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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거친호흡 몰아쉬며 ^^ 굽이치는 산맥넘어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는다. 기억은 희미해지기에 이곳에 기록을 남긴다
MTB등산여행

엑셀시오 아름다운 강산

by 한국의산천 2008. 8. 13.

Excelsior (엑셀시오) : 향상, 더욱 높이! 를 뜻하는 단어로서 미국 New York주의 표어이기도 하다.

 

미국의 각 주들은 공식 명칭 외에 그 지방의 특성을 나타내는 속칭을 한 두 개씩 지니고 있다. 뉴욕주는 엠파이어州(Empire State)로 알려져 있지만 뉴욕 사람들은 엑셀시오州(Excelsior State)로 불리는 것을 더 좋아한다. 뉴욕을 상징하는 고층건물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아 '보다 높이(excelsior)' 솟아오르기를 바라는 州民들의 마음을 담고 있다.  

(※ 뉴욕 주 :State of New York는 미국 북동부에 자리한 州로서 인구의 대부분이 남동쪽 끝에 자리한 뉴욕 市 인근에 몰려 있다.)  

 

엑셀시오는 산악인에게 자주 회자되는 단어로서 대학산악연맹에서 발간하는 회보 제목 또한 엑셀시오이다.

  

 

배는 항구에 묶어두라고 만든것은 아니다.

길 떠나는 자만이 낯선 풍경을 접할 수 있고 오르는 자만이 정상에 설 수 있다.

산으로 또 산으로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찾아  

 

▲ 고교시절과 그 후에 자주 찾아 암벽 훈련을 하던 치마바위 ⓒ 2008 한국의산천

용어천계곡에 있는 치마바위. 문사동이라고 새겨진 바위를 지나 계속 오르면 용어천계곡 팻말이 나온다.

 

용어천계곡은 도봉동 탐방지원센타에서 도봉서원을 지나 왼쪽으로 나있는 다리를 건너 계곡을 따라 금강암과 성도원을 지나면 주봉으로 이어지는 가장 한갓진 산길이다 

도봉유원지 매표소를 지나 콘크리트 길 끝 도봉서원에서 왼쪽 만수교를 건너면 문사동계곡길이다. 계곡 곳곳에 여러 사찰과 기도원들이 있는데, 그중 성도원 입구 바로 위 넓은 갈림목에서 오른쪽 길이 용어천 계곡길이다. 주봉 아래 축대 위에서 오른쪽 길을 따르면 신선대로 오르고, 왼쪽 길을 따르면 관음암을 거쳐 도봉주능선에 올라선다.

용어천계곡으로 들어서면  마치 여인의 치마폭을 펴 놓은듯 넓게 펼쳐진 슬랩지대가 있어 많은 클라이머들이 찾는 곳이다. 용어천계곡이 끝날 즈음 고개를 치켜들면 바라보이는 주봉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 도봉산 용어천계곡의 치마바위ⓒ 2008 한국의산천 

고교시절 휴일이면 부모님께 학교 도서관 간다고 하고 도시락을 싸들고 이곳을 찾아 바위에 올랐다. 

▲ 1980년 군 제대 후 찾아와서 바위하며 박아놓은 시몽 앵글하켄 ⓒ 2008 한국의산천 

 

녹슬은 하켄 하나

바위틈에 박힌 녹슬은 앵글 하켄을 발견하는 순간 나는 잠시 현기증이 일어났다. 그 오래 전 젊음의 시간으로 타임머신을 타고 돌아가는 멀미였으리라   

오래 전 이곳에는 나이프하켄이 박혀 있었다. 왼쪽 언더크랙을 횡단하기 위해 그곳에 카라비너를 걸었으나 맥없이 빠져 버렸기에 그 당시 값이 꽤 비싼 독일제 앵글하켄 시몽을 두드려 박았다. 이곳에 약 30년 가까이 아직도 그 자리에 박혀있다.

녹은 잠들지 않고, 녹은 그 쇠를 먹고 산다고 하더니, 잠들지 않는 녹으로 인하여 하켄이 제 구실을 할지 의문이다. 오랜 시간의 흐름을 보았다.  

