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한국관광공사 9월 추천여행지

by 한국의산천 2012. 9. 7.

한국 관광공사 선정 9월 추천여행지. [정리 한국의산천 http://blog.daum.net/koreasan ]

 

한국관광공사 추천 2012년 9월 가볼만한 곳

 

  [문학이 흐르는 길을 따라]
1. 문학의 고향에 깃들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2. 시인이 꿈꾸던 ‘그 먼 나라’를 찾아서, 부안 신석정

3. <소나기〉의 주인공 되어 사춘기로 돌아가는 곳, 양평

4. 절경에 취해 벼랑 위에서 시를 노래하다, 정선 몰운대

5. 영원을 추구한 시인 구상을 만나다, 칠곡 구상문학관

 

문학의 고향에 깃들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 마산문학관 공원 입구

 

위 치 : 경상남도 창원시 마산합포구 노산북8길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는 바다가 육지 안쪽으로 길게 들어온 천혜의 항구다. 바다와 맞닿아 있으면서도 산업도시로 더 많이 알려진 것은 마산자유무역지역이 있기 때문. 지금도 항구 가까이에서는 산업 단지의 면모를 느낄 수 있다.

하지만 마산합포구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문학의 고향이다. 신라 시대 문장가 고운 최치원이 월영대 앞바다의 아름다움에 반해 후학을 기르며 오래도록 머물렀다고 전해지는 것. 이후 월영대는 고려·조선 시대 많은 문장가들의 순례지가 되었다.

마산합포구 문학 여행의 시작점은 창원시립마산문학관이다. 문학관은 시조 시인 이은상이 산책하던 노비산 언덕에 자리하고 있다. 이은상의 호 ‘노산’도 이 산의 이름에서 비롯되었다고. 문학관 앞마당에는 창원시를 연고로 둔 시인들의 문학비가 있다. 노산의 고향에 대한 추억이 담긴 〈옛 동산에 올라〉를 감상해보자.

   

    내 놀던 옛 동산에 오늘 와 다시 서니 / 산천의구란 말 옛 시인의 허사로고 / 예 섰던 그 큰 소나무 버혀지고 없구료 //
    지팽이 더저 짚고 산기슭 돌아나니 / 어느 해 풍우엔지 사태져 무너지고 / 그 흙에 새 솔이 나서 키를 재려 하는구료

 

시를 감상하고 돌아보면 노산이 〈가고파〉에 묘사한 파란 바닷물이 한눈에 들어온다. 옹기종기 모여 앉은 도심의 건물들은 작품이 쓰일 당시와 달라졌을 것이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지키고 있는 것은 “내 고향 남쪽 바다 그 파란 물……”인 셈이다.

 

 

▲ 마산문학관에서 바라본 바다 모습

 

▲  [왼쪽/오른쪽] 마산문학관 입구 / 마산문학관 전시관

 

전시관으로 들어서면 창원 문학의 발전 과정을 볼 수 있다. 마산합포구는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을 지나면서 수많은 문인들이 피란 와 머무른 곳이다. 특히 국립마산결핵요양소(현재 국립마산병원)는 문학의 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어려운 생활 때문인지 문인들은 결핵 환자가 많았다. 이들이 모여들면서 요양소는 자연스레 문인들의 토론장이 되었을 것이다. 그 과정에서 문학적 동지를 찾기도 했으리라. 그 결과 이곳에서 결핵 계몽지 《요우》와 지금도 발행되는 《보건세계》를 만들었고, 문학 동인지 《청포도》 《무화과》 등이 발행되었다.

전시관에서 시인의 친필 원고도 만날 수 있다. 200자 원고지에 꾹꾹 눌러쓴 시어들이 작품을 더욱 빛나게 한다.

 

 

[왼쪽/오른쪽] 결핵 문학 / 친필 원고

 

마산합포구 곳곳에는 문학비가 있다. 가장 많은 곳은 용마산 산호공원이다. 공원 입구의 울창한 숲길을 따라 올라가면 문학비가 늘어선 ‘시의 거리’가 시작된다. 산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무학산 만날공원으로 가보자. 그곳에 천상병의 시인의 〈새〉 문학비가 있다.

만날공원은 해마다 추석 이틀 뒤 열리는 만날제의 행사장이기도 하다. 진해에서 마산으로 시집간 딸이 친정이 그리워 저도 몰래 추석 상을 물린 밤중에 이곳으로 왔다는 이야기를 주제로 열리는 축제다. 이 공원에서 무학산 등산로가 시작된다. 편도 3.6km 구간으로 두 시간 정도 올라야 정상에 닿는다. 하산할 때는 오른 길을 돌아오거나 마산중학교로 이어지는 코스를 선택하는 것이 좋다. 모두 3~4km 내려와야 한다.

 

 

▲ [왼쪽/오른쪽] 만날재에 세워진 천상병 시비 / 만날재로 오르는 사람들

 

창원 문학의 오랜 전통을 찾을 수 있는 곳은 창원시립마산박물관이다. 박물관 앞마당에는 최치원이 머무르던 월영대를 찾아 시를 남긴 문장가들의 시비가 있다. 고려 시대 정지상, 김극기, 안축 등과 조선 시대 서거정, 이황, 정문부 등 13명이 남긴 시다.

 

 

▲ 창원시립마산박물관 앞에 있는 13시비

 

시비를 돌아본 뒤에는 옛 마산의 역사를 살필 수 있는 박물관으로 가자. 선사시대 유물부터 원나라의 일본 정벌 전초기지 역할을 한 고려 시대의 합포, 임진왜란 당시의 합포, 조선이 스스로 개항한 마산포, 3‧15마산의거와 부마민주항쟁 등을 세세히 살펴볼 수 있다. 박물관 1층에는 아이들과 함께 책을 보며 쉬어갈 수 있는 역사북카페도 있다.

 

 

▲ [왼쪽/오른쪽] 창원시립마산박물관 외관 / 전시관 내부 마산포 개항자료들

 

박물관에서 언덕을 따라 올라가면 창원시립문신미술관이다. 미술관은 문신의 초기 작품인 회화를 볼 수 있는 제1전시관, 조각 작품을 전시하거나 기획전을 여는 제2전시관, 문신의 석고 원형 작품을 전시하는 문신원형미술관으로 구성되었다.

이중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문신원형미술관이다. 전시관 한가운데 놓인 하얀 석고상들이 주인공이다. 이 석고상들은 작가가 작품을 위해 제일 먼저 만드는 ‘원형’이다. 문신은 이 원형을 그대로 작품화했다. 종종 석고 원형 작품을 전시회에 출품하기도 했다고. 원형미술관 창문 너머로 프랑스에서 영구 귀국한 작가가 생전에 살던 작은 집이 보이는데, 지금은 그의 미망인이 살고 있다.

문신미술관은 7월 10일부터 10월 21일까지 〈내 고향 남쪽 바다〉전을 연다. 남쪽 바다를 주제로 삼은 전혁림, 변시지, 임호 등 여러 작가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 [왼쪽/오른쪽] 문신미술관전시관 / 문신원형미술관

 

창원시립마산음악관에도 문신의 흔적이 있다. 작곡가 조두남에게 보낸 편지다. 음악관 앞 마산조각공원은 천천히 산책하며 쉬어가기 좋은 장소다.

