청국장과 찬, 비빔밥. 1만5000원짜리 선비정식은 맛보다는 건강을 생각한 듯 모든 반찬이 싱겁고 잡채는 차갑다. (054·이하 생략)634-8000

②황토골인삼불고기식당: 인삼 산지답게 양념한 돼지고기와 인삼을 구워낸 인삼불고기 추천. 값도 1인분 8000원으로 저렴. 풍기읍 동부1리 498-5. 635-6088

③원조 순흥묵밥식당: 메밀묵을 김과 다진양념을 섞어 덥힌 국물에 말아 먹는 밥. 읍내에 산재한 묵밥집의 원조다. 색다르고 맛도 좋고 속도 그득하다. 순흥사거리에서 소수서원 방향 주유소 옆. 7000원. 632-2028

 

숙소

①영주호텔: 숙박료에 비해 넓고 시설 좋은 객실. 주중 할인가 6만원. 영주시 가흥1동 1729번지. 634-1000, www.yeongjuhotel.co.kr

②무섬마을 고택 체험: 홈페이지 www.무섬마을.com에서 고택을 미리 보고 예약 가능. 숙박비는 집마다 다름.

③무섬마을 마당넓은집: 각종 꽃차를 즐길 수 있는 숙소. 사람 수당 4만~7만원. 636-1746, 010-5522-1746, musomeday.blog.me

④풍기온천: 온천(8000원) 및 워터파크(2만5000원), 숙박(8만원). 604-1700, www.sobaeksanpunggispa.or.kr

 

29257

 

'MTB등산여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수 금오산 금오도 비렁길  (0) 2013.12.05
남양주, 포천 주금산  (0) 2013.12.03
청풍호 비봉산  (0) 2013.12.01
삼성산 삼막사 1  (0) 2013.12.01
삼성산 삼막사 2  (0) 2013.11.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