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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문화문학음악

Evening Bells

by 한국의산천 2010. 3. 29.

 

[바람의 노래] Evening Bells

 

꿈길이 꽃길이다

어른의 주먹보다 크게 카네이션 꽃잎처럼 활짝 핀 개심사의 겹벚꽃

 

▲ 개심사의 겹벚꽃 ⓒ 2010 한국의산천 

▲ 개심사의 겹벚꽃 ⓒ 2010 한국의산천  

▲ 개심사의 겹벚꽃 ⓒ 2010 한국의산천  

▲ 개심사의 겹벚꽃 ⓒ 2010 한국의산천 

 

Evening bells


Evening bells, evening bells,

How many a story you've got to tell

of youth and home and that sweet time.

When last I heard your soothing chime.

저녁 종소리, 저녁 종소리,

너는 정말로 많은 이야기를 전해야만 했구나.

젊은 시절, 집, 그리고 그 아름답던 시절에 대해,

내가 마지막으로 너의 평화로운 종소리를 들었을 때.

 

Those lovely days they are past away,

And many a heart that then was gay

Within the tomb now darkly dwells,

And no more to hear evening bells.

종소리들이 사라진 그 아름다운 지난날들

많은 기억을 해 보면 그때는 즐거웠지.

지금은 죽어서 어둠 속에서 살기에,

더 이상 저녁 종소리를 들을 수 없다네.

  

And so it will be when i am gone,

That tuneful sound will still ring on

While other bards will walk with these bells.

And sing your praise sweet evening bells.

그리고 내가 죽어 없어져도 그렇게 될 것이지만,

그 아름다운 선율의 종소리는 여전히 울릴 것이니

여느 음유 시인들이 이 종소리와 함께 산책할 때에도,

네가 들려주는 찬양의 노래, 아름다운 저녁 종소리를 울려주려무나.

 

Evening bells, evening bells,

How many a story you've got to tell

Of youth and home and that sweet time,

When last I heard your soothing chime.

저녁 종소리, 저녁 종소리,

너는 정말로 많은 이야기를 전해야만 했구나.

젊은 시절, 집, 그리고 그 아름답던 시절에 대해,

내가 마지막으로 너의 평화로운 종소리를 들었을 때. 

 

 

 

누구든 떠나갈 때는

               -류시화-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날이 흐린 날을 피해서 가자
봄이 아니라도
저 빛 눈부셔 하며 가자

 

누구든 떠나갈 때는
우리 함께 부르던 노래
우리 나누었던 말
강에 버리고 가자

그 말과 노래 세상을 적시도록

 

때로 용서하지 못하고
작별의 말조차 잊은 채로
우리는 떠나왔네
한번 떠나온 길은
다시는 돌아갈 수 없었네

 

누구든 떠나갈 때는
나무들 사이로 지는 해를
바라보았다 가자
지는 해 노을 속에
잊을 수 없는 것들을 잊으며 가자   

 

▲ 개심사의 겹벚꽃 ⓒ 2010 한국의산천  

 

선운사에서

 

                    - 최영미

  

꽃이 

피는 건 힘들어도

지는 건 잠깐이더군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님 한 번 생각할 틈 없이

아주 잠깐이더군

 

그대가 처음

내 속에 피어날 때처럼

잊는 것 또한 그렇게

순간이면 좋겠네

 

 

멀리서 웃는 그대여

산 넘어 가는 그대여

 

 

꽃이 

지는 건 쉬워도

잊는 건 한참이더군

영영 한참이더군 

  

<최영미 시집 "서른, 잔치는 끝났다" (창작과비평사) 에서>

  

사람이 살며 사랑한 사람을 잊는다는 것은 평생을 걸려도 지워낼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봄마다 꽃이 피는 것을 보면 그 그리움이 얼마나 간절한 것인가를 느낀다  "꽃이 / 피는 건 힘들어도 / 지는 건 잠깐이더군 / 골고루 쳐다볼 틈 없이 / 님 한번 생각할 틈 없이 / 아주 잠깐이더군"  이라는 말에 얼마나 깊은 마음을 얹어 놓았겟는가를 생각한다 꽃을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련을 견디어 왔겠는가 그 시련에 비하여 꽃이 지는 것은 순간이다 사람 삶의 마음도 마음에 마음을 새기는 세월이 얼마나 길고 험한가 그러나 지나고 나면 그 세월 만큼 꽃봉우리 피워 살아가는 날은 아주 짧기만 하다 부질없음이 무엇이겠는가 싶다 그럼에도  배려하는 마음보다도 욕심이 앞서 마음을 다 내어주지 못한다 영영 다 주지 못하고 떠나가는 것만 갔다 꽃 피는 것처럼 마음을 다 주고 가는 마음을 해 마다 보고 보아도 그 마음 하나도 마음에 담지 못하니 ...영영 잊지 못하는 마음처럼 사랑이 어렵기는 어려운 것이라 느낀다.