 

▲ [왼쪽/오른쪽] 마산음악관전시관 내부 / 마산음악관 앞 조각공원

 

<당일 여행코스>
문학 여행 / 창원시립마산문학관→만날공원→창원시립마산박물관→창원시립문신미술관→창원시립마산음악관→마산조각공원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창원시립마산문학관→만날공원→무학산 등산→마산어시장
둘째 날 / 창원시립마산박물관→창원시립문신미술관→창원시립마산음악관, 마산조각공원→용마산 산호공원 시의 거리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창원시청 문화관광 http://culture.changwon.go.kr
- 창원시립마산문학관 http://pen.changwon.go.kr
- 창원시립마산음악관 http://music.changwon.go.kr
- 창원시립마산박물관 http://museum.changwon.go.kr
- 창원시립문신미술관 http://moonshin.changwon.go.kr

 

○ 문의전화

- 창원시청 관광진흥과 055)225-3695
- 창원시립마산문학관 055)225-7193
- 창원시립마산음악관 055)225-7194
- 창원시립마산박물관 055)221-5050
- 창원시립문신미술관 055)225-7181

 

○ 대중교통 정보

[ 기차 ]
서울역-마산역, KTX 주중(월~목) 7회, 주말(금~일) 11회 운행, 약 3시간 내외 소요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 버스 ]
동서울종합터미널-성산휴게소(환승센터)-창원
*문의 : 창원종합버스터미널(고속) 055)288-3355
수원, 청주, 대구, 울산, 부산-마산
*문의 : 마산시외버스터미널 055)256-1622, www.masantr.com

 

[ 시내버스 ]
마산역, 마산시외버스터미널-창원시립마산문학관
마산시외버스터미널 건너편 정류장에서 100·103번 버스 탑승. 마산역 앞을 지나 육호광장 정류장에서 하차. 문창교회를 이정표 삼아 걸어가면 문학관 안내판이 보인다.

 

○ 자가운전 정보

남해고속도로 제1지선 서마산 IC→서마산 IC 사거리, 운동장·통영 방향 좌회전→66m 앞 삼거리, 통영·마산법원 방향 우회전→석전사거리, 운동장 방향 좌회전→약 180m 진행 후 마산합포구청 방향 우회전→약 1.4km 지점에서 문창교회 쪽 골목길로 우회전 진입→마산문학관

 

○ 숙박정보

- 사보이 호텔 : 마산합포구 삼호로, 055)247-4455, www.benikea.com (베니키아)
- 신라온천 : 의창구 북면 천주로, 055)299-9301 (굿스테이)
- 북면황토방온천장 : 의창구 북면 천주로, 055)298-9890 (굿스테이)
- 마산m호텔 :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055)223-0550, www.masanmhotel.co.kr
- 리베라호텔 :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055)248-5200, http://rivierahotelms.co.kr

 

○ 식당정보

- 광포복집 : 복국, 마산합포구 오동동 복어거리, 055)242-3308
- 고향아구찜 : 아귀찜, 마산합포구 오동동 아구찜거리, 055)242-0500, www.055-242-0500.kti114.net
- 못대 : 생선구이정식, 마산합포구 해안대로 어시장 내, 055)222-1522
- 임진각식당 : 석쇠불고기, 의창구 팔용동 남산로1번길, 055)256-3535

 

○ 축제 및 행사정보

- 만날제 : 추석 이틀 뒤, http://festival.changwon.go.kr/mannal
- 가고파국화축제 : 10~11월, http://festival.changwon.go.kr/gagopa

 

○ 주변 볼거리

창원해양공원, 주남저수지, 창원과학체험관, 웅천도요지전시관, 진해예술촌 [ 글, 사진 : 한은희(여행작가)]

 

 

시인이 꿈꾸던 ‘그 먼 나라’를 찾아서, 부안 신석정문학관

 

▲ 석정 묘소가 있는 마을 입구 벽화. 병상에서 쓴 마지막 시_가슴에 지는 낙화소리


위 치 : 전라북도 부안군 부안읍 선은리

유홍준 교수는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2 : 산은 강을 넘지 못하고》 〈미완의 여로 1 : 부안 변산〉 도입부에서 이렇게 고백했다.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를 쓰면서 나는 그 일 번지를 놓고 강진과 부안을 여러 번 저울질하였다. 조용하고 조촐한 가운데 우리에게 무한한 마음의 평온을 안겨다주는 저 소중한 아름다움을 끝끝내 지켜준 그 고마움의 뜻을 담은 일 번지의 영광을 그럴 수만 있다면 강진과 부안 모두에게 부여하고 싶었다.”

호남정맥 줄기에서 떨어져 나와 바다를 향해 내달리다 우뚝 멈춰 선 변산, 그 산과 맞닿은 고요한 서해, 전나무 숲길이 깊은 그늘을 만드는 단정한 내소사, 울금바위를 병풍 삼아 아늑하게 들어앉은 개암사, 켜켜이 쌓인 해식 단애가 신비로운 풍경을 연출하는 격포 채석강, 드넓은 곰소염전과 소박하고 평화로운 갯마을의 서정……. 지금도 부안의 자연은 이토록 아름답고 매력적이다. 그리고 그곳엔 아름다운 자연이 낳은 시인, 신석정(1907~1974)의 발자취가 남아 있다.

석정을 ‘참여시의 반대편에서 목가적이고 서정적인 시를 쓴 시문학파 멤버’ 정도로 알고 있었다면, 부안군 선은리에 지난해 건립된 신석정문학관부터 둘러보자.

2층 규모인 문학관 전시실에는 1939년 간행된 첫 번째 시집 《촛불》부터 2007년 탄생 100주년에 맞춰 출간된 유고 시집이자 여섯 번째 시집 《내 노래하고 싶은 것은》까지 석정 문학의 변모 과정을 알기 쉽게 전시해놓았을 뿐 아니라 귀중한 육필 원고와 평소 사용하던 가구, 필기구 등 유품을 한자리에 모아 시인의 삶과 문학을 보다 가까이서 느껴볼 수 있도록 구성했다.

 

▲ 신석정문학관 전경

 

[왼쪽/오른쪽] 신석정문학관 전시실 / 석정의 육필원고철


석정은 1924년 11월 조선일보에 첫 시 〈기우는 해〉를 발표한 이래 한 세기의 절반을 교육자이자 시인으로 살았다. 《시문학》 동인으로 활동한 것은 1931년 《시문학》 3호(이자 마지막 호가 된)에 〈선물〉이라는 시를 게재하면서부터다. 이때 한용운, 이광수, 정지용, 김기림 등과 교류하며 문학적으로 성장한다.

하지만 그 해 서울 생활을 접고 낙향해 선은리에 집을 짓고, 전주로 이사하기까지 이곳에서 살았다. ‘청구원(靑丘園)’이라고 직접 명명한 이 집은 문학관 맞은편에 복원되었다. 첫 시집 《촛불》(1939)과 두 번째 시집 《슬픈 목가》(1947)가 이 집에서 탄생했다.

석정은 첫 시집을 내면서 “청구원 주변의 산과 구름, 멀리 서해의 간지러운 해풍이 볼을 문지르고 지나갈 때 얻은 꿈 조각들”이라고 말할 정도로 이 집을 사랑했다고 한다. 첫 시집에는 〈그 먼 나라를 알으십니까〉 〈아직 촛불을 켤 때가 아닙니다〉를 포함해 당시 석정의 나이와 같은 33편이 실렸다.

 

[왼쪽/오른쪽] 석정은 시문학 3호에 <선물> 을 발표하면서 동인으로 참여했다 / 청구원


그 후 《문장》에 게재될 예정이던 시가 검열에 걸리고 《문장》이 강제 폐간되는 등 일제의 압박이 심해지던 차에 친일 문학지 《국민문학》에서 원고 청탁이 들어오자, 석정은 청탁서를 찢고 창씨개명도 끝까지 거부한 채 해방을 맞이할 때까지 절필을 선언한다. 이 시기에 쓴 시들은 1947년 두 번째 시집 《슬픈 목가》를 통해 발표되었다.

석정은 해방 이후 부안, 전주, 김제 등에서 교직에 몸담으며 시집 세 권을 더 냈고, 한국전쟁이 끝나고 청구원 시대를 마감하고 전주로 이사해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곳에서 살았다. 그 와중에 5·16군사정변과 군사정권을 비판하는 시를 발표해 남산 중앙정보부에서 취조를 당하는 등 고초를 겪었으며, 고혈압으로 쓰러진 지 7개월 만인 1974년 68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다.

석정의 묘소는 문학관에서 10~15분 거리인 행안면 역리에 위치한다. 관광 안내 지도에 나와 있지 않아 문학관 관계자에게 물으니 내비게이터에 ‘용화사’를 찍고 가면 된단다. 찾기는 어렵지 않다. 도로변에 이정표가 있고, 묘소로 들어가는 마을 초입 벽에는 데뷔작 〈기우는 해〉와 병상에서 마지막으로 쓴 〈가슴에 지는 낙화 소리〉 시화가 있다.

