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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옥천의 겨울엔 詩가 내리네

by 한국의산천 2010. 12. 25.

내가 가야 할 여행지 자료 모음[글 정리 : 한국의산천 http://blog.daum.net/koreasan ]


충북 옥천 기행

옥천의 겨울엔 詩가 내리네 [글:Chosun.com ·심현정 기자 / 사진·허재성 영상미디어 기자]

 

 한파가 몰아치는 12월. 밀려드는 마무리 업무와 반복되는 송년회 술자리가 몸과 마음을 피로하게 한다. 눈을 시큰하게 하는 휘황한 네온사인과 옷섶을 헤치는 날렵한 도심의 추위를 피하고 싶은 당신에게 위로가 될 만한 소박하고 정겨운 시골 마을을 소개한다. 넓은 벌 동쪽 끝으로 옛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 나가는…. 그래서 꿈엔들 잊힐 리 없는 '향수(鄕愁)'를 노래한 정지용 시인의 고향 충북 옥천이다. 화끈하거나 자극적이지 않은, 그래서 푸근한 하루 나들이를 즐길 수 있는 고장이다.

 

향수 - 이동원

넓은벌 동쪽 끝으로 옛 이야기 지줄대는 실개천이 휘돌아나가고 얼룩배기 황소가 해설피 금빛 게으른 울음을 우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음음음음
질화로에 재가 식어지면 비인 밭에 밤바람 소리 말을 달리고 엷은 졸음에 겨운 늙으신 아버지가 짚베개를 돋아 고이시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흙에서 자란 내마음 (내마음) 파란 하늘빛이 그리워 (음 그리워) 함부로 쏜 화살을 찾으러 풀섶 이슬에 함추름 휘적시던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전설바다에 춤추는 밤 물결 같은 검은 귀밑머리 날리는 어린 누이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는 사철 발벗은 아내가 따가운 햇살을 등에 지고 이삭 줏던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하늘에는 성근 별 알 수도 없는 모래성으로 발을 옮기고 서리 까마귀 우지짖고 지나가는 초라한 지붕 흐릿한 불빛에 돌아앉아 도란도란 거리는 곳
그곳이 차마 꿈엔들 잊힐리야

 

◆ 향수(鄕愁)에 젖어들다, 옥천 구읍

 

목적지는 옥천 구읍(舊邑)이다. 경부고속도로는 옥천 구읍과 신읍(新邑)을 가르며 지난다. 일본 강점기 경부선 옥천역이 들어서면서 상대적으로 개발의 수혜를 입지 못한 죽향초등학교 일대는 오래된 마을이라는 의미의 구읍이라는 이름을 달았다.

구읍 입구에 들어서자 정지용 시인의 생가를 가리키는 이정표가 눈에 띈다. 멀리 소복하게 눈이 올라앉은 초가집이 들어 온다. 1996년 복원된 정지용의 생가다. 초가집 앞을 지나는 작은 개천에서 나지막하게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담장 옆 놓인 커다란 돌 위에 흩뿌린 눈을 손으로 쓱쓱 닦아보니 시 '향수'가 새겨져 있다.

볏짚과 나뭇가지로 엮어 만든 야트막한 사립문을 지나 마당으로 들어선다. 제일 먼저 옹기종기 모여 있는 장독들이 눈에 들어온다. 크고 작은 장독들이 눈을 이고 선 모습이 정겹다. 집 안쪽으로 시인의 빛바랜 사진이 보이고 그 아래로 작은 백자 호롱 하나가 섰다. 그의 주옥같은 시가 적힌 액자가 벽마다 빼곡히 걸렸다. '얼골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감을밖에'라는 시구가 젊은 날 그의 감수성을 짐작게 한다.

마당에 서 있는 서양식 가로등이 초가집과 오묘하게 어울린다. 대청 마루에 걸터앉아 눈을 감고 차가운 겨울 공기를 들이마시려는데 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다가온다.

마당을 돌아 반대편 사립문을 나서면 정지용 문학관으로 연결된다. 문학관 마당은 정지용 동상이 지킨다. 문학관 안에는 정지용 시인을 똑 닮은 실물 크기의 모형 정지용이 의자에 앉아 인사를 건넨다. 옆에 앉아 그와 팔짱을 끼고 사진 한장을 남기는 것도 재미다. 문학관에서 그의 시 세계와 어린 시절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자료들을 둘러본다.

문학관을 나와 5분 정도 걸으면 으리으리한 기와집이 보인다. 육영수 여사의 생가다. 아직 내부 수리가 완전히 끝나지 않아 정식 개관한 것은 아니라고 한다. 육영수 여사 생전의 활동을 담은 사진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일기가 전시돼 있는 정도다. 관리인이 기다란 빗자루를 들고 눈을 쓸며 길을 내고 있다. 그가 낸 길을 따라 걸으며 집안 곳곳을 거닌다.

