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절기중에 첫번째 입춘을 지나고 오늘은 그 세번째 절기인 경칩이다.
경칩하면 흔히 개구리가 나온다고 전한다. 봄이 왔다는 증거이다.
어제는 경칩을 하루 앞두고 전국에 갑자기 많은 춘설이 내렸다. 그러나 날씨가 포근한 탓인가 모두 녹았다.
경칩 아침 출근 길 [2008 · 3 · 5 (수요일·경칩) · 한국의산천]
봄이 오는 풍경을 보기 위해서 오붓한 오솔길로 들어섰다. 하늘은 파랗고 산바람에 봄으로 가득했다.
모두 같이 봄 길을 걸어보시지 않으시겠어요?
▲ 산과 산사이로 들어서니 산록에는 아침 햇살과 더불어 봄이 오고 있다. ⓒ 2008 한국의산천
입춘
(※ 우리의 24절기는 음력이 아닌 양력으로 날짜를 따집니다)
24절기의 첫 번째인 입춘(立春·2월 4일)이 지나면 우수가 오고 그 다음이 오늘 경칩이다.
입춘은 음력으로는 정월 절기이며 양력으로는 2월 4일경이다. 봄이 시작되는 계절이지만 아직 추위가 강하다.
음력으로 섣달에 들기도 하고 정월에 들기도 하며 섣달과 정월에 거듭 들기도 한다.
우수
우수(雨水· 2월 19,20일)는 24절기(節氣)의 둘째날이다.입춘 후 15일 후인 양력 2월 19일 또는 20일이 된다. 음력 정월의 중기이다. 입춘과 경칩 사이에 있다.
옛사람은 우수 입기일 이후 15일간의 기간을 3후(三候)로 5일씩 세분하여, 수달이 물고기를 잡아다 늘어놓고, 기러기가 북쪽으로 날아가며, 초목에는 싹이 튼다고 하였다.
수달은 강이 풀리면서 물위로 올라오는 물고기를 잡아 먹이를 마련하고 추운 지방의 새인 기러기는 봄기운을 피하여 다시 추운 북쪽으로 날아간다. 그렇게 되면 봄은 어느새 완연하여 초목에 싹이 튼다.
흔히 양력 3월에 꽃샘 추위가 기승을 부리지만, 이맘때면 날씨가 많이 풀리고 봄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시기로서 새싹이 난다. 예로부터 '우수·경칩에 대동강 물이 풀린다'고 하였다.
오늘은 경칩
오늘은 24절기의 세번째 경칩(驚蟄 · 3월 5, 6일경)이다. 음력으로는 2월 절기이며 양력으로는 3월 6일경부터 춘분(春分:3월 21일경)전까지이다. 태양의 황경이 345도 일 때, 우수(雨水)와 춘분 사이에 있다. 계칩(啓蟄)이라고도 한다.
경칩의 한자를 보면 경(驚 놀랄경), 칩(蟄 숨어있을 칩) 숨어있는 것들이 놀라 경끼하며 튀 나온다는 뜻이 아닐까요?
그래서 경칩이란 초목에 물이 오르고 겨울잠을 자던 동물(개구리)들도 벌레들도 잠에서 깨어나 꿈틀거리기 시작한다는 뜻에서 이러한 이름이 붙었다.
이때는 개구리가 나와서 봄을 맞아 물이 괸 곳에 알을 까놓고, 토역(土役,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이날 담벽을 바르거나 담장을 쌓는다. 또한 단풍나무나 고로쇠나무에서 나오는 즙을 마시면 위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약으로 먹는 지방도 있다. 경칩날에 보리 싹의 성장을 보아 그해 농사의 풍흉을 예측할 수 있다고 한다.
경칩이 지나면 봄이 완연하여 청춘의 계절이라고 말한다. 우리 선조의 남녀들은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는 징표로써 은행씨앗을 선물로 주고 받으며 은밀히 은행을 나누어 먹었다고 한다.
은행나무는 수 나무와 암 나무가 따로 있는데 서로 맞바라보고만 있어도 사랑이 오고가서 열매를 맺기에 순결한 사랑을 표현한 것이며, 또한 비록 맛이 쓰고 껍질이 단단하여도 심어 그 싹을 틔우면 천년을 살아가는 영원한 사랑을 기원한 까닭일 것이다.
우리 옛 문헌 '사시찬요'에 보면 은행 껍데기에 세모난 것이 수 은행이요, 두모난 것이 암 은행이라 했는데, 대보름날 은행을 구해 두었다가 경칩날 지아비가 세모 은행을, 지어미가 두모 은행을 맞바라보고 먹었다고 한다.