 

▲ 석정의 묘소

 

신석정문학관에서 시작한 부안 문학 기행의 다음 목적지는 매창공원이다. 매창이 누구인가. 석정이 “박연폭포, 황진이, 서경덕이 송도삼절이라면 부안삼절은 직소폭포, 매창, 유희경”이라 했다는 그 기생이자 여류 시인 이매창이다.

‘이화우(梨花雨) 흩날릴 제 울며 잡고 이별한 님 / 추풍낙엽에 저도 날 생각는가……’로 시작되는 이별가의 절창 〈이화우〉는 매창이 유희경을 그리며 쓴 시로, 그 시비가 매창공원에 있다. 오랜 세월 깊은 우정을 나눈 허균이 매창의 죽음을 전해 듣고 쓴 애도의 시와 가람 이병기가 매창의 무덤을 찾아 읊었다는 〈매창뜸〉도 시비로 남아 있다.

 

[왼쪽/오른쪽] 매창의 묘 / 매창시비 이화우

 

▲ 몇해전 장맛비가 엄청나게 퍼 붓는 날에 찾았던 이매창 묘 시비 앞에서 ⓒ 2012 한국의산천


다음은 시인을 키워낸 부안의 자연을 만날 차례다. 30번 국도를 따라 서쪽으로 달리다 보면 고사포해수욕장이 보일 것이다. 여기서부터는 국도를 버리고 해변 도로 표지판을 따라가자.

모세의 기적처럼 바다가 갈라지며 육지와 연결되는 하섬, 해안을 따라 1.5km 정도 이어지는 변산반도국립공원 격포 자연관찰로, 적벽강, 채석강 등이 차례로 이어지고, 유홍준 교수가 환상의 해안 드라이브 코스라고 칭찬한 ‘격포에서 모항 지나 내소사를 거쳐 곰소로 가는 길’이 펼쳐진다.

 

▲ [왼쪽/오른쪽] 변산반도국립공원 격포자연관찰로 / 채석강


모항해변을 지날 때는 차를 세워두고 모항해나루가족호텔 뒤편 산책로를 걸어보자. 나무 데크로 만든 산책로 너머 시원스럽게 펼쳐진 바다 풍경에 가슴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조개잡이 체험을 할 수 있는 모항갯벌은 가족 여행객에게 인기다.

 

▲ [왼쪽/오른쪽] 모항해변 산책로 / 모항 갯벌


길은 왕포마을을 거쳐 내소사, 곰소염전, 개암사로 이어진다. 부안 변산 마실길 3구간이 지나가는 왕포에서는 전형적인 갯마을의 정취를 느낄 수 있다. 특히 이른 아침 바다가 고요하고 평화롭다. 

 

▲ 왕포마을


내소사는 600m에 이르는 전나무 숲길 끝에서 단정하고 기품 있는 자태를 드러낸다. 백제 무왕 때(633년) 건립되었으며, 대웅보전의 사방연속무늬 꽃 창살이 무척 아름답다. 

 

[왼쪽/오른쪽] 내소사 전나무숲길 / 내소사 대웅보전


국내에 얼마 남지 않은 천일염 생산지인 곰소염전은 요즘처럼 더울 때는 이른 새벽에 채염 작업을 한다니 소금 거둬들이는 모습을 구경하려면 미리 알아보고 가는 것이 좋겠다. 비가 온 뒤 며칠은 작업도 쉰다.

 

▲ [왼쪽/오른쪽] 곰소염전 소금창고 / 곰소염전


염전 구경을 마친 뒤엔 길 건너편 곰소쉼터에 들러 9가지 젓갈이 나오는 젓갈정식을 맛보자. 젓갈정식은 백합죽, 백합탕, 백합구이 등 다양한 백합 요리와 함께 부안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손꼽힌다.

곰소를 지나 부안 쪽으로 방향을 잡으면 개암사로 갈 수 있다. 역시 백제 때 지은 절로 대웅보전 뒤를 감싼 울금바위의 자태가 인상적이다.

 

 

▲ [왼쪽/오른쪽] 곰소 젓갈정식 / 개암사와 울금바위



<당일 여행코스>
신석정문학관과 청구원→변산해변도로 드라이브→모항해변→내소사→곰소염전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신석정문학관과 청구원→매창공원→격포자연관찰로→채석강(숙박)
둘째 날 / 변산해변도로 드라이브→모항해변→내소사→곰소염전→개암사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부안군 문화관광 www.buan.go.kr/02tour
- 신석정문학관 http://shinseokjeong.com
- 내소사 www.naesosa.org
- 변산반도국립공원 http://byeonsan.knps.or.kr



○ 문의전화

- 부안군 문화관광 063)580-4713
- 신석정문학관 063)584-0560
- 내소사 063)583-7281
- 개암사 063)581-0080



○ 대중교통 정보

[ 버스 ]
동서울종합터미널→부안 : 1일 5회 운행, 약 3시간 30분 소요
센트럴시티터미널→부안 : 1일 16회 운행, 약 2시간 50분 소요
*문의 : 부안버스터미널 1666-2429



○ 자가운전 정보

- 서해안고속도로→부안 IC→30번 국도→신석정문학관
- 경부고속도로→천안논산고속도로→서천공주고속도로→서해안고속도로→부안 IC→30번 국도→신석정문학관



○ 식당정보

- 변산온천산장 : 바지락죽, 변산면 대항리, 063)584-4874, www.바지락죽.kr
- 계화회관 : 백합죽, 행안면 변산로, 063)584-0075, www.ijuk.co.kr
- 칠산꽃게장 : 꽃게장, 진서면 청자로, 063)581-3470, www.7sancrab.com
- 곰소쉼터 : 젓갈정식, 진서면 청자로, 063)584-8007



○ 숙박정보

- 채석리조텔오크빌 : 변산면 격포로, 063)583-8046, www.csr063.com (굿스테이)
- 왕포리조텔 : 진서면 왕포길, 063)582-3812, www.wangpo.co.kr (굿스테이)
- 채석강스타힐스호텔 : 변산면 채석강길, 063)581-9911, www.starhills.net (굿스테이)
- 화이트모텔 : 부안읍 동중3길, 063)582-3527 (굿스테이)
- 대명리조트 변산 : 변산면 변산해변로, 1588-4888
- 펜션노을빛언덕 : 변산면 격포반월길, 063)581-6622, www.sunset48.com



○ 축제 및 행사정보

- 매창문화제 : 매년 4월 말
- 위도띠뱃놀이 : 매년 정월 초사흗날
- 곰소젓갈축제 : 매년 10월 중순



○ 주변 볼거리

부안동문안당산, 부안서문안당산, 수성당, 구암리 지석묘군, 월명암, 직소폭포, 위도 [글, 사진 : 이정화(여행작가)]

 

 

〈소나기〉의 주인공 되어 사춘기로 돌아가는 곳, 양평 황순원문학관

 

 

▲ 재현된 황순원의 서재


위 치 : 경기도 양평군 서종면 수능리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고장 양평군에는 황순원문학관과 소나기마을이 있다.

이곳을 찾아가기 전에 작가의 생애를 살펴본다. 소설가 황순원(1915∼2000)은 1915년 평남 대동군 재경면에서 태어났다. 8대 할아버지 황순승은 영조 때 ‘황고집’으로 알려진 효자고, 부친 황찬영은 3·1운동 때 태극기와 독립선언서를 평양 시내에 배포한 일로 투옥되었다.

황순원은 평양 숭실중학교와 일본 와세다대를 졸업했다. 경기도 광주, 대구, 부산 등지에서 피란 생활을 했고 이후 경희대 국문과 교수로 재직했다. 생전에 시 104편, 단편소설 104편, 중편소설 1편, 장편소설 7편을 남겼다. 〈소나기〉는 1953년에 발표된 단편이다.

작가와 특별한 연고가 없는 경기도 양평군에 문학관이 들어선 사연은 무엇일까? 문학관 관계자는 소설에 “소녀가 양평읍으로 이사 간다”는 대목이 모티프가 됐다고 한다.

