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일서정
추일서정(秋日抒情)
- 김광균 -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포화(砲火)에 이즈러진
도룬 시의 가을 하늘을 생각케 한다.
길은 한줄기 구겨진 넥타이처럼 풀어져
일광(日光)의 폭포 속으로 사라지고
조그만 담배 연기를 내어 뿜으며
새로 두 시의 급행차가 들을 달린다.
포플라나무의 근골(筋骨) 사이로
공장의 지붕은 흰 이빨을 드러내인 채
한가닥 꾸부러진 철책이 바람에 나부끼고
그 우에 세로팡지로 만든 구름이 하나.
자욱―한 풀버레 소리 발길로 차며
호을로 황량한 생각 버릴 곳 없어
허공에 띄우는 돌팔매 하나.
기울어진 풍경의 장막 저쪽에
고독한 반원을 긋고 잠기어간다. <1947년>
▲ 낙엽은 폴란드 망명정부의 지폐? ⓒ 2008 한국의산천
가는 곳 정처 없이 떠도는 낙엽은 가을바람을 원망하지 않는다. 낙엽을 보며 순리와 순응을 배운다.
▲ 열린 귀는 들으리라. 텅 빈 들녘에서 끝없이 밀려오는 소리 없는 소리를(法頂) ⓒ2008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 당당한 앞모습과는 달리 돌아서 가는 그대의 뒷보습에서는 언제나 안스러움이 느껴졌다. ⓒ 2008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 끝내 못 잊을 그 날이 지금 또 다시 눈앞에 글썽이는 흐린 두 눈으로 둘러봐도 하늘일 뿐 ⓒ 2008 한국의산천
▲ 선로 직선화 작업으로 인하여 지금은 기차가 다니지 않는 폐쇄된 역 아산 선장역 선로 ⓒ 에코마운틴 한국의산천
가을이 왔다. 영원한 것이 없듯이 이 가을이 갈것이다. 가을은 지구를 한바퀴 돌아 다시 올것이다. 그러나 그 가을은 지금의 가을이 아니다.
노래를 시키면 이 노래를 꼭 부른다. 내가 부를 수 있는 몇 안되는 노래중에 한곡이다.
노사연의 이마음 다시 여기에
못 내 아쉬운 이별이 어느새 그리움되어 설레이는 더운 가슴으로 헤매어도 바람일 뿐
끝내 못 잊을 그 날이 지금 또다시 눈앞에 글썽이는 흐린 두 눈으로 둘러봐도 하늘일 뿐
아, 나의 사랑은 때로는 아주 먼 곳에 영원히 찾을 수 없는 곳에 던져 버리고 싶을 뿐
하지만 저 쯤 멀어진 그리운 우리의 사랑 대답이 없는 너의 뒷모습 이 마음 다시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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