처녀 총각들은 이날 날이 어두워지면 그저 동구 밖에 있는 수 나무· 암 나무를 도는 것으로 사랑을 증명하고 또 정을 다지기도 했다. 모든 사물이 활동을 시작하는 봄은 인간에게는 청춘의 계절이라 말할 수 있다.
춘분
경칩이 지나면 24절기의 네번째인 춘분(春分· 3월 20, 21일경)이 돌아온다. 양력 3월 21일 경이다.
태양이 남쪽에서 북쪽을 향하여 적도를 통과하는 점을 춘분점이라 하며 태양의 중심이 춘분점 위에 이르러 적도 위를 똑바로 비추며 밤과 낮의 길이를 같게 한다.
이 날은 밤낮의 길이가 같지만, 실제로는 태양이 진 후에도 얼마간은 빛이 남아 있기 때문에 낮이 좀 더 길게 느껴진다. 경칩과 청명의 보름 중간이 바로 춘분이다.
춘분 즈음에는 봄이지만 아직 음력 2월이라 이맘때면 바람이 많이 분다. 꽃샘바람이라고 말한다.
'2월 바람에 감치독 깨진다.', '꽃샘에 설늙은이 얼어죽는다.'라는 속담도 있듯이, 2월 바람은 동짓달 바람처럼 매섭고 차다. 이는 風神(풍신)이 샘이 나서 꽃을 피우지 못하게 바람을 불게 하기 때문이라 한다. 그래서 '꽃샘'이라 한다. 이때에는 고기잡이를 나가지 않고 먼길 가는 배도 타지 않는다 하였다. 겨울옷은 벗고 봄옷을 입었지만 날씨가 추워 옷 입기가 매우 난감한 계절이다.
▲ 산넘어 가는 오붓한 오솔길. 일반 도로도 좋지만 산과 산사이로 출근하는 길은 더욱 즐겁다. ⓒ 2008 한국의산천
논농사를 지어온 미작(米作) 문화권인 우리나라에서 개구리는 지엄한 존재다. 고구려의 시조 금와왕(金蛙王)이 개구리인 것만 미루어보아도 알 수 있다. (동부여의 왕 해부루는 늙도록 아들이 없었는데, 천제를 올려 아들 낳기를 기원하였다. 하루는 그가 탄 말이 곤연에 이르렀는데, 그 곳에 있던 큰 바위를 보고 말이 눈물을 흘리는 것을 보고, 바위를 굴려보게 하였더니, 금빛이 나는 개구리 모양의 어린아이가 있었다. 해부루가 기뻐하여 "이는 하늘이 내게 준 아이로다."라고 말했다. 이가 곧 금와이다 :삼국사기)
조상들 뒤뜰 한구석에 못을 파 개구리를 살렸는데 풍류를 위해서가 아니다. 개구리는 농사에 필요불가결한 날씨 예보관이기 때문이다. 저녁에 개구리 울음이 빨리 멈출수록 이튿날 날씨가 추워진다는 것을 알았고 일몰과 더불어 개구리가 울음을 멈추면 서리에 대비를 하고서 잠들었다.
옛 스님들은 배낭에 개구리 몇 마리 담아가지고 이산 저산 다니며 방생을 했다. 그후 다시 찾아가 그 개구리가 새끼 치고 살고 살지 않고로 머물 만한 산문(山門)이냐 아니냐를 가렸던 것이다. [이규태코너 참고]
▲ 이제 조금 있으면 봄 맞이 농사로 분주할 들판. ⓒ 2008 한국의산천
▲ 아주 작고 노란 꽃 산수유 꽃. 이천 산수유마을에서 2007년 3월 25일(일요일) 촬영 ⓒ 2008 한국의산천
경기 이천의 올해 2008년, 아홉 돌을 맞는 '이천백사 산수유꽃축제'가 오는 4월 4일부터 백사면 일대에서 사흘간 열린다.
내 마음대로 명필·명문으로 생각하는 수필 두개 있으니 그것은 정비석의 기행문이자 수필인 '산정무한(山情無限)'과 민태원의 '청춘예찬 (靑春禮瓚)'이다. 학창시절 외우고 외웠던 문장이라 그런지 아직도 벅차 오르는 느낌이 애뜻하게 아직도 가슴에 남아있다. 경칩을 맞아 다시 한번 청춘예찬을 되내어 본다.
청
춘(靑春)!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가슴에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鼓動)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汽罐)과 같이 힘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바로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얼음이 있을 뿐이다.
그들에게 생명을 불어넣는 것은 따뜻한 봄바람이다. 풀밭에 속잎 나고, 가지에 싹이 트고, 꽃 피고 새 우는 봄날의 천지는 얼마나 기쁘며, 얼마나 아름다우냐? 이것을 얼음 속에서 불러내는 것이 따뜻한 봄바람이다. 인생에 따뜻한 봄바람을 불어 보내는 것은 청춘의 끓는 피다. 청춘의 피가 뜨거운지라, 인간의 동산에는 사랑의 풀이 돋고, 이상의 꽃이 피고, 희망의 놀이 뜨고, 열락(悅樂)의 새가 운다.