소나기마을에 가면 황순원문학관부터 관람하게 되는데, 출입구 왼편에 작고한 황순원 선생과 부인 양정길 여사가 잠든 묘역이 있다.

 

[왼쪽/오른쪽] 황순원 문학관 / 황순원 묘역


문학관 제1전시실의 테마는 ‘작가와 만남’이다. 작가이자 인간으로서 선생의 삶을 조명하고, 집필 공간과 소장품, 유품을 전시한 공간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생전의 모습이 전해지는 ‘황순원의 서재’다. 안내판에는 이 서재를 가리켜 ‘언어를 벼리는 대장장이의 공간’이라고 표현했다. 

  “황순원은 원고가 활자화될 때까지 자신만의 맞춤법과 띄어쓰기 기준으로 직접 교정을 본다. 그는 그렇게 하는 것이 자기 작품에 대한 애정이자, 독자에게 내용을 명확히 전달하게 하는 작가의 의무라고 말한다. 이런 성격은 서재에도 그대로 반영된다. 서재는 일체의 장식적 군더더기 없이 단아하고 소박하다. 그의 서재는 고집스러운 장인 정신으로 언어를 벼리는 대장장이의 공간과 같다.”

좌우로 길게 펼쳐진 서재 중앙에는 나무 탁자가 무게중심을 잡고, 책상에 원고지와 만년필, 돋보기, 스탠드가 놓여 있다. 책상 뒤편 벽에는 ‘늪’ ‘기러기’ ‘목넘이마을의 개’ ‘곡예사’ ‘학’ ‘카인의 후예’ ‘신들의 주사위’ 등 작품 제목들이 6폭 병풍에 담겨 있다.

평소 입고 쓰던 옷과 모자, 즐겨 읽었음 직한 책들이 꽂힌 책장도 한 부분을 차지하여 숨소리를 죽이고 있으면 작가가 서재로 들어와 책상 앞에 앉는 모습을 볼 수 있을 것만 같다.

제2전시실의 테마는 ‘작품 속으로’다. 입구에서는 〈골목〉 〈밀어〉 〈우리 안에 든 독수리〉 〈늙는다는 것〉 〈옛사랑〉 〈나의 꿈〉 등 작가가 남긴 시를 감상한다. 전시실로 들어가면 소설 속 장면을 입체적 조형물로 만들어놓은 것들이 보인다. 〈독 짓는 늙은이〉 〈목넘이마을의 개〉 〈학〉 〈카인의 후예〉 〈나무들 비탈에 서다〉 등 중·단편소설의 작품 세계를 짧은 시간에 이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공간이다.

제3전시실은 ‘남폿불 영상실’이라고 불리는데 결코 지나칠 수 없는 공간이다. 비와 바람, 번개 등 특수 효과를 동원해 소설 〈소나기〉를 4D 입체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그날’을 감상할 수 있다. 상영 시간은 11분이며, 소설에서 느낀 감동이 생생하게 전달된다.

 

[왼쪽/오른쪽] 전시실 내 소설 <독 짓는 늙은이> 조형물 / 애니메이션 '그날'의 한장면


문학관 밖으로 나오면 수숫단이 곳곳에 들어선 소나기 광장을 중심으로 산책길이 사방팔방 뻗어 있다. 소나기 광장에서는 오후 1시, 3시, 5시에 인공으로 소나기가 내린다. 아이들은 비를 맞다가 소설 속 주인공처럼 수숫단 속으로 몸을 피하며 즐거워한다.

 

▲ 소나기광장


소나기마을에 가면 산책을 즐겨보자. 짧게는 10분, 길게는 40분이 걸린다. 제1코스는 소나기 광장→사랑의 무대→고백의 길, 제2코스는 황순원 묘역→수숫단 오솔길→고향의 숲→들꽃 마을→송아지 들판→너와 나만의 길→소나기 광장, 제3코스는 황순원 묘역→수숫단 오솔길→고향의 숲→해와 달의 숲→학의 숲→목넘이 고개→송아지 들판→너와 나만의 길→소나기 광장으로 짜여 있다.

 

 

[왼쪽/오른쪽] 고백의 길 / 수숫단 오솔길

 

 

▲ 남한강 자전거길


문학관 관람을 마친 가족들이 체험 학습 장소로 찾아가면 좋은 곳은 양평군립미술관과 경기도민물고기생태학습관이다.

양평군립미술관에서는 온 가족을 위한 기획전이 끊이지 않는다. 1층 어린이 체험 공간에서는 숫자 놀이, 목마 타기, 요술 의자 타기 등을 즐기며 미술과 가까워질 수 있다. 카페와 야외 조각 공원도 있어서 여행 중 쉬어가기에 적당하다.

경기도민물고기생태학습관에서는 철갑상어를 관찰할 수 있다. 철갑상어는 이름만 상어일 뿐, 바다와 민물을 오가며 사는 민물고기다. 상어와 생김새가 비슷하고, 몸의 양옆과 등에 딱딱하면서 뾰족한 비늘이 5줄 있어서 마치 철갑을 두른 것 같아 그렇게 불린다.

 

 

▲ 양평군립미술관

 

[왼쪽/오른쪽] 경기도민물고기생태학습관 / 철갑상어


기차역이나 등록문화재 답사에 관심이 있다면 구둔영화체험마을에 가보자. 구둔역이 있는 이 마을은 아마추어 영화인들이 많이 찾는 곳이다. ‘구둔’은 임진왜란 당시 조선군이 이곳 고지대에 진지 9개를 만든 데서 유래한 지명이다. 교통이 불편하던 시절에는 지평면 주민뿐만 아니라 여주군 사람들도 이 역을 많이 이용했다.

등록문화재 296호로 지정된 구둔역은 2012년 8월 16일, 그동안 맡아오던 업무를 일신리에 새로 지어진 구둔역에 넘겨주었다. 중앙선 복선 공사가 완공되면서 신식 역이 생겨난 것이다. 역무원들은 옛 구둔역이 헐리지 않고 여행자를 위한 카페로 변신할 것 같다고 귀띔했다.

 

▲ 구둔역


<당일 여행코스>
소나기마을 황순원문학관→두물머리→양평군립미술관→용문사→경기도민물고기생태학습관→구둔역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두물머리→세미원→소나기마을 황순원문학관→국립중미산자연휴양림
둘째 날 / 용문사→경기도민물고기생태학습관→양평군립미술관→구둔역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양평군청 http://tour.yp21.net
- 황순원문학관 www.소나기마을.kr
- 양평군립미술관 www.ymuseum.org


○ 문의전화

- 양평군청 문화관광과 031)770-2066
- 황순원문학관 031)773-2299
- 양평군립미술관 031)775-8515


○ 대중교통 정보

[ 기차 ]
청량리-양평, 양수, 용문 : 국철, 중앙선 이용
*문의 : 양평역 031)774-6841, 양수역 031)772-6006, 용문역 031)773-7788


[ 버스 ]
상봉터미널, 동서울종합터미널-양평 : 시외버스 수시 운행
양수리(두물머리)에서 문호리행 버스 타고 종점 하차(양수역 근처에서 15분), 이후 택시 이용 5~7분


○ 자가운전 정보

- 올림픽대로→팔당대교→양수리→서종면사무소→소나기마을 내 황순원문학관
- 올림픽대로→경춘고속도로 서종 IC→서종면사무소→소나기마을


○ 숙박정보

- 양평밸리 : 양평읍 삼산길, 031)774-3000, www.ypvalley.co.kr (굿스테이)
- 오커빌리지 : 용문면 장수길, 031)775-5071, www.ocher.kr
- 청운골생태마을 : 청운면 다대리 오목골길, 031)773-3000, www.chungwoongol.com
- 한옥마을황토펜션 : 강하면 전의1길, 031)773-6300, www.hanok54.co.kr
- 꿈이익는농장펜션 : 강하면 강하1로, 031)774-1776


○ 식당정보

- 마당 : 곤드레밥, 용문면 용문산로, 031)775-0311
- 중미산막국수 : 막국수, 옥천면 마유산로, 031)773-1834
- 개군암소마을 : 양평개군한우, 개군면 하자포길, 031)772-8318
- 미진메밀마을 : 메밀묵밥, 서종면 북한강로, 031)773-9960
- 옹화산방 : 한정식, 강하면 강남로, 031)771-8838, www.ongwha.com


