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네스코도 반한 한탄강, 코로나 시름도 훌훌~
[뜬 곳, 뜨는 곳] 세계지질공원 한탄강
조철오 기자
입력 2020.09.11 03:00
"한반도 중심부에 자리 잡은 한탄강 세계지질공원은 깊은 협곡, 현무암 절벽, 주상절리, 폭포 등 독특한 화산 경관을 자랑한다. 오리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흘러내려 만든 평탄한 고원을 한탄강이 침식해 흐르면서 특이한 화산 지형을 만들었다.”(유네스코 홈페이지의 ‘세계지질공원’ 소개)
코로나 사태에 묻혀 크게 주목받지 못했지만 지난 7월 7일 경기 포천시는 경사를 맞이했다. 유네스코가 경기도·강원도 일대 한탄강을 세계지질공원으로 인증해 발표했기 때문이다. 세계지질공원은 미적, 고고학적, 역사문화적, 생태학적, 지질학적 가치를 지닌 곳을 보전하고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지정한다. 현재 44국에 세계지질공원이 지정돼 있다.
국내 유일의 현무암 협곡 하천인 경기 포천시 한탄강 위로 포천의 명소인 하늘다리가 길게 놓여 있다. 하늘다리는 코로나에도 올해 1~7월 방문객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12% 정도 늘었다. 유네스코는 한탄강 일대를 전 세계 161번째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했다. /고운호 기자
한탄강은 세계 161번째 세계지질공원이 됐다. 국내에서는 제주도, 경북 청송, 광주광역시 무등산에 이어 네 번째이다. 한탄강은 DMZ 일원의 청정 생태계와 더불어 50만~10만년 전 북한 오리산에서 분출한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주상절리와 베개용암 등 보기 드문 화산 지형이 잘 보존돼 지질학적 가치가 매우 높다. 또 전곡리 선사유적지, 고구려 당포성, 평화전망대에 이르기까지 역사·문화적 명소가 많이 소재해 있다는 점도 높은 평가를 받았다.
◇유네스코가 인정한 국내 네 번째 세계지질공원
유네스코는 세계지질공원이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지가 되려면 지역 주민의 참여가 필수라고 강조한다. 포천시는 이를 위해 강 주변 3곳에 캠핑장을 설치했다. 이런 캠핑장은 대표와 직원들이 모두 지역 주민이다. 30가구가 합쳐 법인을 만들었고, 수익은 모두 지역에서 가져간다. 이 때문에 주민들이 주인의식을 갖고 일할 수 있도록 동기부여가 된다고 한다.
역대 최장 장마가 지역을 휩쓸고 간 직후 지난달 28일 포천시 관인면 화적연 캠핑장에는 주민 10여명이 분주하게 청소와 정리를 하고 있었다. 난장판이 된 둘레길을 천으로 직접 닦거나 쓰러진 나무를 함께 들어 옮기는 등 정성을 기울였다. 운영자 박흥부(61)씨는 “주민들은 한탄강을 내 집이라 생각하며 일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 사태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주목받으면서 한탄강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현재 포천 지역 캠핑장 3곳에 마련된 야영 부지 142석은 주말이면 예약이 찬다. 화적연 캠핑장을 찾은 정재훈(40)씨는 “수려한 경관을 바라보며 쉴 수 있어 한탄강 일대는 캠핑 명소로 소문이 났다”고 말했다. 또 한탄강 50m 위를 가로지르는 길이 200m, 폭 2m 규모 하늘다리는 올해 1~7월 방문객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약 12% 늘었다.
여태껏 한탄강은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다. 북한에서 시작해 DMZ를 관통하는 전방지역이기 때문이었다. 한탄강 일대에는 6·25전쟁 이후 곳곳에 군사시설과 부대가 포진해 있다. 또 하천 범람과 산사태 피해가 잇따르자 정부는 2001년 한탄강댐을 세웠고, 주변을 모두 침수지역으로 분류해 농사와 주거를 금지했다. 이 때문에 주민들에는 오히려 애물단지가 됐다.
그러자 포천시는 발상을 바꿔 한탄강을 생태관광자원으로 발굴하기로 했다. 정부가 일대에 공공목적 사업은 허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유네스코가 인증하는 세계지질공원에 주목했다. 포천시는 한탄강의 희소성을 살려 지역경제를 이끌 명소로 만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 방치된 명소의 발굴과 활용에 나섰다. 철원과 연천, 경기도와 강원도 등 다른 자치단체와도 손을 잡았다. 그 결과 2015년 국가지질공원으로 지정되는 성과를 거뒀다. 나아가 한탄·임진강 국가지질공원과 강원평화지역 국가지질공원으로 각각 지정·관리해왔던 방식에서 벗어나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공동으로 추진해 결국 성공했다. 유네스코의 발표 당시 박윤국 포천시장은 “세계적 가치를 인정받은 것은 기적에 가깝다”며 “지난 10년의 노력이 비로소 결실을 맺었다”며 감회를 밝혔다.
◇주민이 참여해 지속가능한 생태관광지로
포천시는 최근 하늘다리 앞에 푸드트럭 8대와 농산품 직판장도 설치했다. 인근 8개 마을 이장단이 한탄강 지역발전협의회를 자발적으로 구성해 직접 운영에 나선다. 최재웅 사정리 이장은 “한탄강의 아름다운 경치에 놀라는 방문객을 보면 뿌듯하다”며 “어렸을 적 우리만의 놀이터가 유명해져 감회가 새롭다”고 말했다.
세계지질공원 인증을 계기로 한탄강을 브랜드화하는 작업도 진행 중이다. 친숙한 이미지로 지질공원 캐리커처도 만들고 문구류, 의류 등을 생산해 판매할 계획이다. 또 방문객 증가에 대비해 주민들이 관광 안내에 나서는 마을 해설사도 육성하고 있다. 해외 관광객이 늘 것을 대비해 간단한 외국어 회화 학습도 진행한다. 이수재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 이사회 이사는 “한탄강은 수도권을 배후로 둔 국내 유일의 세계지질공원”이라며 “방문객이 늘어나면 지역경제 활성화 효과도 거둘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조철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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