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의 맛과 섬] [52] 진도 뜸북국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입력 2021.03.10 03:00 | 수정 2021.03.10 03:00
진도 뜸북국.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생소한 음식 이름이다. 처음에는 꿩이나 오골계처럼 뜸북새를 넣어 끓이는 탕을 상상했다. 진도읍에 있는 뜸북국<사진>
전문 식당에는 실제로 뜸북새 사진이 벽에 붙어 있다. 많은 사람이 같은 상상을 하는 모양이다.
진도에는 잔치에 ‘아무리 음식을 걸게 장만해도 이것이 없으면 짜잔하다’고 흉을 보았다. 그 주인공은 홍어가 아니라 뜸북국이다. 잔치 음식에 뜸북국이 없으면 형편없다는 평을 들었다.
소나 돼지를 잡아 고기를 쓴 후 남은 뼈와 뜸부기를 듬뿍 넣고 국을 끓였다. 마치 돼지 뼈로 국물을 내고 모자반을 넣어 끓인 제주 음식 ‘몸국’과 비슷하다.
뜸부기는 모자반목 뜸부깃과에 속하는 갈조류다. 조간대 중간쯤 갯바위에 붙어 서식하는 해조류로 진도, 신안, 여수, 남해, 통영, 거제등 에서 볼 수 있었다.
특히 1990년대까지는 진도군 섬과 연안에는 갯바위가 보이지 않을 만큼 풍성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연안 개발로 서식지가 훼손되고 바다 오염으로 사람 사는 곳에서는 사라졌다.
관매도, 맹골군도 등 조도면 절해고도에서만 볼 수 있는 귀한 몸이 되었다. 생산량도 적어서 지난해에는 1㎏에 15만원을 호가할 정도로 비쌌다.
조도면의 한 섬에서 자라는 뜸부기.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자산어보'에는 뜸부기를 돌에 붙어 자란다 해서 ‘석기생(石寄生)’, 속명은 ‘둠북’이라 했다. ‘맛은 담백해서 국을 끓일 수 있다’고 했다. 봄철이 제철이지만 말려서 일 년 내내 이용한다.
전문 식당에서는 미리 조도나 관매도 등 뜸부기가 서식하는 섬 주민들에게 미리 선불을 주고 구입한다. 국을 끓일 때는 마른 뜸부기를 불려 살짝 데친 후 사골을 붓고 갈비를 넣어 푹 끓인다.
봄철에는 막 뜯은 뜸부기를 들깨 가루를 넣고 볶거나 전을 부치기도 한다. 진도읍에는 한우 갈비를 넣고 ‘소갈비뜸북국’을 끓여 내는 식당이 있다. 맛은 자연산 돌미역국과 흡사한 맛이지만 국물이 더 진하다.
국립공원공단은 2014년부터 다도해해상국립공원의 서식처를 중심으로 뜸부기 자원 복원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복원 기술이 개발과 민관 협력으로 자원 복원의 성과가 나타나고 있어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김준 광주전남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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