 

▲ 눈이 내려앉아 하얗게 변한 산 그림자가 대청호 수면에 비친다. 호숫가에 드문드문 자라는 갈대와 잎사귀를 떨어뜨리고 앙상해진 나무가 정취를 더한다. /사진ㆍ허재성 영상미디어 기자

 

◆ 눈 덮인 마성산과 대청호가 만든 설국(雪國), 장계 관광지

구읍에서 역사 속 인물의 자취를 느꼈다면, 이젠 자연을 만끽할 차례. 대청호변에 조성된 '장계관광지'로 향한다. 교동 저수지를 오른편에 두고 마성산 자락을 지난다. 길 양쪽에 늘어선 벚나무들은 찬바람 맞으며 분홍 벚꽃 대신 하얀 눈 꽃을 피웠다.

장계관광지에는 정지용 시인의 시 세계를 시각적으로 느낄 수 있는 공공예술 프로젝트 '멋진 신세계'가 조성돼 있다. 호숫가를 따라 정지용 시인의 다양한 시를 조형물로 승화시킨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다. 산책로 곳곳에 마련된 벤치에 적혀 있는 정지용 시인의 시 구절을 하나하나 읽어가는 묘미가 쏠쏠하다. 눈 덮인 호숫가에 발을 내디디며 뽀드득 소리를 듣는다. 마성산이 병풍처럼 둘러싼 대청호를 바라보며 청정한 공기를 들이마시면 답답한 마음이 뻥 뚫리듯 시원해진다.

장계관광지에는 대청비치랜드가 있다. 1990년대 중반 세워져 많은 가족과 연인들이 찾았던 이곳은 화려했던 옛 추억을 간직한 채로 멈춰 섰다. 음악에 맞춰 돌던 회전목마도 멈추고, 청룡 열차도 더는 달리지 않는다. 쓸쓸하기도 하고, 판타지 동화 같기도 하다.

 

◆ 구읍에서 느끼는 옛 정취

다시 구읍으로 향한다. 정지용과 육영수 여사가 학창시절을 보낸 죽향 초등학교 구 교사(校舍)에 들렀다. '웃고 뛰놀자 그리고 하늘을 보며 생각하고, 푸른 내일의 꿈을 키우자'라고 쓰인 육영수 여사의 휘호와 정지용 시인의 시비가 보인다. 옥천 군청 옆 낮은 언덕에 올라앉은 옥천 삼양리 천주교회 성당도 볼 만하다. 하늘색으로 페인트칠 된 성당 외벽에 붉은색 큰 별 하나가 붙어 있어 흡사 만화 속에서 튀어나온 것 같다.

허기진 배를 채우기 위해 옥천시외버스터미널 근처 올갱이 해장국집을 찾았다. 옥천을 휘감으며 흐르는 금강은 올갱이로 유명하다. 청록빛 올갱이 한 주먹에 시금치를 가득 넣고 된장을 풀어 푹 끓인 올갱이 해장국 한 그릇이 얼었던 몸을 녹이고, 새콤한 올갱이 무침 한 젓가락은 잃었던 미각을 일깨운다.

 

여행수첩

 

여행코스(서울 기준)

아래는 옥천을 즐길 수 있는 하루 나들이 코스.

 

경부고속도로 옥천IC → 옥천 군청사거리 좌회전

→ 지용로삼거리에서 2시 방향→구읍삼거리에서 50m 직진

→ 정지용 생가→11시 방향으로 직진→좌측으로 옥천 향교

→ 육영수 여사 생가→지용사거리→교동저수지삼거리

→ 국원교차로에서 보은방면으로 직진→장계사거리로 좌회전

→ 장계 관광지→국원 교차로→구읍삼거리 직진하다 첫 골목에서 우회전

→ 죽향초등학교→문정삼거리 직진→옥천상고 삼거리 직진

→ 옥천IC 직진→옥천군청→옥천성당→충북통계사무소 사거리 우회전

→ 중앙로 직진→삼양삼거리 직진→삼양사거리 우회전→금강 올갱이

(5시간 소요)

 

 

 

 

 

 

 

 

 

 

 

 

 

 

 

 

 

 

올갱이 해장국과 올갱이 무침은 옥천의 토속 음식이다.

금강올갱이(043-731-4880) 추천. 옥천 구읍에서는 전통 한정식과 산채 비빔밥을 맛볼 수 있다.

춘추민속관(043-733-4007)

아리랑(043-731-4430)

 

장계관광지 입구 음식점에서는 피라미를 프라이팬에 돌려 놓고 바싹 튀긴 도리뱅뱅이와 생선 매운탕 등을 맛볼 수 있다.

대전식당(043-732-3668)

신인포가든(043-731-6578)

 

정지용 문학관 (043) 730 -3408, www.jiyong.or.kr

육영수 여사 생가 (043)730-3503

옥천군청 (043)730-4114

옥천군 문화관광 tour.o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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