○ 축제 및 행사정보

- 경기레포츠페스티벌 in 양평 : 9∼10월, 031)770-2473
- 양평 용문산 산나물 한우 축제 : 5월, 031)770-2473


○ 주변 볼거리

두물머리, 세미원, 국립산음자연휴양림, 벽계구곡, 명달계곡, 바탕골예술관, 들꽃수목원, 양평곤충박물관, 몽양여운형생가·기념관, 갤러리 와, 양평오일장(3·8일), 용문오일장(5·10일) [글, 사진 : 유연태(여행작가)]

 

▲ 어느해 겨울 딸과 함께 찾았던 양평 소나기마을 ⓒ 2012 한국의산천

 

 

 

절경에 취해 벼랑 위에서 시를 노래하다, 정선 몰운대

 

▲ 몰운대 입구


위 치 : 강원도 정선군 화암면 몰운리

산과 계곡이 깊은 정선은 소리 한 가락, 시 한 수가 절로 흘러나오는 고장이다. 굽이굽이 계곡 길을 따라 달리다 보면 물안개가 아득하게 피어오르는 길 자락에 문향이 소담스럽게 깃들어 있다. 정선 소금강의 몰운대에서 시인들은 절벽과 계곡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 또 송천과 골지천이 만나는 아우라지는 정선아리랑 ‘애정편’의 배경이 됐으며, 김원일의 장편소설 《아우라지 가는 길》에서 원초적 고향으로 그려졌다.

 

 

▲ 소금강 드라이브길


정선 읍내를 거쳐 424번 지방도로 접어들면 시심은 빠르게 요동친다. 몰운대는 화암면을 가로질러 소금강 물줄기가 닿는 곳에 자리 잡았다. 수려한 경치가 금강산에 뒤지지 않아 소금강으로 불리는 절경 끝자락, 몰운대는 아득한 벼랑과 그 속에 담긴 사연으로 벅차게 다가선다.

산길을 따라 300m 남짓 걸으면 길이 끝나는 곳에 바위와 수백 년 된 고목 한 그루가 서 있고, 그 아래는 깎아지른 절벽이다. 황동규 시인은 듬성듬성 솟은 바위에 걸터앉아 〈몰운대행〉을 노래했다.

   몰운대는 꽃가루 하나가 강물 위에 떨어지는 소리가 엿보이는 그런 고요한 절벽이었습니다. 그 끝에서 저녁이 깊어가는 것도 잊고
   앉아 있었습니다. (……) 도무지 혼자 있는 것 같지 않았습니다.

 

 

[왼쪽/오른쪽] 몰운대 고목 / 몰운대 절벽


몰운대 옆으로는 정자와 고목이 단출하게 서 있을 뿐, 경계가 되는 쇳덩어리는 없다. 그래서 더욱 아슬아슬하고 마음 졸여지는지도 모른다. 벼랑 아래 조양강으로 흘러드는 어천이 흐르고, 계곡 옆으로 해 질 무렵 밥 짓는 연기를 모락모락 피워내는 마을이 있다.

황동규 외에도 여러 시인들이 몰운대의 해 질 녘 풍경과 감회를 시에 담았다. 이인평은 ‘해거름에, 고요의 여운을 쓸어오는 물소리가 / 내 오랜 갈증의 혀를 적신다’고 했고, 박정대는 ‘강물은 부드러운 손길로 몰운대를 껴안고 / 그곳에서 나의 그리움은 새롭게 시작되었네 / 세상의 끝은 또 다른 사랑의 시작이었네’라고 읊조렸다. 몰운대로 향하는 길목에 시비가 있어 운치를 더한다.

시인들의 사랑을 받은 몰운대는 그 수려한 공간이 영상에 담기기도 했다. 영화 〈구미호 : 여우누이뎐〉 〈권순분 여사 납치사건〉, 드라마 〈닥터 진〉 등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  [왼쪽/오른쪽] 몰운대 / 몰운대 시비


계곡과 어우러진 몰운대의 비경은 벼랑 아래서 보면 더욱 윤곽이 선명하다. 몰운대를 에돌아 마을로 접어들면 절벽과 계곡이 어우러진 풍경이 펼쳐진다. 가을이면 단풍도 곱게 물들어 아름다운 자태를 뽐낸다.

최근에는 몰운대부터 화암약수까지 이어지는 트레킹 코스도 인기 높다. 이곳 산책로는 푹신푹신하고 경사가 평이해 가족끼리 아기자기한 산행을 하기 좋다. 황동규의 〈몰운대행〉에 화암약수터 호텔 여주인이 몰운대행을 권하는 구절이 나와 발걸음을 들썩이게 만든다.

 

▲ 몰운대 풍경

 

[왼쪽/오른쪽] 화암약수 트레킹길 / 화암약수


‘정선 화암팔경’인 화암약수에서 톡 쏘는 약수 한 사발 들이켜고 서늘한 화암동굴을 감상했으면 아리랑의 흔적이 담긴 아우라지로 발길을 옮긴다. 송천과 골지천이 어우러진 여량면 아우라지는 정선아리랑의 배경이 된 곳이다.

아우라지는 남한강 천 리 물길을 따라 처음 뗏목이 출발하던 곳으로, 임과 이별하는 것을 슬퍼하는 여인의 구구절절한 사연이 전해 내려온다.

“아우라지 뱃사공아 배 좀 건네주게 / 싸리골 올동박이 다 떨어진다……” 정선아리랑 ‘애정편’에 아우라지가 등장하는데, 여인의 애절함을 기리기 위해 이곳에는 아우라지 처녀상도 있다. 아우라지는 김원일의 소설 《아우라지 가는 길》에서 동경하는 고향으로 그려지기도 했다. 고향을 떠나 혼탁한 도시에서 고단하게 살던 주인공은 고향을 그리워한다.

 

▲ [왼쪽/오른쪽] 아우라지 나룻배 / 아우라지 처녀동상


사랑과 그리움의 대상인 아우라지는 그 모습이 많이 변했다. 하천을 잇는 돌다리와 함께 대형 조형물이 세워진 다리도 들어섰다, 아우라지역에는 열차 카페가 문을 열고, 구절리까지 레일바이크가 오가면서 한적함을 벗어내고 이방인의 발길 또한 잦아졌다.

 

▲ [왼쪽/오른쪽] 아우라지 돌다리 / 아우라지역 풍경


몰운대와 아우라지에서 문향을 음미했으면 정선 읍내를 둘러볼 차례다. 정선읍 애산리의 아라리촌은 정선의 옛 주거 문화를 재현한 곳으로 굴피집, 너와집, 귀틀집이 조성되었는데 이곳에서 하룻밤 묵는 체험도 가능하다. 정선은 박지원의 소설 《양반전》의 배경이 된 고장으로, 아라리촌에는 그 내용을 해학적으로 구성한 조형물도 있어 눈길을 끈다.

 

▲  [왼쪽/오른쪽] 아라리촌 / 아라리촌 내 양반전 동상


정선에 가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 정선장터다. 곤드레나물밥, 콧등치기국수 등 정선의 별미를 파는 먹자골목이 들어서 있으며, 각종 산나물과 옥수수, 수리취떡 등을 현장에서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다. 정선장터는 2012년 ‘한국 관광의 별’에도 선정된 명소다. 읍내 병방산에는 최근 개장한 아리힐스리조트가 있는데, 스카이워크 체험을 통해 한반도 지형을 닮은 물돌이 마을을 구경할 수 있다.

 

[왼쪽/오른쪽] 정선 장터 / 곤드레나물밥


정선 여행은 정암사에서 호젓하게 마무리 짓는다. 정암사는 자장율사가 신라 선덕여왕 때 진신 사리를 봉안한 곳으로, 사리가 봉안된 수마노탑은 함백산을 바라보며 고독하게 서 있다. 황동규는 〈몰운대행〉에서 ‘자장이 경주, 황룡사, 부석사를 버리고 왜 이곳 정선의 산속을 방황했는지’ 알 듯 모를 듯 슬며시 되묻는다.