사랑의 풀이 없으면 인간은 사막이다. 오아시스도 없는 사막이다. 보이는 끝까지 찾아다녀도, 목숨이 있는 때까지 방황하여도, 보이는 것은 거친 모래뿐일 것이다. 이상의 꽃이 없으면, 쓸쓸한 인간에 남는 것은 영락(零落)과 부패(腐敗)뿐이다. 낙원을 장식하는 천자만홍(千紫萬紅)이 어디 있으며,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온갖 과실이 어디 있으랴?
이상! 우리의 청춘이 가장 많이 품고 있는 이상! 이것이야말로 무한한 가치를 가진 것이다. 사람은 크고 작고간에 이상이 있음으로써 용감하고 굳세게 살 수 있는 것이다.
석가는 무엇을 위하여 설산(雪山)에서 고행을 하였으며, 예수는 무엇을 위하여 광야에서 방황하였으며, 공자는 무엇을 위하여 천하를 철환(轍環)하였는가 ? 밥을 위하여서. 옷을 위하여서, 미인을 구하기 위하여서 그리하였는가? 아니다. 그들은 커다란 이상, 곧 만천하의 대중을 품에 안고, 그들에게 밝은 길을 찾아 주며, 그들을 행복스럽고 평화스러운 곳으로 인도하겠다는 커다란 이상을 품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들은 길지 아니한 목숨을 사는가시피 살았으며, 그들의 그림자는 천고에 사라지지 않는 것이다. 이것은 현저하게 일월과 같은 예가 되려니와, 그와 같지 못하다 할지라도 창공에 반짝이는 뭇 별과 같이, 산야에 피어나는 군영(群英)과 같이, 이상은 실로 인간의 부패를 방지하는 소금이라 할지니, 인생에 가치를 주는 원질(原質)이 되는 것이다.
이상! 빛나는 귀중한 이상, 그것은 청춘이 누리는 바 특권이다. 그들은 순진한지라 감동하기 쉽고 그들은 점염(點染)이 적은지라 죄악에 병들지 아니하였고, 그들은 앞이 긴지라 착목(着目)하는 곳이 원대하고, 그들은 피가 더운지라 현실에 대한 자신과 용기가 있다. 그러므로 그들은 이상의 보배를 능히 품으며, 그들의 이상의 아름답고 소담스러운 열매를 맺어 우리 인생을 풍부하게 하는 것이다.
보라, 청춘을 ! 그들의 몸이 얼마나 튼튼하며, 그들의 피부가 얼마나 생생하며, 그들의 눈에 무엇이 타오르고 있는가? 우리 눈이 그것을 보는 때에, 우리의 귀는 생의 찬미(讚美)를 듣는다. 그것은 웅대한 관현악(管絃樂)이며, 미묘(微妙)한 교향악(交響樂)이다. 뼈 끝에 스며들어가는 열락의 소리다. 이것은 피어나기 전인 유소년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시들어 가는 노년에게서 구하지 못할 바이며, 오직 우리 청춘에서만 구할 수 있는 것이다.
청춘은 인생의 황금시대다. 우리는 이 황금시대의 가치를 충분히 발휘하기 위하여, 이 황금시대를 영원히 붙잡아 두기 위하여, 힘차게 노래하며 힘차게 약동하자! -출처 민태원 : 수필 <청춘예찬(靑春禮讚)> -
▲ 이천 산수유마을에서 2007년 3월 25일(일요일) 촬영 ⓒ 2008 한국의산천
올해도 아주 조그만 노란꽃 산수유가 만발하는 날이면 많은 이들이 이곳을 찾을 것이다. 나 역시 카메라 달랑들고 찾으리라.
경기 이천의 올해 2008년, 아홉 돌을 맞는 '이천백사 산수유꽃축제'가 오는 4월 4일부터 백사면 일대에서 사흘간 열린다.
▲ 보기만해도 포근함이 느껴지는 봄이 오는 풍경 ⓒ 2008 한국의산천
사월의 신록예찬 >>> https://koreasan.tistory.com/15606387
지족불욕(知足不辱) 만족할 줄 알면 욕됨이 없고,
지지불태(知止不殆) 그칠 줄 알면 위태롭지 않으니
가이장구(可以長久) 오래도록 편안하다. - 노자 도덕경에서
대한민국 구석구석 즐겁고 행복하게
한국의산천 일상탈출 더 보기 >>> https://koreasan.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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