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정명의 우리꽃이야기] 목단과 작약
[487호] 2010.05 기사 스크랩 이메일로 기사공유 기사 인쇄 글꼴 설정
입력 2010.05.12 10:05 | 수정 2010.05.12 10:05
사랑의 전설 품고 핀 왕자와 공주
꽃만 놓고 보면 전문가도 구별 어려워… 목단은 나무, 작약은 풀
사월이 깊어지고 여름의 문턱인 오월이 다가오는 이맘때가 되면 산과 들을 형형색색으로 단장했던 봄꽃들은 대부분 신록으로 옷을 갈아입는다. 그러나 지천이던 봄꽃의 이별을 달래주기라도 하듯 탐스러운 꽃을 차례로 피우는 초목이 있다. 바로 목단과 작약이다.
목단과 작약. 꽃만 봐선 육안으로 구별이 어렵다.
목단은 모란이라고도 한다. 중국이 원산지인 목단(학명 : Paeonia suffruticosa Andrews)과 작약(학명 : Paeonia lactiflora Pall. var. hortensis Makino)은 꽃이나 잎이 너무 비슷하여 구분하기가 만만치 않다.
전문가도 꽃만 놓고 구별하는 게 어려울 정도다. 그러나 의외로 구별법은 간단하다. 둘 다 미나리아재비과에 속해 있지만 목단은 ‘목본(나무)’인 낙엽관목이고 작약은 ‘초본(풀)’인 여러해살이풀이다.
줄기를 보면 나무인 목단인지 풀인 작약인지 쉽게 구분할 수 있다. 나무라 해도 목단은 1m에서 1m50cm 정도가 최대 크기이므로 여느 나무처럼 굵직하진 않다.
목단은 땅 위의 전년도 가지에서 싹이 트지만 작약은 흙 속(뿌리)에서 새싹이 나온다. 향이 없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지만 향이 그윽하다. 꽃의 화사함과 풍성함, 그리고 꽃 향기의 우아함이 매력 포인트다.
두 꽃은 영원한 사랑 이야기로 맺어진다. 사랑하는 왕자가 죽어 모란꽃이 되자 그 곁에 영원히 남고 싶다는 공주의 간절한 기도가 하늘에 미쳐 작약 꽃으로 변했다는 전설이 깃들어 있다.
서양에서는 목단과 작약을 크게 구별하지 않고 ‘피어니(peony)’라고 부르지만, 구체적으로 말할 때는 목단을 ‘트리 피어니(tree peony)’라 하고 작약을 ‘허베이셔스(herbaceous·초본) 피어니’라고 한다.
목단을 보면 오월 어느 날 문득 시들어버릴 것 같은 옛 시인의 감성이 떠오른다. 그러나 중국에서는 그 풍성함과 품위 때문에 ‘부귀화(富貴花)’라고 하며 ‘꽃들의 왕’으로 꼽았다.
우리나라에서도 목단꽃 그림을 병풍으로 만들어 혼례 때나 신방을 꾸밀 때 사용하였다. 옛날에는 부귀영화를 부른다 하여 목단 작약을 실로 곱게 뜬 수나 그림이 없는 집이 없을 정도로 사랑을 받던 꽃이다.
‘목단’은 지금도 화투 속에서 우리를 풍요롭게 해주고 있다. ‘단(丹)’자가 의미하듯 대표적인 꽃 색은 붉은색이다.
작약은 꽃모양이 크고 함지박처럼 넉넉해 ‘함박꽃’이라고도 한다. 우리나라에 자생하는 작약 종류로는 흰 꽃을 피우는 산작약, 붉은 뿌리를 지닌 적작약이 있다. 낮에는 피었다가 오후에 해가 기울면 꽃잎을 닫아 그 속에 든 꽃술을 보호한다. 작약의 굵은 뿌리는 좋은 약재가 되고 그 뿌리에 목단 줄기를 접붙이면 꽃이 더 크고 우아해진다.
/ 글·사진 김정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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