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 아침 [2007.12.23.(일) 한국의산천]
출근을 하기 전 아침 6시 제부도를 돌아보기로 하고 드라이브 떠났습니다. 혹시 일출이라도 볼 요량으로...
그러나 포근하게 느껴지는 날씨지만 흐리고 안개가 끼어있었습니다.
20년이 넘은 아주 오래 된 김학래 테이프을 들으며 음악을 따라 흥얼거리고 그리고 돌아왔습니다.
아시나요?
1979년 제3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내가: 내가 말없는 방랑자라면...> 열창하여 대상을 수상한 김학래와 임철우. 이어서 1980년 제4회 MBC 대학가요제에서는 '꿈의대화 (이범용,한명훈)' 가 대상을 받으며 이어갔지요. 아 ! 꿈같은 그 시절
▲ 바닷물이 빠지며 제부도로 들어가는 길 ⓒ 2007 한국의산천
제부도는 물길이 열리는 시간에 �춰서 일찍 가는 것이 좋다.
화성시 서신면 제부리로 불리워지는 제부도는 여의도보다 작은섬으로서 하루에 두 번씩(하루종일 열려있을때도 있음) 바다물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섬을 드나들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곳으로 서울에서 가까운 드라이브코스로 좋은 섬이다.
제부도는 옛부터 육지에서 멀리 바라보이는 섬이라는 뜻에서 '저비섬' 또는 '접비섬'으로 불려졌다고 한다. 그러나 조선조 중엽 이후 송교리와 제부도를 연결한 갯벌 고랑을 어린아이는 업고, 노인은 부축해서 건넌다는 의미에서 '제약부경(濟弱扶傾)'이라는 말이 있었다.
제부도는 이 제약부경의 '제'자와 '부'자를 따와 '제부리(濟扶里)'로 개칭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다.
요즘 보기드믄 모래가 풍성한 해안선은 해수욕객들의 각광을 받고 있고, 모래벌 끝에는 크고 작은 암석이 어울린 4개의 바위가 솟은 매봉 (일명 삼형제 촛대바위)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주며 바닷물이 나가면 가족단위로 조개캐기와 굴따기로 재미를 더해주는 곳이다.
▲ 제부도 명물 매바위 ⓒ 2007 한국의산천
겨울 바닷가에는 무엇이 있을까. 차가운 바닷 바람과 황량함?
아니다 어둠이 걷히고 새벽이 걷히며 밝아오면서 밀려오는 상쾌함은 그곳에 서있는자만이 느낄 수 있다.
잡스러운 생각은 모두 밀려가고 밝은 생각과 희망 가득한 꿈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모래벌 끝에는 크고 작은 암석이 어울린 3개의 바위가 솟은 매봉 (일명 삼형제 촛대바위)이 환상적인 분위기를 주며 바닷물이 나가면 가족단위로 조개캐기와 굴따기로 재미를 더해주는 곳이다.
▲ 제부도 명물 매바위 ⓒ 2007 한국의산천
제부도
이중환의 '택리지'에 따르면
중략... 충청도 당진과의 사이에 작은 바다가 있을 뿐이어서 매우 가까우며 밀물 썰물이 통한다...육지가 끝나는 바닷가에 화량포 첨사의 진(鎭)이 있고 바닷길을 10리 쯤 건너면 대부도(大阜島)가 있다. 모두 어민이 사는 곳이다. 그러므로 남양부의 서쪽 마을이 한강 남쪽의 생선과 소금의 이익을 독차지하게 된다.
대부도는 화량진에서 움푹거진 돌맥이 바다속을 지나서 된것이다. 돌맥이 꼬불꼬불 벋었고 그위는 물이 매우 얕다.
옛날에 학이 물 속에 있는 돌맥 위를 따라 걸어가는 것을 보고 섬사람이 따라가서 그 길을 발견하게 되어 그 길을 학지(鶴指)라고 부른다.