 

▲ 꽃잎 색깔이 특이한 개심사의 청벚꽃 ⓒ 2010 한국의산천  

 

 

헛되고 헛되다 헛되고 헛되다 모든 것이 헛되다
사람이 세상에서 아무리 수고한들 무슨 보람이 있는가


한 세대가 가고 또 한 세대가 오지만 세상은 언제나 그대로다
해는 여전히 뜨고 또 여전히 져서 제자리로 돌아가며 거기에서 다시 떠오른다


바람은 남쪽으로 불다가 북쪽으로 돌이키며 이리 돌고 저리 돌다가 불던 곳으로 돌아간다
모든 강물이 바다로 흘러가도 바다는 넘치지 않는다 강물은 나온 곳으로 되돌아가 거기에서 다시 흘러내린다
만물이 다 지쳐 있음을 사람이 말로 다 나타낼 수 없다 눈은 보아도 만족하지 않으며 귀는 들어도 차지 않는다


이미 있던 것이 훗날에 다시 있을 것이며 이미 일어났던 일이 훗날에 다시 일어날 것이다 이 세상에 새 것이란 없다
보아라 이것이 바로 새 것이다 하고 말할 수 있는 것이 있는가 그것은 이미 오래 전부터 있던 것 우리보다 앞서 있던 것이다
지나간 세대는 잊혀지고 앞으로 올 세대도 그 다음 세대가 기억해 주지 않을 것이다  -전도서 中에서-  

 

 

▲ 연못위에 걸쳐진 좁은 통나무 다리를 건너면 피안의 세계로 가는 길인가? ⓒ 2010 한국의산천 

▲ 봄이 되어도 죽은듯이 알살을 내 놓은채 살아 있는 배롱나무(간지럼 나무로도 불리는 일명 목백일홍)과 연못 ⓒ 2010 한국의산천 

 

This too shall pass away
이것 역시 지나 가리라....

 

When some great sorrow, like a mighty river,
Flows through your life with peace-destroying power
And dearest things are swept from sight forever,
Say to your heart each trying hour:
"This, too, shall pass away."

유대교 경전 주석서인 미드라쉬(Midrash)에 보면 "다윗왕의 반지"에 아래와 같은 글이 있습니다.


어느 날 성군이라 불리는 다윗 왕이 궁중 최고의 보석 세공인을 불러 다음과 같은 명령을 내렸다.

"나를 위하여 멋진 반지를 만들고 그 반지에 글귀를 새겨 넣어라.
그 글귀는 내가 전쟁에서 승리하거나 위대한 일을 성취했을 때, 그 글귀를 보고 우쭐해하지 않고 더욱 겸손할 수 있도록 각성이 되는 글귀여야 하며, 반대로 인간으로서 견디기 힘든 슬픔이나 고통이 찾아올 때, 그 글귀를 보고 용기를 얻을 수 있는 위안을 주는 말이어야 한다."

명을 받은 보석 세공인은 평소의 세공 솜씨로 정교한 반지를 아름답게 만들었다. 그러나 어떤 글귀를 새겨 넣어야 다윗 왕의 마음에 들 것인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며칠을 생각했으나 마땅한 글귀를 또올릴 수가 없었다. 보석 세공인은 며칠을 고민을 하다가 솔로몬 왕자를 찾아가 그에게 도움을 청했다.

"다윗 왕의 황홀한 기쁨을 절제해 주고 동시에 다윗 왕이 낙담할 때 용기를 북돋워 드릴 수 있는 글귀를 가르쳐 주십시오"

솔로몬 왕자는 잠시 생각한 후 이렇게 대답했다.

 "이 글귀를 써 넣으시오! <This too shall pass away!(이것 역시 지나가리라)>"

그러면서 솔로몬 왕자는 설명했다.

"왕이 승리감에 도취해 자만할 때, 이 글귀를 보면 곧 자만심이 가라앉게 될 것이고, 그가 패배해서 낙심 중에 있다면 이 글귀를 보고 이내 표정이 밝아질 것이다."

 

그렇다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그렇기에 삶은 영원하지 않다.
견딜 수 없는 슬픔, 기쁨, 영광과 오욕의 순간도 어차피 지나가기 마련이다.

그렇게 세월이 간다. 아니 시간은 다가오고 사람이 과거로 밀려가고 있을 뿐이다 - 한국의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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