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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푸른 능선, 더 푸른 충주호 금수산

by 한국의산천 2012. 9. 27.

푸른 능선, 더 푸른 충주호

발아래 절경에 넋을 잃었네

 

금수산 [2012 · 9 · 27 목요일.  chosun.com  주말메거진]  

 

▲ 금수산 정상 인근에서 내려다본 충주호가 깊은 산속 옹달샘처럼 고즈넉이 자리 잡고 있다. 충주호 뒤쪽으로 월악산 자락이 보인다. / 정정현 영상미디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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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물주인들 저렇듯 멋스러운 그림을 그릴 수 있을까. 충주호반의 명산 금수산(錦繡山·1016m)은 감탄스러울 만큼 아름다운 풍광을 자아냈다. 그 경치에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싶었다.

아침 안개가 흩어지자 맑은 가을 하늘이 드러나고, 금수산은 호숫가에서 불쑥 솟아올랐다. 가을 맞는 금수산은 주변 산봉에 비해 유난히 빛났다. 숲은 짙푸른 빛으로, 기암절벽은 하얗게 반짝였다. 길가 들국화는 연보랏빛 꽃을 내보였다.

산의 맑은 기운에 이끌려 산길로 들어섰다. 돌담이 눈길을 끄는 마을을 벗어나 백운동계곡으로 접어들자 용담폭포에서 흘러내린 물줄기는 산을 후텁지근하게 했던 여름 무더위를 씻어내고 가을을 실어 나르느라 바삐 흘러내리고 있었다.

 

옥처럼 맑고 투명한 물줄기를 가로질러 능선으로 접어들자 산이 벌떡 일어선다. 바위까지 얹고 있는 능선을 팔다리를 다 동원해가며 10분쯤 올랐을까. 뒤돌아서는 순간 가슴이 뛰었다. 충주호는 깊은 산 옹달샘처럼 예쁘고 신비감 넘치는 자태를 드러내고, 그 뒤로 월악산 영봉이 날카롭게 솟구쳤다. 몇 발짝 더 오르자 이제는 산 안이 모습을 드러낸다. 거대한 절벽을 타고 흘러내리는 용담폭포가 늘씬한 자태를 드러내고, 그 뒤로 금수산 정상 왕바위는 머리를 치켜들었다.

망대에 설 때마다 바람이 불어댄다. 가을바람이 몸 안으로 파고들어 겨드랑이에 날개를 달아준다. 이제 한 마리 새 되어 바윗길을 거침없이 올라선다. 높이 올라서자 기암이 눈길을 붙잡고 그 아래 충주호 물빛은 더욱 강렬해진다. 허연 꼬리 달고 짙푸른 호수 위로 질주하는 유람선도 지금 이 순간은 자연이다.

 

망덕봉이 가까워오면서 바윗길은 숲길로 변신한다. 숲을 뚫고 들어오는 바람은 산객에게 맑은 기(氣)다. 그 기에 힘입어 한달음에 망덕봉 정상에 오르고, 잠시 호흡을 가다듬은 다음 금수산 정상으로 향한다.

숲길 따라 뚝 떨어졌다가 장딴지 뻐근하게 하는 오르막을 올려치는 사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금수산 정상에서 내려서는 이들이다. 무슨 좋은 일이 있었기에 저리도 표정이 밝은지. 전위봉에 올라서는 순간 좀 전에 스쳐지나간 산객들 마음이 이해됐다. 푸른 산봉, 더 푸른 충주호 물빛은 그들의 몸과 마음에 맑은 가을을 심어주었던 것이다.

그들과 같은 표정으로 산 아래 풍광을 즐기다가 짤막한 내리막 험로를 거쳐 금수산 정상 왕바위에 올라선다. 수석 위의 기암에 선 기분이다. 삼라만상을 다 빨아들일 듯 강렬한 코발트빛을 자아내는 충주호는 수반이요, 숲을 뚫고 우뚝 솟구친 금수산 정상은 수반 위의 기암이었다. 산정에 오른 수많은 등산객들은 발아래 펼쳐진 천하절경에 넋을 잃고 산을 내려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이 순간만큼은 우리 모두 자연이었다.

충북 제천과 단양의 경계를 이룬 금수산은 기암절벽과 숲이 아름답게 어우러진 산이지만 정상 일원을 제외하곤 산길 대부분이 짙은 숲에 덮여 조망의 기회가 잘 주어지지 않는다. 반면 '아우 봉우리'처럼 옆에 솟아오른 망덕봉(望德峰·926m)은 가지 친 능선 대부분 기암을 등에 얹고 있어 아기자기한 산행과 조망의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다. 따라서 두 산을 엮으면 금수산의 진면목을 감상할 수 있다.

 

 

단양군 수산면 상천리 기점 망덕봉~금수산 원점회귀 산행 코스는 단순하다. 백운동 마을 주차장에서 500m쯤 떨어진 복숭아과수원에서 길이 갈라진다. 왼쪽 길은 망덕봉 정상(2.2㎞), 곧장 뻗은 산길은 금수산 정상(3.5㎞)으로 이어진다. 대개 바위구간이 많은 망덕봉에 먼저 오르고 능선길(1.9㎞) 따라 금수산 정상에 올라선 다음 복숭아과수원 갈림목으로 내려선다.

금수산 하산길의 경우 30~40분은 길이 거칠고 가팔라 애를 먹이지만 이후 호젓한 가을 산행을 즐길 수 있다. 약 8㎞, 5시간 정도 걸린다.

험로에는 철계단이나 데크가 설치돼 있다. 백운동 주차장에서는 승용차 3000원, 버스 5000원의 주차료를 받는다. 월악산국립공원관리소 (043)653-3250

 


 여행수첩

대중교통 제천에서 05:40(토·일요일 06:40), 12:20, 16:20 출발하는 953번 제천교통 수산행 시내버스 이용. 시외버스터미널에서는 동양증권 정류장, 제천역에서는 남당초등학교 정류장에서 승차. (043)643-8601

서울 동서울터미널(1688-5979, www.ti21. co.kr), 부산종합터미널(1688-9969), 대구 북부시외버스터미널(1666-1851), 인천터미널(032-430-7114), 충주공용버스터미널(043-845-0001), 울산시외버스터미널(052-275-8087) 등지에서 제천행 노선버스가 다닌다.

서울 청량리역에서 1일 16회(06:40~23:10) 출발하는 중앙선·영동선 열차가 제천을 경유한다. 1시간 42분~2시간 10분 소요. 요금 새마을(17:10) 1만3200원, 무궁화 8900원. 1544-7788, www.korail.co.kr

자가용 중앙고속도로 남제천 나들목→82번 지방도→금성면소재지→청풍대교 삼거리→왼쪽 20번 지방도로→금수산 입구 삼거리→좌측 도로→상천리 금수산 주차장, 또는 단양 나들목→단성면소재지→36번 국도 충주 방향→원대삼거리→우측 도로→옥순대교→금수산 입구 삼거리→우측 도로→주차장

 

 

▲ 망덕봉으로 가는 도중 소용아릉 중간에 있는 독립 암봉 ⓒ 2012  한국의산천    

 

▲ 소용아릉 능선의 비석바위 옆을 지나며 ⓒ 2012  한국의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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