 

 

[왼쪽/오른쪽] 정암사 / 정암사 수마노탑


<당일 여행코스>
몰운대→화암약수→정선장터→아우라지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몰운대→화암약수→화암동굴→아라리촌→아리힐스리조트
둘째 날 / 정선장터→구절리 레일바이크→아우라지→정암사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정선군청 문화관광포털 www.ariaritour.com
- 정선레일바이크 www.railbike.co.kr
- 정선군시설관리공단(아라리촌, 화암동굴) www.jsimc.or.kr


○ 문의전화

- 정선군청 관광문화과 033)560-2363
- 정선군종합관광안내소 1544-9053
- 정암사 033)591-2469
- 정선레일바이크 033)563-8787
- 아라리촌 033)560-2059
- 화암동굴 033)562-7062


○ 대중교통 정보

[ 버스 ]
동서울종합터미널에서 정선 방면 1일 9회 운행(약 3시간 30분 소요), 신고한 방면 1일 31회 운행(약 2시간 50분 소요)
*문의 : 동서울종합터미널 1688-5979, www.ti21.co.kr


[ 기차 ]
제천역-정선역-아우라지역 매일 운행(약 2시간 소요), 청량리-고한역 1일 6회 운행(약 3시간 30분 소요), 정선오일장(2·7일)날 청량리-정선역-아우라지역 운행(약 4시간 소요)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 자가운전 정보

- 영동고속도로 진부 IC→59번 국도→수항계곡→정선 읍내
- 중앙고속도로 제천 IC→38번 국도→영월삼거리→미탄→정선 읍내


○ 숙박정보

- 하이랜드호텔 : 고한읍 고한로, 033)591-3500, www.hi-landhotel.co.kr (굿스테이)
- 국립가리왕산자연휴양림 : 정선읍 가리왕산로, 033)562-5833, www.huyang.go.kr
- 도사곡휴양림 : 사북읍 지장천로, 033)592-9400, http://dosa.jsimc.or.kr
- 정선통나무집 : 북평면 스무길, 033)563-6975, www.tongnamu.kr


○ 식당정보

- 고향식당 : 곤드레나물밥, 화암면 약수길, 033)562-8929
- 싸리골식당 : 곤드레나물밥, 정선읍 정선로, 033)562-4554, www.ssarigol.com
- 성마령가든 : 곤드레돌솥밥, 정선읍 용담길, 033)562-0055, www.성마령가든.kr
- 장터식당 : 콧등치기국수, 정선읍 봉양7길, 033)563-8999


○ 축제 및 행사정보

- 화암약수제 : 4월 말, 033)562-2004
- 두위봉철쭉제 : 6월 초
- 아우라지 뗏목축제 : 7월 말, 033)560-2661
- 민둥산억새꽃축제 : 10월, 033)591-9141
- 정선아리랑제 : 10월 초, www.arirangfestival.kr


○ 주변 볼거리

국립가리왕산자연휴양림, 민둥산, 타임캡슐공원, 백석폭포, 도사곡휴양림, 덕산기계곡, 광대곡 [글, 사진 : 서영진(여행작가)]

 

영원을 추구한 시인 구상을 만나다, 칠곡 구상문학관

 

 

▲ 구상 시집



위 치 : 경상북도 칠곡군 왜관읍 구상길

여행은 ‘출발→여정→귀환’의 단계를 밟는다. 문학작품 역시 여행과 닮았다. 작품 속에서 주인공은 ‘호기심→경이→성숙’의 과정을 거치며 나아간다. 이런 의미에서 어쩌면 여행과 문학, 여행자와 주인공은 똑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가을 초입,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무렵 시집 한 권 옆구리에 끼고 여행을 떠나보자. 목적지는 경북 칠곡이다.

칠곡에는 한국 시단의 거장 구상(1919~2004) 시인의 문학관이 있다. 구상 시인은 프랑스에서 ‘세계 200대 문인’으로 뽑혔으며, 그의 작품은 영어와 불어, 독어, 스웨덴어 등으로 번역되어 세계 문학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다.

 

[왼쪽/오른쪽] 구상문학관 전경 / 구상 시집 번역본


구상 시인은 1919년 9월 16일 서울 이화동에서 태어났다. 네 살이 되던 해 성베네딕도수도원의 교육 사업을 위촉받은 아버지를 따라 함경남도 원산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다. 시인은 사제가 되기 위해 신학교에 진학하지만 포기하고 일본으로 건너가 니혼대 종교학과에서 불교를 공부하기도 했다.

시인은 1946년 함경도 원산에서 동인지 《응향(凝香)》에 〈밤〉 〈여명도〉 〈길〉 등을 발표하며 데뷔했다. 이 동인지 표지를 화가 이중섭이 그렸다. 하지만 시가 반사회주의적이라는 비판을 받으며 필화 사건에 연루돼 북한 당국의 조사를 받기도 했다. 이후 공산 체제를 견디지 못하고 월남한 시인은 연합신문사와 국방부 기관지 승리일보 등에서 일한다.

시인은 수많은 정치 참여 권유를 거절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개인적으로 만나면 ‘박첨지’라고 부르던 박정희 대통령을 비롯해 신익희, 장면 총리 등이 그의 인품을 흠모하며 정치 참여를 요청했으나, 그때마다 손을 내저으며 시인의 길 외에 어떤 권력도 사양했다.

 

 

▲  [왼쪽/오른쪽] 구상시인의 흉상 / 구상문학관에 전시된 시인의 사진


시인이 경북 칠곡과 인연을 맺은 때는 1953년이다. 전후 이승만 정권에 대해 반독재 투쟁을 벌여 투옥되기도 한 그는 1952년 승리일보가 폐간되자, 부인 서영옥(1993년 작고) 여사가 의원을 차린 경북 칠곡군 왜관으로 내려와 1974년까지 기거하며 작품 활동에 매진한다.

이 무렵 그는 영남일보 주필을 맡아 대구를 오가며 시인 오상순, 아동문학가 마해송, 걸레스님 중광 등 당대의 예술가들과 폭넓은 친교를 쌓는다. 특히 화가 이중섭은 왜관의 그의 집에 함께 머무르며 그림을 그리기도 했는데, 이 무렵 그린 그림이 ‘K씨의 가족’이다.

칠곡군에 자리한 구상문학관은 2002년 부인이 경영하던 의원 자리에 세워졌다. 문학관 뒤편에 시인의 거처였던 관수재(觀水齋)가 옛 모습을 간직한 채 자리하고 있다.

 

 

[왼쪽/오른쪽] 관수재 / 구상시비


1층 전시실에는 육필 원고를 비롯한 유품 300여 점이 전시되어 시인의 숨결을 느낄 수 있다. 화가 이중섭과 박정희 전 대통령, 운보 김기창 화백 등의 편지와 작품, 영어와 불어, 독어 등으로 번역된 시인의 시집도 있다. 돋보기와 필기도구, 안경, 모자를 보면 구상 시인의 검소한 면모를 엿볼 수 있다.

2층은 보존 서고와 사랑방으로 운영된다. 시인이 소장하던 도서, 그와 교류해온 인사들이 기증한 책이 비치되어 있으며, 시창작교실과 문화교실도 수시로 열린다.

 

 

[왼쪽/오른쪽] 구상문학관 내부 / 구상시인의 돋보기와 만년필


구상 시인은 기독교적 존재관을 바탕으로 동서양의 철학과 형이상학을 조화시킨 독보적인 시 세계를 확립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그는 어느 문예지와 한 인터뷰에서 “나의 시는 인간 존재에 대한 인식과 형이상학적 심상을 바닥에 깔고 있어 시의 서정성보다 사상성에 관점을 둔다. 언어를 다루는 시인은 가장 먼저 언어의 화장술을 경계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광림 시인은 그를 두고 “난세(亂世)의 시인”이라 평했고, 이승하 시인은 “시와 인간이 일치된 큰 시인”이라고 평가했다. 문학평론가 김윤식 전 서울대 교수는 “그의 목소리는 역사 속에서 역사를 넘어서 들려오는 예언자의 어조 그것이다”라고 말했다.