오직 섬사람만이 그 길을 익히 알고 다른 지방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병자년에 섬사람들이 호병에게 쫓겨 돌맥위를 따라 도망쳤는데 호병은 길을 모르면서 따라오다가 빠져버렸다. 그리하여 섬은 온전 할 수 있었다.
섬은 땅이 기름지고 백성이 많으며 남쪽으로 오는 뱃길의 첫 목으로서 강화, 영종 두섬의 바깥문 구실을 한다. 하략...
▲ 제부도 주변에는 굴이 참 많은 곳입니다. ⓒ 2007 한국의산천
▲ 제부도 북쪽의 산책로 ⓒ 2007 한국의산천
▲ 제부도 해수욕장 ⓒ 2007 한국의산천
겨울바다로 가자. 쓸쓸한 내 겨울바다로 그곳엔 사랑의 기쁨도 가버린 내 작은 고독이 있으리라
바닷가에서
- 정호승-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게 좋다
누구나 바닷가 하나씩은 언제나 찾아갈 수 있는
자기만의 바닷가가 있는 게 좋다
잠자는 지구의 고요한 숨소리를 듣고 싶을 때
지구 위를 걸어가는 새들의 작은 발소리를 듣고 싶을 때
새들과 함께 수평선 위로 걸어가고 싶을 때
친구를 위해 내 목숨을 버리지 못했을 때
서럽게 우는 어머니를 껴안고 함께 울었을 때
모내기가 끝난 무논의 저수지 둑 위에서
자살한 어머니의 고무신 한 짝을 발견했을 때
바다에 뜬 보름달을 향해 촛불을 켜놓고 하염없이
두 손 모아 절을 하고 싶을 때
바닷가 기슭으로만 기슭으로만 끝없이 달려가고 싶을 때
누구나 자기만의 바닷가가 하나씩 있으면 좋다
자기만의 바닷가로 달려가 쓰러지는게 좋다.
▲ 산책로 ⓒ 2007 한국의산천
겨울바다로 가자 외로운 내 겨울바다로 그곳엔 사랑의 슬픔도 가버린 내 작은 평온이 있으리라
▲ 제부도 산책로 ⓒ 2007 한국의산천
▲ 산책로 ⓒ 2007 한국의산천
▲ 등대를 보면 박인환 시인의 詩 木馬와 淑女가 떠오른다. 기억과 의식의 깊이는 어디까지 일까? ⓒ 2007 한국의산천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木馬를 타고 떠난 淑女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木馬는 주인을 버리고 그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少女는
정원의 초록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木馬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女流作家의 눈을 바라다보아야 한다
▲ 제부도 등대 ⓒ 2007 한국의산천
등대(燈臺)......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木馬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 개의 바위 틈을 지나 靑春을 찾은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人生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木馬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 제부도 ⓒ 2007 한국의산천
이른 아침 제부도를 드라이브를 하며 예전에 즐겨듣던 김학래 음악이 생각 났습니다.
1979년 제3회 MBC 대학가요제에서 임철우와 같이 '내가'를 불러 대상을 수상하며 많은 이에게 신선한 음악으로 돌풍을 일으킨 김학래
이 세상에 기쁜 꿈 있으니 가득한 사랑의 눈을 내리고
우리 사랑에 노래있다면 아름다운 생 찾으리다
...중략...
내가 말없는 방랑자라면 이 세상에 돌이 되겠소
내가 님 찾는 떠돌이라면 이 세상 끝까지 가겠소
그 당시 실황을 들으며 노래말에서 나오는 가사와 코러스 열정적으로 부르는 힘찬 박자는 나의 심장을 울렸다.
그 당시 상당히 철학적으로 느꼈던 음악이다.
'슬픔의 심로', '새장속의 사랑은 싫어' 등등 다시 들어도 언제나 좋은 음악이다.
▲ 지도를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2007 한국의산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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