 

▲ 요즘 기존 루트에는 고정볼트가 박혀 있으며 또한 설치와 회수가 용이한 프렌드를 사용하기도 한다 ⓒ 2008 한국의산천

그간 준비하지 못했던 리플렉스( 일명 프렌드) 9호와 135mm의 10호 대형 프렌드 2개를 구입했다. 이제 앞으로 한달간은 점심시간에 물만먹고 살아야 한다.  

 

▲ 친구들과 자주 오르던 치마바위 슬랩 ⓒ 2008 한국의산천

 

어제는 지나가서 좋은날입니다

내일은 다가오기에 기다려지는 좋은 날입니다

현재는 모든 일을 지금 행 할 수 있기에 좋은 날 입니다.

그래서 날마다 좋은 날 입니다.

 

▲ 학교 동창 카페에 실린 치마바위 등반에 관한 글 댓글 캡쳐 ⓒ 2008 한국의산천  

동창이며 오랜 산 친구인 "브라보"는 현재 러시아의 대형 플랜트 사업을 수주하여 한국과 러시아를 오가며 바쁘게 살고 있습니다. 틈나는대로 등산, 스킨스쿠버, 페러글라이딩, 스키를 즐기는 만능 스포츠맨이자 멋진 친구입니다.

 

▲ 손의 자유, 발의 자유, 정신의 자유를 느끼기 위해 산으로 간다 ⓒ 2008 한국의산천 

 

눈이 내리고 있다

무주공산, 어둑한 하늘 아래. 
시나브로 시나브로 내려 쌓이는 눈에

나무들도 무릎까지 빠져
움죽을 못한다.

 

이따금 가지 꺾어지는 소리뿐,

숲속은 적막,지난날 아쉬움도
다가올 두려움도 없다.

 

발소리가 나는데 하고

돌아봐도 나는 없고, 거기

저승 같은 풍경 한 장.

 

이대로 멈추어 서기만 하면

나도 거기 한 그루 나무로 잦아들어

차분한
그림 한 점 완성될 것 같은데,

 

부지런히 부지런히

발을 빼어 옮길 때마다 찰각찰각

돌아가는 환등기의 화면 속에

내가 있다가

없다가…….

 

꿈인가 생신가, 눈발에 가려

여기서는 이제

나무에서 나무가 보이지 않는다. 

눈산에서 -김장호-

 

  

 

 

 

 

 

 

 

  

 

  

 

 

▲ 슬랩을 오른 후 프랜드 설치 ⓒ 2008 한국의산천 

 

그간 어떻게 살아왔나 산 정상만을 추구하며 돌쇠처럼 산을 오르고 삶 또한 앞만보고 달려오지는 않았는지. 그래서 나에게 남은것이 무엇이었던가? 그래 정상을 염두에 둘 필요는 없다. 오를만큼 오르는거야. 지쳐 더이상 오르지 못하겠다면 돌아서며 그곳이 자기가 선택한 종착지라고 생각하면 그만이야 , 삶 또한 그렇게 살아야해. 자신의 영혼이 잘 따라오나 쉬어가며 뒤돌아보면서...  

 

사춘기 까까머리 학창시절, 우울했던 젊음을 배낭에 넣고 산행을 같이 했던 岳友들... 그들중에는 대부분 산을 떠나 사회에 안착하고 살거나 또 다른 취미 생활을 하고 있지만 일부 친구들은 아직도 산으로의 끝나지 않은 여정을 계속하고 있다. 

 

그려 진짜 산꾼은 산에 집착하지 않는다. 사람은 각자대로 운명의 길을 살아갈 따름이다. 산은 이미 우리들의 가슴에 들어와 있지 않은가. 산 자체로부터 초월해 있지 않다면 산을 오르는 행위는 가치없는 일이다.  

아! 언제쯤 내 가슴에 존재하는 산 정상에 올라 하늘로 통하는 문의 빗장을 열수있을까?     

 

▲ 등반자를 쳐다보는 집사람 진숙 ⓒ 2008 한국의산천

나로 인해 젊은 시절을 다 빼앗긴 집사람. 집사람 역시 나와 같이 그리고 산친구들과 이곳을 찾아 바위를 하며 신혼 시절을 보낸곳이기에 감회가 깊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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