강(江)

아침 강에
안개가
자욱 끼어 있다.

피안(彼岸)을 저어가듯
태백(太白)의 허공 속을
나룻배가 간다.

기슭, 백양목 가지에
까치가 한 마리
요란을 떨며 날은다.

물 밑의 모래가
여인네의 속살처럼
맑아온다.

잔 고기떼들이
생래(生來)의 즐거움으로
노닌다.

황금의 햇발이 부서지며
꿈결의 꽃밭을 이룬다.

나도 이 속에선
밥 먹는 짐승이 아니다.


구상문학관을 나와 본격적으로 칠곡 여행에 나서보자. 가장 먼저 가볼 곳은 가실성당이다. 서울의 명동성당과 동시대에 건립된 유서 깊은 성당으로 1895년 우리나라에서 11번째, 천주교 대구대교구에서는 계산성당에 이어 두 번째로 건립됐다.

로마네스크 양식과 고딕 양식이 절충된 설계는 명동성당과 계산성당 등을 지은 박도행 신부가 맡았다고 한다. 영화 〈신부 수업〉에서 두 주인공(권상우·하지원)의 결혼식 장면을 촬영한 곳이기도 하다.

 

▲  [왼쪽/오른쪽] 가실성당 / 가실성당 사제관


왜관 지역은 신부와 수도자를 가장 많이 배출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왜관읍에 자리한 성베네딕도회왜관수도원은 독일 성베네딕도회오딜리아수도원에서 파견된 수도자들이 북한 덕원과 중국연길수도원에서 수도 생활을 하던 중 이념의 차이에 따른 당국의 탄압과 한국전쟁 때 북한 정권의 박해로 피란 와서 1952년 건립한 것으로, 공원 같은 분위기가 운치 있다.

 

▲ 성 베네딕도회 왜관수도원


다부동전적기념관은 한국전쟁 당시 벌어진 다부동전투를 기념하기 위해 조성됐다. 칠곡군 가산면 다부리는 왜관에 이르는 지방도의 시발점으로, 이곳 방어선이 무너지면 대구가 적 지상 포화 사정권에 들어오기 때문에 대구 방어에서 가장 중요한 요충지였다. 55일 동안 처절한 전투가 벌어졌고 아군 1만여 명, 적군 1만7천500여 명에 이르는 사상자가 발생했다.

전적기념관은 전시관과 기념비, 야외 전시장 등을 갖추고 있으며 야외 전시장에는 전차와 장갑차, 비행기 등이 전시되어 있다. 전차 모양으로 꾸민 전시관에는 전쟁에 사용된 각종 화기와 당시 군인이 사용한 생활 물품들이 전시되어 포화 소리와 화약 냄새를 고스란히 전해준다.

 

▲  [왼쪽/오른쪽] 다부동 전적기념관 / 다부동 전적기념관 내부


등산을 좋아하는 이에게는 가산산성을 권한다. 조선 시대 왜적 침입에 대비하기 위해 세운 석성이다. 다양한 트레킹 코스가 있어 난도에 따라 즐겨볼 만하다.

 

▲ [왼쪽/오른쪽] 가산산성 / 가산산성 트레킹길


<당일 여행코스>
구상문학관→가실성당→왜관상설시장→다부동전적기념관


<1박2일 여행코스>
첫째 날 / 구상문학관→가실성당→가산산성 트레킹
둘째 날 / 다부동전적기념관→왜관상설시장


<여행정보>

○ 관련 웹사이트 주소

- 칠곡군청 문화관광포털 http://tour.chilgok.go.kr
- 구상문학관 http://kusang.chilgok.go.kr
- 가실성당 www.gasil.kr
- 다부동전적기념관 www.dabu.or.kr/dabu


○ 문의전화

- 칠곡군청 새마을문화과 054)979-6064
- 구상문학관 054)973-0039
- 가실성당 054)976-1102
- 다부동전적기념관 054)973-6313


○ 대중교통 정보

[ 기차 ]
서울역-왜관역 무궁화호 수시 운행, 약 3시간 30분 소요.
*문의 : 코레일 1544-7788, www.korail.com


○ 자가운전 정보

경부고속도로 왜관 IC→4번 국도→대구지방법원 칠곡군 법원→구상문학관


○ 숙박정보

- 칠곡도개온천모텔 : 석적읍 도개6길, 054)975-4811
- 팔공산킹모텔 : 동명면 기성5길, 054)974-4600, www.팔공산킹모텔.com
- 칠곡송정자연휴양림 : 석적읍 반계3길, 054)979-6600, www.songjeong.go.kr


○ 식당정보

- 세운정 : 오리훈제구이, 동명면 봉암4길, 054)976-5555
- 비원정 : 오리전골, 동명면 양지길, 054)976-8891
- 우리마당 : 시골더덕밥상, 왜관읍 봉계리, 054)971-2505


○ 축제 및 행사정보

- 구상문학축제 : 10월, 054)979-6092
- 칠곡세계인형음악극축제 : 5월, www.chilgokmpf.com


○ 주변 볼거리

칠곡송정자연휴양림, 칠곡도개온천, 한티순교성지, 팔공산 송림사 [글, 사진 : 최갑수(여행작가)]

 

 

‘평창으로 떠나자’ 詩리도록 빼어난 정취에, 가을도 서둘러 왔나<세계일보>

 

해발 700m의 내륙 고원지대에 자리한 강원도 평창에는 가을이 빨리 찾아온다. 산으로 둘러싸인 고지대에 자리한 데다 숲이 깊은 평창은 한여름에도 새벽에는 난방을 해야 할 정도로 기온이 낮다. 요즘 평창의 바람에는 벌써 서늘한 가을의 기운이 묻어나기 시작한다.

평창 남쪽의 미탄면이 최근 들어 주목받기 시작했지만, 평창의 대표적인 여행지는 아무래도 영동고속도로가 지나가는 북쪽의 봉평면, 용평면, 진부면 등이다. 이 일대에는 벌개미취꽃밭과 호젓한 전나무 숲길 등 초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곳이 많다. 9월 하순까지 30도에 육박하는 늦더위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발 담그고 한낮의 땀을 식힐 수 있는 계곡도 여럿이고, 갈증에 즉효인 시원한 명품 약수도 있다. 평창은 이같이 초가을 여행지로 매력이 넘쳐나는 곳이다.

 
밤새 내리던 비가 멎고 평창 흥정계곡 팔석정에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부드러운 아침햇살을 받은 팔석정이 완연한 가을색을 띠고 있다.

 

 

#양사언이 한눈에 반한 흥정계곡 팔석정

팔석정은 이름 때문에 정자로 오인하기 쉽지만, 실은 봉평면 흥정계곡에 있는 여덟 개의 바위다. 기이한 형상의 바위와 소나무가 빚어내는 팔석정의 아름다움은 조선 전기 4대 명필 중 한 사람인 양사언(1517∼1584)의 일화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양사언은 강릉부사 시절 이곳의 빼어난 경치에 취해 8일 동안이나 머물며 경치를 즐겼다고 전해진다. 조선시대에 평창은 강릉 땅이었다.

 

양사언은 그 후에도 1년에 세 번씩 찾아와 이곳의 경관을 즐기며 시상을 가다듬었고, 각각의 바위에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중국의 전설에 나오는 세 개의 신산(神山)인 봉래(蓬萊)·방장(方丈)·영주(瀛洲)와 석대투간(石臺投竿·낚시하기 좋은 바위), 석지청련(石池淸蓮·푸른 연꽃이 피어 있는 듯한 바위), 석실한수(石室閑睡·낮잠을 즐기기 좋은 바위), 석요도약(石搖跳躍·뛰어오르기 좋은 바위), 석평위기(石坪圍碁·장기 두기 좋은 바위)라는 글씨를 새겼다고 하나, 지금은 글씨의 형체를 제대로 알아보기 어렵다. 아침이 되자 밤새 내리던 비가 멎고 팔석정에도 햇살이 비치기 시작했다. 우악스럽게 열기를 뿜어내는 한여름 햇살과는 달리 초가을 햇살은 부드럽고 따스하다. 가을빛으로 물들기 시작한 팔석정이 그윽한 멋으로 여행자의 발길을 멈추게 한다.

 
청정지역인 장전계곡 상류에 자리한 이끼 계곡.
 

#신비한 초록이끼 장관인 장전계곡

흥정·금당·뇌운·수항 등 유명 계곡이 즐비한 평창에서 장전은 비교적 덜 알려져 있으면서도 빼어난 아름다움을 지닌 계곡으로 꼽힌다. 평창과 정선이 경계를 이루는 가리왕산의 서북 능선을 따라 오대천으로 흐르는 장전계곡은 맑은 옥류와 울창한 숲, 기암괴석이 어우러진다. 계곡 입구에서부터 완만한 산길이 이어지고, 바로 옆으로 물길이 흐른다. 열목어와 산천어가 서식하는 청정 계류가 어찌나 맑은지 물이 고인 소마다 푸른빛으로 투명하게 빛난다.

 

계곡길은 차로 오를 수도 있지만 천천히 타박타박 걸어 올라가도 좋다. 계곡 입구에서 3㎞쯤 올라가면 왼쪽 대궐터 계곡과 오른쪽 암자동 길로 나뉜다. 대궐터라는 이름은 옛날 맥국의 가리왕이 예곡의 공격을 피해 이곳에 궁궐을 지었다는 전설에서 유래했다. 대궐터 계곡 자락에는 ‘이끼계곡’이 있다. 오랜 시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아 푸른 이끼가 바위를 덮은 계곡은 원시림과 어울려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울창한 숲 사이를 겨우 비집어 들어온 초가을 햇살이 내려앉은 이끼는 초록색 융단처럼 반짝반짝 빛이 난다.

 

#싱그러운 벌개미취 꽃밭과 전나무 숲길

평창에서 가을 정취를 느낄 수 있는 또 다른 정물은 벌개미취다. 벌개미취는 8, 9월에 우리 땅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토종 야생초이지만, 한국 자생식물원에서는 보라색 벌개미취꽃이 산자락 한 면에 가득 차 있는 장관을 감상할 수 있다. 오대산 자락에 자리한 자생식물원은 우리나라 고유의 풀과 나무로만 조성된 곳으로, 요즘 1만6500㎡(5000평)의 산자락이 온통 보랏빛으로 물들어 있다. 봉평면의 휘닉스파크 리조트에도 슬로프에 벌개미취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있다.

 

방아다리 약수는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국내 7대 약수 중 하나로, 떫고 쏘는 맛의 약수가 위장병과 피부병에 효과가 있다고 한다. 방아다리약수는 약수터 모양이 마치 디딜방아와 비슷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방아다리약수는 매표소에서 약수터까지 이어지는 전나무 숲길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인근 오대산 월정사 전나무숲길에 비하면 길이는 3분의 1 정도인 200m 정도지만 숲길의 정취는 그에 못지않다. 부드러운 초가을 햇살이 스며드는 전나무 숲길은 한여름보다 훨씬 더 상쾌하고 싱그럽다.

평창=글·사진 박창억 기자 daniel@segye.com

 


미풍에도 하하호호… 자지러지는 메밀꽃 물결<세계일보>

 

평창 효석문화제
9월이면 평창군 봉평면은 눈부시게 하얀 메밀꽃밭이 지천이다. 현재 봉평의 메밀 재배면적은 66만㎡(20만평). 적갈색을 띠는 대 위에 달린 작은 꽃잎들이 바람에 일렁일 때마다 하얀 융단이 춤을 추는 듯하다.

 
평창군 봉평면 무이리의 평창무이예술관 앞에 가득 피어 있는 새하얀 메밀꽃.
봉평은 가산 이효석(1907∼1942)이 나고 자란 곳이자, 그의 대표작 ‘메밀꽃 필 무렵’의 배경이 되는 곳이다. 장돌뱅이들의 고단하면서도 낭만적인 삶을 유려한 필체로 그려낸 ‘메밀꽃 필 무렵’에서 이효석은 “산허리는 온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힐 지경이다”라고 달밤 메밀꽃밭 풍경을 묘사했다.

 
효석문화마을에 재현되어 있는 물레방아.
봉평면 원길리 효석문화마을에는 소설 속 허생원과 동이가 드나들던 주막인 충주집, 허생원과 성씨 처녀가 사랑을 나눴던 물레방앗간이 재현돼 있다. 복원된 이효석의 생가, 평양에 살던 푸른집 등도 조성되어 있다. 이효석문학관에서는 선생의 유품과 작품이 발표된 잡지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제14회 평창 효석문화제

메밀꽃밭 속으로 낭만 여행을 떠날 수 있는 평창효석문화제(www.hyoseok.com)가 7일부터 16일까지 봉평면 효석문화마을 일원에서 열린다. 메밀꽃밭을 문인들과 함께 걸을 수 있는 ‘효석문학 100리길 걷기행사’, 전국의 문학청년들이 모여드는 ‘효석백일장’ 등 다채로운 문학행사가 줄을 잇는다. 이효석문학관에서는 ‘메밀꽃 필 무렵’ ‘늪의 신비’ ‘일기’ 등 가산의 소설 속 삽화를 만날 수 있고, 1968년 제작된 영화 ‘메밀꽃 필 무렵’도 감상할 수 있다. 마당놀이·인형극 등 풍성한 공연도 마련되고, 도리깨로 곡식 털기 등 체험행사도 다양하다. 이효석문화선양회 (033)335-2323

 

◆무이예술관의 메밀꽃 화가

평창무이예술관은 무이초교가 폐교된 뒤 2001년 예술 창작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이곳에서는 서양화가 정연서, 조각가 오상욱, 도예가 권순범, 서예가 이천섭씨 등이 창작활동을 하며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메밀꽃에 반해 30여년간 메밀꽃을 그려온 평창무이예술관의 정연서 화백.
1999년 효석문화제가 처음 시작될 때 서울에서 봉평으로 내려온 정연서(59) 화백은 메밀꽃에 반해 30여년간 메밀꽃을 그려왔다. 무이예술관에 자리한 그의 작업실과 전시실에는 메밀꽃 그림이 빼곡하다. 화폭에 피어난 메밀꽃들이 실제보다 더 아름답다. 정 화백은 “메밀꽃의 하얀색은 포근하며 녹색잎은 맑으며, 붉은 대는 힘이 있어 좋다”고 메밀꽃의 매력을 말한다.

 메밀꽃 그림은 흰색 유화 물감이 번지지 않게 말려서 덧칠을 해야 하기 때문에 다른 그림보다 작업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게 정 화백의 설명. 14년 전 효석의 생가 모습이 담긴 140호짜리 메밀꽃 그림은 완성하는 데 몇 달이 걸렸다. 그가 지금까지 그린 메밀꽃 그림은 수백 점. 평생 1000점을 그리는 게 그의 목표다. 평창무이예술관에서도 축제기간 중 메밀꽃 압화, 판화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평창=글·사진 박창억 기자


■ 여행정보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영동고속도로 면온나들목이나 장평나들목에서 나오는 게 좋다. 평창 북쪽 지역에는 용평리조트(1588-0009), 휘닉스파크(1588-2828) 등 대형 리조트가 여럿 있다. 평창의 음식으로는 메밀 요리를 빼놓을 수 없겠다. ‘미가연’(033-335-8805)은 메밀음식 특허를 3개나 보유한 식당으로, 메밀싹 육회·메밀싹 육회 비빔밥·쓴메밀 국수·메밀싹 주스 등 별미를 맛볼 수 있다. ‘물레방아’(336-9004)는 메밀묵·돼지고기·김치 등을 넣어 끓여내는 전통음식 ‘태평추’를 내놓는다. 영동고속도로 진부나들목 부근의 ‘부일식당’(335-7232)은 산채정식으로 유명하다. ‘평창한우마을’(334-9777)에서는 상차림비 4000원만 내면 일반 식당보다 30% 이상 저렴한 가격으로 한우숯불구이를 즐길 수 있다. 한국자생식물원 332-7069, 평창 무이 예술관 335-6700, 평창군청 문화관광과 330-277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